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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화로 새삼 화제가 된 위대한 개츠비 이야기입니다. 아 영화는 보지 않았어요. 원래 쓸데없을 정도로 과장된 시각화가 특징인 바즈 루어만 감독이, 왜 하필이면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는지가 좀 의아할 뿐이었죠. 보신 분들 얘기로는 초반부 화려한 파티를 재현하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한 것 같다고 하던데, 제이 지의 합류로 음악이 그렇게 현대적인데다가 바즈 루어만 본인도 그렇게 시대 고증에 신경 쓰기 보단 떼깔 좋은 걸 신경 쓰는 스타일일텐데, 왜 하필 이런 소설을? 이라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요즘 연기력으로 인정 받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출세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감독한 분이기에 의리 상 나온거겠죠? 그렇다고 이 소설이 바즈 루어만 감독에게 망쳐지기에는 너무나 위대한 작품이다, 이렇게 까지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원작을 안 보신 분중에 이 이야기를 '아침드라마 같은 통속 스토리'라고 말하기도 하던데, 사실 그게 정확해 보입니다. 이 소설은 가난했던 개츠비가 옛 연인 데이지에게 버림 받고 갑부가 되어 나타나 유부녀가 되어버린 데이지에게 다시 접근한다는 내용인데 이건 아무리 잘 봐줘도 청춘의 덫이나 아내의 유혹에나 어울릴꺼 같은 스토리 라인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보통 필부라면 자신을 버린 연인에게 꼭 복수는 안 하더라도 순수한 사랑을 보내기는 어려울텐데 개츠비는 그렇게 부자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예전 연인에게 한결 같은 사랑을 보이는 부분이 '위대한'게 되는 거죠. 그렇지만 이 소설이 대단한 부분은 이거에요. 상대가 되는 데이지는 사실 그렇게 사랑을 받을 만한 대단한 인물은 아닙니다. 그녀는 돈을 찾아 떠난 속물이고, 다시 돌아온 개츠비에게도 관심을 보이지만 물질적인 부분이에요. 금색야차의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리도 좋더란 말이냐'라고 말하는 바로 그런 태도입니다. 그리고 개츠비도 그렇습니다. 불법적인 냄새가 나는 사업으로 돈을 벌어서 졸부가 되었지만, 돈은 많은데 교양은 부족하고, 주변에서도 그런 개츠비를 비웃습니다. 어딘지 순수한데가 있는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속물이 속물을 사랑하는, 그런 이야기에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대단할 수 있는 겁니다. 사랑의 속성은 순수하지만은 않다,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상대가 꼭 만인에게 사랑 받을 가치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값어치가 없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붇는 것이 진정 위대한 행위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사실 값어치가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것을 사랑하는 것도 당연하죠. 대부분의 사람에게 당연하지 않은 일을 해야 비로소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사랑 이야기가 여자들에게는 먹히는 거 같은데, 남자가 보기엔 좀 바보 같은 짓 이란 느낌이 들긴 해요. 제 주변에 가족 구성원 중 여자들과 이야기할 때 보면, 그래서 이게 위대한 이야기다, 라고 납득하는 거 같더라구요. 하지만 전심 전력을 다하는데 그 대상이 그만한 가치가 없는 것은 너무 허무 하지 않나요? 만화 바스타드에서는, 주인공 다크 슈나이더가 '이 세상 전부보다 나는 그 여자쪽이 좋다'라는 대사를 날리죠. 지금 읽고 있는 '위대한 패배자들'이라는 책을 봐도, 그럴 가치가 없는 사소한 것에 모든 것을 건 나머지 패배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근대전쟁의 탄생'에서도 어마어마한 군대를 가지고 몰타섬에서 고작 작은 엘모요새에 거의 전군을 꼴아박은 터키의 예니체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구요. 그러니까, 이런 것은 인간의 당당한 속성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그게 진정 위대한가요? 개츠비는 적어도 진정한 사랑 정도는 찾아야 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피츠제랄드가 생각한 올바른 삶이란 그렇지 않았을 꺼 같기는 합니다. 특히나 작가들은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지만,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반의 귀족들에게는 무위도식하는 자신들을 자기비하하는 풍조가 있기도 했죠. 그 훨씬 이전부터 있기도 했구요. 피츠제랄드는 의미 없는 행동에 매진하는 인간의 속성이 본질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위대한' 이란 형용사를 사용한 것은 반어적인 의미인 동시에, 인간 세상에서 위대해봤자 그 정도인데 자신의 뜻을 계속 굽히지 않는 정도면 충분히 위대하다는, 그런 의미가 있는 거 같습니다. 나라를 구해야 꼭 위대한가요? 개인적으로 위대해질 수도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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