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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개발, 과학과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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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 박사는 잘 아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안다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많이 접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물론 인터넷 상에서 얘기다. 잘 쓰지 않는 페이스북이지만, 그의 페이스북만큼은 자주 들어가 그의 글을 읽는다. 가끔은 긁어오기도 한다. 이 책 《암 정복 연대기》도 이미 부분 부분 읽었던 글이지만, 그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구입해서 읽었다(강석기 씨의 책도 그런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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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 박사는 잘 아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안다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많이 접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물론 인터넷 상에서 얘기다. 잘 쓰지 않는 페이스북이지만, 그의 페이스북만큼은 자주 들어가 그의 글을 읽는다. 가끔은 긁어오기도 한다. 이 책 《암 정복 연대기》도 이미 부분 부분 읽었던 글이지만, 그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구입해서 읽었다(강석기 씨의 책도 그런 생각으로 매번 구입해서 다시읽는다).

 

남궁석 박사가 쓰는 글들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구조생물학을 전공했으니까, 다양한 생물학 분야와 관련을 맺었을 것이지만 그래도 매우 넓은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상당히 깊은 지식과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별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의 글은 매우 신랄하며 재기(才器)가 넘친다. 그래서 과학에 대한 얘기이지만 쿡쿡 거리며 읽을 때가 적지 않다. 이렇게 과학 교양 서적을 내면서는 그런 웃음기는 완전히 빼버렸는데, 그게 조금 아쉽기도 하다.

 

제목이 암 정복 연대기이지만, 이 책은 모든 암에 관해서, 모든 암 치료에 관한 연대기는 아니다(그런 책을 원하면 싯다르트 무케르지의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를 읽어야 한다). 여기선 단 세 종류의 암 치료제만을 다룬다. 글리벡이라고 하는 만성골수병백혈병에 대한 표적 항암제, 허셉틴이라고 하는 단일클론항체를 이용한 유방암 치료제, 그리고 여보이, 옵디보,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만을 다룬다. 이 항암제로 치료할 수 있는 암은 전체의 30%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최근에 개발된 항암제의 역사를 다룬다는 것은 현대 생물학의 역사를 상당 부분 다룬다는 얘기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유전학, 면역학과 같은 기초 생물학에 대한 이해와 유전 공학과 같은 기술의 발달, 그리고 임상 의학이 결합하면서 이 약들이 개발되었다. 이 약들은 현재 개발한 제약회사들에 많은 벌이를 가져다 주지만(우리는 흔히 그 결과만을 보는 경우가 많지만), 이 약들을 개발하는 데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또한 엄청난 기간(보통 30)이 소요되었다. 그 기간을 견디면서, 많은 돈을 투입하면서, 새로운 발견과 이해를 적용하고 온갖 시도를 통해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그런 약들이고, 그 약들이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매우 건조한 얘기이지만, 어쩌면 가장 감동적인 얘기이기도 하다(나에겐 그렇다).

 

남궁석 박사는 글의 수준에 많이 타협하지 않았다. 스스로 어느 정도의 독자층을 타겟으로 하여 책을 썼는지 분명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반생물학 정도는 진지하게 공부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짐작이 간다. 과학 교양, 혹은 과학 대중화라고 해서 무조건 쉽게만 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일부러 어려운 용어를 골라서 쓰면 안 되겠지만, 써야 할 내용까지 생략해가며, 필요한 용어까지 대체해가며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교양에도 수준이 있고, 높은 수준을 목표로 하는 책도 분명 있어야 한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남궁석 박사는 생물학과 관련해 할 얘기가 많은 사람이다(그렇게 알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책을 낼 지 궁금하다. 그의 연구(솔직히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는지는 모른다)보다 그게 더 기대된다.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n*****m 2019.11.30. 신고 공감 7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