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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접해서 직접 본 적도 없으면서 '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이 있다.『오페라의 유령』도 그랬다. 번역본이 많아서 어떤 것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그나마 얇아 부담이 덜 할 것 같은 더클래식의『오페라의 유령』을 골랐다. '세계 여러 곳에 숨겨진 어학 관련 작품을 발굴·기획·번역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베스트트랜스'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정말 읽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내가 너무 읽기 쉬운 책만 읽었던 것일까. 한 장 넘어가기가 높은 고개 넘어가는 것 같았다. 기자 출신이라는 가스통 르루가 즐겨 쓰는 방식이라는데, 기사를 읽는 건지, 소설을 읽는 건지, 그냥 기사도 아니고 100년 전 기사라서 고역이 따로 없었다. 솔직히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다. 기사도 기사지만, 외모를 떠나 괜히 못나 보이는 라울, 우유부단한 크리스틴, 독단적인 오페라의 유령에게 매력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장도 긴 편이고, 오타도 많아서 그만 내려놓으려는 찰나, 비로소 드러나는 진실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정말 다행이었다.)
불쌍하고 가엾은 에릭! 그를 동정해야 좋을까, 증오해야 할까? 그는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만을 원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 흉측하게 생겼다. -p. 359
처음부터 중간까지는 인물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숨겨진 진실이 너무 많았기에.)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크리스틴처럼 '가엾은 에릭'을 외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외모 때문에 부모에게도 버림 받은 불쌍한 에릭.. 외모가 뭐라고.. 그러나 외모.. 지금 이 시대에도 얼마나 따지는가. 그나마 지금은 가면보다 더 효과적인 성형수술이 있으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가.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 역시도 외모 따지느라(내 자신은 가꾸지도 않으면서) 결혼도 못하고 있으니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다만, 에릭.. 다음 생애에서는 평범하게 살아가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