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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이 피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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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구절     9쪽 자운영 꽃이 만발한 그 서늘한 풀밭을 맨발로 걸었다. 풀들이 내 맨발바닥에 시를 썼다. (시선은 글씨를, 머리는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장면을 아름답게 언어로 풀어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며 미소 지으며 읽었어요.)     96쪽 흰 수건에 의해 공중으로 털린 작은 물방울들이 앞산을 넘어온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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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구절

 

 

9쪽

자운영 꽃이 만발한 그 서늘한 풀밭을 맨발로 걸었다.

풀들이 내 맨발바닥에 시를 썼다.

(시선은 글씨를, 머리는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장면을 아름답게 언어로 풀어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며

미소 지으며 읽었어요.)

 

 

96쪽

흰 수건에 의해 공중으로 털린 작은 물방울들이

앞산을 넘어온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부유했다.

 

 

100쪽

깊고 깊은 하늘에 빠진

자기 얼굴도

한 바가지 두 바가지

조심조심 길어갔다.

 

 

125쪽

강물이 쉰다는 것은 그가 가지고 온 더러운 오물들을 강바닥에 내려놓는 일이다.

그 때를 다슬기가 먹는다. 그게 정화다.

 

 

157

꽃 빛으로 방 안이 어찌나 환하던지

 

 

179

달빛이 부서지고

나를 부르는 아이들 소리가

아득하게 물소리를 따라갔다.

 

 

183

요순이 누님은 누구 오빠를 좋아하고

순자 누님은 누구 오빠를 좋아하고

수남이 누님은 누구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봄바람을 타고

보리밭을 넘어오기도 하고,

배추흰나비가 되어 강을 건너오기도 했다.

 

 

183- 184쪽

누님들은 징검다리 하나씩 차지하고

나란히 앉아 등을 구부려 세수를 했다.

흰 저고리와 검정 치마, 긴 댕기 머리들,

누님들은 물 묻은 얼굴을 닦고

해맑은 얼굴을 저문 강바람에 말렸다.

 

 

237~240 <집안일> 전체

 

 

 

 

<간략 독후감>

 

 

지금은 접하기 힘든 풍경이 그려집니다.

돌담, 아늑해 보이는 골목길, 살구나무, 정답게 들리는 말소리들.

나뭇가지 사이를 바삐 오가는 새를 맞추고 싶다는 장난스런 마음,

죽지 말라는 연민, 살아 날아가는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다가도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에 한참이나 새가 날아간 것을

저도 옆에서 같이 바라보았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에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바라봅니다.

 

 

용소가 메꿔집니다.

벚꽃 아래 환하게 웃으며 노는 아이들이 하나씩 웃음을 거두고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풋풋한 풀냄새를 아스팔트가 덮어 버립니다.

벚나무도 꽃잎을 거두고 하나 둘씩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나’가 어렸을 적을 그리워 하는 것은 어쩌면

나이먹음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그리움이 아니라

주변에서 그때의 향기를 맡을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 다른 이들을 위해서,

살아 숨 쉬는 것들을 이용하고 버리는 게 아니라

같이 어우러져 지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예전을 회상하며 마음 아파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사람은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를 위해서라도 우리에게는 살아 숨 쉬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징검돌 사이로 물고기가 차르륵 뛰어 오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b*********4 2013.01.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