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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를 덜 읽지만 예전에 학교 다닐때는 나름 시를 열심히 읽었었다. 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센치한 기분에 젖어 낭만적인 상상의 나래를 곧잘 펼치곤 했는데 지금은 사는게 바쁘고 정신없어 시보다는 당장 이야기 속에 빠져 들게 만드는 책을 더 선호하고 찾아서 읽곤 한다. 다시 예전처럼 시가 주는 편안함과 즐거움에 빠져들고 싶었다.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시'를 통한 '여행'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인이 살았던 시간을 먼저 만나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시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이며 소설가로 알려진 '이상' 이 말은 거친 삶을 살아가는 건축현장 막노동꾼들이 호칭하던 이름이였다고 한다. 총독부 건축기사로 불리우던 그가 일을 그만 둔 후에도 '이상'이란 이름을 버리지 않을 정도로 그에게 있어 우연과 필연이 합쳐진 이름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상 생가는 내가 잘 가는 종로구에 위치해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끼지는 오랜된 한옥집이나 서점의 간판을 보면서 어릴적 우리동네 모습과 너무나 흡사해서 어릴적 추억이 담겨진 지금은 사라진 서점을 떠올리기도 했고 동인동 골목길이나 시장길은 사진너머로 커다란 고충빌딩에 보여 대조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아직도 저렇게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상이 총독부 건축기사를 그만두지 않고 살았다면 그의 인생이 어떻게 변했을까? 이상을 취재한 분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 또한 그런 생각에 잠시 해보며 아니야.. 안돼..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시'라는게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서 항상 있었지만 미처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본다. 시를 통해 시인을 만나고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다보며 애잔한 마음과 함께 아픔이 스며든다. 학창때부터 익숙하게 보아왔던 시인들이 새삼스럽게 가깝게 느껴진 시간이였다.
예전처럼 시를 읽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쉽게 보지 못하고 있다. 나만해도 지하철을 탈때 개폐문 앞에 쓰여진 시들을 읽는 정도로 그치는데 시집 한 권 사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며 서점에 한번씩 나들이 갈때 시집이 있는 코너도 들려 볼 생각이다.
잊고 있던 오래된 사진을 들추어 보는 감정과 재미를 느끼게 해준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시를 만나고 시인의 인생을 만나고 더불어 생활에 찌든 나를 발견하게 만든 시간이였으며 시인을 찾아, 시를 찾아... 가벼운 빅팩 하나 둘러메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앞으로는 좀 더 아름다운 시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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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양병호 외 지음, 작가와 비평 이 책은 시문학의 대중화와 창작 현장의 전파와 보존을 꿈꾸는 청년문화예술단체인 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모임인 ‘시찾사’의 시문학 현장 답사의 여행기이자 안내서이다. 전라도와 충청도의 시인을 대상으로 2006년에 출간된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와 경상도 지역 시인을 대상으로 2010년에 출간된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에 이어 서울, 경기도, 강원도 출생의 시인들을 대상으로 출간된 것이다. 오상순, 이상, 기형도, 박인환, 임화, 김수영, 김동명 등 서울, 경기, 강원도 지역의 유명 시인들의 삶의 흔적들과 문학적 활동의 배경을 더듬어 떠난 기록이다. 그들의 삶이 시작되었던 생가를 중심으로 청춘의 혼을 바치고 또 노년의 쓸쓸함을 향유했던 곳곳의 현장들을 직접 찾아보고, 느낀 감정과 소회들을 여행에세이 형식으로 엮었다.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찾아가는 동안의 여정과 사색, 그리고 작가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까지 전해와 읽는 이의 시심을 저절로 자극한다. 시 한편에 얽힌 시인들의 삶과 죽음이, 문득 접하게 되는 책 속의 시 한 구절이, 교과서에서 흔히 보아왔던 낯익은 시가 이토록 구구절절 사연이 깊고 깊은 줄 비로소 알게 해준다. 글로서만 읽던 시와 시인의 삶과 사랑과 절망을 따라가 직접 느껴보는 시가 어찌 같을까? 그동안 몇 군데의 문학관과 문학공원을 찾아보며 느낀 점은 그냥 책으로만 읽었을 때와 작품이 쓰여 진 시대적, 개인적 삶의 배경을 알고 나서 그 문학작품이 한 층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시집을 사고, 시를 적어 외우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는데, 사는 일에 쫓겨서일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시들을 마주하면서, 그것도 문학도들의 친절한 해설과 작품의 배경을 알게 되면서 새삼스레 지난날들의 추억과 감정이 밀려왔다. 시보다 더 아름다운 시어들로 시인들을 추모하고 그리는 작가들, 당장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정겹고 멋진 사진들, 기록도 없고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의 흔적을 찾아 뜨거운 태양과 차가운 바람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여행길에 오르는 작가들 덕분에 잊혀져 가던 시인들을 다시 만나게 된 책이다. 무심코 지나다니던 서울의 한 복판이나 소도시의 한 자락에 시인의 삶의 흔적과 시비가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삶이여, 시인의 눈물을 읽어라(홍사용 편)에서 ‘봄은 가더이다’의 한 부분을 설명하는 글이 마음을 울린다. 꽃이 지듯 우리 몸도 시든다. 삶은 나이테가 늘어갈수록 겹겹이 단단한 외벽을 쌓는다. 그래서 왠만한 충격은 살찐 아랫배로 통통 퉁겨내며 견딘다. 그런데 마음은 나이들수록 할머니 손등같이 꺼끌꺼끌해지고 생선비늘 마냥 얇게 닳아진다. 슬픔이나 눈물은 깊은 우물에서 길어올리는 샘물과 같이 차갑고 마르지 않는다. 매번 처음 당하는 것처럼 마음이 상처난다. 희한하게 슬픔과 이별과 눈물은 나이를 먹을수록 그 아픔이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온다-->p.158 그리고 “삶의 비타민, 시를 섭취하자”고 말한다. 시인은 바위와 같은 존재로 인간의 본성을 지켜오고 있다. 그는 우리 인생의 보호자이며 든든한 지지자이다. 어쩌면 시인은 삶의 목적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차분한 어조와 능숙한 은유로 일깨워주는 생활의 달인인지도 모른다.-->p.177 스물아홉의 짧은 생애를 살다 간 기형도의 ‘엄마 걱정’은 가장 최근까지 나에게 감성을 불러일으켜준 시였다. 나의 어머니도 어린 시절 열무나 채소를 머리에 이고 장에 가서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날이 많았었기에....... 그러나 시인의 불우했던 삶에 대해 별로 알지 못했었다. 가난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대학을 전체 차석으로 졸업했고, 학창시절에 탄 상장을 라면박스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상장 같은 것이 집안의 기쁨이 되지 못할 정도로 척박한 가정형편,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띠워 보내면서도 울지도 원망하지도 않았다는 시인의 고달픈 삶이 너무도 안타깝고 서글프게 느껴져 눈시울이 젖는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빈집’ 아름다운 시를 남기고 시인은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예술가는 두 가지의 죽음을 맞는다. 썩어 사라지는 육체의 죽음과 세상으로부터 잊혀지는 망각의 죽음. 기형도의 생애는 짧았지만 그의 시가 주는 여운은 아직도 살아있으므로 그는 영원히 현재형의 시인이다. 사랑을 잃고도 쓰기 행위를 멈추지 않았듯, 기형도는 죽어서도 쓴다. 이 우울한 세기가 계속되는 한, 기형도의 시는 영원한 아포리즘으로 남을 것이다.-->p.233 시란 어렵고 난해한 암호 같은 단어의 나열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문학을 알고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나 이해하고 누리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시란 한 사람의, 한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의 한 조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가난과 불운으로부터 망국의 한, 시대의 아픔과 상처, 사랑과 좌절, 삶의 온갖 희로애락이 정제되고 정제되어 비로소 한 편의 시가 탄생하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시인들의 시를 느끼고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과 흔적을 찾아야 된다고 신경림 시인은 말했다.-->p.295 삶이 버거울 때, 슬픔의 바다에 나홀로 떠 있는 것 같을 때 시인들을 찾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렇게 따뜻하게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혼자가 아니라고 손을 내밀어 준다. 오랜만에 차분하게 나를 돌아보게 하고 메말라 가는 정서를 되살아나게 해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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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요즘은 시가 많이 읽히지 않는가 보다. 시집을 끼고 다니는 여학생도 눈에 띄지 않는다. 노래 또한 시를 옮겨와 음을 붙이는 경우가 내가 보기엔 별로 없다. 지하철에 오르면 남여노소를 막론하고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며 대화하고 게임하고 영화보고 다들 바쁘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왠지 앞세기 사람같은 기분이 들 정도이니 시집은 더한 천대를 받나 보다.
학생때 외우던 시가 아직도 생각나 가끔 외워보기도 하지만, 나 또한 근래 몇년동안 시를 접하지 못한 것 같다. 서점에 가서도 시집을 계산대로 가져 가 본지가 언제인지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재미로 읽는 추리소설 위주이니 정신세계가 삭막해 지는 것은 이유가 있었나 보다. 이 책은 여행과 함께 동무하기 엄청 좋은 책. 이책은 시와 시속에 녹아있는 시인의 삶과 역사 추억도 함께 풀어 놓은 시 사전과 같은 책이다.
책을 기차에서 읽으면 왠지 더 느낌이 풍부해지고 감성을 자극해 센티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서울, 경기, 강원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들의 시인들의 삶과 시에 관하여 옮겨 놓았다. 이렇게 시를 잘 설명하고 해부해 놓은 책이라면 좀더 많은 시를 만나고 싶어 검색을 해 보았다. 그런데 앞서 나온 책들은 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것 같다. 얼마나 안 팔렸으면 싶어 또 가슴이 아프다. 아무래도 난 이 책 때문에 내 고향 남도의 시인들도 만나러 가야할 것 같다.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이전에 나온 추억의 시도 읽고 책에서 말하듯이 암호해석한듯한 시 해설서가 아닌 시와 생활과 추억의 만남이 풀어 해쳐진 시리즈지만 시리즈가 아닌 듯한 이 책들을 찾아 보려 한다.
여기 나온 시인들이 살아 가신 날들이 내 아버지 연배와 비슷하신 분이 많아서 인지 담배피는 모습의 사진은 내 부친을 보는 느낌이다. 예전의 담배는 지금처럼 구박덩어리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자나 여자 나이드신분들은 어쩐지 멋있어 보이기도 했으니 삶의 피곤함을 씻어 주기도 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위 사진은 도봉산 빨레골에 자리한 공초 오상순묘앞 바위의 재털이 사진이다. 저 사진을 보니 아주 예전 내 아버지는 아버지의 누이며 나의 고모인 분의 묘소에서 담배에 불 붙여 묘앞에 놓아 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생전에 많이 즐기셨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누님을 추억하시며 본인도 88골드 그 독한 담배를 피우시던 모습, 그 순간은 시인처럼 멋있으셨다. 오상순 시인은 얼마나 담배를 사랑하셨으면 공초일까? 조금 심하다 싶기도 하지만 예술가의 기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공감대가 잘 형성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조병하님의 시를 보면 그 시대 얼마나 애절한 사랑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첫사랑은 모두가 애절하겠지만 첫사랑을 읽어 보면 손도 한번 잡지 못한 애절함. 올 봄에는 조병하님의 문학관에 꼭 가보고 말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가 우리집과 2분정도 거리에 미당 서정주의 집이 있다. 하지만, 찾아 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 늘 관리인만 있고 집안은 한산하다. 시가 잊혀지는 것 같아 더욱 가슴아프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시에 열병을 앓기를 소망하는 작가님의 소망이 이루어 지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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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돌아갈 고향 같은 것이다 삶이 각박해서일까? 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다른 이들을 나두고서라도 나 스스로 시 한편 외울 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때 섬세함으로 세상과 자신을 보던 때 한편의 시는 미래에 대한 불투명과 현실의 버거움을 달래기 위해 시 한 편을 외울 줄 알았다. 그러던 때가 그리 멀지 않음도 알지만 나이 들어가는 것을 실감하는 지금 나에게는 외울 수 있는 시 한편 없다. 삭막한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분명하다.
시인들이 섬세한 가슴으로 세상과 스스로를 돌아보며 남긴 시가 왜 사람들에게 왜면 받게 된 것일까? 어쩜 시는 젊음을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달달할 것만 같았던 미래가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던 청춘시절에 자주 찾던 것이 시이기 때문이다. 내가 청춘을 보내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청춘들은 확실한 변한 시대를 살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며 모두가 경쟁자라는 압박이 존재하는 지금 청춘들에게 시는 사치일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시를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전문어로 시를 해부하고 마치 그것이 시를 읽고 이해하는 방법의 전부인양 해대는 현실의 반증이 아닌지도 모른다.
이런 세태를 벗어나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모임’이 그것이다.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문학을 전공하고 문학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이다. 이들이 시문학의 대중화와 창작 현장의 전파와 보존을 꿈꾸며 길을 나선 것이다. 그 결과로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에 이어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로 태어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미 발간된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의 시인을 ,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경상도 시인을 찾았던 가록이라면 이번 책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서울과 경기, 강원도에 뿌리를 둔 시인들을 찾아 나선 기록이다.
현국 현대 시인들의 시와 시인들의 삶 그리고 시문학 창작의 배경이 되었던 생가와 문학관들을 찾아가는 노정을 담았다. 서울의 오상순, 임화, 이상, 김수영 경기의 변영로, 홍사용, 조병화, 기형도 강원의 김동명, 이태극, 박인환, 이성선 등 총 열 두 명의 시인들에 대한 기록이다. 보통의 문학기행서와 형식은 비슷하지만 문학을 전공한 저자들의 글맛이 자신이 찾아간 시인들의 시와 적절하게 어울려 각기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시인의 시와 현장을 찾은 답사자들의 맛갈나는 글이 새로운 시 한편을 읽는 듯 매력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시문학 현장답사를 떠났던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문학 전공자들이라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기존 시를 학문적으로 설명하려는 흔적이 보이기도 해서 아쉬움이 있다.
오상순, 임화, 이상, 김수영, 홍사용, 조병화, 박인환 등 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어쩜 익숙한 시인들이다. 시를 통해 시인들을 만나면서도 정작 시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인 알아보기는 등한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에선지도 모르지만 시를 이해하는데 한계에 부딪치면 시와 멀어지게 되는 일이 일어났다. 지금 한 편의 시도 외우지 못하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도 한몫 했을 것이다.
시인들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 시인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하여 저자들은 시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과 그들의 문학이 꽃을 피웠던 장소를 찾아 이곳저곳을 찾아다닌다. 그 찾아가는 과정이 그냥 시인들의 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날그날 자신들의 섬세한 가슴으로 담긴 세상과 자연과의 만남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풍경을 담은 사진도 글맛과 더불어 독자들을 시문학으로 이끄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상과 자신을 보는 눈이 남달리 섬세하고 여린 것이 시인 아닐까 싶다. 이런 눈으로 세상을 보기에 벅찬 사람들도 일상을 떠난다는 것에서는 비슷한 눈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여행이다. 여행은 출발과 도착이 전부가 아니고 그 과정이 모두 여행인 것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그 여행의 과정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길에 가슴에 담은 시 한편 함께 한다면 각박한 세상에 살며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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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단어 앞에만 서면 나는 열등감을 느낀다. 지난 세월 내가 행해 온 책 읽기에 대한 회의감이 무럭 무럭 자라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시라고 하는 영역은 나에게는 신성 불가침 그 자체이다. 나이도 이제는 40대 후반을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 이제는 펼치기 보다는 하나씩 다지고 뭉쳐서 무언가 건실하게 하나의 구성체를 내 놓아야 할 초입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럴 때 시라고 하는 형식이 주는 그 압축성과 단단한 내적 구조가 더욱 나에게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역시나 나로서는 전혀 건드려 볼래야 볼 수 없는 장벽 그 자체로 다가온다.
지인들은 그냥 편하게 즐기라고 한다. 손 가는대로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그냥 펼치고 읽고 또 쓰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안된다. 나름 시를 읽어 보겠노라고 시집을 손에 들었어도 며칠 간 일뿐 어느덧 내 눈과 손은 압축보다는 풀어진 것을, 은근 보다는 노출을 더 편안해 하며 그 쪽으로 내 몸을 이끌어 가곤 했다.
그런 나의 시에 대한 열등감의 장벽에 균열을 만들어 줄 그 무엇이 필요한 시점에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책에 대한 소개의 글이 먼저 내 마음의 무장을 해제하였다 할까... 시 그 자체만 붙잡고 씨름하기 전에 먼저 그 시를 쓴 시인에 대하여 알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알아가는 과정이 조급하지 않고 내 호흡으로 쫓아 갈 수 있다면, 거기에 친절하고도 능숙한 안내자가 곁에 있어 준다면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시인들에 의한 시인들의 추적 르뽀라고나 할까? 이미 앞에 2권의 책을 발간한 바 있고 이번이 세 번째 책이라고 한다. 시인들을 출생 지역별로 나누어서 그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남겨 놓은 흔적들을 따라가며 더불어 그의 시상의 근원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집필 의도이다.
내가 거주하는 곳이 서울 근교이다 보니 먼저 이 책의 저자들의 출생지가 서울, 경기,강원 지역의 시인들이라는 점에서 한 수 마음 편하게 접고 들어가게 된다. 처음 이름을 듣는 시인도 있고 이상, 김수영, 기형도, 변영로, 조병화 등 그나마 이름 석 자라도 들어서 알고 있는 시인들도 있다. 모두 12명의 시인들이 다시 살아서 담배 연기 뿜어내며 시를 낭송해준다.
대부분 시간의 흐름 속에 이제는 그 자취마저도 거의 사라져 버린 시인의 흔적을 찾아 거리 곳곳을 무더운 여름 태양 아래, 빗줄기 속에, 혹은 서릿발 같은 추위 속을 헤치며 후배 시인들은 헤매인다. 그리고 그것들을 사진에 담아낸다. 시인들이 활동 할 당시의 대부분의 무대는 이제 그 흔적조차도 남아 잇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문학관의 형태로 아니면 조그마한 기념비나 산소로서만 시인들의 흔적을 더듬을 뿐이다. 그러한 추적의 동선에 추적하는 후배시인들의 감성이 더불어 같이 일어나면서 이 책은 기록된다. 추적하고자 하는 시인의 시에 대한 추적하는 후배 시인이 해석은, 그리고 시인을 쫓아가는 여정에 대한 시인들의 기록은 또 그 자체로 한 편의 시라고 할 수 있다.
편하게 마지막 장을 덮었다. 본디 속독이 체질화 되어 잇는 나이지만 식사 후 마실 산보 하듯이 여유롭게 한 장 한 장 지긋이 눌러 가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어라..그렇게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났더니 어느 사이 시란 놈이 옆에서 해말갛게 웃고 있네. 아직은 좀 어색하지만 무언가 친밀하고 기분 좋은 느낌으로 수줍게 악수하는 손을 내밀고 있다. 이번 기회로 이 녀석하고 친해 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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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양병호 외 지음/ 작가와 비평/ 2012.12.28. 나는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를 받고 속표지에 ‘ 詩 때문에, 술 마시고, 잠 못 들고, 사랑하고, 살아간다.’라고 만년필로 적었다. 시는 언제나 나의 설렘이고, 나의 숙제였고, 헤어진 연인이며, 막 태어난 자식이었다. 이 책 이전에 벌써 두 권이 나왔다. 전라도와 충청도 시인들을 탐방하였던 기록을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로, 그리고 경상도 시인들을 탐방하였던 기록을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로 출간한 바 있다. 서울과 경기도와 강원도 시인을 찾아다니며 엮은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로 이 시리즈를 마감한다. 북한과 중국과 일본의 한국 시인들에 대한 탐방은 숙제로 남겨 놓았다. 아마도 저자들은 전북대학교를 무대로 함께 현대시를 공부한 학문적 선후배들인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들이 함께 고민한 것은 현대시 연구의 전문성을 심화해야 하는 학문적 성취와 시와 독자를 행복하게 만나도록 해주는 중매인의 역할에도 사명의식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공감대를 갖고 출발했다. 시인이 살았던 공간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시를 이해한다. 시인의 시 정신을 기행의 서정과 결부하여 이해한다. 해설 텍스트와 사진을 병행 편집하여 이해의 친밀성을 강화한다. 일반 독자 중심의 편안한 문체를 지향한다. 서울 지역의 시인으로 ‘나는 하나의 티끌이다(오상순)’, ‘종로 네거리에 나를 묻어 달라(임화)’, ‘절망은 기교를 낳고 기교는 절망을 낳고(이상)’, ‘시여, 침을 뱉어라(김수영)’가 있고, 경기 지역의 시인으로 ‘시린 강물에 양귀비꽃 흘러라(변영로)’, ‘삶이여, 시인의 눈물을 읽어라(홍사용)’, ‘나는 잃는 예습을 하고 있습니다(조병화)’, ‘우울한 도시에서의 짧은 기록(기형도)’가 있고, ‘허무의 뜰에 잠깐 앉다(김동명)’, ‘물가에 서서 마음을 비워보다(이태극)’, ‘그대, 서늘한 가슴아(박인환)’,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이성신)’ 등 열 두 명의 시인들을 찾아 나선 문학기행이다. 시인들의 시를 느끼고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과 흔적을 찾아야 한다고 신경림 시인은 말했다. 작가들이 살아온 발자취를 주의 깊게 더듬어 가다보면 문학을 건드리는 그들만의 삶의 촉에 놀라곤 한다. 그래서 그들의 문학이 더 값지게 느껴지는 것이다. 대게 시기적으로 일본 식민지 시대를 살아온 시인의 삶에서 조국에 대한 사랑과 광복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고, 해방 이후의 혼란과 6,25사변과 같은 민족적인 비극을 경험한 시인들은 한 개인의 존엄성과 근원적인 생명력을 찾아서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민초들의 삶을 함께 보듬고 고민하고 아파했다. 그 이후에 활동한 시인들은 민주주의와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어떤 시대를 살아도 시인들은 자연에서 얻는 생명과 순환의 질서를 표현했다. 현대에서 과거의 시인들을 기억하는 것은 단지 텍스트를 통해서도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지자체서 문학관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 문학관을 통해 시인의 삶을 더듬을 수 있다. 문학공간은 ‘문학 텍스트를 본질적으로 규명하는 출발선’이라고 말한다. 바슐라르는 문학 작품에 나타난 공간을 ‘사상이 공간화 되는 실체’라고 했다. 그래서 문학관이 명소화되는 것은 시인의 이름을 걸고 유형, 무형의 실익을 추구하는 문화 산업의 한 형태라 하지만, 그것만으로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우리 삶에 문학이, 시가 깊숙이 들어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 출신의 시인들의 문학관을 찾아보고 함께 가꾸고 보살피는 것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작은 책무이기도 하다. 그 시대를 대변했던 시인의 삶을 통해서 그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는 원초적인 힘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