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뭘까? 아니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그 안에 인간의 욕망과 좌절,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 영웅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절감한다. 뜻을 세우는 것은 인간의 몫일지언정, 그것을 이루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 무관함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때 모든 문화의 근원이었던 그리스가 이제는 관광객의 발길조차 뜸해진 폐허가 된 모습을 보며 '화무십일홍'의 진리를 다시한번 곱씹어본다.
인간이 쌓아올린 것들 중에 무너지지 않는 것은 없으며, 지키려는 것 중에 영원한 것도 없다. 빼앗으려는 욕망은 능동적이고 지키려는 본능은 수동적인 탓이 아니겠는가. (p.64)
이 책은 그리스 여행기이다. 펠로폰네소스의 관문 코린토스에서 시작해 스파르타에 이르는 형식으로, 이 책은 그가 앞으로 쓸 그리스 기행 10여 권의 책 중 첫번째 권이다. 여느 기행 서적과 차별화 된 점이라면 단순히 현지에서의 감정 사진만 실어 놓은 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에는 그리스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행문과 역사서를 섞다 보니 이 책은 연대기적 구성이 아닌 장소의 이동에 따른 서술이 적혀있다. 각각의 장소를 따라 그리스 신화의 궤적을 함께 밟으면 설사 그리스 로마 신화를 탐독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책은 쉽게 읽힌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입을 빌려 그가 우리에게 남기고자 했던 말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려준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형식이 다소 특이하다. 코린토스의 항구를 보며 카잔차키스의 책의 한 구절을 들려주는 한 부분을 보자. 만약 바다가 그 자신의 가슴을 가로지르던 고대의 배들이 남긴 흔적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녀의 얼굴은 온통 주름살 투성이가 되었을 테지. 바다는 그것을 잊어버리고, 그리하여 젊을을 유지하는 것일 게야. p.112(니코스 카잔차키스, 코린토스 만) 저자는 이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과 카잔차키스의 책에서 감동 받았던 부분을 현장에서의 목소리로 재현해 낸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한편은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이 단순한 기행문에 지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박경철'이라는 인물 때문이다. 그는 의사면서도 지식인으로서 상당한 지지자를 가지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곳곳에 실려 있는 역사에 대한 '일침'에 눈길이 갔는데 이는 '정치'라는 두 글자에 완고히 손사래 치며 급하게 떠났던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영웅 콜로코드로니스의 생애와 그를 둘러싼 범인들의 행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인간의 눈은 당대성을 넘어설 수가 없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역사의 눈꺼풀에 씐 비늘이 떨어지면 진실은 드러나는 법. 그제야 대중은 역사를 전설로, 전설을 다시 신화로 만들며, 그를 무덤 속에서 불러내 영웅의 자리에 앉히게 되는 것이다. (p.150)
이 책은 양 극단에 서 있는 정치인들에게 동상이몽의 짜릿한 경험을 하게 해 줄 것이다. 분명 스스로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그들은 아직 대중은 나의 위대함을 몰라주는 것이라며 역사의 판단을 기대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착각이 없었다면 역사 속의 어떠한 무모한 도전도 없었을 것이며, 발전 또한 없었을 것이다. 끝없이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고도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시시포스의 운명처럼 인간의 운명은 덧없는 것이지만 역사는 그의 처절한 싸움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
|
여행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일에 틀림이 없다. 더군다나 시간제약 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여행이란 우리 모두의 꿈일지도 모른다. 까지껏 큰 맘먹고 떠나면 될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여행을 할라치면 걸리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결국 언제 올지도 모르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마음을 접는다. 그리고 평생 그 여행을 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생각이다. 자신이 가보고 싶었던 곳,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임에 틀림이 없고, 또한 그런 여행을 시작한 저자의 용기가 부러운 것은 어쩔수가 없다. 나도 그런 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기에.. 서구문명은 누가 뭐래도 그리스로부터 시작된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문명이 로마를 거쳐 현대에 이르렀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보았을 때,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제목처럼, 그리스는 서구문명의 배꼽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리스 문명하면 우리는 자연스레 그리스 신화를 떠 올린다. 그 신화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해도, 우리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몇 명의 신들은 수없이 들어보았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허나 그런 신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책을 읽는 내내 나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되었다. 저자는 청년시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저작을 읽고서 서구문명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카잔차키스의 저작들을 차례로 찾아 읽으면서 책으로 얻는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발로 뛰어다니고 몸으로 부딪치며 문명의 현장을 느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여행을 시작했고, 서구문명의 발원지인 그리스는 당연히 그의 첫 번째 답사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이처럼 저자가 문명의 발상지를 돌아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여행기이지만, 어떻게 보면 카잔차키스를 가이드 삼아 여행도중 그와의 대화를 기록한 대화록이라 할 수도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서구문명을 공간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답사한 지역에 얽힌 역사를 이야기하고, 신화와 전설을 이야기한다. 그러기에 공간은 달라졌지만 역사는 반복되었고, 신화와 전설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역사는 그 지역에서 전설이 되었고, 전설은 공간을 초월하여 신화가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그리스여행지의 시발점으로 펠로폰네소스를 택했다. 코린토스, 네메아, 올림피아, 스파르타 등, 우리가 한번쯤 들어 봄직한 도시들이, 유적들이 바로 펠로폰네소스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들 도시의 그리스 유적들을 답사하면서 그곳에 서려있는 역사와 신화들을 소개한다. 때로는 역사가 전설이 되고, 신화가 역사가 되곤 하지만, 그 밖에도 그리스인들이 중요시했던 것은 무엇인지, 그리스 문명이 로마문명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설명하기도 한다. 가령 그리스인들이 신전을 세울 때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은 자연과의 조화였다. 이것이 그리스 신전과 로마신전의 가장 큰 차이임을 주위경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코린토스의 아폴론신전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하고, 또 그곳에 어려있는 역사와 신화를 알려주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역사와 전설은 공간과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다양성을 기초로 포용성이 그들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문명의 본질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문명이란 다양성이라는 비옥한 토양 속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이 자유롭게 겨루는 창조적 긴장이라는 씨앗에서 발아하여 이룬 결실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행이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그만큼 사전 준비도 만만치 않음을 말해주는 것과 같다. 유적지에 서려있는 역사에서는 정치가들의 웅변을 듣고, 전설과 신화에서는 영웅들의 사랑과 도전과 모험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공간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동을 하여 과거로, 전설로, 신화로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만만찮은 사전준비는 감탄을 넘어 부럽기까지 하다. 적어도 여행을 하려면 이만큼은 준비를 해야,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도 준비를 많이 한 여행이기에, 읽는 사람도 그 정도의 준비는 아닐지라도 그리스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전설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리스 신화는 한번쯤 읽어 본 다음에 이 책을 접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리스 신화를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었기에 책을 읽는 속도는 더뎠고, 내용을 제때 이해하지 못해 몰입의 정도 역시 약할 수밖에 없었다. 총 10권의 책으로 정리할 예정이라는 저자의 그리스 문명탐사 여행기, 기대되기는 하지만, 당장 2권부터 내가 읽을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
|
그리스! 정말 여행해 보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이다. 눈부신 지중해의 햇살과 짙푸른 바다의 아름다움도 멋진 풍경을 이룰 것 같지만, 신화와 역사와 문명과 인간의 삶이 녹아 있는 수 많은 이야기들도 만날 것 같은 곳이다. 그리스 옆 동네인 이탈리아는 가 봤지만 정작 문명의 발상지인 그곳은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문명의 배꼽'이라고 명명한 그리스 여행기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저자의 여행기는 그리스 유명지를 찾아 그곳에서 과거의 신화와 역사를 반추해 보는 공간 여행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의 문명의 현장을 답사하는 여행에는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함께 한다.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저자는 그리스 문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쇠락의 흐름을 역사적, 철학적으로 짚어 본다. 그리스 전체를 횡단하는 일정이지만 출발점은 펠로폰네소스이다. 이곳이야말로 그리스문명이 태동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박경철 그리스 기행’ 제1권인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수 많은 영웅과 그 영웅을 닮으려는 그리스인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스인들은 현실적이었다. 자기 자신을 이상화한 영웅의 모습을 창조하고 그것을 닮으려고 노력했다. 그리스 신화에는 자신의 운명에 끝없이 도전하며 스스로가 신의 반열에 오른 영웅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인간이 곧 신이었고, 신이 곧 인간이었다. 이렇게 사상과 종교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그리스인들은 일찌감치 인간에 눈을 떴던 최초의 인간이었던 셈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와 역사에 빠지다가도 가끔씩 멋진 풍광사진을 보면서 여행기를 읽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직 여행해 보지 않은 곳이라 소개된 곳이 어디인지를 지도에서 확인하는 수고스러움은 있지만 전혀 귀찮지 않다. 그러면서 가끔 수천년의 시간의 간극을 너머 현재 그리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힘든 현실을 만나기도 한다. 인류문명의 장시자들이 현재 EU에서 천덕꾸리기 취급을 받는 것은 무슨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인의 관용과 포용정신을 바탕을 두고 로마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우리에게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세계화와 신패권주의 정신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저자는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인류의 근원적 구원과 자유를 표상하는 그리스에서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인간의 본성, 자유에 바탕을 둔 구원이라는 화두는 우리가 추구해 나가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이상을 향한 강한 의지, 지치지 않는 용기, 불굴의 도전을 통한 실천... 어느 시대에나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보다. |
|
'시골의사' 박경철. 그가 이십대 청년 시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저작을 읽으며 서양 문명의 배꼽인 그리스 기행을 꿈꿔왔다고 합니다. 가슴에 묻어두었던 꿈을 펼치기 위해 지천명을 앞두고 그리스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문명을 순례하는 노마드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의 발과 눈, 마음을 따라 그리스 여행에 동참합니다. 저자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저작들을 구할 수 있는 만큼 구해서 읽고 또 읽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니코스가 그리스에 대해 언급한 말을 서문에 인용하는군요. "그리스의 얼굴은 열두번씩이나 글씨를 써넣었다 지워버린 팰림프세스트이다." 쓰인 글자를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쓰게 되어 있는 양피지인 팰림프세스트처럼 열두 가지의 서로 다른 빛깔을 지난 나라 그리스. 저자가 굳이 이렇게 길고 고된 여행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고도 분명하다고 합니다. '즉물궁리(卽物窮理)', 곧 사물에 나아가 그 이치를 궁구해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르고자 했다 합니다. 더디고 고될지라도 현장으로 나아가야만 비로소 내가 만나고자 하는 한 문명과 역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이야깁니다.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스는 지중해의 태양 같은 뜨거운 격정과 말라비틀어진 마른 풀 같은 무기력이 공존하고, 처음 만난 여행자를 집으로 들여 재워주는 인류애적인 친절과 백주대낮에 불법체류자를 둘러싸고 돌을 던지는 야만이 공존한다." 그리스 여행을 위한 비수기는 9월에서 4월 사이군요. 기억 해놔야겠습니다. 저자가 가는 곳곳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저자가 지니고 있는 신화에 대한 식견이 상당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매우 오랜 기간 책과 자료를 통해 준비했음을 느낍니다. 특이한 것은 저자와 여행길을 함께 하는 이가 있는데, 그는 곧 니코스 카잔츠키스 입니다. 저자가 읽은 책 속에서 니코스가 살아나와 여정을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 곧 니코스가 곁에서 해주는 말은 니코스의 저작에 나오는 귀절들입니다. "아르고스는 스파르타에 맞서 공화정을 유지하려 한 펠로폰네소스 반도내의 거의 유일한 도시였다. 따라서 펠로폰네소스 내에 고립된 성과 같았고, 조상들의 그런 기질은 지금도 여전히 아르고스 사람들에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헤르메스의 시링크스에서 쉬 잠들지 않았던 100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처럼, 그들의 자존심도 그리 쉽게는 잠들수 없는 모양이다." 저자의 여정은 생명의 길로 불리우는 '바사이'로 향합니다. 그곳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그리스 사람들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인 공동체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리스 사람들 정말 대단하군요. 해발 1,130미터 지점에 신전을 세워놓았으니 말입니다. 그것도 도리아 양식의 육중한 돌기둥을 자랑하는 대 신전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아폴론 에피쿠리우스 신전입니다. 이 신전은 언제 어떻게 지어졌는지 아직도 미궁에 싸여 있다고 하는군요. '스파르타 교육','스파르트식 교육'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작금의 상황에선 기숙학원의 모토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만, 스파르타식 교육은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거는 열혈엄마들의 로망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보수주의자들에겐 '스파르타식'이라는 향수가 통제와 규율을 위한 조건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을까요. 군사강국을 지향한 '획일적 패권주의'로 표현되는 '스파르타'에 대한 저자의 상념은 길게 이어집니다. 스파르타의 전사들은 '자신'이 아닌 '국가'를 위해 싸웠다고 합니다. 그들은 전정에 나서면 목숨을 구걸해 살아 돌아오기보다 죽어서 방패 위에 실려서 돌아오기를 바랐다고 하는군요. 스파르타인들은 남녀 모두 모든 면에서 탁월함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스파르타의 역사에 대해선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더욱 많다고 하는군요. 그 외에도 스파르타의 특징적인 체제가 관심을 끕니다. 첫째, 스파르타의 법은 문자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관습으로 계승되는 것을 대전제로 했다. 둘째, 법의 주요 원칙은 원시 공산주의적 규제에 가깝다. 셋째, 왕이 둘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루시아'라는 원로원을 구성해서 시민권과 왕권 사이에서 중요한 균형추의 역할을 했다. 넷째, 경제의 기반인 토지소유는 관한 것인데, 스파르타 시민들에게 동일하게 분배를 해서 완전한 평등체제를 유지했다는 점. 등이 특징적인 요인으로 설명됩니다. 저자의 글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군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지식은 물론 그곳, 그네들의 역사를 꿰뚫으면서 그가 발길을 내딛는 곳마다 깊은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2011년 겨울부터 시작한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스 전체를 횡단하는 것은 물론 고대 그리스 권역을 아우르는 마그나 그라이키아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모두 열 권의 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하니 독자의 입장에서 그의 여정이 잘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임종 직전에 쓴 메모글이 저자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 "나는 이제 연장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두렵거나 지쳤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해가 저물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남은 여정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
|
제목: 넓고 깊게 그리스 여행하기, 『문명의 배꼽, 그리스』
아는 만큼 보인다, 이 말이 정말이라면 나는 이 책 『문명의 배꼽, 그리스』을 처음 접하면서 나는 눈뜬 장님이 된 기분이었다. 두꺼운 두께, 적당히 묵직한 책의 무게감은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낯선 이름과 함께 나의 눈을 멀게 했던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그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니. 늘 피해왔던 그 작가와 그 책을 여기에서 만나는 구나, 나는 탄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별자리 이야기, 그리고 꽃들의 전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어려있는 신들의 발자취를 나는 늘 동경해왔다. 어릴 때에 즐겨듣던 교육방송 라디오에서 별자리 이야기를 하면 늘 등장하던 것이 신들의 이야기였다. 포세이돈은 얼마나 강렬하고도 멋진 존재로 내게 다가왔는지. 나르시시즘은 왜 또 꽃 이야기 속에 숨어있었지. 작가 이윤기 선생님이 직접 해설을 하신 책들도 두루 읽으면서도 나는 막상 그리스를, 그리고 그 부르기도 낯선 꼬부랑 외국어로 적힌 신들의 이름을 어려워 했던 것 같다. 9개의 장으로 크게 구분되어진 이 그리스 여행기는 역시나 처음부터 말썽을 일으켰다. 저자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관문, 코린토스를 향해 기운차게 걸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코린토스’라는 지명이 낯설기만 했다.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 버린 채 즐거이 떠나는 그와 박경철 선생님을 원망스럽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제가 카잔차키스 선생님과 안친하다고 안챙기고 그냥 가시는 거죠?’하면서. (그리고 슬프게도 이 ‘코린토스’ 이야기는 9개 중 4개 장에 걸쳐 펼쳐진다. 맙소사.) 카잔차키스와 저자가 나란히 문답을 하면서 즐거이 걷는 그 길을, 한참을 쉬었다 걷다 뒤처진 걸음을 따라잡다 보니 그리스의 이야기가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라면, 나는 이 여행을 함께 걸으면서 ‘내가 아는 한국’을 통해 ‘그리스’를 알아가기로 마음먹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다.
"로마인들과 그리스인들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였다네. 하지만 그들이 코린토스에 대해 가진 집착은 유별난 데가 있었어.“ 그는 그것을 ‘집착’이라고 표현했지만, 애당초 로마는 코린토스를 적대시하지 않았다. (p.49)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민족은 노예의 신세를 면할 수가 없지, 아무렴. 분열은 반드시 역사의 대가를 치르는 법이야.” (p.55) 로마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자신들을 괴롭히던 마케도니아의 힘이 약해지자 코린토스인들은 로마에게 기대기 시작했다. 외세를 이용하여 해방을 이루겠다는 기대는 짐짓 삼국 시대의 말기의 신라와 고구려의 힘싸움, 그리고 당나라의 지원이 떠올랐다. (혹은 어렴풋이 광복 이후의 조선이 떠오르기도 했다.) 페리안드로스는 운하건설을 꾀하였지만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큰 배는 지나지 못하고 작은 배들만 오가는 한가로운 관광지가 되어버린 코린토스를 바라보며 저자는 무엇을 떠올렸을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떠올려야 했을까.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건 정말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저자와 내가 가만히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운하를 바라보자 카잔차키스가 말한다. “각 시대는 그 시대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을 의식하지 못하는 법이지. 각 시대는 지나간 시간 속의 사상과 사건들 중에서 오늘의 시대에 동화하고 변화시켜 행동화할 수 있는 것만을 적절히 선택할 뿐이거든.” (p.125) 저자는 시대가 바라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그의 말을 내게 풀어 설명해주었다. 또 대중의 일부로서 내가 깨달아야 하는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지도자는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 더군다나 무모하게도 역사와 직접 대화하려는 지도자는 위험하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지도자의 욕심은 눈을 멀게 하고 이성을 마비시켜 반드시 무모한 결정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역사에 남겨야 할 것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동시대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역사상 최초로 어떤 일을 한 지도자’ 혹은 ‘이 엄청난 구조물을 건설한 지도자’ 혹은 ‘이런 제도를 만든 지도자’처럼, ‘최초로’라는 이름을 만기는 것에 집착하는 유아적 도취에 빠진 지도자를 둔 국민은 불행할 수 밖에 없다. (p.126) 시골의사 박경철을, 그 누가 ‘시골’의사라고 얕잡아 볼 것인가. 그의 눈은 한낱 그리스의 낡은 운하를 바라보면서도 시대와 역사와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바라보고 있는데. 나는 멋모르고 쫄레쫄레 떠나온 그 길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코린토스의 지리한 역사를 길게 늘어놓는 것도 어쩌면 저자의 계획의 일부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다른 지역의 문화재의 속성을 꿰뚫어 보는 심미안 또한 가졌다. 이름은 달리 불리우고, 시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각자가 가진 조각상, 그리고 신전의 기둥하나까지 그는 속속들이 파악하고 우리에게 설명해준다. 폐허가 된 신전의 공터 혹은 바윗돌 하나까지도 그는 샅샅이 살피는 매의 눈을 가졌다. 그의 말을 빌어 그리스를 둘러볼 수 있게 된 것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저자는 또 ‘행운이 따라다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낯선 유럽의 여행지에 나타난 동양인에게 여러 행운이 따랐으므로. 아침 개장에 맞추어 방문한 저자에게 혹자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그를 미행하기 위해 따라 붙었던 사람은 그의 좋은 유물 가이드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리다가 카잔차키스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나에게도 영웅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친구입니다.” 그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스인들에게 우정이란 이런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같이 사랑하고, 내가 살아가는 곳에 같이 살아가고, 내가 아끼는 것을 같이 아끼는 사람. 그것이 친구이고, 친구에게는 모든 선의를 베풀어야 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인들의 명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정’이란 말의 의미다. 이 우정은 곧 명예고, 거기에 용맹을 더하면 탁월함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명예를 누구보다 드높인 사람을, 그들은 ‘영웅’이라 부른다. (p.321) 저자에게 카잔차키스가 영웅이라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우정을 보여준 어떤 택시 운전사의 미소. 나는 그 안에서 경주나 제주도 같은 관광지에서 생활하고 있을 법한 우리의 택시 운전사 아저씨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들 앞에 나타난 ‘멀리서 온 서양인’은 우정을 보여줘도 될 친구로 받아들여질까, 아니면 한국 실정 모르니 마음껏 뜯어내도 될 돈줄로 보일까. 아마도 전자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적지 않을까.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마음이 열린, 우정이 가득한 택시 운전사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 우리에게 ‘우정’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마음 속에 코잔차키스를 품고 그렇게 여유롭게 그리스를 걷는다. 그리스의 종교와 사람들과 유적지와 사상, 그리고 역사를 차근차근 곱씹으며 천천히 걷는다. 그래서 앞으로 이 그리스 기행 시리즈는 아홉권 정도의 책이 더 나올 것이라 한다. 처음에 멋도 모르고 따라나선 나마저, 이 찬찬한 걸음 걸음에 동화되어 버리고 만다. 남은 아홉권의 분량에서 또 얼마나 깊은 이야기가 오고갈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헤로도토스의 『역사』, 이윤기 선생님이나 천병희 선생님이 번역하신 온갖 책들의 목록을 따로 챙겨 적었다. 분명 함께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더 많이 보기 위해서는 ‘이 책들’을 읽어놓는 편이 더 행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욕심일 뿐, 책은 참 친절하게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쉬엄쉬엄 간다면 저자의 목소리만으로도 그리스는 잘 보인다.) 한편으로는 우리 ‘한국’을 찾아 오는 낯선 이방인의 모습도 떠올려봤다. 저 멀리에 사는 낯선 이방인 하나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을 읽고 혹은 삼국유사를 읽고 혹은 고은 시인의 시나, 백석 혹은 이육사의 시를 읽고 한국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까. 그들의 글 속에서 ‘한국인’을 가장 잘 알아봐줄 독자는 어디 없을까. 나는 그 설레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가 누구이건 한국에서 한국의 역사와 사상과 종교, 그리고 우리 민족을 꿰뚫어 ‘한국 기행’을 책으로 써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의 책을 사고 또 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하리라 생각해봤다.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카잔차키스와 저자가 다음 여정으로 얼른 오라며 내게 손짓해준다. 아, 조금 어렵지만 즐거운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리스는 참 넓고 깊다. .
|
|
최근에 ‘르네상스 미술’을 읽으면서 르네상스가 가지고 있던 본연의 의미가 그리스 로마 문화로의 회귀라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인문학이 그리스 문학을 뜻한다는 것도 처음 안 사실이다. 인문학은 그리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 그리스가 품고 있는 문화유산들은 인문의 보고(寶庫)이다. 인문의 보고로서 그리스를 만나는 긴 여정이 바로 이 책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이 지도 하나 달랑 들고 찾아간 곳 그리스에서 '인문탐험'이라는 대장정의 서막을 올린다.
이 책은 저자 박경철이 젊은 날,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첫 만남에서 시작된 문학의 열병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나라까지 동경하게 되고 그 동경이 꿈으로 실현된 기록과도 같다. 문학과 함께 그리스를 여행하는 꿈을 실현하는 모습은 저자가 누비는 여행지 곳곳에서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목소리를 듣는 형식으로 나타나는데 마치 예술과 문학이 잘 접목된 환상적인 패키지여행을 하는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하였다. 인간과 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평생 자유를 찾기 위해 투쟁해왔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인간 본연의 가치를 담고 있는 그리스라는 매혹의 나라는 서로 너무도 닮아 있었다.
한때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몹시 혐오한 적이 있다. 제우스를 여자만 보면 환장하고 덤벼대는 발정 난 수캐처럼 생각했고, 로맨스를 축으로 저주와 증오와 복수가 판을 치는 신화를 보며 무척이나 황당해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던 것은 문화나 예술에 언제나 등장하는 신화였기 때문이었다. 세상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르면서 미술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이제와 다시 생각해보니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는 색다름이 있다.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욕망의 결정체라는 것. 인간이 욕망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보이지 않던 그리스인들의 특성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자 박경철은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이런 그리스인들의 특성에 대해서 ‘안티시쥐지’ 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 단어에는 물과 불처럼 서로 다른 극성을 지닌 이질적 특성들이 격렬하게 투쟁하고 있다는 함의가 있다.
![]()
그리스에는 지중해의 태양 같은 뜨거운 격정과 말라비틀어진 마른 풀 같은 무기력이 공존하고, 처음 만난 여행자를 집 안에 들여 재워주는 인류애적인 친절과 백주대낮에 불법체류자를 둘러싸고 돌을 던지는 야만이 공존한다.
그리스인들의 이러한 특성은 그리스를 여행하는 저자의 감정을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오랜 풍상을 겪으며 자리를 지켜온 고대 유적지에서 읽혀내는 그리스의 역사 또한 이런 이중성을 지닌다. 문명과 예술에서조차도 인간과 신의 조화로 완벽한 美(미)를 추구하려 했던 그리스인들의 특성은 그대로 문화로 뿌려져 싹을 틔웠다. 고대 코린토스의 영광 위에 세워진 로마인들의 시장과 페이레네 샘에 얽혀있는 전설. 비극적 드라마와 찬란했던 영광의 잔해가 남겨져 있는 제우스 신전. 완벽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헬레니즘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헤르메스상의 신화와 본질을 꿰뚫는 문학의 깊이는 여행이 가진 참 뜻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진정한 여행이란 이렇듯 땅이 전해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삶의 본질을 꿰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그리스라는 땅이 알려주는 소리를 그대로 담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진리보다 더 진실한 것이 무어라 생각하나? 그것은 바로 전설이라네. 전설은 덧없는 진실에 영원한 의미를 부여하지.” 나는 가끔 그리스인들이 아름다움에 집착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편견은 헬레네라는 여인으로 인해 심어진 것 같다. 파리스와 사랑에 빠져 타국으로 도망한 뒤, 전쟁을 통해 다시 되찾은 여인 헬레나를 대하는 그리스인들의 자세에서 느꼈던 것은 그들에게 아름다움(美)이란 모든 것을 초월하는 ‘최고의 선善’이 아닐까하는 생각에서이다. 1권은 이렇게 코린토스를 시작으로 올림피아, 미케네, 스파르타, 아테네가 있는 아티카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여정이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신화가 살아 숨 쉬는 유적지라는 사실이다. 헬레나와 파리스가 묵었던 숙박 지나 헬레나와 파리스가 떠날 배를 묶었던 쇠막대가 실존하는 곳이 바로 그리스이다.
시골의사에서 인문탐험가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저자 박경철의 그리스 여행기는 이 책이 끝이 아니다. 각각의 여행은 제1부 펠로폰네소스 편 세 권, 제2부 아티카 편 네 권, 제3부 테살로니키 편 한 권, 제4부 마그나 그라이키아 편 두 권 등 모두 열 권이라는 대장정의 길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과거를 통해 현재의 삶을 최선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문명보다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국가부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현재의 그리스가 둔중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가운 지성과 따뜻한 감성이라는 만찬에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를 에피타이저로 곁들여 낸 아주 독특하고도 스페셜한 여행기이다. ^^
|
|
그리스하면 그리스 신화가 가장 먼저 생각나고 이어 예전에 CF를 통해서 본 영상이 저절로 떠오른다.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그리스 신화인데 책은 물론이고 어린이 만화영화까지 빠져서 볼 정도로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은 나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신과 신전, 지나온 역사를 통해서 만나게 될 발자취를 더듬어 가면서 그리스가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인지 문명의 시작이며 중심지에 있었던 그리스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아주 즐거운 시간을 제공해 주는 책 '문명의 배꼽, 그리스'
그리스로 내가 좋아하는 박경철 원장님이 문명 순례자가 되어 떠났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박경철 원장님에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여러권의 책을 찾아서 읽고 떠난 여행... 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이라고는 '그리스인 조르바' 밖에 읽은적이 없기에 박경철 그리스 여행길에 쏟아놓은 이야기를 보면서 이 작가의 책을 가까운 시일내에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원전 5세기 말에 있었던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각자의 동맹 도시를 이끌고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중심지인 펠로폰네소스로 향하는 첫 관문인 코린토스를 시작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역사 속 흔적속에서 만나게 되는 신화 속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들이라 알고 있었지만 역사속 사실들과 인물들에 의해서 역사가 단지 역사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곁에서 살아 숨쉬는 신화로 자리매김할 수 밖에 없었던 사실과 만나게 해준다.
사람마다 여행지를 탐사하는 습관이나 생각이 있다. 박경철 원장님은 박물관은 꼭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일등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30분이나 개장시간보다 먼저 도착하고 들어갔지만 이후 아무도 입장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읽다가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으며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경계 대상이라 박경철 원장님을 따라 붙었던 관리인과의 동행으로 예상치 못하게 더 풍부하게 듣게 된 유적지와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세계에서 많이 찾는 이름만 되면 아는 박물관들과는 달리 지역박물관이지만 놓치면 결코 안되는 올림피아 박물관은 나도 그리스를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려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낯선 여행자를 배려한 요금을 안 받은 매표소 직원의 이야기에 이기적이라는 서양인들과 다른 정이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또 외부사람들에게 쉽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철학자의 수도원 역시 책을 읽으며 왠지 마음을 끄는 장소였다.
그리스는 나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었다. 터키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같이 여행을 했던 사람들뿐만아니라 많이 여행을 다녀 본 사람들도 그리스에 대해서는 크게 매력적인 나라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저자의 눈을 통해 만나게 된 그리스는 신과 신화, 문명과 문화가 만나 어떤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 눈으로만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그리스란 나라가 가진 이야기가 얼마나 무궁무진 많은지 새삼스럽게 알게 해준다.
박경철 원장님은 그리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통해서 일반 사람들이 그리스 여행을 계획하면 만날지도 모를 여러가지 어려움에 대해서도 살짝 알려준다. 렌트카는 공항이나 시내중심지에서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는 업자에 의해서 예상치도 못한 금액을 물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보통 어느 나라나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숙소를 묻게 되면 바가지 요금에 형편없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우가 흔하지만 그리스에서는 그런 걱정은 애초부터 붙들어매어도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엇다.
책을 읽는내내 너무나 놀랍고 감탄했던 부분은 박경철 원장님이 알고 있는 신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가 그 깊이를 알수 없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박경철 원장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역사적 흔적들과 신화에 대한 그림이 담겨진 사진들이 꽤 많이 나온다. 그중에 단 2장에서 박경철 원장님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리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들릴 곳으로 저자가 생각해 두었던 '프로드로무 수도원'의 수도원장과의 함께 찍은 사진과 해발 2,000m의 산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그리스인들과 찍은 사진 속 박경철 원장님의 모습만 보아도 장소가 가진 이미지도 있었지만 수도원과 카페의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역사의식이 강했던 수도원장이 보여준 이미지와 달리 수도원의 땅을 러시아에 팔았다는 뉴스 이야기는 왠지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문명 순례여행을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지만 현재 그리스가 처해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곳곳에 나타나 내가 미처 몰랐던 그리스의 모습을 알게 되어 유익했다. 우리나라처럼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이 높다는 것도 페르시아의 침공이 그리스인들과 서양인들의 가슴에 원한을 남겼다.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스파르트인들이 다른 나라를 취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무자비한 행동으로 인해 역사 속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처음 계획부터 총 10권의 책을 쓰실 생각으로 기획된 문명 순례여행... 처음 시작인 펠로폰네소스도 3권의 책인데 이제 1권이 만났을뿐이지만 그 크기와 방대함에 다시한번 놀라게 된다. 앞으로 나올 9권의 책도 다 읽고 싶을 정도로 책 속에 담겨진 인문학적 이야기는 보는내내 너무나 흥미롭고 재밌었다. 2권은 언제 나올지 그 책을 기다린다. |
|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힘을 가졌다.저자의 시원한 필체로 문화적인 르네상스를 찾아본다.펠로폰네소스의 관문 코린토스는 번영의 땅이자 약탈의 땅이었다.인간의 탐욕과 애증이 있는 그곳을 보면 그리스의 이중성을 이 책에서 찾아본다.격정과 무기력의 공존이며 코린토스의 첫인상은 생기없는 얼굴이었다.
|
|
시골의사 박경철의 그리스 여행기라기에,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의 행방이 기대와 달리 되며 그도 여행길에 올랐나보다 하는 삐딱한 시선으로 접근했었다. 야근 좀 한다고 너무 모나게 살진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을 때도, 시골의사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조합으로 그리스 기행문을 썼다는 사실이 수많은 여행 서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묘안을 낸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나 자신을 자책할 것만은 아니지 않나. 방송과 대중매체에서 '멘토'의 자격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손잡고 무수히 컨텐츠를 만들어내려는 상업적인 움직임이 요즈음에는 너무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박경철의 이 그리스 여행기는 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진중한 과업의 중간 결과물이었다. 출판사든 저자든 금전적 손해를 입어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하진 않았겠지만, 에필로그를 보니 이 경우는 최소한 저자에게만은 지출이 과다하더라도 도전했을 것 같은 진지함이 묻어났다. 이제야 몇 해 전 그가 말하는 모습을 처음 보며 그의 인간미에 감동했던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저자는 서두에서부터 의대생 시절부터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동경하며 그의 전집을 독파하며 팬이되었고, 그 시절부터 꿈꾸던 그리스 기행을 오십을 바라보는 오늘에 와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고 밝힌다.
책을 거의 다 읽을 무렵까지 그저 책을 쓰기 위해 어릴 때 하고 싶었던 무수한 일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을 부풀린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에필로그를 보니 2011년 겨울부터 순례에 가까운 그리스 기행을 야심차게 시작했고, 현재 10권의 집필을 계획중이며 2013년이 이제 갓 시작된 지금 5/1인 2편의 초고를 완성했다고 했다. 내내 그리스에서 생활하는 것이야 아니겠지만, 그래도 10년을 공들이는 계획이라니! 20대의 자신이 꿈꾸었던 일을 현실로 만들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을까. 다행히 그의 꿈의 실현의 증거물이자, 그 자신만의 것이 아닐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첫 번째 결과물인 이 책은 꽤 양서로 여겨진다.
작고한 이윤기 선생의 책 이후로 이렇게 그리스 신화를 맛깔나고 이해하기 쉽게 소개해준 책은 처음이다. 이윤기 선생의 책은 신화를 배우는 정직한 교과서 같았지만, 박경철의 책은 역사 선생하는 이웃집 아저씨로부터 듣는 지난 휴가의 후일담 같아 더 정겹다. 이 책은 4권에 걸쳐 소개될 펠로폰네소스 여행기의 1편이며, 미와 본능을 중시한 코린토스와 이와 대조적으로 이성의 탁월함을 강조한 스파르타, 그리고 올림피아와 아르고스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지역과 관련된 신화를 소개하며 여행의 기록을 들려주는데, 신화의 땅답게 역사와 신화가 묘하게 겹쳐진다. 여행기이다보니 흐름이 그의 발이 닿는 곳에 따라 이루어져 체계적으로 내용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신에 오늘날의 그리스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주옥같은 문장들도 함께 읽을 수 있어 좋다. 책을 읽는 도중 읽고 싶어지는 책을 가지치기 하듯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의 확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다른 책들을 당장에 모조리 읽고 싶었다. 한 권이 이러하니, 열 권의 책이 모이면 과연 얼마나 멋질까. 좋은 책을 읽기 위한 기대와 타인의 삶에 대한 감정이입을 바탕으로, 그리스로 떠난 시골의사의 내일을 응원해야겠다.
그리스는 마을공동체가 발달한 곳이라 관광지건 유적지건 기차역이건 간에 상주하는 이웃들을 위해 식당들이 최선을 다하는 특징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식사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어서 먹는다는 것은 배를 불리거나 혀를 즐겁게 하는 것 이상이라고 여기고 사는 사람들이다. (70쪽)
'전설은 덧없는 진실에 영원한 의미를 부여한다!' 정수리에 벼락이 내리 꽂히면 이런 느낌일까? 그렇다. 이 샘에 얽힌 전설은 진리보다 더 '진실한' 것이고, 어쩌면 그것이 바로 내가 코린토스에서 가장 담아가고 싶었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92쪽)
바닷가에서 나누는 노인과의 대화는 항시 묘한 매력이 있는데, 거기에는 생의 한 매듭을 지은 이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관대함, 다른 한편으로 청춘의 시기에 대양을 누볐던 뱃사람들의 추억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115쪽)
그때 바다에 바로 인접한 샘에서 솟아나는 물이 해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는데, 사랑에 눈이 먼 강의 신이 바다를 건너와서 샘이 된 여인과 몸을 합친 결과라니! 그리스인들의 상상은 역사를 신화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무의미한 실제에 영원한 생명을 부여하는 힘을 가진 것이 틀림없다고 느꼈다. (198쪽)
어찌 보면 그의 말대로 오늘날의 인간들은 노예로 태어나는지도 모른다. 태어나자마자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며, 어느 나라의 국민이고, 어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가 부여되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헐떡거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주인이 아닌 노예의 삶에 다름 아니다. 고난에 맞서며 강건한 자세로 삶에 정면으로 다가서는 정신, 스파르타의 용맹이 새롭게 태어나야 할 시기다. (416쪽)
|
|
서울이랑 군대는 안 가본 사람이 말겨룸에서 이긴다고 하는데.. 그리스 로마의 고전들을 읽는 동안 늘 선망하는 것은 정말 그것이 신화와 역사와 서사시와 비극 속에서 읽고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감동을 줄까, 정작 그 공간에 이르면.. 그리고 늘 꿈꾸는 여행이기도 하죠. 얼마 전에 결혼한 젊은 부부가 로마로 신혼여행을 갔어요. 교사 부부이니까 3박4일 2박3일 정도가 아니라 체류하는 기간이 상당하더군요. 로마시에 가거든 여기를 가봐라, 이례적으로 시내에 축성한 무덤이 있다는데.. 결혼을 앞둔 부부와 어느 행사장의 옆자리에 앉게 되어, 대리만족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까, 여정을 묻고 이곳저곳을 마치 미리 여행을 다녀온 사람처럼 오버(OVER)했던 기억이 나네요. 10권으로 완결될 시리즈의 1권이라는 점, 그리고 단지 2~3년에 걸친 탐사 결과라기보다는 젊은 시절 고전들을 읽으면서 꿈꾸어온 곧 기획해온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이제야 독자들에게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책이군요. 저자는
"의대생 시절 ‘죽음’이란 무엇인지, 육신을 넘어 영혼에까지 생기를 불어넣는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늘 물음을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가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조화를 이루며 쌓아 올린 문명과 역사의 참모습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출판사의 리뷰의 한 대목인데, 왜 의사 박경철에게 그리스일까, 당연한 얘기에 대해 질문을 던졌구나 '반성'하게되는 순간입니다. 동네 수퍼에 거대기업들이 실핏줄처럼 진출한 편의점들까지 합한 정도라고 하면 좀 심한가요,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또다른 생명인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는 변호사의 숫자가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로스쿨처럼 의사나 변호사(법률전문가)를 키우는 과정이, 먼저 사람이 되는 공부 곧 인문학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들 하잖아요. 그러므로, 이 책의 저자는 수순에 따라 공부를 한 셈이지요. 교육 제도가 그것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가 의사가 되는 공부를 열심히 해온, 결과 드디어 그 과정에서 좋은 책들까지 집필하여, 안내자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정작 소풍 당일 보다도, 결혼이라면 첫날밤보다도 첫날밤은 어떨까 두근두근하는 신랑과 신부 마음에 진짜 첫날밤의 묘미는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는 로마인의 눈으로 그리스인들을 바라보고, 거기에 충실한 저작입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서양정신의 본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와 그리스문명에 대해서는 현실과도 동떨어지게 받아들이거나 치부하는 지점이 없지 않았지요. 그러한 틈새를 이 책과 이어질 책들이 잘 드러내주고 잘 어루만져줄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하는 바가 큰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신을 창조하고 신을 극복하기 위해 영웅들을 탄생시키고, 영웅들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측정함으로써 인간이란 무엇인가, 누구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답들을 내놓은 그리스 정신을 탐사하는, 영원한 청년의사 오뒷세우스의 기행에 박수를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