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찾아 읽는 사진책 149
내 두 눈은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봅니다. 내가 바라보는 내 모습도 아름답고, 내가 바라보는 우리 집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하늘과 내가 바라보는 들판 모두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
|
이제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신현림에게도 필시 숨길 수 없는 잔주름들이 실밥처럼 얼굴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이십 대 내내 방황하였는지, 서른 살에 시단에 얼굴을 내민 그녀는 어언 10년의 작가 경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 동안 단 두 권의 시집과 이 책만을 세상에 올린 과작의 작가이다. 조금 늦게 출발하였다면 욕심이 많을 법한데 여유를 아는 조숙함을 읽지 체득하였던 탓일까, 그녀는 지금도 서두르는 법이 없이 시보다는 사진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 늦깍이 학생이다.
오래전 <세기말 블루스="">라는 탐미적이고 감각적인 시집을 읽었을 때 나는 신현림을 그즈음 유행하던 철학은 없이 세기말적인 분위기에만 젖어 절망을 흉내내는 부류들에 반쯤(?) 다리를 걸친 시인으로 보았었다. 지금에 와선 그 시집의 끝간데 없이 서글프면서도 무언가에 집착하던 탐미적인 더듬이들이 그녀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자 삶 자체였음을 이 책에 보고 알게 되었다.
그렇게 첫인상의 오해를 풀게 해준 이 책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랑한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임을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많은 사진들과 글들이 섬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20대의 젊은 시절을 애닳게 그리워하는 심정으로, 신현림은 한 장과 사진과 때로는 한 편의 시를 어울리게 붙여 놓고, 거기에 녹아있는 예술가들의 말못할 고독과 지치지 않는 예술혼의 열망들과 예술에의 천착으로 내팽겨쳐진 쓰라린 삶과 그 남루한 삶을 견뎌온 거칠은 손마디를 그럼에도 붙잡는 체온에 대해서 자신의 지난날 일기처럼 나지막이 읊조린다.
이 책의 마음을 사무치게 하는 아롱거리는 무늬들은 그녀가 사랑하는 사진과 글과 잊지 못할 예술가들 때문이 아니라, 젊은 날 바로 그것들이 등대처럼 자신을 이끌던 것에의 향수를 안고 촛불 하나에 의지하는 이의 마음처럼 사진 한 장에, 한 편의 시에, 전해져오는 한 예술가의 생애에 기대어 자신의 삶에 대한 애환을 글 마디마디에 투영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신현림이라는 한 시인이 과거 무엇을 목메이게 사랑하였고 어떻게 나이를 먹었으며 어찌하여 시인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이것은 한 시인의 사진첩과도 같다. 그 사진첩 속에는 비록 자신의 사진이란 단 한 장도 없지만(표지에는 햇빛을 받지 못한 식물 같은 사진이 단 한 장 있다.) 자신이 사랑하였던 예술 작품들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노라는 진정 어린 고백의 글들이 사진보다 더 명징한 증언들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사진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깝지만 어디선가 본듯하거나 본 적이 있는 사진들을 상당수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별 감동없이 지나쳤던 사진들, 그리고 거의 잊고 지냈던 기형도의 시들이나 장 그르니에, 카프카, 도스또예프스키, 미시마 유키오 등의 작가들을 누군가는 이렇게 애타게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이, 나는 까닭 없이 서글펐다.
몇 일은 선명하게 뇌리 속에 남을 듯한 강렬한 이미지의 사진들이 무려 123장이나 실린 이 책은 사진집으로도 충분히 소장할 가치가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알지 못했던 미지의 아름다운 시들과 명상이 담긴 글들이 보태어져 있으니 두고두고 깊은 맛을 우러낼 수 있는 책으로도 값어치가 충분할 듯 하다. 이건 사족이지만 내게도 이런 사진첩이 하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인상깊은구절] 거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시를 읽고 편지를 쓰곤 했다. 김수영의 "풀", 정희성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등의 좋은 시들을 베껴 친구들에게 띄우곤 했다. 아마도 그런 습성이 나에게 시를 쓰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지금 나는 길을 가며 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를 읊는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아름답고 치열한 시들은 내 영혼의 밥이고, 내가 가는 길 위의 싱그러운 미루나무다. 시와 애인을 생각하며 가는 길은 언제나 희망과 슬픔, 현기증을 준다. 연인의 몸을 오르듯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바람이 나무와 풀과 갈대숲을 나와 하나로 묶어 준다. 이때의 외로움은 얼마나 풍요로운가. 살아 있다는 힘, 이 충만한 에너지로부터 나의 글도 터져 나온다. 끝없이 열려 있는 것에 대해 노래하며 나는 나의 밖으로 나간다.세기말> |
| 같은 파인더를 통해서도 우리는 참 남과 많이 다른 나만의 세상을 보게 된다. 그 세상이 아름다울수도 때로 슬플수도 우울할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을 ...신현림의 창은 그녀만의 세상을 약간은 우울하게 내게 보여준다. 단순한 사진한장을 통해서 느껴지는 여러가지 복잡다단한 느낌은 아마 사진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참 절절히도 우리를 느낌의 바닷속에 헤메이게 한다. 사진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만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게도 했던 그래서 더 사진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유명한 사진가의 사진을 보는 것과 함께 그녀의 아름다운 글솜씨 또한 긴 여운을 남기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책이다. |
|
누군가의 눈을 빌어 세상을 본다면, 세상은 많이 다르게 보이겠지? 책을 본다는 건, 그렇게 다른 사람의 눈을 빌려 세상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인이면서 사진 작업도 병행하는 신현림의 이 책은 그의 전공이기도 하고, 그가 좋아하는 사진들에 대한 그 나름의 해설을 곁들인 책이다. 사진 전공자들이 보면 너무 쉬운 책일 수 있겠다. 그저 사진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을 가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시인다운 그의 평을 곁들인 에세이다. 창비사에서 나온 다른 책, 최영미의 <시대의 우울="">과 같은 시리즈물이 아닐까 한다.
사진사를 비슷한 작가군으로 엮으면서 저자는 그의 느끼는 바를 얘기한다. 그의 시들이 그런 것처럼, 결국 희망과 진실을 지향하는 쪽으로 각각의 결론을 끌어간다. 모처럼 조용히 앉아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기분 좋게 읽어내려가기 좋은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걸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가.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고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아름다워 보이고, 길을 따라 사진을 찍으면 유서 쓰는 기분이 든다. 다시는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풍경과 사람들이 나를 스쳐가기 때문이다. 스쳐가는 그 순간이 아프고 아쉬워서 느낌이 오는 대로 민첩하게 찍으며 길게 뒤척이는 회색 길을 간다. 모든 풍경은 나를 흥분시키며 황홀하게 타오른다. 내가 머문 길 속의 풍경과 하나가 되는 바로 그 순간 생의 보람을 느낀다.시대의> |
|
일주일이 되었다. "나의 아름다운 창"을 그냥 품안에 안고 행복한 날들이. 그 일주일의 일주일 전, 이 책에 대한 소유욕에 시달렸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책읽기라는 행위보다 책사기라는 행위를 즐긴다. 그 이전 난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글 중에서 나오는 '책에 대한 소유까지 버리던' 스님의 말씀을 좇아 책에 대한 집착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난 하나의 집착을 갖고 산다. 책이라는 물건에. 사람에 대한 집착이 없다. 난. 그래서일까? 그 공허감을 책으로 달래고 싶었던 것일까? 아직도 읽다가 만 책들이 책꽂이에 잠자고 있는데 나는 또 기웃거린다. 가끔 느끼는 감정들. 남자와 연애하는 것보다 한권의 절묘한 책을 보는것이 나는 도리어 행복하다. 이렇게 말하는 내가 조금은 쓸쓸하다.
신현림의 "나의 아름다운 창"은 품고 있다가 오늘 드디어 읽어 내려갔다. 어설프게 읽다가 잠깐 졸려 눈을 붙였는데, 유독 창밖의 정경들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닫힌 창, 반쯤 가려진 블라인드 사이로 겨울의 쓸쓸함이 배어왔다. 오늘 내가 본 나의 창은 쓸쓸했다. 겨울의 메마름이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제서야 난 창을 활짝 연다. 블라인드를 보기좋게 걷어올린다. 차가운 공기에 그제서야 나의 창은 열리고 있었다. 쓸데없는 사설이 긴걸까? 아니다. 이러한 느낌들, 생각들이 이 책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하긴 오늘같은 날씨는 날 상념에 빠트리게 하기엔 더할 나위없다.
신현림의 "나의 아름다운 창"은 읽기도 전에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그냥 아름답다고 하기엔 표현이 너무나 상투스럽지만) 사진들을 풀어나가는 신현림의 에세이는 곁표지의 소제목처럼 그야말로 영상에세이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나온다. 사진에 문외한이 나에게도 낯설지 않은 몇몇 작가들, 로버트 프랭크나 엔디워홀에서 그외 무수한 유명한 작가들. 이들의 사진들을 작가는 27개의 주제로 나누어 그 주제에 어울리는 몇 명의 작가들과 그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을 잘 몰라도 볼만하다는 느낌이다.
현재 사진을 전공하는 작가의 글귀처럼, 그 사진들이 나에게 똑같이 말걸기를 시도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세계가 다시 열리는 느낌이다. 작가도 그렇게 말한다. 사진에서 배우는 것은 의식의 열림과 다양성이라고. 따라가다보면 나의 의식도 차츰 열린다고 말하면 너무나 심한 비약일까? 다양한 현실을 그들만의 시선으로, 감각으로 잡아내는 그들이 위대해보인다. 어쩔 수 없다. 항상 위대한 것들 앞에서는 나는 초라해진다. 그들은 경배되고 나의 존재는 사라진다.
이 책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시인 신현림의 풍부한 예술지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세기말 블루스(나는 안 읽었다)의 시인답게, 시종일관 사진과 함께 많은 싯구절이 인용된다. 그토록 많은 시인들의 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걸까? 시인이기에? 시를 즐겨 읽지 않는 나로서는 삶을 관통하고 있는 시구앞에서 또다시 작아진다. 작가는 문화행위 중 세가지를 특히 즐긴다. 사진, 시, 영화. 또 다른 하나는 여행. 서른여덟의 나이에 걸맞게 그러한 문화행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깊고 사색적이다. 어쩌면 극도한 고독에 익숙한 자만이 풀어낼 수 있는 언어들을 사용하는 듯하다. 사진가들이 풀어내가는 삶의 고독들, 작가가 풀어가는 고독의 또다른 언어들. 나는 오랜만에 고독을 느낀다. 고독감을 즐긴다.
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싶지만 언어로만 구성된 책이 아니기에, 엄연히 사진이라는 시각적인 메시지가 있어야 말할 수 있기에 더 이상의 과용은 부리지 않겠다. 가격은 사진이 실려있어 보통의 책보다는 비싼 만이천원이지만 이런 책은 두고두고 열어볼 수 있을 것 같아 사도 후회하지 않을 둣 싶다. 몇달전 부터 사진을 무척이나 배우고 싶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니 잠자고 있던 나의 욕구가 더욱더 출렁거린다. 그나저나 수동카메라부터 구입해야 할텐데..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내 눈동자에 왜곡되게 보이는 일상들의 진실을 발견하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당신이 홍자를 끓이고 나는 빵을 굽겠지요. 그렇게 살아가노라면 때로는 어느 초저녁 불게 물든 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때로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것으로 그뿐, 이제 이곳에는 더 오지 않을걸 우리들은 덧문을 내리고 문을 걸고 홍자를 끓이고 빵을 굽고 아무튼 당신이 나를 내가 당신을 마당에 묻어줄 날이 있을 거라고 언제나 그렇게 이야기하며 평소처럼 먹을 것을 찾으러 가게 되겠지요. 당신이 아니면 내가 나를 아니면 당신을 마당에다 묻어줄 때가 마침내 있게 되고 남은 한 사람이 홍자를 훌쩍훌쩍 마시면서 그때야 비로소 이야기는 끝나게 되겠지요 당신의 자유도 바보들이나 하는 이야기 같은 것이 되겠지요] 오래전부터 애인을 만나면 주려고 간직해 둔 시가 많다. 위의 시는 그중에 토미오까 다에꼬오의 '새살림'이다. |
|
98년 3월, 대학 새내기였던 나는 책들 사이에서 잠시 방황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논술과 수능에 대비하여 "고교생이 알아야 할..."하는 소설류와 간추린 사회사상 서적들을 읽었으나,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뭔가 다른 눈을 갖게 해주는 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막연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정작 대학생 추천 도서라는 것들은 단어들이 생경하고 이해가 어려웠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 근처의 대형 서점에 들렀다. 그 서점에서는 특별 코너를 만들어 놓고서 저자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을 몇 종만 소량으로 팔고 있었다. 책 욕심이 많았던 나는 여러 권의 책 중에서 한 가지를 찍었다. 신현림의 "나의 아름다운 창"-제목이 참 매력적이었다.
책 맨 앞장에는 "죽도록 사랑하고 늘 아름다우십시요!"라고 신현림의 메세지가 강렬하게 박혀 있었다. 휘리릭 넘겨보던 나는 사진들과 시들과 에세이가 흘러나오는 그 책이 너무도 좋았고, 거금 만 이천원을 톡톡 털어서 그 책을 손에 쥐었다.
사진에 대한 막연한 동경들이 굵직한 사진 작가들의 사진들을 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으로 바뀌고 있었다. 눈물나는 사진, 미소가 떠오르는 사진, 유머가 담긴 사진...흑백의 사진들이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장 한장의 사진에는 저자의 따스한글과, 시와, 음악과 영화가 곁들여져서 이해가 더욱 쉬웠다. 게다가 신현림은 미대 지망생으로서의 독특한 심미안과 사진의 역사, 기법과 작가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작가여서 사진집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줄 수 있었다.
신현림의 글은 따스하다. 그녀의 글에서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녀의 암시대로 사진은 세상을 보는 하나의 아름다운 창이다. 그녀의 에세이는 에너지가 넘친다. 감각이 살아있고, 가슴이 찡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꼭 주고 싶은 책이었다. 내게도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창이 하나 생겼다. [인상깊은구절] 쉬잇, 또다른 근사한 사진 속에서 바람소리가 들린다. 나무가 흐느끼고 풀과 꽃들이 춤을 춘다. 이 사진을 보니 오늘 하루는 재수가 좋은 것 같다. 현대의 속물주의에서 벗어나서 뭔가 심오하고 멋진 것을 보면 나는 운이 좋다. 마이너 화이트의 사진을 보면 만물에 깃들인 영혼이란 게 느껴진다. 아무 분별이 없이 온 사물과의 합일이 신비하게 펼쳐져 있다. 살아 있는 시간을 선물로 여기고 간소한 생활, 부유한 내적 삶을 꿈꾸면 저 열린 문으로 쏟아지는 빛만큼이나 환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에로티씨즘, 즉 사랑하려는 육체의 포옹은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려는 행위이다. 그것은 삶의 확장이고 화합하려는 춤이다. |
|
신현림 시인의 영상 에세이 집을 1월의 4번째 책으로 집었다.
|
|
몇일 동안 내린 비로 몸과 마음이 찌뿌둥하고, 비가 거치고 나면 금방 있었던 자신의 못습을 잃어버리는 단순한 물건 같이 더워지는 날씨는 때때론 짜증을 내게 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손 안에 잡힌 책들이 주는 고마움을 더 많이 느끼게 한다.
올 여름을 맞아 피서가 아니 독서를 선택한 나의 독서로 여름나기는 날씨의 변화만큼이나 무쌍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혼자서 신이 난 여름이다.
신현림은 언제부턴가 두 가지 단어에 자신의 삶의 모습의 지표를 잡을 것 처럼 보인다. 여행과 사진기. 이 둘은 꼭 신현림이라는 이름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척 잘 어울리는 녀석들이다. 하지만 시인이 들고 있는 사진기는 단순히 사물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 자신의 시간을 묶어두는 것까지 보여 무척 흥미로운 인상을 남긴다. 그녀의 책 [나의 아름다운 창]은 박제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과거의 사진처럼 자신의 옛이야기를 우리들의 옛이야기와 같이 친근하게 풀어낸다.
과거 시간 속의 모습. 이국적인 향기에 취하게 하는 여행의 자락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작은 여유까지 이 책은 더운 여름 만큼이나 극성스런 날씨의 변덕에도 여유로운 웃음을 주는 것 같은 책이다.
이 비가 그치고 이 햇볕이 조금 부드러워질때 쯤엔 사진기를 들고 내 삶의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신현림은 작은 책 한권을 통해 자신의 삶과 친해지는 방법을 가르켜 주는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먼 길은 왜 슬프고 아름다운가. 길은 연인처럼 스며와 사랑의 감정을 쏟게 만든다. 가 닿기 힘든 아득함과 가 닿고 싶은 갈망 사이에 가슴저리게 한다] -길 중에서 [여행은 스스로 강해지지 위해서다] [대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모든 죽음을 끊어안고 흐느끼기 때문이다.] |
| 사진에서 오는 그 미묘한 충격을 언어로 감지해 낸 이 책은, 사진을 보는 것만큼이나 순간을 담는 감각을 잘 포착해내고 있다. 우선 책을 처음 대했을 때에는, 그 문체의 명료함과 생각의 시원시원함에 마음이 이끌린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하나하나의 사진이 마음 한 구석을 건드리게 된다면, 그 때부터 이 책은 색다른 감정을 가지고 다가온다. 세상을 담는다는 것, 실체를 하나의 프레임 속에 놓음으로써 대상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다는 점은 영화와 비슷하다. 다만 그 생각과 표현의 자유로움에서 오는 충격이, 스쳐 지나가는 영상보다 더 강렬한 이미지로 남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지된 순간'은 한 순간만이 아닌, 영원을 담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넘길 때마다 깨닫는다. 하나하나의 사진들은 단지 정지된 영상만이 아닌, 어떤 종류의 역동성을 느끼게도 하고, '살아있는' 사진들이 주는 정신적 충격은 항상 생각을 깨어 있게 한다. 신현림의 사진에 대한 애착은 최근작인 '희망의 누드'에서도 잘 나타난다. 순간의 이미지가 갖는 영원성, 그 한 컷의 이미지가 마음 깊은 곳 아픈 상처를 도려내고, 한순간 빙긋 웃을 수 있게도 한다. 영화' 스모크'에서 주인공 오기는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찍은 수천장의 사진을 친구에게 보여준다. 그것은 무심결에 보기에는 다 같은 사진이지만 한 장 한 장에는 각기 다른, 새로운 일상들이 담겨 있다. 결국 그 중에 같은 사진은 한 장도 없는 것이다. 사진은 순간을 담지만, 나 자신의 프레임을 통해 본 일상은 어느 드라마나 영화보다 진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일 수 있다. 신현림의 책에 담긴 사진들과, 그 사진들에서 뽑아낸 일상의 이야기들은,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새삼스럽게 일깨운다. |
| 잃어 버려서 너무나 아득하기만 한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다시 일깨워주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난생 처음 이 작가에 대한 책을 탐독을 해가며, 그녀만이 가진 언어와 그림들을 아주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일상 옆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사람같다는 분위기다.. 그녀에게서 놀란 건 그녀의 박학다식한 책읽기 흔적이다. 너무나 많은 시구 및 구절을 인용하고 있어서, 얼만큼의 지적 상태를 누렸을 까에 대한 그 궁금증과 경외감이 들었다. 그녀책만이 가진 매력이랄까? 그것은 아마도,현실적이면서도, 전혀 닿지 않던 기억의 한 부분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