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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처음 감상한 건 어느 케이블 채널에서 5년 전에 틀어줬을 때였고, 이후 DVD 등을 통해 몇 차례나 감상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한 리뷰는 쓰고 싶지 않았는데 영화에 대해 어느 한 구석이라도 크게 거슬리는 대목이 있으면 악평이 나올 것 같아서였다. 5년 전에 감상했을 때 리뷰를 안 올린 건 그 이유뿐이 아니라, 잭 리처가 그녀석 집에 무단으로 들어갔을 때 TV에서 어떤 서부
"잭 리처" 내용보기

영화를 처음 감상한 건 어느 케이블 채널에서 5년 전에 틀어줬을 때였고, 이후 DVD 등을 통해 몇 차례나 감상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한 리뷰는 쓰고 싶지 않았는데 영화에 대해 어느 한 구석이라도 크게 거슬리는 대목이 있으면 악평이 나올 것 같아서였다.

5년 전에 감상했을 때 리뷰를 안 올린 건 그 이유뿐이 아니라, 잭 리처가 그녀석 집에 무단으로 들어갔을 때 TV에서 어떤 서부극을 틀어주는 장면이 나오고, 이 웨스턴 극 제목이 뭔지 5년 전에는 생각이 안 났기 때문이었다. 근데 어제 해 주는 걸 보니 뭐 보자마자 바로 벌 아이브스라는 걸 알 수 있었고(정확히 말하자면 '본' 건 아니고 다른 일하면서 귀로만 들었는데, 다른 영화나 배우로 도대체 혼동할 수가 없었음), 이 배우에 대해선 지난 3월 24일, 25일 리뷰에서 언급한 적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벌 아이브스 주연의 바로 그 영화 <빅 컨트리>는 다른 채널에서 방송 중이기도 하고 말이다(이상한 우연).

재작년에 속편 <네버 고 백>이 나왔는데 소설로도 꽤 좋게 읽었고 그 전에 장르소설로서 잭 리처 시리즈에 대해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터라 꽤 기대를 했는데 결국 보러 가진 못했고, 몇 달 후 케이블에서 처음 틀어 주면 그때 볼 생각이다. 아무튼 이 작은 꽤 재미있게 찍혔고, 다들 알다시피 캐릭터 잭 리처는 2m가 넘은 거한이라 적어도 톰 크루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팅인데, 원작 팬으로서 단단히 선입견을 가진 눈에도 이처럼 무난하게, 아니 본래 잭 리처 캐릭터가 저런 설정이겠거니 설득력 있게 소화한 걸 보고, 톰 크루즈가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점 실감했다.

원작 소설도 장르물치곤 틀에서 꽤 벗어나는 편이라 리 차일드의 스타일에 전혀 낯선 이들은 처음엔 꽤 당황하다가, 초반이 넘어가면 그제서야 미친 듯 빨려들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걸 영화로 옮기자면 또 난감한 구석이 많아서 과연 재미가 제대로 살아날까 의문스러웠는데, 전혀 아니고 감독이 마치 '이렇게 하면 되잖아?'라고나 하듯 영상으로 아주 잘 옮겨 놨다. 웃기는 요소도 많아서, 잘 알려진 것처럼 조직 보스 역에 베르너 헤어초크가 나오는데, 아무리 명감독이라 해도(명감독은 연기 지도도 잘 해야 함) 본인이 직접 하는 건 저렇게 어색하다는 점 웃으면서 감상할 수 있다. 아무튼 진귀한 구경거리였다.

본래 잭 리처가 그런 캐릭터지만 그저 힘만 잘 쓰는 게 아니라 머리가 좋고 해박하다. 여기서도 '왜 제임스 바를 옹호하려 왔나?'고 질문을 받자, '난 그를 묻으러 왔다'면서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작품(마크 앤서니, 즉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대사)을 인용하여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법률가들을 벙찌게 한다. 그뿐 아니라 '잡히려고 작정을 했다면 너무 뻔하고, 단순 실수라면 뒤수습을 안 했다는 게 이상'하다며 범죄심리학에 달통한 면모까지 보여 준다.

영화건 소설이건 작가나 감독이 치밀하게 설계하고 내놓은 피조물이고 설정이겠으며, 나 역시 장르물 감상을 어제오늘 해 온 신출내기가 아닌데, 왜 이렇게 감탄하게 되는 걸까? 답은 다시 한 번, 톰 크루즈의 배역 이해가 완벽했다는 결론밖에 안 나온다. 반면 여기 얼굴을 드러낸 중 최고참 레전드인 로버트 듀발의 몇몇 연기는, (앞에서도 말했듯 내가 이 작을 몇 번이나 거듭 보고 생각을 곱씹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몇 있다. 하긴 돌이켜보면 그의 어떤 연기는 대배우로서 그만이 캐치할 수 있는 어떤 면을 심오하게 풀어 주는 건지, 아니면 그저 발을 헛디딘 건지 분간이 안 갈때가 있었다.

s****o 2023.09.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