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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e북으로 다시 읽어 보려고 구매를 했습니다. 한참 재미있게 읽기는 읽었는데, 어릴 때라 참 오랜 기억이긴 하지만 그 때 느낌보다 서술이 상당히 평면적이고 스토리 전개가 빠르다 싶었습니다. 전자책으로 400페이지가 조금 넘었는데, 출퇴근하면서 전철에서 이틀만에 다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왕룽의 아들들이 장성하고 독립하고 난 뒤의 일과, 그 손주들의 이야기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범우사 책의 끝은 그 전에 뚝 잘라먹은 것 같더라는 말이죠. 그래서 굳이 골방 한 구석에 묻혀 있는, 이십몇년 전에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의 '대지'를 찾아 냈습니다. 그리고 비교 해 봤는데, 결론적으로
이 범우사 책에는 원래의 "대지" 내용의 1/3만 있습니다. "대지"는 1부 대지, 2부 아들들, 3부 분열된 집안 이렇게 3부로 구성된 상당히 긴 책인데, 이 책은 1부만 있습니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고, 더 문제가 되는 건 군데군데 표현이 누락되거나 심지어 중요한 내용의 번역이 통째로 들어내 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책 뒷부분(사실은 1부 '대지'의 뒷부분)에 주인공과 여자 노비 사이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이 그냥 삭제 돼 있습니다. 이 부분은 노년의 주인공에게 있었던 아주 중요한 사건입니다. 역자가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 않아서 빼 버린걸까요? 그 덕에 스토리나 갈등구조가 상당히 평탄화 되었습니다. 이런 평탄한 이야기였다면 몇십년 전에 읽은 기억이 진하게 남아 있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일일이 대조해 보지는 않았지만, 앞쪽에도 그런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용으로 대놓고 각색하거나 간략화한 편집본이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번역된 책을 내놓아서는 안 됩니다. 좀 무거워도, 처박혀 있었던 완역본 양장판 책을 가지고 다니며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