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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가 피해자라면, 루저 중의 루저는 자해자다. 이 시대의 루저들에 대한 소설을 거침없이 쓰는 작가 김혜나... 사실 김혜나씨의 작품은 '정크'가 처음이다. 2010년에 '제리'란 작품으로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장한 그녀의 작품은 반도덕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제리는 못 읽었지만 정크 역시 제리 못지 않은 충격적이고 대담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 장을 넘기면서 자꾸만 불편해지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나누어도 좋을 이야기로 대접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주인공 '성재'의 삶을 들여다 보면 성소수자들의 삶이 여전히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나역시도 살짝 삐틀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보았다.
성재는 살아 있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는 인물이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 오는 아버지란 존재는 아들을 보면서 살가운 말이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의무감처럼 자식에게 돈 몇 만원을 건네는 것으로 아버지로서의 존재를 확인시켜 줄 뿐이다. 아버지가 오셨을 때에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엄마... 그녀 역시 먹고 살기 위해 매일매일 노래방 도우미를 전전하며 힘든 삶을 살아간다. 처음부터 남의 남자인줄 알고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성재 엄마는 첩이다. 첩의 자식에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엄마, 어릴적부터 엄마의 화장품을 바르며 달라진 자신에 모습에 도취되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화장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약에 취하고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남자들과의 하룻밤 사랑에 몰두하기도 하는 성재....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를 둘러싼 환경은 너무나 암울하고 우울하다.
스토리의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는 동성애의 성행위에 대한 이야기는 일반적인 이야기라 아니라서 살짝 불편하게 느껴졌다. 결혼도 하고 어느정도 성에 대해 알고 있고 소수자들의 성에 대해서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편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성재란 인물이 성소수자이기도 하지만 절망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절망이란 늪에서 빠져 다양한 약을 사용하는 그의 모습이 더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애인이지만 둘 다 여성적 성향이 강한 민수형과 성재가 그들을 인정하는 나라에 가서 살았다면 행복했을까?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기에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사랑이란 감정 역시도 변화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성재에게는 바로 아버지다. 한번도 제대로 불러 본 적 없는 아버지란 소리...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아버지란 자리에 맞게 행동하는 민수형을 보면서 성재는 절망 한다.
너무나 아픈 청춘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성재란 인물을 통해서 우리 사회 한부분에 살고 있는 어두운 인물들을 들여다 보게 한다. 산다는 것이 결코 행복하지도 즐거운 일도 아닌 그저 죽지못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자괴적이고 안쓰러울 뿐이다. 성소수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라 느껴졌다. 저자 김혜나씨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이야기로 또 우리를 놀라게 할지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며 못 읽은 '제리'란 작품 역시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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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에는 진보적인 사고와 더불어 열린 취향(다양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졌다고나 할까요)의 소유자라고 자부하고 있는 저이지만도 막상 김혜나의 <정크> 를 읽고 난 첫 느낌은 다소 당황스럽다는 점을 애써 무시할 수 없네요. 물론 동성애에 대한 근본적인 몰이해와 더불어 항상 이성간의 섹스가 극히 정상적인 절차이거나 다윈의 진화론을 거론해가면서 충분히 가능한 다양성의 한 방편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머리속의 상념들이 어디까지나 하나의 일률 단편적인 자기방어적인 개념이 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인하지 못하는 것이 어쩔수 없나 봅니다. 특히 <정크> 에서 서사된 동성간의 성애 묘사부분은 더욱 더 감정적 격함을 떠나서 혼란스럽게 다가 온다고 굳이 부인하지 못하겠다는 말이죠.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작가의 묘사가 그 만큼 리얼리티 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고요. 하여튼 이래저래 이번 작품은 설왕설래가 많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요즘 한국 문학의 또 다른 돌파구로 루저문학 장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세계문학상 후보작으로 오른 작품들도 대세가 루저문학계열이라는 보도가 있었듯이 아무래도 현 시대의 고달픔이 현실를 부정하지 못하게 하는점과 몇몇 이들이 보여주는 현실 세계의 괴리감이 더욱 더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겠죠. 이런 측면에서 이번 작품을 바라보면 왠지 뒤가 씁쓸함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러한 분야 역시 독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차원에서는 눈여겨 볼 만한 사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다 알면서도 들추기 민망한 부분을 속 시원하게 풀어 놓았다는 점에서 독자들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2010년 오늘의 작가상 <제리> 로 데뷔한 김혜나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 <정크> 는 바로 이런 루저들의 삶을 서사하고 있는 믿고 싶지 않는 소설입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태를 인지하면서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적합하겠네요. 왜 나만은 그런 루저에 속하고 싶지 않다는 자위감이라고 해야할까요. 전작에서도 언급된 루저보다 이번 작품은 루저라는 개념을 훌쩍 뛰어넘어 한 단계 더 위라는 개념의 정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색입니다. 루저도 감히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열악한 요소들(서자에 동성애자등)의 주인공 '성재' 를 통해서 정말 제대로된 루저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이부분이 저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들어오더라구요. 그러니까 어설픈 서사들이 아닌 정말 제대로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서사들을 통해서 밑바닥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죠. 아마도 성재와 민서 형, 성재와 주아간의 성애 묘사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한다면 에로틱하거나 혹은 역겹거나 하는 그런 일체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상당히 주목받을 만한 작품으로 인식됩니다.
뭐 이런 느낌 있죠. 대충 루저들의 피폐한 삶과 그들의 가치관등을 대충 측은지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언어를 동원해서 갈무리하는 그런 방식이 아닌 정말 이들의 삶을 바로 문전앞에서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있는 서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보이네요. 특히 세 가지 화두인 화장(메이크업)과 동성애 그리고 약물(마약) 을 소재를 루저들의 삶과 연결 시키면서 당연하게끔 받아들이게 만드는 내러티브의 구성이 상당히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의미로 주인공 성재에게 있어 이 세가지는 다음 아닌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이자 자신을 정크속으로 계속 끌어들이는 악과 같은 존재입니다. 좀 더 사유적인 면으로 보자면 이들 세가지 트로이카는 성재 자신의 실체를 감추고 두려움을 들어내지 않으므로써 즉 생존을 위하여 남성성을 버리고 여성성을 취할 수 밖에 없는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하는 것이죠. 작중 " 죽지 않고 살아서,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생을 이어가지 위해 화장을 하는 남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 라는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가장 밑바닥의 루저인생에서 남은 마지막 자산인 몸의 性정체성 마져도 스스로 구축할 수 없는 서글픔을 보여주는 상당히 쇼킹한 서사들이 많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번 작품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면이 많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머리속으로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눈앞에 펼쳐진 서사에 대한 일종의 거부랄까 뭐 이율배반적인 제 자신을 보면서 일차적으로 당혹했고 그러면서도 작품속으로 자꾸 빨려 들어가는 흡인력에 스스로 놀라게 하는 작품입니다. 상당히 단순한 내러티브이지만 사유만큼은 오래토록 잔상에 남을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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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첩의 아들이며 게이에 비정규직으로 알바를 하고 있다. 김혜나 작가의 전작 <제리>에 비해 읽어내려가는 것이 무척 힘겨웠다. <제리>의 주인공이 내뱉는 말들과 심리는 어느 정도 이해와 공감이 갔는데, <정크>의 주인공이 내뱉는 말들과 침잠해 들어가는 심리의 심연은 참으로 이해와 공감이 어려웠다. 아니 그냥 나는 <정크> 주인공의 행태와 심리를 그냥 관찰하고 있을 뿐이었다. 공감하지 못하고 관찰만 하고 있으니 읽는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주인공의 설정 자체가 톡특해서, 상대적으로 흔해빠진 인간인 나에게는 이해가 버거웠는지 모르겠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는 함부로 심리를 묘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독자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 캐릭터의 심리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크>에는 심리묘사가 너무나 많다. 바로 그 부분이 내가 읽어내려가기 힘든 부분이었다. 차라리 감각기관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직적접 행동과 사건 위주로만 자세하게 그려내면 어땠을까 싶다. 어차피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심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심리를 섣불리 묘사해서 공감을 얻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세밀한 심리묘사와 장면 및 상황 묘사가 쏟아지니 독자인 나로서는 어떤 여백도 여지도 없었다. 전작에서 김혜나 작가의 돋보이던 심리묘사가 이번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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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하면 생각나는 것이 뭘까. 정크 푸드... 음. 그렇게 생각하면 뭔가 일회용의, 쓰다버린, 재미는 있지만 진지하지는 않은 무엇.. 이런 뉘앙스가 느껴진다. 영어에서 정크는 쓰레기, 폐물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비슷하지만 또 다른 뜻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정크는 무엇일까. 저자는 <제리>라는 작품으로 등단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대학 졸업만을 목표로 공부하지만 공부를 잘 하지 못새 수도권의 2년제 대학에 간 아이의 생각의 흐름을 그리고 있다. 사회의 루저가 된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은 이 책에서도 이어져 있다. 루저로서의 삶, 자기의 직업에 대해 선뜻 말하지 못하는 삶에 대해서 말이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루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이렇게 강하게 자리매김했던 것일까. 모두가 의사 변호사 대기업 직장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어느새 그 뿌리가 깊어진 '루저의식'은 아마 이러한 사회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루저 의식을 가진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의식을 갖도록 만든 사회가 너무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 성재는 첩의 자식이다. 게다가 게이. 성적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게이가 된 이유에는 자연적인 것 말고 인위적인 것들이 있었다. 바로 가정환경이 그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재의 가정환경이 아버지 없이 어머니의 손에서 크면서 일주일에 한두번 들어오는 아버지가 자신을 원하지 않고 있음을 알았던 그의 어린시절 환경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머니의 화장품으로 자신의 얼굴을 메이크업하면 어느새 자신의 단점이 보완되고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메이크업을 좋아하게 되고, 미용과 패션에 목을 매고, 남자와의 연애에 전부를 걸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만들어진 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가 도피의 장소로 선택한 것은 게이로 살아가는 것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게다가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도피처를 다시 만든다. 친한 친구가 약물과다로 죽게 될 때까지 마약을 하는 것은 그의 또다른 도피처였다. 이렇게 사회로부터 멀어지고, 도망가고, 회피하는 것. 그래서 현실을 보지 않는 것은 그에게 적어도 불행을 외면할 수 있다는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그가 사랑하는 민수형은 유부남이었고, 성재가 사랑하는 것과 그가 사랑하는 것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음을 알지만 그는 민수형을 놓지 못한다. 그가 민수의 존재를 사랑한 반면 민수는 성재에게 무엇인가를 해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성재는 그를 위해 이민을 가서 동성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민수에게는 어림 없는 일이었다.
성재라는 존재는 게이이면서 첩의 자식으로 살았던 삶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공부를 못해서 루저가 된 전작의 주인공과는 본연적으로 다른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처한 환경,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 스스로 자아를 발전시키는 과정과 행복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해 나가는 성장의 과정이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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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들의 외로움, 소외감 등을 그려내는 소설들은 이미 숱하게 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나 작가가 받는 스포트라이트의 근거가 궁금했는데 <정크>에서 보여주는 표현력과 구성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수자의 특별함 보다 소수자로 착각하는 대중적인 의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갑갑하여 눈을 돌리고 싶음에도 강한 자력에 의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작가에겐 분명히 있다. 심한 박탈감으로 갈증을 느끼게 하는 <정크>는 젊음과 청춘의 아픔들을 빛과 어둠의 대조를 통해 더욱 선명히 그려낸다. 성재라는 이름보다는 그저 주인공으로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정도로 스스로가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안타깝다. 실제로 열악한 환경에 의한 상황보다는 자기애가 결여되어있고 자해적인 심리상태가 그를 붙잡고 놓지를 않는다. 자기연민을 넘어 자기 부정으로 넘어선 상태의 주인공은 사회에 대해 일찌감치 기댈 수 없고 기대하는 것도 없다. 사회에 부딪혀 넘어져 다쳤다기 보다는 일찌감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 삶에 동정보다는 혹시 나도 그렇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한때는 이런 저런 꿈을 품고 도전해보는 시기가 있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좌절하며 아파하는 청춘들. 아프지만 그럼에도 재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의 실패에 좌절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성재는 어느 쪽도 아니다. 애초에 본인의 환경 자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바라보기에 더 이상의 희망을 일찌감치 포기해 버려 현재의 상황을 이어간다. 어쩌면 그는 자기연민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그 절망감에서 쾌락을 느끼는가 싶을 정도로 자해적이다. 물론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대해 발전적이기 보다는 자기연민에 빠져 한탄만 이어지는 전개는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다.
캐릭터 자체는 소수자나 사회 부적응자로 분류되어 특별하게 여겨질지도 모르나 사람 자체로 보자면 현재 우리들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존감 높게 살고 있을까? 자신감이나 자기계발에 대한 욕망과는 확실히 다른 자존감을 다루는 소설이 많아진 요즘 우리 사회에 무엇이 부재한지 알 수 있다. 작가는 <정크>를 통해 청춘에 대한 소수자에 대한 고통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연령에 따르지 않은 자존감에 대한 상실을 얘기 한다. 줄이 하나 끊어져서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마리오네트 인형 같은 성재를 통해 바깥시선에 맞춘 줄을 맞지도 않게 연결하여 살아가는 우리들의 우스꽝스러운 춤을 꼬집는 것 같기도 하다. 성장소설이라기 보다 어른들이 볼만한 자성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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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쉽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까. 그저 살아 있으니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내일은 좋아질 거라, 열심히 하면 달라질 거라는 믿음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때문에 어떤 이는 희망보다는 절망을 안고 살며 삶이 아닌 죽음을 꿈꾸기도 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 사생아로 태어나 비정규직으로 동성애자로 살아 가는『정크』의 주인공 성재에게 가장 두려운 건 삶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나와 같은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민수 형이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나는 더 이상 남자도, 여자도, 게이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인간이었다. 너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고, 민수 형의 몸과 마음이,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이 시간이 말해 주고 있었다. 나는 그 느낌을 피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54쪽
소설의 주인공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삶을 살고 있는 스물일곱살의 청년이다.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밝힐 수 없는 아버지는 일주일에 두어 번씩 집으로 찾아서 돈 몇 만원을 놓고 가는 게 전부였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매일 술에 취한 엄마도 성재가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관심이 없었다. 성재에게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동성애자 친구와 애인 민수 형, 화장이 전부였다. 화장은 자신을 숨기거나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지만 취업은 멀기만 했다.
‘미래엔 무언가 달라질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란 정말이지 근거 없고 허황된 것이 아니었을까. 삶은 결코 끝나거나 달라지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기만 했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나는 한갓 길거리 상점의 아르바이트생일 뿐이었다.’ 75쪽
한때 성재는 애인 민수 형과 결혼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민수 형은 유학 후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로 돌아온다. 능력 있는 치과 의사에 단란한 가정의 가장, 그것이 민수를 보는 세상의 시선이었다. 성재는 그런 민수를 놓을 수 없었다. 성재는 사랑 때문에 아프고 괴로웠다.
김혜나는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찜질방이나 영화관에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 클럽에서 약을 만들고 그것에 취해 울부짖는 모습, 완전한 여자로 살기를 꿈꾸며 화려하게 화장을 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과감하면서도 자세하게 표현한다.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무리에 들지 못하며 술과 약의 힘을 빌려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나를 잊어야만, 겨우 존재할 수 있었다. 쓰레기 같은 인생길 위에서 쓰레기처럼 살아가고 있는 거나, 쓰레기 같은 길바닥을 애써 외면한 채 화려하고 번듯하게 살아가는 거나 다 마찬가지였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우리 모두가 쓰레기인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로지 이 순간만, 내가 모두 다 사라져 버린 이 순간만이 투명하도록 진실했다.’ 112쪽
성재가 바란 건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을 떳떳하게 밝히고 인정 받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건 현재를 사는 모든 청춘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어쩌면 김혜나가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건 주목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빌려 주저하고 두려워하는 청춘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로 두려워하고 또 무서워했던 것, 그것은 바로 삶이었다. 죽도록 도망치고 싶지만 죽어도 도망쳐지지 않는 이 현실, 내가 서 있는 이곳, 나, 라는 인간, 나, 라는 인간의 더럽고 구질구질한 한 생애가 두렵고 무서워 이가 덜덜 떨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고, 아무리 멀리 도망쳐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위에서 나는 끊임없이 살기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단 하루도 제대로 살아 있지 못했다.’ 1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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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다 가짜잖아. 결국엔 다, 깨지는 거잖아. 없어지는 거잖아. 진짜인 건, 아무것도 없잖아. 오직 나뿐이잖아. 나는 이렇게 있잖아. 나만, 여기에, 이렇게, 있잖아." (p.157)
동성애, 게이, 트랜스젠더, 성전환 수술, 이 책에 등장하는 낱말들이다. 또한 케타민(K), 랏슈, 마리화나, 엑스터시 등 마약이 등장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27살 청년 성재는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하는 게이다. 성재가 사랑하고 있는 남자는 한때 그와 교재를 해왔으나 유학을 떠난후 '여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현재 유부남이라는 것, 미혼 여성이 유부남과 교재를 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더욱 위험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나와 살고 있으며 아이까지 낳은 사람이 이성도 아닌 동성과 연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만약 내 남편이나 혹은 아내에게서 그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을 보면서 또올려지는 작가와 책이 있다. 권하은 작가와 그녀의 책《비너스에게》가 바로 그것이다.
민수 형은 내 남자니까, 내가 사랑하는 남자니까, 나와 같은 '남자'니까,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p.93)《비너스에게》의 주인공이 18살 강성훈이라면 이 책의 주인공은 27살의 청년이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것이다. 이성보다 동성에 대한 호기심이 더 많았던 성훈은 한 해 선배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에게 접근했다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사건이 확대되어 성훈은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엄마의 소개로 양나가 운영하고 있는 '애미 청소년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으며 그곳에서 수의사 현신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고 성정체성을 찾아가게 된다. 그에 반해 법적인 혼인을 할수있고 아이를 낳아줄수있다는 이유로 여자는 가능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다른 남자에게 '민수 형' 빼앗길수 없다는 것이 성재의 생각이다.
'열아홉 살 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6개월에 한 번씩은 이렇게 피를 뽑으며 에이즈 검사를 받았다.' (p.171) 아무리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동성애자란 이유로 육개월에 한 번씩 에이즈 검사를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그럼에도 그들은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나가려 한다. 물론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해줄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사랑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십인십색 모두에겐 저마다 다른 사랑이 존재하고 있을터이니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 사랑을 부정할수는 없는 것이겠지. '형, 나 요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병원 다녀. 나 아픈 것 좀 나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자. 나중에…… 내가 먼저 연락할게.' (p.238) 이제 성재는 민수형과의 관계를 끊으려 한다.
권하은 작가가《비너스에게》연재를 마치며 했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우리는 사랑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거고,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할 테니까." 누구를 사랑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나만의 해석을 해보기도 한다. 참~ 18살 강성훈과 27살 이성재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와 살아간다는 것,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딸이든 아들이든 양쪽 부모의 필요성이 있겠으나 아들에게 있어 아버지의 부재는 자라나는 청소년기에 중요한 역활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지켜보면서 이성을 배워가는 것, 강성훈이나 이성재에게 부족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와 약간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그래서 트렌스젠더, 레즈비언, 게이, 동성애, 양성애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 '모난 돌이 정맞는다'란 말처럼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랑을 한다는 이유로 몰래를 맞아야만 했던 평범함을 거부하는 소수인들의 사랑방식을 이제는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자가 동성인 남자를 사랑하고, 여자가 동성인 여자를 사랑하는 것 그 자체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사랑 그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성재는 민수형을 통해 부족했던 아버지의 역활을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것은 성재가 민수의 아파트를 찾아갔을때 '아기를 돌보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민수의 모습을 보며 화를 내던 장면에서 느껴졌다.
"내가 그토록 바라고 또 기대했던 민수 형은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p.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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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쓸모없는 물건, 폐물, 쓰레기제목의 정의는 이러했다.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 여성성을 지향하는 사람인 보텀(bottom]인 성재는치과의사인 민수를 사랑한다. 하지만 민수는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유부남이 되었다.몇번의 이별을 했지만 결국 부메랑처럼 다시 민수에게 향하는 성재.일주일에 두번 정도만 찾아오는 아버지와 노래방 도우미인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난이른 바 첩의 자식인 성재는 화장품 판매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꾼다.하지만 빽도 없고 스펙도 부족한 그를 채용하겠다는 곳은 없다. 술도 좋아하지 않고 유일하게 화장을 하는 것을 즐기는 성재는 자신의 얼굴을 짙은 화장으로감춰야 안심이 된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동성애자라서?아님 매일 술에 취해 들어와 구토를 하는 도우미 엄마를 두어서?이태원 골목에 자리잡은 동성애자 클럽을 찾아 물뽕을 하고 충무로 극장의 어둠속에서낯선 남자들과 섹스를 하는 자신이 싫어서?'스스로의 얼굴에 화장을 하는 내 얼굴은 자꾸만 결연해졌고, 단단해졌고, 두꺼워졌다.화장을 하고 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조금쯤 더, 나를 보여줄 수 있었고, 똑바로 설 수 있었고,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164p'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따끔한 훈계나 손가락질이 아니었다. 그것이 설사 객관적인 사실이라고해도 나는 진자 사실을 덮어 버리는 가짜 위안이 좋았다.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고 잘되지 않았지만그저 괜찮다고, 참 잘됐다고 말해 주는 거짓말, 그 진심 어린 거짓말이 필요했다.' -94p여린 사람이었다. 성재는.랏슈를 흡입하고 야한 동영상을 보면서 수음을 해야하는 몸뚱이를 지녔지만 그는 진정으로 살고 싶어했다.정말로 두렵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죽어도 도망쳐지지 않는 현실과 더럽고 구질구질한 생애가 두렵고무서워 이가 덜덜 떨리긴 하지만 진심으로 살고 싶었다고 했다.허리띠를 풀어 목을 메는 순간에 그는 이 사실을 깨닫는다.이미 현실을 피해 죽어간 친구들도 있었지만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긴 하지만그저 제대로 된 가정에서 태어나 엄마와 아버지가 같이 사는 그런 소망을 가졌던 미숙아였다.읽는내내 바닷물을 마셔 더 애타는 목마름을 느끼는 것처럼 목이 말랐다.몸과는 다른 성을 지녀야하는 성재의 뒤를 쫒다보면 외로움이 확 밀려들어왔다.선택하지 못한 삶이었는데 그가 짊어진 굴레가 너무 무거웠다.그저 위장된 삶을 살기로 결정한 성재의 남자 민수역시 화려한 치장속에 숨겨진 곰팡이처럼 어두웠다.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결국 마이너이고 이들은 루저일까.'정크'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아니, 그들에게 '정크'라는 낙인을 새긴 것은 세상이었다.여전히 이태원과 서빙고의 뒷골목을 헤매고 있을 수많은 '성재'들의 이 꼬리표를 떼어줘야 하는 것은바로 우리들이다. 그들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어둠속에 서식하는 아픈 이야기들을 어떻게 이렇게 그려낼 수 있었는지 작가의 역량이 놀랍게 다가온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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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나의 소설은 [정크]가 처음이었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로 루저중의 루저인 성재에 관한 이야기. 책을 꺼내들고 젤 뒷장부터 읽었다. 이현우 서평가의 작품해설부터 말이다. 대충 서평을 읽고나서 본격적으로 글을 읽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첫페이지부터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깜짝놀라서 심장이 벌렁벌렁.. 27세 성재는 첩의 자식으로 태어난 사생아에 동성애자에 비정규직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사회적 편견 3종세트를 떠안고있다. 그에겐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늘 술에 쩔어있는 엄마와 일주일에 두번씩 찾아와 식탁위에 만원짜리 몇장을 놓고 가버리는 아버지란 사람, 그리고 그의 오래된 연인 민수가 있다. 그리고 그처럼 성소수자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 그의 친구 형민,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트렌스젠더 은주, 그리고 그의 지나간 옛 여자친구 미희가 등장한다. 성재가 성소수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버지란 사람의 부재와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엄마의 무관심등 제대로 된 가정이 아닌 편모가정에서 성재는 어렸을때부터 엄마의 화장품을 바르며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동성애자들이 가는 클럽이나 극장, 찜질방을 전전하며 일회성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물뽕과 랏슈,케타민등 마약과 약물에 의존하며 그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렵사리 버텨나간다.
첩의 자식으로 살아온 20여년간의 시간도, 노래방에 나가 죽기 직전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와 하루종일 방바닥에 누워만 있는 엄마도, 일주일에 두번씩 집으로 찾아와 돈만 놔두고 떠나가 버리는 아버지라는 사람도 , 그토록 매달려왔던 화장도, 그토록 매달려왔던 화장으로 취직조차 할 수 없는 현실도, 그래서 결국 싸구려 화장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는 현실도, 모두 잊어졌다. -P.112
오랜 연인이자 치과의사인 민수는 스무살에 만나 2년여간 그와 사귄 동성애자다. 하지만 그는 미국 유학시절 돈 많은 부인을 만나 어여쁜 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평범한 남자처럼 살아가고 있다. 돈많은 부인에 그녀를 닮은 딸, 그리고 오랜 애인인 자기의 마음까지 모든 것을 다 가진 그. 아버지란 사람도 번듯한 직장에 떳떳하게 성장한 두 아들, 멀쩡한 부인, 그리고 첩으로 둔 엄마까지 모든것을 가지고 누리는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있지만 내 아버지가 아니었고, 애인이 있지만 내 애인이 아니었다...
그렇게 모든것을 가진 그들을 보며 성재는 또 한번 깊은 수렁속으로 빠지고 자학을 하기 시작한다. 왜 자신만 아무것도 갖지 못한채 남들에게 구걸하며 병신같이 살아가고 있는건지... 민수에 대한 성재의 집착은 오히려 그에게 독이 될 뿐이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더욱더 아파하고 자기 자신을 인간 쓰레기로 취급하며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순간에까지 이르게 된다.
나 따위 인간에게는 눈곱만치도 관심없는 그들에게 자꾸만 손을 내밀며 나좀 잡아달라고, 나 좀 받아달라고 애원해야하는 내 모습을 견딜 수 없었다. 이렇게 거지 같고 병신같은 모습으로는 잠시도 더 살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나는 제발 사라져 버렸으면, 죽어 없어져 버렸으면.....그렇게, 나만 없으면 , 나만 사라져 버리면, 모든게 다 좋아질 것 같았다. (중략) 방법은 오로지 그것 뿐이었다. -P.225
하지만 죽음이 모든 것을 해결 해 주진 않을 것이라는 순간의 깨달음으로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세상을 향해 뛰어들 준비를 한다. 세상의 편견과 우리들의 무관심속에 루저들은 더욱더 외롭고 힘들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인것 같다. 자신의 탄생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인간쓰레기로 취급했던 자신에 대한 존재감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은 성재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면에서 정크는 성장소설이라고 말 할 수 있는것 같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심장이 뛰기도 하면서, 답답한 마음이 많았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묘사했을까..의문이 들어 그녀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역시나 실제로 동성애자들을 만나 그들의 생활에 대해 인터뷰도 하고, 집필한 내용을 가져다 읽게 한 뒤 틀린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보건소에 가서 에이즈검사도 받으며 그들이 느꼈을 사람들의 시선도 직접 느껴봤고, 이 책 한권을 쓰기 위해서 참 많은 노력을 했단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버텀이나 탑, 랏슈, 케타민, 홀을 탄다 등과 같은 그들만의 언어나 성적 묘사들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김혜나 자신도 첫 작품인 [제리]보다도 이번 작품 [정크]에 더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동성애자라는 한정된 성소수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 낸거라면서... 루저들의 초상을 그리는 동시에 정크들의 존재를 나타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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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성애 묘사가 인상적인 ‘제리’로 2010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은 작가 김혜나(31)씨가 두 번째 장편소설 ‘정크’를 펴냈다. 전작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는 ‘루저’들에 불과한 청춘들을 다룬다. 노래바나 호스트바에서 선수로 뛰는 ‘제리’처럼 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취직하기를 꿈꾸며 화장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정크’ 속 ‘성재’ 역시 패배자에 불과하다.
유학 시절에 만난 부유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한 민수는 그동안 치과를 개원했고 딸아이도 하나 얻었다. 그런데도 성재는 민수를 놓을 수가 없어 자꾸만 그에게 매달리며 억지로 관계를 이어 나가려 한다.
아무리 다가가려 노력해도 자꾸 벌어지기만 하는 민수와의 관계에 소통이 되지 않는 부모, 이력서를 몇 번이고 내봤자 번번이 거절당하는 비루한 현실 앞에서 성재는 끊임없이 좌절한다. 극심한 절망감을 견디지 못하고 성재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고, 더 이상의 삶을 견딜 수 없어 죽음을 택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에서 성재는 절망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결코 ‘죽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김혜나 작가도 삶의 나락을 경험했다. 20대 초반에 술에 취해 비틀거렸다.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소설이 친구였고, 애인이었고, 신앙이었다. 5년 동안 문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좌절과 절망감에 몸을 떨었다. 극한의 진창 속에서 희망이 보였다. 요가를 배우며 소설에 대한 집착을 끊었다. 요가 강사로 일하며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면서 글을 썼다. 저자의 경험이 소설에서 오롯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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