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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록장 천칠십오번째.- 똥개가 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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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잔디밭에 다들 엎드리거나 누워서 일광욕을 합니다. 영국에 유학한 사람은 당시 그게 익숙하지 않았다 한다. 그래서 영국인 친구들한테 우리나라에서는 잔디 관리인한테 혼날 수 있다고 말했더니 다 빵터졌다나 ㅋㅋㅋ 무슨 grass administrator 같은게 다 있냐곸ㅋㅋㅋ   그러면서 걔네들이 엄청 권위적이고 근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Hello! I am a grass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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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잔디밭에 다들 엎드리거나 누워서 일광욕을 합니다. 영국에 유학한 사람은 당시 그게 익숙하지 않았다 한다. 그래서 영국인 친구들한테 우리나라에서는 잔디 관리인한테 혼날 수 있다고 말했더니 다 빵터졌다나 ㅋㅋㅋ 무슨 grass administrator 같은게 다 있냐곸ㅋㅋㅋ

 

그러면서 걔네들이 엄청 권위적이고 근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Hello! I am a grass administrator! 막 이러고 다 웃었다고... 아니 이거 웃을 상황이 아니잖아 아 쪽팔림 슈팔.

주로 똥개라던가, 주먹이 매운 아이 옆에서 같이 주먹을 행세하는 어린아이라던가, (물가가 올라서 10원이 아니라) 50원짜리 귀한 노처녀 이모라던가, 아무튼 약간 더러운(?)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시를 진행하고 있다. 시를 보면서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보게 하려는 의도는 물론 동시의 기본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이 동시집은 역시 현재의 시인답게, 모과처럼 못나고 마음이 오이처럼 울퉁불퉁하면서도 단단해서 세상풍파 다 견디는 이들을 위로하고 있다. 벌써부터 세상에 아첨하려 하는 영악한 아이들. 그러나 대신 친구관계라던가 상하관계에 민감해진 이들은 얼마나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가.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다양한 행동을 해야 한다. 유튜브 방송을 보지 않으면, 게임을 하지 않으면, 페북을 하지 않으면 거의 화석 취급이다. 거기다가 오타쿠인 친구층과 오타쿠를 싫어하는 친구층도 나누어져 있다. 눈치없는 부모님은 위에서 말한 모든 것에 아예 손을 떼고 공부하란다. 아님 '적당히' 하란다. 이밥차처럼 모든 적당한 양을 스푼으로 잴 수 있는 책이라도 있음 좋겠지만 각박한 현실에서 그런 책을 찾기 쉬울리 없다. 이 책은 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가르침을 주기보다는 위로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번 시는 걸어다니면서 쭉 읽었다. 시적 기법이나 표현력이 좋다기보다 시인의 생각이 젊은이들과 많이 비슷했다. 그 열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뒤에 달린 리뷰는 읽지 않았다. 혹시라도 꼰대라서 이 시의 느낌을 망쳐버리면 어떡하나 무섭기도 했고. 가볍고 명랑한 여운이 남는다.

 

 

 

 

 

왜 시집을 간 여자는 참아야 하는가. 권력이 시어머니와 친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며 지나가다가 수업 중 혁대 풀러서 탁상 내려치던 학창시절 선생을 만났다. 그는 만날 때마다 항상 내 인사를 무시하고 지나가며 다른 선생들도 그렇다. 나는 처음 그들을 만날 때 인사했지만 왠지 그들이 나에게 가한 폭력 행위를 떠올리기 부끄러워하는 듯하여 언젠가부터 생략했다. 아는 척하기 싫은지도 모르겠지만 뭐 꼬치꼬치 캐물은 적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내 친구 말대로라면 그들이 술 먹어서 샤워하다 문지방에 미끄러져 머리 부딪히고 숨지던 어떻게 되던 내가 그의 무덤이라도 찾아갈 것 같은가? 아니다. 그러니 사람은 아무리 이상한 사람이라도 잘 대해야 하는 것이다. 언제 그 사람이 무슨 권력과 비밀을 쥐고 나타날지 모르니까. 지금도 그때처럼 하시면 아마 공직에서 짤리시지 않을까?

 

일방통행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일방통행 길이 있다
무시하고 가면
벌금을 내고 벌점을 받는다

친구들과 놀다 보면
제멋대로만 하는 애가 있다
그런 녀석한테도
벌금을 받고 벌점을 주고 싶다

  

 

아니 일방통행이래서...
그래서 엑셀러레이터도 벌점을 받았ㄴ.. 앗, 스포.
죄송 굽신굽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조심하는 건 다음부터 ㅇㅇ 

v*******5 2018.03.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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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랩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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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좋아하세요?   동시는 아이들만을 위한 것일까요?   동시를 읽는 내 마음이 왜 더 즐거울까요?   ㅎㅎ 요즘 M-net tv에 언프리티 랩스타 라는 서바이벌 랩 프로그램이 있어요. 랩을 듣다 보면 어쩜 랩 가사들이 운율이 잘 맞는지 가수들의 랩실력에 감탄을 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눈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역시 욕설이지요.   많은 청소년, 청년들이 랩가수가 되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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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좋아하세요?

 

동시는 아이들만을 위한 것일까요?

 

동시를 읽는 내 마음이 왜 더 즐거울까요?

 

ㅎㅎ 요즘 M-net tv에 언프리티 랩스타 라는 서바이벌 랩 프로그램이 있어요.

랩을 듣다 보면 어쩜 랩 가사들이 운율이 잘 맞는지 가수들의 랩실력에 감탄을 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눈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역시 욕설이지요.

 

많은 청소년, 청년들이 랩가수가 되길 꿈꾸고 가수를 하는데

좀 예쁜 가사말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랩보다 더 좋은 잼나는 운율이 담긴 것은 역시 동시인것 같아요.

 

어릴적부터 예쁜말 바른말을 배우자고 하면

따분하다고 하려나?

 

근데 왜 꼭 거칠게 이야기 해야만 자신을 표현 할 수 있나요?

더 아름다운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랩가수가 있기를 바래요

그래서 예쁜 어휘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동시를 많이 읽기를 바라며 추천해요.

k*****r 2015.03.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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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가 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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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보단 동화를 많이 선물해주는 편인데 오랜만에 재미있어 보이는 동시가 있어서 조카한테 선물해 줬어요.조카가 읽으면서 키득거리기도 하고, 심각하게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는 게 무척 재밌네요.동시는 짧은 시 안에서 한권의 책보다 많은 상상을 하게 해준다고 하는데이런 게 아마 동시의 매력인가봐요.<똥개가 재밌게 사는 법> 덕분에 나도 동시의 새로운 매력에 푸욱~~^^재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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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보단 동화를 많이 선물해주는 편인데 오랜만에 재미있어 보이는 동시가 있어서 조카한테 선물해 줬어요.

조카가 읽으면서 키득거리기도 하고, 심각하게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는 게 무척 재밌네요.

동시는 짧은 시 안에서 한권의 책보다 많은 상상을 하게 해준다고 하는데

이런 게 아마 동시의 매력인가봐요.


<똥개가 재밌게 사는 법> 덕분에 나도 동시의 새로운 매력에 푸욱~~^^

재밌으면서도 아이 같은 자유로운 상상력에 감탄하고

쉽게 표현된 것 같으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깊이에 때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네요. 


올해는 동화책 뿐 아니라 동시도 몇 권 더 선물해 줘야겠어요.







YES마니아 : 로얄 d********m 2013.01.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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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똥개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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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와 참새 밤나무에서 참새 떼 우수수 떨어지네 잠자던 나무가 귀찮았구나 그래서 몸을 흔들었구나 사월이다. 꽃샘추위가 아직 남아 있지만 봄을 막을 수는 없다. 겨우내 잘 보이지 않던 새들도 목소리 높여 봄을 앞당기고 있다. 떼로 몰려다니는 참새들이 나무에 앉았다가 한꺼번에 땅으로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 정말 우수수 덜어지는 것 같다. 짧은 시에 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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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와 참새



밤나무에서 참새 떼 우수수 떨어지네


잠자던 나무가 귀찮았구나

그래서 몸을 흔들었구나



사월이다. 꽃샘추위가 아직 남아 있지만 봄을 막을 수는 없다. 겨우내 잘 보이지 않던 새들도 목소리 높여 봄을 앞당기고 있다. 떼로 몰려다니는 참새들이 나무에 앉았다가 한꺼번에 땅으로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 정말 우수수 덜어지는 것 같다. 짧은 시에 생동하는 봄 풍경이 한껏 표현되어 있다. 바야흐로 사월이다. “꽃눈 속에 숨어 있던 / 하얀 나비들 / 하나둘씩 날개를 펴고 / 활짝 날개를 펴”(「사월」)는 사월이다. “바지랑대 앉은 / 잠자리 // 갈래머리 언니 / 뒷모습 // 할아버지 하얀 / 콧수염 // 봄바람이 / 책을 펼쳐 놓고 / 낮잠을”(「책」) 자는 계절이다. “산등성 위에 무덤들 / 옹기종기 모여 앉아 / 햇볕을 쬐고” “ 새끼들 입에 젖을 물리는 / 우리 집 어미 개”(「우리 집 어미 개」) 풍경이 그려지는 사월의 봄이다.



똥개가 잘 사는 법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사료도 못 얻어 먹고

신발도 못 얻어 신고

개집에서 쫓겨났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그냥 똥개로 살기로 했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사료 대신 뼈다귀로

신발 대신 맨발로

세상을 누비고 다녔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마음껏 똥개로 살아갔대



쫓겨난 것을 인정하고 그냥 자기 자신이 생긴 대로 살아가려고 작정하는 순간 세상은 달라진다. 돈 한 푼 없어도 마음껏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시인의 의지가 엿보이고 세상살이의 한 단면도 날카롭게 담고 있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시인의 의지는 “친구들과 놀다 보면 / 제멋대로만 하는 애가 있다 / 그런 녀석한테도 / 벌금을 받고 벌점을 주고 싶다”(「일방통행」), “물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물은 고집이 세다」) 등으로 변주되고, 세상살이의 한 단면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것은 “나와 상처의 / 줄다리기 // 지면 흉터가 남는다 / 이기면 새살이 돋는다”(「상처」), “우리 동네에 아파트가 들어서자 / 오선지 위에 그려 놓은 / 음표들이 모두 사라졌다”(「오선지와 음표들」) 등으로 변주된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3.04.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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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를 왜 쓰는가 (똥개가 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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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12   동시를 왜 쓰는가― 똥개가 잘 사는 법 김응 글,박정섭 그림 창비 펴냄,2012.12.31./8500원     ‘주례사 비평’이라는 이름을 어느 분이 처음 꺼냈는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이 ‘주례사 비평’이라는 이름은 으레 어른문학에서 오르내렸습니다. 어린이문학에서는 좀처럼 이 이름이 오르내리지 못했습니다. 한때 딱 한 사람, 이오덕 님 홀로 ‘주례사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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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12

 


동시를 왜 쓰는가
― 똥개가 잘 사는 법
 김응 글,박정섭 그림
 창비 펴냄,2012.12.31./8500원

 


  ‘주례사 비평’이라는 이름을 어느 분이 처음 꺼냈는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이 ‘주례사 비평’이라는 이름은 으레 어른문학에서 오르내렸습니다. 어린이문학에서는 좀처럼 이 이름이 오르내리지 못했습니다. 한때 딱 한 사람, 이오덕 님 홀로 ‘주례사 비평 비판’을 했으나, 이제 어린이문학에서 ‘주례사 비평 비판’은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어린이문학을 비평하는 분들은 거의 모두 ‘주례사 비평’을 하면서, 이 나라 동시문학을 깊거나 넓게 다스리는 길에 한몫 거드는 구실을 못 하거나 안 하는구나 싶습니다.


  김응 님 동시집 《똥개가 잘 사는 법》(창비,2012)을 읽었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한테 들려주며 즐겁게 놀 만한 싯노래는 따로 없구나 싶어 살며시 덮습니다. 책을 덮기 앞서 책끝에 붙은 어린이문학 평론가 김제곤 님 글을 읽어 봅니다. 김제곤 님은 이 동시집을 놓고 “시인은 스스로 창안해 낸 이야기를 자신만의 속도감 있고 자연스러운 호흡에 실음으로써 새로운 ‘이야기시’를 만들어 내지요.” 하고 말합니다. 이 동시집이 ‘이야기시’를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동시이고 어른시이고 이야기 없는 시가 있는가요? 이야기가 없이 시가 태어날 수 있나요? ‘이야기산문’이나 ‘이야기소설’이 있는가요? 이런 말마디는 문학평론 아닌 말장난 아닌지요? 모든 동시와 어른시는 이야기 아닌가요? 이야기가 없으면 시가 아닌데, ‘이야기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가요?


  어느 동시인이든 어른시인이든 ‘이녁 이야기를 이녁 목소리에 따라 빚’습니다. 나는 내 이야기를 내 목소리로 담아 동시를 쓰거나 어른시를 쓰지요. 내 이웃은 내 이웃인 이녁 이야기를 이녁 목소리로 담아 동시를 쓰거나 어른시를 써요. 스스로 제 목소리로 제 이야기를 펼치지 못한다면 시도 문학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수다도 아니고, 그저 혼잣말이라 할밖에 없어요.


  어른문학이든 어린이문학이든, 문학평론을 하면서 ‘이야기시’라는 이름을 붙이는 일은 너무 덧없습니다. 평론가 스스로 동시 하나를 놓고 할 말이 없다는 뜻이로구나 싶어요.


  김제곤 님은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이런 작품을 보면 김응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말솜씨 또한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의 시에 쓰인 ‘한 바퀴 돌고 또 돌고’ 같은 제목도 재미있지만, 가족끼리 쓰는 호칭을 죽 나열하다가 ‘이러다 지구 한 바퀴 다 돌겠네’ 하고 눙치는 솜씨가 제법 웃음을 줍니다.” 하고 말합니다. 이 동시를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동시를 쓰듯, 다 다른 사람들은 동시 하나를 두고도 다 다르게 읽겠지요.


  나는 ‘식구와 친척 일컫는 온갖 부름말’을 읊는 동시가 따분했습니다. 우리 겨레한테는 이런저런 부름말이 따로 없었어요. 촌수를 따지는 일은 양반이나 권력자가 하던 일이지, 여느 흙사람은 이런 촌수 없어요.


  조금만 헤아려도 알 수 있어요. 개화기 언저리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을 맞이하고, 갑작스레 촌수이니 호칭이니 하면서 퍼져요. 신문사와 방송사에서는 ‘국민교육’이라고 앞세우면서 촌수이니 호칭이니 하는 ‘한자로 된 어려운 부름말’을 외우도록 시켜요. 학교에서도 이런 짓을 시키지요. 되게 어렵고 딱딱할 뿐더러, 우리 삶하고 걸맞지 않은 한자로 된 부름말인데, 이런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도록 한대서 예의나 예절이 살아나지 않아요.


  한집에서 살면 아버지와 어머니 있고, 언니 오빠 누나 동생 있어요. 아저씨와 아주머니, 또는 아재와 아지매 같은 이름은 아무한테나 붙이는 부름말 아니었어요. 모두한테 이름과 아울러 무슨 할머니 무슨 아저씨 하고 불렀지요. 삼촌이니 오촌이니 칠촌이니 하고 따지지 않았어요. 더 헤아리면 누구나 알 텐데, 지난날 마을살이는 거의 다 한식구 이루는 마을이에요. 촌수를 따지는 일이 부질없어요. 곧, 한 마을이 한 집안이요, 한 사람이에요. 이러한 너비와 깊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이야기 한 자락 들려준다면, 나도 김응 님 동시가 재미있네 하고 생각할 테지만, 우리 겨레 우리 이웃 살아온 발자국 가만히 짚는 흐름은 찾아볼 수 없기에, 그닥 재미있지 않구나 싶어요.


  김제곤 님은 “이런 시에서 보듯 김응의 동시는 어린이부터 어른에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폭과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응의 동시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감동할 수 있는 ‘품이 넓은 시’란 생각이 들어요.” 하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같은 말은 얼마나 알맞을까요. 시골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는 내 눈썰미로 김응 님 동시를 들여다볼 때에, 그리 ‘마음이 잘 맞지’ 않습니다.


.. 나비와 잠자리는 / 풀잎 돗자리 펼쳐 놓고 / 도시락 까먹고 / 맘껏 떠들며 노는데 // 왜 우리는 / 잔디밭에 들어가면 안 돼요? ..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이를테면,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같은 짧은 동시는 언뜻 보기에 재미나 보여요. 그렇지만 두 번 읽고 세 번 읽으니 살짝 서글프달까, 어딘가 얄궂달까, 참 재미없구나 싶더군요.


  도시에서는 공원에 울타리 박고는 못 들어가게 하지요. 사람들이 흙땅이나 풀밭 못 밟게 해요. 그나마 풀포기 한 줌 없는 메마른 도시인 나머지, 사람들이 공원으로 나들이를 가도 잔디밭에 앉아 도시락 까먹는 즐거움 못 누리게 해요. 사람들은 차가운 시멘트바닥이나 아스팔트바닥에 앉아야 해요. 아파트이건 골목집이건 다세대주택이건 빌라이건, 아무리 멋진 장판과 양탄자 깔았어도 ‘살림집조차 시멘트바닥’이에요.


  가만히 보면, 나비와 잠자리는 아무런 돗자리 깔지 않아요. 나비와 잠자리는 그냥 맨몸으로 풀밭에 앉을 뿐이에요.


  사람도 굳이 돗자리 안 깔아도 돼요. 맨몸 맨발로 풀밭에 앉으면 돼요. 아침에는 이슬이 내려 아직 땅이 촉촉하니 돗자리 깔 만하지만, 시골에서 논일 밭일 하는 사람 모습을 잘 보셔요. 아무도 돗자리 안 깔아요. 그냥 맨 흙바닥에 앉아서 샛밥 먹고 쉬지요. 시골에서는 논둑이고 밭둑이고 그냥 앉아요. 풀밭이고 잔디밭이고 가리지 않아요. 더 들여다보면, 지난날 시골집은 모두 흙집이요 나무집이었어요. 밖에서 들일 할 적에도 흙땅에 앉고, 집으로 돌아와서 누울 적에도 ‘흙으로 지은 집 바닥’에 몸을 누였어요.


.. 그 옛날엔 할아버지도 / 여드름쟁이였대 / 먼 훗날엔 삼촌도 / 할아버지가 될 거야 ..  (오이와 오이지)

 
  김응 동시인이 말솜씨 좋게 동시를 쓰는가 안 쓰는가도 잘 모르겠어요. 무엇보다 한 가지 궁금해요. 김응 동시인은 동시를 왜 쓰는가요. 김응 동시인은 누구한테 읽힐 동시를 쓰는가요. 더 많은 아이들한테 읽힐 동시를 쓰는가요. 어느 한 아이한테 읽힐 동시를 쓰는가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한테 읽힐 동시를 쓰는가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아이들한테 읽힐 동시를 쓰는가요. 도시와 시골을 아울러 모든 아이들한테 읽힐 동시를 쓰는가요. 한국 아이들한테 읽힐 동시를 쓰는가요. 재일조선인이나 연변조선족 아이들한테 읽힐 동시를 쓰는가요. 모든 한겨레 아이들한테 읽힐 동시를 쓰는가요.


  이웃 중국이나 일본이나 러시아 아이들한테 읽힐 동시를 쓰는가요. 베트남이나 버마나 네팔이나 부탄 아이들한테 읽힐 동시를 쓰는가요. 어떤 아이들이 읽을 어떤 동시를 쓰는가요.


.. “박씨 혼자 있으면 / 어떻게 커다란 박이 열리겠니?” / 할머니가 한 마디 더 거들었다 ..  (박꽃 피는 집)


  동시쓰기와 동시읽기를 하기 앞서, 동시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야지 싶어요. 동시는 어른이 써서 아이가 읽도록 하는 시라서 동시일 테지요. 어른이 써서 아이가 읽는 동시란, 아이들한테 어떤 글밥, 마음밥, 삶밥, 사랑밥, 이야기밥, 꿈밥, 믿음밥, 책밥, 말밥, 꽃밥 들이 될 수 있을까요. 아이들 읽을 동시를 쓰는 어른은 이녁 스스로 어떤 글을 일구고, 어떤 마음을 다스리며, 어떤 삶을 짓고, 어떤 사랑을 나누며, 어떤 이야기를 길어올리고, 어떤 꿈을 꾸며, 어떤 믿음을 펼쳐, 어떤 책을 읽으며, 어떤 말을 가다듬고, 어떤 꽃을 흙땅에서 보살피는 하루를 누리는가요.


  동시는 말솜씨로 쓸 수 없어요. 말솜씨로 쓰는 글이라면 동시도 못 되지만, 어른시도 못 돼요. 말솜씨는 말솜씨일 뿐, 이야기도 아니고 글도 아니에요.


  기계를 잘 다룬대서 사진을 잘 찍지 않아요. 이때에는 기계질만 하는 셈이에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사랑을 꽃피우는 사람이에요. 사진 하나란 기계질로 만드는 작품이 아니에요. 사진 하나란, 사진기라는 연장 하나 손에 쥔 누군가 스스로 사랑하는 삶을 아름답게 일구며 빚는 이야기 한 자락이에요. 시골 흙일꾼이 호미라는 연장 하나로 나물을 캐고 밭을 보듬듯, 동시를 쓰는 어른은 연필 한 자루로 종이 한 쪽에 정갈한 넋 즐겁고 신나게 노래를 해요. 스스로 우러나오는 노래로 삶을 밝힐 때에 시나브로 동시 하나 태어나요.


.. 하루는 집에 와서 / 숙제를 하려는데 / 숙제가 뭐였는지 / 까먹었지 뭐야! // 그래서 그냥 놀았어 / 온종일 노니까 즐거웠지 ..  (아홉 살 할머니)


  온 하루 놀면 재미나요. 숙제를 해야 하면 온 하루 고단해요. 그렇지만,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숙제를 내요. 나도 어린 나날 숙제라는 큰짐 때문에 날마다 몸살을 앓았어요. 숙제를 안 하면 안 하는 만큼 교사들은 몽둥이를 들거나 손찌검을 했고, 이로도 모자란지 골마루에 나가라 소리를 꽥 질렀고, 새 숙제를 내서 헌 숙제까지 다 해내지 않으면 이듬날 때리는 횟수와 세기는 더 무시무시하지요. 한 주쯤 숙제를 밀리고 안 하면 교무실로 불러서 온갖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때리고, 교감과 교장까지 나서서 때려요.


  오늘날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다니고, 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숙제를 받겠지요. 학원에서도 숙제를 받고, 집에서도 어버이가 여러 교재와 문제집 들여놓고 숙제를 안기겠지요.


  참 끔찍해요. ‘숙제’라는 말소리만 들어도 몸서리를 쳐요. 동시 〈아홉 살 할머니〉는 이런 얘기와는 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참말 아홉 살짜리 어린이가 아홉 살 아닌 아흔 살 할머니라도 되도록 어른들은 숙제 짐덩이를 안기며 괴롭혀요.


.. 꽃눈 속에 숨어 있던 / 하얀 나비들 / 하나둘씩 날개를 펴고 / 활짝 날개를 펴고 ..  (사월)


  동시란 무엇일까요. 동시는 어른이 쓰니까 어른 삶을 드러낼까요. 동시는 어린이가 읽으니까 어린이 삶을 보여줄까요.


  동시를 쓰는 분이나 동시를 읽는 분 모두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빌어요.


  자, 눈을 감고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요.


  동시를 쓰는 어른도 얼마 앞서까지 어린이였어요. 동시를 읽는 어린이는 바로 오늘 어린이예요. 곧, 어제 어린이로 살아온 어른이 오늘 어린이하고 만나서 어깨동무하면서 놀고 일하고 어울리고 누리는 하루를 글로 담을 때에 동시예요. 어른이 억지스레 어린이 눈높이로 ‘낮춘’대서 동시가 되지 않아요. 재미난 말솜씨 보여준대서 동시가 될 수 없어요. 뭔가 남다르거나 새롭다 싶은 이야기를 섞는대서 동시라는 이름 붙일 수 없어요.


  말솜씨는 말솜씨일 뿐이에요. 꾸민 이야기는 꾸민 이야기일 뿐이에요. 어린이문학 평론을 하는 김제곤 님은 김응 님 동시를 읽고 나서 “시인이란 모름지기 변신 마술의 대가입니다.” 하고 말하지만, 시인은 몸을 바꾸는(변신) 사람도 아니고, 마술 부리는 사람도 아니에요. 시인은 그저 삶을 누리는 사람이에요. 삶을 사랑으로 누리지요. 삶을 즐겁게 누리지요. 삶을 아끼고 보살피면서 이웃이랑 동무하고 어깨를 겯지요.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동시도 어른시도 못 써요.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사진도 못 찍고 그림도 못 그리며 노래나 춤도 못 해요. 삶을 누리니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어요.


  멋들어지게 불러야 노래가 아니에요. 전문가수가 되어야 노래가 아니에요.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즐거움과 사랑을 환하게 담아 목소리 뽑으니 노래가 돼요. 마음 깊이 피어나는 기쁨과 꿈을 맑게 엮어 글줄에 실으니 동시도 되고 어른시도 돼요. 전문시인이 되어야 시를 쓰지 않지요. 전문사진가 되어야 사진 찍지 않아요. 전문화가 되어야 그림 그리지 않아요.


  어린이마음 되어 쓰기에 동시는 아니에요. 어른도 어린이도 딴 목숨 아니에요. 어린이는 곧 어른으로 자라고, 어른은 어린이로 살아낸 숨결을 언제나 가슴속으로 품은 목숨이에요. 어른이 쓰는 동시란, 다른 누구보다도 어른 스스로 읽고 즐기는 동시예요. 어른인 내가 어린이로 살던 나한테 베푸는 글이 바로 동시예요.


  김응 님 세 번째 동시집이 나온다면, 이러한 대목 슬기롭게 돌아보면서 말빛 일굴 수 있기를 빌어요. 한 가지 덧붙이면, “하나둘씩 날개를 펴고”는 알맞지 않아요. “하나둘 날개를 펴고”나 “하나씩 둘씩 날개를 펴고”로 적어야 올발라요. 하나 더 말하자면 “꽃눈 속에 숨어 있던”이 아닌 “꽃눈 속에 숨은”으로 적어야 올발라요. 4346.4.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동시읽기)

 

 

이달의 사락 h*******e 2013.04.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