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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운명은 개척하는 자의 것이라고 말한다. 허나 우리 역사나 세계사를 보면 개인의 운명은 커다란 틀에 위해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개개인이 가진 능력으로는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사랑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가져오는 전쟁은 특히 어떤 존재에 의해 짜여진 계획하에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다리'는 출간되자마자 미국 언론들로부터 극찬이 쏟아졌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바탕으로 당시 유럽전역을 억누르고 있던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낸 짜임새 있고 탄탄한 구성이 엿보이는 흡입력 강한 작품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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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계 유대인으로 부다페스테에서 파리로 건축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청년 언드러시 레비는 어렵게 유대인 단체에서 장학금을 받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형 티보르는 장학금을 받을 길이 없어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부다페스트에서 돈을 모으고 있어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언드러시는 새삼 느끼게 된다. 파리로 떠나기 전날 형과 함께 오페라 '토스카'를 보러 간 헝가리 왕립 오페라 극장에서 은행가의 아내와 마주치게 된다. 그녀는 일부러 언드러시를 찾아왔음을 단번에 털어놓으며 자신의 아들 요제프에게 보낼 물건이 있다며 자신의 집을 방문해 줄 것을 부탁받게 된다. 방문한 집에서 만나게 된 은행가의 시어머니 노부인에게서 따로이 은밀히 편지 한통을 부탁 받게 되는데 이 작은 일이 언드러시의 인생을 뒤흔른 운명의 서막이였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도착한 대학.. 그곳에서 그는 자신과 닮은 친구들을 발견하고 그들과 단짝친구가 된다. 대학생활의 즐거움을 느낄새도 없이 언드러시를 그를 아끼는 교수에게서 언드러시 자신의 장학금이 도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장 계속해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언드러시는 파리로 길을 떠날때 떨어진 여권을 줍는데 도움을 준 남자를 떠올린다. 그는 사라 베르나르 극장의 연출가겸 극장주 졸탄 노버크다. 한시가 급한 언드러시는 그를 찾아가 도움을 받기도 한다.
어렵게 극장에서 일을 하게 된 언드러시는 그를 이뼈하는 배우 중 한 명에게 타인의 점심식사 초대에 응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곳은 바로 자신이 부다페스트에서 하스 노부인에게 부탁 받은 편지 속 인물... 호기심과 두근거림을 안고 찾아간 곳에서 만나게 된 사람은 바로 언드러시의 운명의 상대 '클러러'다.
소개를 권해준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흘려가는게 사람의 마음이다. 클러러의 16살 딸 엘리자베트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지만 클러러와 언드러시는 서로가 가진 매력을 첫 눈에 알아보고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다. 사랑이 무엇인지,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 삶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클러러와 이제 막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을 향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하는지 알아가는 스물두살의 청년 언드러시와의 삶의 방식부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사랑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마음 밖에 없다가도 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는 상대의 모든것이 다 알고 싶어진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 클러러가 가진 비밀과 과거가 궁금한 언드러시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헤어짐을 선택한다.
언드러시와 클러러의 사랑이야기가 스토리의 중심에 흐르고 있지만 언드러시의 담당 교수의 도움으로 의학을 공부하게 된 형 티보르의 사랑도 이제 막 시작된다. 여기에 유대인에 대한 안좋은 모습이 대학가는 물론이고 사회전반에 흐르고 있는 분위기와 언드러시의 단짝 친구가 가진 사랑의 모습이 들어나면서 스토리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적은 분량은 아니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오히려 예전에 감동적으로 보았던 흑백영화를 보는듯한 사실감 넘치는 스토리가 매혹적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 1권이 이런데 2권은 어떨지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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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미 소설. 미국 소설. 줄리 오린저의 <보이지 않는 다리>는 나로 하여금 미국인은 정치적인 영향력뿐 아니라 이렇게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자국의 이야기가 아닌 바다 건너 머나먼 땅의 이야기를 이리도 생동감 있게 술술 털어놓을 수 있느냐?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다뤘던 시대적 배경. 스페인 내전에서 다리를 폭파해야 했던 임무를 부여받은 한 미국인이 뿜어냈던 존재감. 왠지 그런 힘이 <보이지 않는 다리>에서도 여지없이 느껴졌다. 이러한 특성도 대에서 대를 이어가는 것 같다.
미국소설이라는 다소 지엽적인 틀을 벗어던지면. 다시 말해, 영미 소설이라는 제약을 잠시 벗어두면 이데올로기의 싸움의 흐름에 휩쓸린 나약한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인간이 인간과 인간에 대한 애정의 힘을 빌어 결코 세월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인간을 그려냈다는 점은 <닥터 지바고>의 유리 지바고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2. 생각해보니 <보이지 않는 다리>뿐만 아니라 기존에 읽었던 2000년 이후에 출간된 전미도서상이나 부커상 수상작이나 그 후보작들을 읽어 보면(읽어본 책들의 소견) 그 배경이 과거의 미국에 대한 것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러니까 영미소설들이 대부분이 그들의 현실에서 멀찍이 떨어져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서시시를 일궈낸다.
그때는 이 사람들 참 오지랖도 넓군.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는데, <보이지 않는 다리>를 보니 그게 또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헝가리계 유대인, 프랑스, 우크라이나. 이렇게 넓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어쩌면 이런 스케일을 통한 서사. 그 속에서의 인간. 이라는 틀이 한국문학의 다양성을 확대시키는 데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3. 물론, 한국문학도 나름대로의 특색과 재미가 있다. 이웃과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어떻게 살았던가? 그리고 우리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들을 불러준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우리나라 문학은 대체적으로 우리것에만 집착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자본주의의 흐름에 따라 번져가는 개인화에 집중하는 등. 작가가 직접 겪었던 경험과 시대적 배경에만 의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런 작품이 아닌 작품들. 작가가 살고 있는 공간적 배경을 넘어선 작품들도 한반도의 호령했던 역사(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조선)와 그 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전쟁을 다룬 작품이라고 해도 한국전쟁. 좀 더 범위를 넓히면 베트남 전쟁을 다루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의 소설도 완전히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역사 속의 인물을 탐구하는 서사시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만약 그런 작품을 아는 분이 계시면 저에게 소개도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4. 문학판에서 눈을 돌려서 영화와 드라마판을 기웃거려보면 지금 국내영화와 드라마는 이미 한반도의 한계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전개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를 즐겨보지는 않아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대표적으로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베를린>이라는 영화의 예고편의 화려함이 갑자기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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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의 파리. 그 모습은 영화나 소설 속 배경으로도 흔히 접해보기 힘든 시절이다. 물론 찾아보면 많은 작품들이 있겠지만 아직 내 머리 속에 그 당시의 파리의 모습은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하다. 그 시대, 그 장소에 두 남녀가 있다. 요즘엔 결혼하는 여섯 쌍 중에 한 쌍이 연상연하라지만 그 시절에 유대인 언드러시 레비와 발레 강사 클러러 모르겐슈테른의 사랑은 아홉 살 연상연하보다 더 많은 제약과 조건으로 힘든 사랑을 이어나간다. 헝가리 태생 유대인의 입장에서 시대적 상황에 극단적인 차별을 받아야 했던 언드러시에게 그나마 사랑은 사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차별적 대우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힘으로 모진 전쟁 속에 여러 차례의 고비를 맞이하면서도 사랑을 일구어 나가는 두 연인을 보며 요즘 우리 시대의 쉬운(?)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민족적 차별을 겪어야했던 유대인의 입장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지금은 전 세계 금융자산의 큰 손으로 자처하는 많은 유대인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올해 노벨상에서도 뚜렷한 자취를 남기는 그들에 대한 생각도 더불어 가져보았다. 유대인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요즘 우리나라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역사적 입장에서 많은 차별을 받아야만 했던 그들이기에,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금융(고리대, 환전의 역할)으로 모든 차별에서 벗어난 놀라운 능력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듯도 싶다. 큰 고난은 때론 큰 기회로 다가오고, 그 기회를 잡은 유대인들은 이제 세계의 중심에 당당히 서 있다! 그러나 언드러시가 살았던 당시에 유대인은 아직 세계의 중심으로 뻗지 못하고 끝없는 차별에서 이제는 세계대전 속에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는 시기였다. 그런 속에서 두 남녀의 사랑은 언드러시의 공부에 대한 갈망도 서로를 향한 사랑도 모두 힘에 부친 상황으로 다가온다. 또한 그 안에서 언드러시와 형 티보르, 동생의 각자의 삶, 그리고 부모님과의 관계는 과거 우리네 가족사를 보는 듯 하다. 또한 노무부대란 다소 생소한 배경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함으로써 새롭게 알게 된 곳이었다. 게다가 파리 유학 생활 중 만나게 된 교수와 학생들과의 우정이 찬란했던 만큼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대인 차별, 그리고 친구의 죽음 등 파멸로 치닫는 유럽의 모습은 세계 대전을 미리 예고한다. 장대한 서사시로 보여주는 <보이지 않는 다리>.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인물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독자가 느끼는 감흥은 각자가 경험한 것과 밑바탕 지식에 따라 각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쟁 이후 세대로서 평화로움 속에 자란 우리들이기에 그냥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치부하던가, 아니면 깊은 고찰과 사색으로 지금의 평화로운 시대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주기도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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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몇 개월 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는 책들은 분명 무언가 있는 책이다. 작년 12월에 1, 2권을 읽고는 정신이 없어 그냥 책장에 넣어둔 책을 꺼내들었다. 아련함과 가슴절절함은 느껴지는데 이게 뭐였던가 한참을 생각했다. 리뷰를 바로 써놓지 않으면 항상 이렇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은 퇴색되어 버리고 그냥 아련한 느낌만 남으니 후회하면서도 리뷰보다 읽고 싶은 책 욕심에 놓치곤 한다.『보이지 않는 다리』는 그럼에도 아렴함이 강하게 남은 작품이었다. 고운 낙엽이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이기에 더욱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사랑의 이야기. 읽을 당시 주노 디아스의 "올 한 해 가장 뛰어난 책!"이라는 말에 강하게 동감하게 만들었던 『보이지 않는 다리』. 한겨울에 읽을때는 흰 눈위에 찍힌 발자욱같은 사랑으로 느껴졌던 이야기가 이 가을엔 가을을 닮은 달콤한 사랑으로 다가온다.
1937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건축 공부를 위해 파리로 가는 언드러시 레비는 명망 있는 하스 가문의 노부인에게서 C. 모르겐슈테른이라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편지를 부친 후 한동안 익숙지 않은 프랑스어와 씨름하며 정신없이 유학 생활을 보내던 언드러시는 우연한 기회로 C. 모르겐슈테른의 집에 초대받는다. 집주인이자 편지의 수령인은 남편 없이 딸과 단둘이 사는 발레 강사 클러러 모르겐슈테른이다. 언드러시는 클러러가 하스 노부인의 딸임을 알아채고, 클러러 하스는 언드러시의 삶 전체에 깊이 각인되는 운명의 여인이 된다. 언드러시보다 아홉 살이 많은 데다 딸이 있는 클러러는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게다가 성을 바꾸고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파리에서 혼자 살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어두운 과거는 두 사람의 관계에 발목을 잡는다. 결국 언드러시는 가난한 유학생이라는 처지에 대한 좌절감과 비밀을 털어놓으려 하지 않는 클러러에 대한 서운함 때문에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떨어진 후에야 서로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깨달은 두 사람은 마침내 재회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그녀 없이 보낸 몇 주일의 지루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다시 인간이 되었다. 자신의 살과 피, 그리고 그녀의 살과 피를 되찾았다. 겨울 햇살 속에서 모든 것이 너무도 환하게 반잒거렸다. 거리의 모든 부분 부분이 마치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눈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1권 p.227)
만만치 않은 분량과 방대한 스케일, 상세한 묘사들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1930~194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단순히 2차 세계대전의 전장을 훑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난한 유학생 언드러시가 사는 싸구려 다락방에서 어린 소녀들이 춤추는 클러러의 발레 교습소, 건축 학교, 오페라 극장, 유럽 횡단 열차, 그리고 동부전선의 노무 부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이 등장하며 그때마다 작가 줄리 오린저는 그 장소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섬세히 묘사하기를 잊지 않는다. 오랜 시간 공들인 디테일한 묘사는 모든 감각을 언드러시와 클러러 두 사람이 사는 세계속으로 푹빠져버리게 만든다. 언드러시가 클러러의 교습소로 가는 동안 그와 함께 센 강을 건너고 마레 지구를 거치며 파리 시내를 산책할 수 있고, 언드러시가 설계 대회에 제출한 건축 모형을 르코르뷔지에와 나란히 서서 이모저모 따져볼 수 있으며, 화려한 무대 뒤에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오페라 극장의 현장을 체험 하는 경험이라니 작가의 능력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다리』는 로매스 소설이면서 역사소설이다. 유럽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일촉즉발의 시기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모든 것이 폐허로 변해 버린 시기까지의 정치적, 역사적 사건들이 클러러와 언드러시의 이야기 안에 촘촘히 엮여 있다. 추축국에 가담했다가 탈퇴 직전 독일에 점령당하고, 전쟁 말미에는 소련에 점령당해 다시 연합국으로 돌아선 헝가리의 굴곡진 운명처럼 언드러시와 클러러도 전황에 따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두 사람 외에도, 전쟁으로 굴절되고 마는 삶의 비극을 보여 주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소설 전체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작가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긴박했던 시대의 장면 장면을 충실히 재현해 내고 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도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하기에 피어나는 생존의지는 그들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을 이끌어 준다. 노역에 시달리는 언드러시와 폭격의 위협을 견디며 기다리는 클러러를 버티게 하는 힘은 사랑에서 나온다. 변치 않는 사랑과 신뢰, 그리고 그 결실인 아이들은 두 사람이 잔인하고 참혹한 시대 상황에도 삶을 이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언드러시가 가장 경악한 것은 엄청난 규모가 아니라 오히려 아주 작은 것들이 괴로움을 안겨 준다는 사실, 아주 작은 것들이 일상생활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토대가 된다는 사실이었다. 저울은 아주 작은 것에 의해, 즉 발진티푸스를 옮기는 이나 수통에 남아 있는 아주 약간의 물, 주머니에 든 빵 부스러기 등에 의해 기울어질 수 있었다.'(2권 p.416)
1권 525페이지, 2권481페이지로 1,000페이지를 넘는 언더러시와 클러러의 사랑은 기적이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건 사람들. 역사의 격랑에 휩쓸린 두 사람의 운명은 배고픔도, 두려움도, 고통도, 그리고 전쟁도 갈라놓을 수가 없는 기적같은 사랑이었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그들의 사랑으로 가슴을 욱식거리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다리』는 읽으면서 고전인가 하는 착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묘사나 역사의 세밀함으로 인해 읽어보지 않았던 고전으로 생각을 하다, 작가 줄리 오린저가 1973년 생이라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줄리 오린저가 만들어낸 운명적 사랑과 탄탄한 구성, 강력한 이야기와 디테일한 묘사는 비극적일수 밖에 없었던 역사를 내 눈앞에 펼쳐놓는다. 작가가 아닌 독자로 글을 읽을 수 있음에, 이런 사랑에 동참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이런 가을날『보이지 않는 다리』는 사랑을 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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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쪽이 넘는 소설이다. 워낙 호평을 받은 책이라 감히 도전했다. 1주일이 꼬박 걸렸다. 어려운 책이 아닌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충실히 읽을 시간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2차 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겪어야 했던 비극을 알기에 무작정 달려갈 수 없었다. 그 유명한 홀로코스트가 머릿속에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 속 두 주인공 언드러시와 클러러는 조금 경우가 다르다. 낯선 유럽 역사 속에서 조금 다른 유럽을 본 것이다. 그들의 비극이 다른 곳의 비극보다 아주 조금 적다고 해도 말이다.
현대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말할 때 팔레스타인을 그냥 지나갈 수 없다. 20세기 초반 그들이 겪은 엄청난 비극이 다시 재현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말로 개인은 선량하고 착하지만 이들을 모은 집단이 나쁘다는 말처럼, 아니 쉽게 한국의 예비군들은 군복만 입혀놓으면 개가 된다는 말처럼 나치의 광풍은 거대하고 참혹하다. 이 소설 속에서 헝가리 군대의 모습 중 일부가 그렇다. 현대 중동은 수많은 비극을 품고 있다. 홀로코스트 산업이란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의 홍보 때문인지 팔레스타인의 수난을 다룬 문학이나 영화가 등장하고 있다. 적들에게 배운 것일까? 단순히 소설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나쁜 습관이 또 나왔다.
헝가리 출신 유대인 언드러시는 잡지 표지를 잘 그린 것 때문에 파리 건축학교 장학생이 된다. 이 장학금은 헝가리 유대단체가 지원하는 것이다. 아직 유럽에 전쟁의 기운이 발현하기 전이기에 그에게 이 기회는 도저히 놓칠 수 없는 행운이다. 환전을 위해 간 은행에서 부딪힌 하스 부인이 그가 파리에 간다는 것을 알고 조그만 부탁을 한다. 아들 요제프에게 뭔가를 전해달라는 것이다. 며칠 동안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먼 거리를 생각하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여기에 한 노부인이 파리에서 편지를 부쳐달라고 요청한다. 이 조그만 인연이 나중에는 아주 중요한 인연임이 밝혀진다.
낯선 파리. 아름다운 파리다. 하지만 불어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방도 구하지 못한 그에게 너무나도 낯설다. 어렵게 방을 구하고 학교에 간다. 그가 바라는 건축가의 길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그는 유대인 친구들을 만난다. 자신들의 모임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에 이 장면들을 보면서 살짝 반감이 생겼다. 유대인들이 너무 폐쇄적인 것이 아닌가 하고. 하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들이 미국에서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들어 생활하는 것을 떠올리니 너무 당연한 일이다. 만약 이것을 비판하고 욕한다면 코리아타운이나 차이나타운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친구와 선생과 학교가 갖추어졌다고 삶이 행복하지는 않다. 부족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돈이다. 그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한 헝가리 유대인단체가 정부의 헝가리 유대인 해외 송금 금지로 장학금을 보낼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좋은 선생과 친구는 다른 방법을 찾아준다. 거기에 언드러시의 노력이 보태져야 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언드러시는 기차에서 만난 유대인 노버크의 도움으로 나머지 돈을 벌게 된다. 이 직장은 그에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클러러다. 그녀는 가슴 아프고 참혹한 과거를 지닌 채 딸 엘리자베스와 살고 있다. 그녀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진다. 이 둘의 강한 사랑이 시작한다.
두 권으로 나누어진 이 소설에서 1권은 언더러시의 파리 생활을, 2권은 헝가리로 돌아간 후 겪게 되는 2차 대전 당시 헝가리 유대인의 삶과 비극을 보여준다. 1권에서 사랑을 시작하는 한 청춘의 고뇌와 열정이 다루어진다면 2권은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대인의 비극이 이어진다. 다행이라면 헝가리 유대인이 상대적으로 덜 고생했다는 정도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작가가 비극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랑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면 나의 감성이 메말랐거나 좀더 강한 자극받기를 바란 것인지 모르겠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답답한 것은 그들이 선택한 길이다. 역사의 비극을 아는 상태에서 분명하게 비극이 보이는데 그들은 사랑 때문에 가족 때문에 그곳에 머문다. 그들에게 닥쳐올 비극을 생각하면 정말 답답하다. 물론 달아난다고 그 시도가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의 참혹함과 나치의 잔혹함을 아는 나에게 이것은 강한 불안감을 전해준다. 혹시 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하고. 이 긴장감과 불안감이 재미있게 읽힐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다. 헝가리 유대인이란 특성 때문에 더 그렇다.
비극을 알지만 다른 결말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읽었다. 그 기대는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 하지만 역사가 보여준 비극을 모두 벗어날 수는 없다. 비록 헝가리 유대인이 폴란드나 독일 유대인에 비해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았다고 해도 말이다.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몇 가지 사건 중 하나는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다. 엄청나게 참혹한 비극이 있는 와중에도 인간을 지키려고 노력한 헝가리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는 늘 시대의 앞잡이나 동조자가 있다. 이 때문에 생기는 비극은 또 다른 아픔이자 기억이다.
정말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언드러시와 친구 멘델이 노무부대 안에서 신문을 만든 것이다. 이런 여유가 어쩌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하고 말이다. 이것도 역시 결과를 아는 사람만이 느끼는 불편함이다. 이런 홀로코스트 관련 문학은 늘 이런 불편함과 불안감을 가지고 읽을 수밖에 없다. 역사를 바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려준다. 가볍게 시작할 수 없는 분량에 내용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고증을 통한 묘사와 서술은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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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격동의 삶을 살았던 시기의 이야깁니다. 책의 표지와 소설속의 배경을 보면서 한 영화가 오버랩되기도 했는데... 무자비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지는 삼형제와 그 형제의 사랑과 우정, 인생이야깁니다. 헝가리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유대인 삼형제 중 큰형인 티보르, 둘째 언드러시, 막내 마차시...
유학을 떠나게 된 언드러시에게 축하의 선물로 티보르는 오페라를 보여줍니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떠나게 된 유학...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언드러시는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죠. 하지만 히틀러에 의해 발발한 전쟁때문에 유대인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갑니다. 그와중에도 열심히 자신의 실력을 쌓아가는 언드러시... 예의와 성실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아름다운 발레리나 클러러와 사랑에 빠지죠. 언드러시와 클러러의 사랑은 이 소설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사랑이죠. 그리고 어려운 친구에게 손을 내밀고 의리를 지키는 의리 또한 멋집니다. 자기보다 더 잘나가는 형제를 위해 진심어린 축하를 해주는 형제들... 그리고 자신의 모든것을 걸고 하는 헌신적인 사랑... 하지만 어렵게 사랑을 이룬 두 사람은 역사의 격랑에 휩쓸려 헤어지게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우크라이나로 끌려가 노역현장에서 일을 하는 언드러시... 굶주림과 추위, 갖가기 질병으로 쓰러지는 병사들의 모습... 애절한 클러러와의 사랑... 두 사람이 기적적으로 다시 함께 하는가 싶으면 또다시 벌어지는 운명의 장난같은 사건들... 행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시 기나긴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시간들... 그 엄청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언드러시... 그를 지탱해준 것은 사랑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형제의 우정과 친구의 우정 이러한 것들이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희망의 끈을 놓치 않게 하지 않았나 싶네요.
과연 이러한 사랑과 우정이 소설속의 주인공에게만 있는 것일까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내 주위에 나를 진심으로 격려해주고 아껴주는 사람만 있다면 얼마든지 고난과 역경은 극복할 수 있는거라고 봅니다. 일차적으로는 가족이 그런 존재일테구요. 이차적으로는 연인이나 친구들이 그런 존재가 되겠죠. 그들에게 따뜻한 말한마디만 들어도 힘이 나고 그들의 응원 속에 희망은 얼마든지 자라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감동적인 소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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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드러시가 가장 경악한 것은 엄청난 규모가 아니라 오히려 아주 작은 것들이 괴로움을 안겨 준다는 사실, 아주 작은 것들이 일상생활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토대가 된다는 사실이었다"(416).
요즘 유명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자살에 대한 유혹이 어떻게 찾아왔는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털어놓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대한민국의 높은 자살율을 보면, 우리 사회가 자살을 권하고 있다는 끔찍한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감지되는 또 하나의 불행한 기운은 가족이 점점 짐스럽게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시월드'라는 공격적인 말이 유행하고, 드라마마다 가족과의 전쟁이 한창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다리>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어느 과거에,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 던져진 인생들, 자살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고통들, 그 속에서 살아야 할 이유의 전부가 되어 주었던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 언드러시는 헝가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대인입니다. 가난하지만 자존심을 세울 줄 알았고, 가진 거라곤 무모한 희망뿐이었지만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청년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다리>는 언드러시가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 전날 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프랑스로 건너가 건축학을 공부하게 되는 과정, 그곳에서 만난 스승과 친구들, 그리고 좌절과 도전을 반복해가는 어느 젊은 날에 뜻밖에도 "파도가 끌어당길 때의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힘"으로 "그를 강렬하게 끌어당겼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1권, 323) 그의 인생에 찾아든 사랑 이야기를 들려줍니다(1권). 그러나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사랑은, 꿈꾸대는 대로, 계획한 대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공포와 비극 속으로 몰아넣었던 세계 2차대전이 발발했기 때문입니다(2권).
<보이지 않는 다리>는 전쟁터의 악취와 선혈을 이야기하기 전에 청년 언드러시의 꿈과 사랑과 고뇌를 아주 긴 호흡으로 정밀하게 보여줍니다(1권). 전쟁이 그에게 앗아간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가 짓밟힌 것이 무엇이었는지 보다 정확하게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전쟁은 누구에게나 비극이겠지만, 언드러시에게는 그가 '유대인'이었다는 것이 '더' 문제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봅니다. 언드러시는 유대교회당에 앉아 기도문을 노래하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형제가 함께 앉아 있음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가? 폴라네르는 크라쿠프에서, 언드러시는 코냐르에서 이 멜로디를 배웠다. 기도문 독창자는 소련 민스크에서 할아버지에게 배웠다. 풀로네르 옆에 서 있는 노인 셋은 각각 풀란드 그디니아와 암스테르담, 프라하에서 배웠다"(346). 집 없는 사람처럼 세계를 떠돌며 살아가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이 독특한 민족의 기구한 운명과 고독한 싸움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것입니다. 언드러시가 "미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구 멘델과 함께 신문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전쟁의 공포를 덜어주기 위해 아들에게 전쟁을 놀이처럼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그것과 많이 닮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전해주는 새로운 감동, 새로운 전율이 있습니다. 내가 이 책에서 본 것은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와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진실한 사랑과 소박한 열정과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거짓 없는 웃음이 주는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떤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그런 힘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언드러시는 그가 만든 신문을 읽고 다시 웃기 시작하는 대원들을 보며 다시 살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대원들이 신문을 읽고 얘기를 나누며 웃기 시작하자, 언드러시는 약에 취해 오랫동안 잠을 자다 깨어난 기분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나약했다는 사실이, 끔찍한 생각에 압도되어 공허감에 빠지도록 기꺼이 자신을 방치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이제 그는 매일 그림을 그렸다. 볼품없는 스케치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그에게 산소를 공급해주었다. 숨을 쉬려는 노력을 가치 있게 해주었다"(2권, 47).
이 책의 역자는 후기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처음에는 여느 청춘처럼 고뇌함으로써 힘들었지만, 그다음에는 고뇌할 수도 없을 만큼 힘들었고 고뇌할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 힘들었다"(2권, 492). 누군가는 지금 배신하고 떠나간 사랑 때문에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괴로워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좌절된 꿈을 껴안고 목적지도 없는 차가운 거리를 걷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은 생의 절망 앞에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인생에게는 그것조차 사치일 수 있고,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책에 푹 빠져 보냈고, 책을 손에서 놓은 지금, 머릿속이 마비된 것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헝가리'를 조국으로 가진 한 유대인 청년의 삶과 사랑과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극동의 조그만 땅에서도 역사의 비극은 아로새겨지고 있었다는 것을 겨우 기억해낼 뿐입니다. 어떻게 이 아픈 역사를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며 읽었는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평범해서 더 싫었던 나의 '오늘', 그 하루의 삶에 충실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해봅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언드러시를 보며 내가 얼마나 안도했는지를 기억하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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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랑의 힘, 보이지 않는 다리1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줄리 오린저의 장편소설『보이지 않는 다리』는 총 2권이다. 1권에서는 주인공들이 사랑을 이루기 전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2권에서는 사랑을 이룬 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책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헝가리 출신 유대인 언드러시 레비와 그가 사랑한 여인 클러러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미국에서 태어난 작가이지만 그녀의 파리와 부다페스트 등 유럽 전역을 오가는 방대한 스케일, 치밀한 역사적 고증이 빛나는 탄탄한 구성, 강력한 스토리텔링 등 읽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딱 보기에도 두툼한 책이 읽기전부터 하품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한편의 흑백영화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투라노 교수님은 자네에게 장학금을 주는 그 유대인 단체에 편지를 보냈대. 티보르한테도 장학금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말이야. 하지만 거절당했대. 안타깝지만 어쩔 수 가 없다고 하더라는군. 이번 주에 헝가리에서 새로운 규정이 발효됐어. 오늘부로 어떤조직도 해외에 있는 유대인 유학생에게 송금할 수 없다는 규정말이야. 자네가 받던 히트쾨제그 장학금도 정부에 의해 동결됐어." p82
장학금덕분에 부다페스트에서 파리로 건축공부를 할 수 있다는 기대에 차있던 언드러시는 갑작스런 장학금 동결소식을 듣게 된다. 말도 거의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벌어야 되는 상황에 목이 메인다.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도움덕에 학비의 절반을 해결하게 되었고, 운명의 그녀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운명이란게 이런걸까? 교수님의 소개로 만나게 된 엘리자베트의 집에서 언드러시는 그녀의 엄마인 클러러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모든 걸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요. 진짜 삶을 함께하고 싶다고요. 오, 맙소사! 밤에, 그러니까 매일 밤 당신이 내 곁에 있으면 좋겠어요. 당신과 아이도 낳고 싶어요."지금까지 이런 애기를 입밖에 낸 적은 없었다. 이말을 하는 동안 얼굴로 피가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p210
그는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다시 한 번 키스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을 떠나지 않겠다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배가 고파도, 몸이 지쳐도, 두려움, 혹은 전쟁이 찾아온대도. p390
언드러시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런 거에요? 요즘도 남자들이 부모의 허락부터 구하나요?" 그녀가 졌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남자라면 그래야죠." 그는 그녀에게 바싹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도 허락을 구하고 싶어요. 클러러. 당신 어머니께 편지를 쓰고 싶다고요." p400
둘은 첫눈에 반했지만, 그보다 9살이나 많고 딸이 있는 클러러는 쉽게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던 클러러와 시시각각 다가오는 전쟁의 위협속에서도 두 사람은 어렵게 사랑을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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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와 작품의 배경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애수' 비비안 리의 아름다운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각인되었던 영화였지요. 이 책은 히틀러가 온 유럽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던 그 시기의 일입니다. 3형제와 그 형제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인생의 이야기이죠.
헝가리의 어느 시골에서 태어난 유대인 3형제 중 맏이 티보르는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의대 입학을 목표로 열심히 학비를 모으며 주경야독을 하는 성실하고 착하며 늘 반듯한 형이랍니다. 그리고 둘째 언드러시, 그는 얼떨결에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잡지사에 낸 작품이 심사위원의 눈에 들며 너무도 운이 좋게 장학금을 받으며 프랑스 파리로 유학길에 오르게 됩니다. 막내 마차시(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가 본적이 있는데 거기에 다뉴브강가 언덕에 멋진 지붕을 가진 교회가 바로 마차시교회랍니다)는 미국에서 댄서로 성공하기를 꿈 꾸는 청년입니다. 유학이 확정된 언드러시에게 축하와 이별의 선물로 형인 티보르는 오페라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이 됩니다. 부족한 가운데 불확실한 전쟁의 배경 속에서 떠나는 유학. 그러나 그 유학길에서 언드러시는 비로소 어른이 되어갑니다. 그러나 독일의 불타는 전쟁의지와 유대인에 대한 협박과 위기감은 날로 더해져가게 되지요. 유대인인 언드러시는 그 와중에도 열심히 자신의 실력을 쌓아갑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예의와 성실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그러던 중 아름다운 발레리나 클러러와 사랑에 빠집니다.
언드러시와 클러러의 사랑은 이 책의 주된 축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언드러시와 그의 형 티보르의 이야기, 그리고 언드러시의 주변 친구들과 교수와의 의리 우정도 참 멋집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많은 것이 있지만 그것은 바로 인간의 마음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이 손가락질 하는 상황에 있는 친구를 위해 기꺼이 그와 함께 해주는 우정.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고 진정으로 인간애를 발휘하는 교수와 제자 사이의 신의. 자기보다 더 잘되는 형제를 아낌없이 축하해주고 진심으로 서로를 위해주는 형제애. 체포될 수도 있는 현실의 문제에서 주저없이 사랑을 따라 자신의 모든것을 던지는 헌신적인 사랑.
이 모든것이 녹아져있는 이 책을 펼친 순간, 밤이 새도록 책을 읽어내려가게 되었어요. 참으로 오랫만에 느껴보는 느낌이었네요. 2권에서 과연 전쟁의 광폭함만이 남아있던 그 시대에 우리 주인공들은 어떤 일을 맞이하게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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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언드러시와 클러러의 애절한 사랑
운명의 파도에 휩쓸린 두사람의 사랑..
사랑의 파워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배고픔.. 두려움.. 인종.. 심지어 2차세계대전.. 큰 전쟁마저도..
이 모든 시련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모든 것을 초월했다고 해야할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정말 행복하고 축복받은 일이다.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각인된다는 것..
첫눈에 반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
서로간의 어찌보면 사소한 오해로 아쉬운 이별..
이별후에야 비로소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간절히 원하고 원한다.
처음부터 두사람은 운명이었던 것 같다.
영원한 사랑앞엔 항상 시련이 따르는 듯..
가장 잔인한 현실 속에서도 굳은 삶의 의지로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혹자는 "사랑"이 밥 먹여주냐~? 고 하지만
나는 "사랑" 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은 차갑지만 말이다.
나도 이들 두사람처럼.. 애절하고.. 진실한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비록 그 과정이 힘들고 아프더라도 말이다.
운명을 만나본 적 있나요~?
보이지 않는 다리 강추~!
영화로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