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인공지능(AI)은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챗GPT와 대화를 나누고 생성형 AI가 그린 그림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약 70년 전 인공지능의 개념조차 모호하던 시절에 컴퓨터가 생각할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한 인물이 있다. 바로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이다. 그의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은 인공지능의 시발점이자, 인간의 지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튜링의 대담하고도 실용적인 접근 방식이다. 그는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모호하고 철학적인 질문에 갇히지 않았다. '생각'이나 '지능'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내리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그는 이를 '이미테이션게임(모방게임)', 즉 오늘날 우리가 '튜링 테스트'라고 부르는 구체적인 실험법으로 대체했다. 벽 너머에 있는 기계가 인간인 척 연기를 하고, 질문자가 그가 인간인지 기계인지 구별해 내지 못한다면 그 기계는 지능을 가졌다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튜링의 시선은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다. 내부에서 어떤 신비로운 '정신'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더라도, 외적으로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출력을 낸다면 그것을 지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실용주의적 태도는 오늘날 거대 언어 모델(LLM)을 마주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또한, 튜링이 논문의 후반부에서 기계의 지능을 반대하는 당대의 다양한 반론들(종교적 반대, 수학적 한계, 인간 감정의 고유성 등)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기계는 인간이 명령한 것만 할 수 있으며,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다"는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부인의 반론에 대해, 튜링은 "인간 역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외부의 자극과 교육을 통해 배우는 존재"라며 기계도 학습을 통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는 70년이 지난 지금의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정확히 예견한 선견지명이었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인간의 고유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튜링의 예측대로 기계가 인간을 완벽하게 모방하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계와 무엇으로 차별화될 수 있을까? 튜링은 기계에 지능을 부여하기 위해 인간의 '뇌'를 복제하기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배워나가는 '아이의 마음(Child machine)'을 컴퓨터에 심어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지능의 핵심은 고정된 지식의 양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는 '유연성'에 있다는 뜻이다. 앨런 튜링의 《지능에 관하여》는 단순히 과거의 과학적 성과를 기록한 책이 아니다.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하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살아갈 우리에게, '인간다운 사유와 학습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만드는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철학서다. |
|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그 역사를 찾아보게 되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 앨런 튜링 입니다. 제가 인공지능의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기 전이었다면 뭐야? 하고 지나쳤을 이야기인데 이제는 다르게 보입니다. 인공지능의 시초와 같은 앨런 튜링의 논문을 쉬운말로 풀어낸 이 책은 매우 가치있게 보입니다. 인공지능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면 찾아서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