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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본디 직업은 화가라고 한다. 하지만 난 누구보다도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화가라고 생각한다. 감성과 관찰력이 그렇다는 얘기다. 단지 화가는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표현하다 보니 늘 그림으로 자기 얘기를 전달하게 되지만, 오히려 스토리텔러나 시인의 영역에 어울리는 깜냥을 가진 부류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작가는 이 책에서 글과 그림으로 자기 재능을 마음껏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 듯하다. 아마 주인공 돌이는 작가 자신, 혹은 페르소나가 아닐까. 누런 콧물을 질질 흘리는, 그리고 그것을 쓰읍 빨아먹고는 만족감을 느끼는 돌이는 (조금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다. 참새를 쫓으면서 할아버지와 나누는 대화를 보면 돌이가 마냥 철부지만은 아닌 것을 알겠다. 오히려 천지만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섭리를 아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보다 훨씬 관용과 측은지심을 지닌 캐릭터가 아닐는지......
아득한 시절 얘기이긴 하지만, 이 책에는 우리가 늘 그리워하는 고향의 원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을, 거의 같은 구성원 속에서 낳고 자라고 늙어 가는 사람들, 아무도 '남'이 아닌 공동체에서 어른들의 속깊은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는 돌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하나하나 곰살맞고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다. 거기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독자들을 위해 뜻풀이를 곁들였다.)로 이어지는 대화는 사실감과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 그 마을로 돌아간 듯한 푸근함을 느끼게 된다. 또 등장인물들의 움직임과 그들의 활동공간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그림은 보는 재미를 듬뿍 안겨 준다.
멀리 있어서 더욱 그립고 재미난 시절에 대한 이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도 요즘 아이들도 돌이의 말과 행동에 푹 빠져 단숨에 읽어나갈 거 같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아이들 마음에는 공통된 그 무엇, 공감의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재미있게 읽고 나면 어른들이 이어받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뒤에 아이와 더불어 이 책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좋은 책이다. 아이와 어른, 그리고 노인들까지, 모두에게 감동과 재미를 안겨주는 책, 꼭 권하고 싶다.
그런데 혹시 속편은 안 나오나.....? 사랑스러운 캐릭터 돌이를 앞으로도 계속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