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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를 지칭하는 ‘이조(李朝)’라는 표현은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저자는 굳이 이러한 단어를 쓰면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지금 우리의 분단상태에서 한쪽은 국호를 엄연히 조선이라고 쓰고 있다. 이조 대신에 조선이라고 부르는 데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북의 조선을 배제하고 무시하는 의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그 진심만큼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초판이 출간(1992)되던 시기, 저자는 분단 상황이 극복되어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을 터이다. 이미 학계의 원로가 된 저자의 이런 바람이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이를 위해 남과 북이 서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한시 중에서 이야기를 품은 ‘서사 한시’를 간추려 번역하고 그에 관한 간략한 작품 해설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지하듯이 한시는 조선시대 지식인들에 의해 창작되고 향유되었던 양식이기에, 그 내용은 당대 지배 계층의 의식을 반영한 작품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본격적으로 시를 제시하기에 앞서 저자는 <현실주의의 발전과 서사한시>라는 제목의 논문을 수록하고 있는데, ‘서정시의 주류적인 형세에 서사시 부류는 비주류’일 수밖에 없음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조선시대의 한시 가운데 122수의 서사시를 발굴하여 번역하여 소개한 것은 문학사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비중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122수의 작품들을 모두 4개의 범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는데, 이 책의 1권에 수록된 ‘체제 모순과 삶의 갈등’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해 3부에 걸쳐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아마도 봉건제 하의 모순에 시달리던 민중들의 형상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고, 이를 시인들이 포착하여 현실주의에 입각한 방식으로 창조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풍년과 흉년에 상관없이 가혹한 수탈에 시달리던 민중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때로는 시인 자신의 목소리로 때로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빌어 당대 현실의 모순을 적극적으로 비판해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서사 한시를 통해서 조선시대 비판적 지식인들의 ‘사실적이면서 풍부하고 다양한 문학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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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2년에 펴낸 초판에, 새로운 자료를 덧붙이고 문체도 가다듬어 새롭게 펴낸 개정판이다.
정년 퇴임 이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끊임없이 연구 성과를 제츨하고 있는 저자를 볼 때마다 후학으로서 본받을 점이 많다고 여겨진다.
전체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의 1권에는 '체제 모순과 삶의 갈등'이라는 주제 아래 적지 않은 한시와 번역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는 유달리 어렵고 피폐한 현실을 다룬 문학 작품들이 적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한시에 다양한 민중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약용의 <애절양>이란 작품은 군정의 폐해로 인해 자신의 양물을 잘라야 했던 당시 농민들의 현실이 매우 핍진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형상화는 결국 그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작가들의 인식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조나 가사에서는 다소 피상적으로 다뤄져 있는 조선 후기 민중들의 삶과 현실을 오히려 한시에서 더 사실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초 이 책이 출간됨으로써, 조선 후기 한시에 나타난 리얼리즘의 문제가 부각되어 연구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20여년이 지나 자료를 보완하여 개정판으로 출간된 이 책의 의의는 그 당시와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번역문의 문체 또한 '시적'으로 잘 가다듬어진 것이 특징이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