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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왜 보는가?’ 하는 질문을 누군가 내게 던진다면, ‘책(소설)을 왜 읽는가?’ 하는 질문과 같은 의미로 들릴 것 같다.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으니 앞의 질문은 내 귀에 그리 크게 들리지 않는다. 가끔 끌리는 드라마가 생기면 보는 정도이니 드라마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도 거의 없다. 그저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잘 어울린다거나, 그 내용은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거나,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거나 하는 정도다. 그런데 아주 안 보는 것도 아니고 가끔이라도 그렇게 드라마를 보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알게 모르게 그 드라마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건 소설을 읽는 경우와 아주 흡사하다. 캐릭터의 성격, 배경이 되는 상황, 묘하게 건드리는 심리. 내가 빠져들어서 봤던 드라마를 떠올려보면 그랬던 듯하다. 나는 드라마 속 이야기에, 그들의 입장에서, 많이 공감하고 공유하고 싶었던 거라고. 삶이 드라마이고 드라마가 곧 삶일 수 있다는 말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안다. 혹은 이런 말도 서슴없이 나온다. 사는 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고. 막장이라고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인생이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로는, 드라마 속 이야기와 드라마를 시청하는 자신을 동일시하는 위험도 불사한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드라마는 삶이 아니고, 삶은 드라마가 아니다. 드라마 PD인 저자는, 드라마와 삶을 구분하고, 드라마 없이도 살 수 있어야만 드라마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드라마를 만난 지 10년 만에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드라마를 보는가 싶은 궁금증이 여전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라마를 통한 예습 혹은 복습으로 삶이 나아가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우리라는 것이다. 그러니 드라마와 삶이 다를 수밖에. 삶은, 드라마보다 더 넓고, 더 앞서나가고, 더 깊을 수 있다. 삶이 드라마를 포함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드라마 속에서 무수히 봤던 사람들, 곧 그녀들의 이야기. 서른 전후, 혹은 삼십 대의 주인공들이 겪어가는 일과 삶, 일상과 직장에서 부딪히는 인간관계, 밥을 먹는 것처럼 계속되어야 할 연애와 사랑을 드라마를 통해서 보게 한다. 주인공들과 함께 우리 인생을 복기한다. 그런 기회를 드라마를 직접 만드는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듣고 있자니,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왜 그럴까... 잠시 잊고 있었다. 저자는 드라마를 만드는 PD이면서 나와, 우리와 똑같은 시청자였다. 그러니 우리 눈으로 보고 듣는 그 장면에서 똑같은 감정의 기류를 경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힘없는 사람들이 뒤통수를 맞는 일의 연속을 그리던 「추적자」에 같이 실렸을 흥분의 목소리는 연대를 형성하는 듯했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생한 현장과 방송국의 현실을 공감했을 「그들이 사는 세상」은 시청자에게 행운처럼 주어진, 또 다른 세계의 진솔함이었다. 높은 고개 하나를 같이 넘어가면서 배웠을 성숙한 사랑을 그린 「아내의 자격」은 진정한 위로의 방법을 보게 했다. 연애의 원형을 만들어 사랑의 기억을 완성하는 「연애 시대」는 다시 연애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든다. 꼭 지나간 다음에야 알게 하는 사람의 마음은 「달콤한 나의 도시」가 끌어온다. 때로는 삶이 무겁지만은, 생각보다 가볍고 즐거울 수 있음을 「여인의 향기」 속 연재(김선아)를 통해 보게 된다. 「섹스 앤 더 시티」의 네 여인이 살아가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는 서로를 향한 용기와 칭찬이었다. 크고 작게 배려하는 마음, 미처 몰랐던 내 마음에 대한 인정, 어떤 한 가지를 알고 나서 바뀐 삶의 태도, 무거움이 가벼움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시선, 그 이상의 무엇까지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또 다른 드라마들, 이미 방송되어 많은 시청자의 눈에 담겼거나 앞으로 시청자와 만날 시간을 기다리는 드라마가 있다. 그런 드라마에서 어떤 장면을 조우하고, 어떤 감정의 물결이 일어, 어떤 공감과 앎을 가져다줄지 기대하게 한다.
무엇인가를 통해, 스며들듯이 알아가는 것, 배우는 것, 경험하는 것. 그 ‘무엇’은 참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유독 드라마는 그 영향이 큰 것 같다. 눈과 귀를 통해 집중해서 보게 하고, 미소와 눈물의 작동에 철저히 관여한다. 심장이 조여드는 아픔과 박동수를 셀 수 없을 만큼의 설렘을 주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를 통해 알아가는 많은 감정과 알게 모르게 쌓여가는 경험이 나쁘지는 않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그녀들이, 시청자에게 다양하게 다가오는 모습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 대하는 드라마,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이 대하는 드라마가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드라마를 좋아하기에 ‘드라마’라는 매개체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드라마를 통해 전해지는 온기와 배우게 되는 많은 것, 그 어떤 이유로도 계속될 드라마를 향한 짝사랑. 그 짝사랑으로 인해 알게 되는 것들이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어느 순간 조금 비켜갔어도 내 자리가 어디인지 다시 보게 하고, 내가 모르는 내 마음이 행복까지 찾게 해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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