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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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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죽음이 늘 남의 이야기만 같다. 하지만 얼마전 발생한 라면 형제 사건이나 새엄마의 학대로 여행 가방에서 죽은 아이의 이야기는 죽지 말아야 할 아이들이 죽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사람이 태어나 천수를 누리고 죽는다는 게 큰 축복이라는 걸 요즈음 알 것 같다. 죽음에 경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의 죽음은 더 큰 아픔과 슬픔이 된다. 아주 오랜만에 안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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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죽음이 늘 남의 이야기만 같다. 하지만 얼마전 발생한 라면 형제 사건이나 새엄마의 학대로 여행 가방에서 죽은 아이의 이야기는 죽지 말아야 할 아이들이 죽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사람이 태어나 천수를 누리고 죽는다는 게 큰 축복이라는 걸 요즈음 알 것 같다. 죽음에 경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의 죽음은 더 큰 아픔과 슬픔이 된다. 아주 오랜만에 안보윤 작가의 책을 만났다. 이번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찾아왔다.

 

나뭇가지의 이름은 반. 반은 죽음을 볼 수 있는 안내자다. 사람과 닿으면 그 사람과 관련된 죽음을 볼 수 있다. 이런 반이 주혁을 만났다. 주혁은 천지선녀의 집에서 티격태격하고, 누나의 점 집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죽음에 관해서는 정확히 맞추자 사람들이 모여들고 저마다의 사연을 이곳에서 풀어 놓는다. 딸의 가출, 직장 내 성희롱, 아동 학대, 사내 비리 등 신문 사회 면에 한 번쯤 나올 법한 다양한 사연들이 주인공 주혁의 사연과 교차 되며 나온다.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건과 사연이 있고, 그 속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발생한다는 게 무섭고 신기하다. 각자의 입장이라는 것, 선의라고 부른 것들이 때론 누군가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친다. 딸의 가출을 인정할 수 없는 엄마, 전 직장에서 성희롱으로 피해를 봤던 여자가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정의감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을 크게 만들어 버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 일, 과거 씨랜드 사건을 연상케 하는 유치원생 참사, 비리를 보고도 참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 때문에 동생을 잃은 사건 등.. 사회 정의를 위해서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내 가족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들.

 

오늘도 수많은 죽음들이 뉴스에 나온다. 택배 기사님들의 죽음은 몇 년 전부터 계속되었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죽을 때마다 이것은 인재라며 난리를 치지만 그때 뿐. 계속해서 아이들이 인재라는 이름으로 죽고 있다. 인구 절벽이라고 아이를 낳으라고 말하지만 낳은 아이 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 과연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 있지만 가장 안타까운 건 아직 피지도 못한 아이들의 죽음일 것이다. 아이의 죽음 앞에 서로의 탓을 하다 결국엔 갈라서야 하는 사람들.

 

모든 것을 놓을 정도로 죽음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준다. 어제보다 조금은 나은 내일.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 늘 매력적인 소설을 쓰는 안보윤 작가. 다시 작가의 책을 찾아봐야겠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20.10.28.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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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가 보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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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뭔가 재미있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주혁은 잠시 누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누나는 좀 별난 일을 한다. 뭐냐 하면 점을 봐주는 사람이었다. 신내림 같은 걸 받은 것도 아닌 사람이 천지선녀라는 간판을 걸고 그런 일을 했다. 누나는 겨울에 뭔가 힘을 얻을까 해서 산에 수행을 하러 갔는데, 주혁이 함께 갔다가 주혁은 집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어떻게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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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뭔가 재미있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주혁은 잠시 누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누나는 좀 별난 일을 한다. 뭐냐 하면 점을 봐주는 사람이었다. 신내림 같은 걸 받은 것도 아닌 사람이 천지선녀라는 간판을 걸고 그런 일을 했다. 누나는 겨울에 뭔가 힘을 얻을까 해서 산에 수행을 하러 갔는데, 주혁이 함께 갔다가 주혁은 집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어떻게 산에서 돌아왔는지도 몰랐다. 주혁은 나뭇가지를 가지고 왔다. 나뭇가지는 자는 주혁을 깨웠다. 주혁은 누나한테 붙어야 하는 귀신이 자신한테 붙었다고 여겼다. 나뭇가지엔 귀신이 붙은 걸까. 그날 그곳에 누군가 찾아오는데, 나뭇가지가 그 사람 동생이 죽고 유서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그 말을 들은 그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 동생이 쓴 유서를 찾았다고 한다. 나뭇가지가 정말 영험한 걸까. 그 뒤로 여러 사람이 오고 나뭇가지는 여러 죽음을 보고 말해주고 주혁은 그걸 거기 온 사람한테 알려준다.

 

 사람은 이 세상에 오면 언젠가는 죽는다. 나뭇가지가 죽음을 본다 해도 그 죽음을 막지는 못할 거다. 죽음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나뭇가지가 있다니. 나뭇가지 이름은 반이다. 어린아이처럼 말한다. 만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이런 설정은 재미있지만 이 소설 그렇게 가볍지 않다. 죽음을 말하는 거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소설 제목도 《밤의 행방》이 아닌가. 밤은 곧 죽음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밤 하면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게 생각난다. 사람은 자신 앞에 놓인 죽음을 못 본다. 자기 죽음뿐 아니라 다른 사람 죽음도. 그런 걸 나뭇가지인 반은 보다니. 그런 이야기가 다른 사람한테 알려져서 사람이 찾아오기도 했나 보다. 어떤 아이는 할머니가 죽는지 죽지 않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온다. 그 아이가 반을 집었을 때 하얗게 보였단다. 그게 죽음이 보이지 않은 건지, 다른 걸 나타낸 건지. 그 아이가 수학여행 가는 모습 어쩐지 세월호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세월호보다 그전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는데. 배가 가라앉는 게 나오는 건 아닐까 조금 조마조마하면서 봤다. 다행하게도 그런 건 나오지 않았지만, 그걸 생각나게 했다.

 

 예전에 청소년수련원에 불이 나고 아이가 죽은 일이 있었나 보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몰랐다. 거기엔 주혁 딸 수아도 있었다. 수아는 캠프에 가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인 영지가 억지로 보냈다. 유치원에 다니는 수아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면 좀 어떤가 싶기도 한데, 왜 영지는 수아가 다른 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엄마여서 그런 건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잘 사귀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는 거 아닌가. 수아가 죽고 주혁과 영지는 서로를 탓한 듯하다. 아이가 죽으면 남은 부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함께 아이 이야기를 하고 아픔을 나눠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그렇게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영지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기도 했는데, 주혁은 그런 모습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 수아를 그렇게 보내놓고 그럴 수 있느냐고. 처음엔 그런 마음이 든다 해도 안 해야 할 말도 있을 텐데, 아마 주혁은 그런 말도 다 했겠지. 그리고 헤어진 거겠다. 아주 헤어진 건지 그저 따로 사는 건지 정확한 말은 나오지 않기는 했다.

 

 수아가 죽고 어느덧 열다섯해가 흘렀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구나. 아이를 잃은 아픔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낫지 않겠지. 그래도 주혁은 이제야 깨달았다. 영지와 함께 아픔을 함께 해야 했다는 걸. 그저 두 사람이 곁에 있기만 해도 괜찮았다고. 그때는 몰랐던 걸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나뭇가지는 그걸 알게 해주려고 주혁 앞에 나타난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죽고 남은 부모가 서로를 위로해주면 좀 낫겠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영지도 수아를 생각하고 캠프에 보냈을 텐데, 그런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았을까. 여전히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 뒤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걸 보면 말이다. 아이가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이 책을 다 보니 밤과 반은 비슷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저 발음이 조금 비슷한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우습기도 하구나. 밤은 어디로 갔을지.



희선


 

이달의 사락 n***8 2023.07.23. 신고 공감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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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죽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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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죽음'에 대하여<밤의 행방>을 읽고  [밤의 행방을 찾아서] 어두컴컴한 밤에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물며 어둠 속에서 밤을 찾는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안보윤 작가가 쓴 <밤의 행방>이라는 소설의 제목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이다. '밤'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고 있으면 고요함, 서늘함, 기다림 등의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감정들이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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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죽음'에 대하여

밤의 행방을 읽고

 

 

[밤의 행방을 찾아서어두컴컴한 밤에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물며 어둠 속에서 밤을 찾는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안보윤 작가가 쓴 밤의 행방이라는 소설의 제목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이다. ''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고 있으면 고요함, 서늘함, 기다림 등의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감정들이 최고조에 이르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밤은 '죽음'과 연장선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 혹은 그것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죽음에 얼마큼 다가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정해진 운명(運命)과도 같이 운명(殞命)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소설 밤의 행방은 주인공 주혁과 ''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종착역은 '죽음'으로 동일하다. 또 하나 공통점은 모두가 인간이 만들어낸 죽음이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서로 다르지만 결국 같을 수 밖에 없는 밤의 행방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만들어진 죽음. 인간이 창조해낸 죽음의 시작은 이러하다. 인간의 탐욕이, 이기심이 발현되는 지점에 죽음의 씨앗이 뿌려진다.(중략) 일단 시작된 죽음은 멈출 수 없다. 죽음은 오로지 끝을 향해서만 질주한다. 자신이 마땅히 회수해야 하는 것들을 향해서, 인간은 행동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 건물이 반드시 무너질 것이라는 걸. 또 다른 인간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것을 한다. 인간은 늘,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222)

 

[누나에게 가야할 나뭇가지가 내 가슴 속에 들어왔다]

기도는 누나가 하러 갔는데 왜 귀신이 나한테 붙었지.(19)

    점집을 운영하는 누나가 치성을 드리러 가는 길에 동행했다가 정작 동생 주혁에게 귀신과도 같은 존재인신비한 나뭇가지가 찾아온다.

 

-어디가요? 어디 가는데요 

-구부러진 나뭇가지가 연거푸 물었다. 작은 방울이 촐랑대는 것처럼 주위가 순식간에 소란해졌다.

-설탕 사러.

-설탕 말고 꿀이요! 천연 꿀!설탕물로 채취한 거 말고 진꿀로! 내 말 알아들었어요? 모르겠음 그냥 제일 비싼 걸 사와요!(72)

    신비한 나뭇가지는 주혁을 살려준 대가로 연신 꿀물을 요구하지만 주혁은 이를 묵살한다하지만 둘은 누나를 대신해서 의도치 않게 점집을 찾은 사람들을 만나고그들에게 이미 찾아왔거나 곧 찾아올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그래서, 뭐가 궁금한 겁니까? 여기가 무슨 상담치료실도 아니고 동네 사랑방도 아닌데 뭐 그런 얘기를 시시콜콜…… 흐음. 됐으니까 말을 해요. 해야 할 말만, 아무 말이나 내뱉지 말고, 진짜 필요한 말만 최대한 짧게!(97)

    주혁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처음부터 까칠한 남자는 아니였다는 것을 이후에 밝혀질 그의 사연을 통해 알 수 있다. "용건은 간단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은 저마다 우여곡절의 사연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즉 타인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고, 그 이야기를 상대가 들어주길 바라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뿐이야 

투덜대며 꿀에 잠겨 있던 나뭇가지가 주혁을 돌아보았다.

-네가 볼 수 있는 건 죽음뿐이야?  

-사신이니까요.

-수호신이라더니 

-투잡인가 봐요. 수호신 겸 사신.

-그러니까 죽음만 볼 수 있다 

-잘 모르겠어요. 일단 나를 만진 사람과 관련된 죽음 정도는 보이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죽음. 그것과 관련된 장면 정도가요.(103)

    주혁이 나뭇가지의 죽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투잡'이라는 단어를 쓰는 나뭇가지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투잡'에 대한 갑론을박은 이후로도 계속된다.

 

-근데 수호신이랑 사신은 투잡으로 좀 이상하지 않아요? 바이러스랑 백신 같은 느낌이잖아요.

-, 사신은 아니야.

-내가 아저씨 수호신이라는 건 인정하는 거네요 

-수호신은 개뿔.(104)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점차 발전하게 될 둘의 케미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애초부터 너 사짜였잖아. 신의 영역에 투잡이 어딨어. 사신이니 수호신이니 떠들어대도 너는 그냥 반편이었던 거지. , 그거 좋다. 반편이. 반쪽.(중략) 나뭇가지가 화를 내는 통에 화병 안에서 챙강챙강 잔소리가 일었다. 주혁은 해가 지도록 반쪽아, 반쪽아, 하고 놀리다가 결국 타협했다. 나뭇가지의 이름은 반쪽을 줄여서 반이 되었다.(146)

    책의 절반을 훌쩍 지나서야 나뭇가지의 이름에 대한 사연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초반부에 ''의 어린 아이와도 같은 성향에 대한 글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것은 여기서부터다. 그런데 주혁은 어떤 이유로 신의 영역에는 투잡이 없다고 한걸까?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만 보아도 여러 개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의 이름을 계속 부르다보니 문득 ''이 떠올랐다. '''', 둘의 발음도 비슷하거니와, 무엇보다도 밤하늘에 뜬 반달이 시간이 흐르면 보름달이 되듯이 ''도 언젠가는 온전한 하나의 존재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보여주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아저씨도 그런 게 보여요 

-아니.

-그럼 거짓말을 한 거예요? 왜요? 그럼 안 되잖아요.

-진실을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으니까.

-그게 뭔데요 

-……위로.(185)

    “위로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은 그 동안 주혁이 보여줬던 자조적인 모습과 대비되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인간이 만들어낸 죽음] 주혁과 ''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죽음'이라는 종착역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그렇다고 개인의 죽음이 그저 개인의 것으로만 끝나는 건 아니다. 죽음에 관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은 주혁은 물론,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죽음이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계속해서 던진다.

 

우철이 아이의 학업계획표를. 아내가 생활계획표와 식단표를 작성하면 아이는 그대로 따랐다. 때문에 아이가 사라지면서 남긴 17초의 기록은 우철에게 남다른 모멸감을 주었다. 그건 지금까지 우철에게 보였던 아이의 태도가 기만에 가까웠다는 일종의 고백에 가까웠다.(50)

     가출한 아이를 실종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부모의 이야기 중, 남편이 아이가 찍혀있는 폐쇄회로 영상을 보는 장면이다. ‘17라는 짧은 시간과 아이를 키워왔던 긴 시간의 대비로 남편의 심리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주변인이 뭐냐고요? 최고점과 최하점이 있다면 그 사이에 있는 무수한 중간 점수가 있잖습니까. 그거랑 비슷해요. 식당에 가서 음식을 맛보고 맹렬히 욕하는 사람과 열렬히 칭송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이런 맛인가 보다 하고 지나가는 사람. 길거리에서 싸움이 나면 적극적으로 말리진 않지만 나 몰라라 내빼지도 않는, 병풍 역할에 충실한 주변인. 저는 그게 체질이었습니다.(78)

     인턴으로 근무하는 회사 생활에서 겪은 문제적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는 청년의 대사이다나는 주변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쁜 사람은 되기 싫고 그렇다고 좋은 사람이 되기에는 심한 감정 소모 때문에 중도를 걷길 바라니 말이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몸을 끌어안자 더 작은 손이 튀어나와 영주의 등허리를 마주 안았다. 품 안에 색색 고이는 숨이 따뜻해 영주는 아이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에 화답하듯 아이의 작은 손이 조물조물 움직였다.(129)

    주혁의 가족 이야기다내용 보다는 이 장면 묘사 하나만 놓고 본다면,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도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장면이다. 가슴 한 편에 온기가 피어나는 느낌이랄까.

 

-여기 오면 안 된다고. 사신이 옮겨붙을지도 모른다고 반 애들이 그랬어요. 보통은 알고 싶은 않잖아요.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죽음의 예고장 같은 걸 미리 받아버리는 거니까. 선녀님 되게 무책임해요. 다른 점쟁이들은 액땜할 수 있게 부적도 써주고 굿도 해주고 그런다는데. 선녀님은 그냥, 죽습니다, 하고 끝이라면서요. 치사하게.(140)

    이 대목에서는 책을 읽는 내내 주혁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그런지 오히려 다른 점쟁이들이 더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점쟁이들은 설령 액땜은 되지 않았어도 그 기간 동안에 심리적 위안을 가져다주지 않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라고 주혁은 생각했다.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면, 이라고도 생각했다. 돌연 날아든 최후통첩에 망연해지는 것과 예고된 유예기간 동안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나마 확실한 것이 있다면 후회의 강도 정도가 아닐까.(144)

    존엄사와 연명치료 사이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고민하는 문제와 그 결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예고없이 죽음을 맞는 것보다는 남은 시간 동안 받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삶의 마지막을 유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의미로 읽혀졌다.

 

[점, 선, 면, 도형, 그리고 다시]

이 책의 중반부에 주혁과 의 문답형식의 대사를 통해 인간의 생애주기'를 기하학으로 비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가장 신선하고 인상적인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시기를 점, , , 도형과 같다고 하는 주혁의 이야기 속에서 자조적인 슬픔이 묻어난다. 나로 하여금 부모의 역할과 인간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본문 내용(109~113)을 꼭 일독해보길 권하고 싶다.

-어린애는 아주 사소한 점 같은 거야.(중략) 어른들이 그점을 이어서 선을 만들지.(중략) 어느 날 문득 부모가 그어놓은 선이 자기와는 안 맞는다는 걸 깨달았겠지.(109쪽) 

    <선 따라 걷는 아이>라는 그림책이 문득 떠올랐다. 부모가 그어놓은 '선'을 따라 걷는 아이, 그 선을 벗어나면 괴물이 사는 구멍으로 떨어지는 줄 알았지만 다양한 모양의 선을 걷고 뛰다가 아이는 깨닫게 된다. 괴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선을 따라 걷기만 있는게 아니라 선을 밟지 않는 놀이도 있다는 것을.

 

[내일이 밝아오면] 밤의 행방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상황 묘사나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완급 조절을 잘 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주인공 주혁이 타인의 죽음을 무심히 관조만 하던 것에서 벗어나, 점차 자신의 이야기와의 교집합을 만들어 스스로 아픔과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어 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끝으로 책을 덮기 전 작가의 말을 읽다가 이 책을 한동안 계속 떠올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1999630, 모든 사람이 모두 다른 방식으로 상처받았을 날로 기억되는 그 참사를 모티프로 가져왔다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귓가에는 모짜르트 교향곡 25G단조 K.183 1악장을 전주곡으로 한 H.O.T아이야라는 노래가 들려왔다. 책을 덮고 이 노래를 다시 찾아 들으니 주혁 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었다.

    이상으로 죽음의 여러 갈래 중 인간이 만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밤의 행방의 리뷰를 마친다.

 

 

 

 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버리게 누가 허락했는가 

언제까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고 살텐가 

 

누구나가 다 평등하게 살아갈 때, 모두 다 자기 것만 찾지 않을 때,

어떤 것이 무엇이 제일 소중한지 깨달을 때,

그때 밝은 내일이 살아 돌아온다

 

아이야! 아이야! 아이야!

 

H.O.T<I yah!>

 

 

-----서평단 리뷰어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달의 사락 k*****o 2019.12.1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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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츤데레 아닌가요?ㅋㅋ 재밌게 봤어요!
"주인공이 츤데레 아닌가요?ㅋㅋ 재밌게 봤어요!" 내용보기
'밤의 행방'이라는 제목이 궁금해서 고른 책이에요. 추리 소설일까, 아니면 코믹, 로맨스?결론은 전부 다 아니라고 해야 할지, 어느 정도는 맞았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말을 할 줄 아는 '반'이라는 기묘하면서도 당돌한 나뭇가지를 만나게 된 주인공 '주혁'은 그 가지가 말하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대신 전한다는 내용이에요.분명히 말했죠? 내가 아저씨 수호신이라고. 아저씨 목숨
"주인공이 츤데레 아닌가요?ㅋㅋ 재밌게 봤어요!" 내용보기

'밤의 행방'이라는 제목이 궁금해서 고른 책이에요. 추리 소설일까, 아니면 코믹, 로맨스?

결론은 전부 다 아니라고 해야 할지, 어느 정도는 맞았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을 할 줄 아는 '반'이라는 기묘하면서도 당돌한 나뭇가지를 만나게 된 

주인공 '주혁'은 그 가지가 말하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대신 전한다는 내용이에요.



분명히 말했죠? 내가 아저씨 수호신이라고. 아저씨 목숨도 살려줘 돈도 벌게 해줘,

이만큼 완벽한 수호신이 어딨어요? 그러니까 마누카까진 아니더라도 아카시아 꿀

정도는 받아야겠어요. 나는 관대하니까 하루 한 스푼으로 봐줄게요. _p40



근데 저는 반이 왤케 귀여운지 ㅋㅋ

꿀 달라고 저렇게 츤츤애교를 부리는데 저 같으면 얼른 제일 좋은 꿀을 줬을 것 같은데

주혁은 설탕이랄까 심지어 싫어하는 것을 주기도 합니다. 이 정도는 줘도 된다면서 ㅋㅋ

반과 주혁의 알콩달콩(?)을 보는 재미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거꾸로 화병에 밀어넣어질 때 머리도 구분 못하냐면서 멍청한 인간이라고 소리도 지르곸ㅋ

요로코롬 깨알 케미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조금은 따뜻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동생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진실을 말해보지만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된다거나,  

동생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누나의 후회.... 성희롱, 아동 학대 등ㅠ

사회적인 어둠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 하나하나에 몰입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적은 없다.

남자의 아내는 사고로 죽을 것이다.

보라색 머리를 한 딸은 뒤늦게 돌아와 울부짖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주혁이 그랬던 것처럼 너무 늦게.

너무나 무기력하게. _p71



넘 재밌게 봐서 그런지 애니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코믹하면서도 다정하고 츤츤미를 뽐내는 주인공들과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주제는 시리즈로 나온다고 해도 특유의 개성과 독특함으로

충분히 흥행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림체까지 예쁘다면 굳굳!! 

 

뭘 읽을까 고민 중이라면 <밤의 행방> 추천드려봅니다~

 

 

 

i***o 2019.12.12.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eBook
밤의 행방-안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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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일하던 동생이 화재로 죽는다. 언니 해원은 남자의 빌라에 찾아와 동생에게 그날 일어난 일을 듣는다. 남자는 죽음을 본다고 했다. 동생이 요양원에서 횡령과 방화를 저지르지 않았음을 알게 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도 그런 식으로 죽어서는 안 돼요. 제 동생뿐 아니라 세상 그 누구도요." 안보윤의 『밤의 행방』 속 이야기이다. 소설은 수련회에 놀러 간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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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일하던 동생이 화재로 죽는다. 언니 해원은 남자의 빌라에 찾아와 동생에게 그날 일어난 일을 듣는다. 남자는 죽음을 본다고 했다. 동생이 요양원에서 횡령과 방화를 저지르지 않았음을 알게 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도 그런 식으로 죽어서는 안 돼요. 제 동생뿐 아니라 세상 그 누구도요." 안보윤의 『밤의 행방』 속 이야기이다. 소설은 수련회에 놀러 간 아이가 화재로 죽고 삶이 무너진 주혁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미래를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죽음은 순식간에 덮쳐와 삶을 앗아간다.

『밤의 행방』에는 다양한 죽음의 형태가 등장한다. 아이를 잃고 아내마저 떠나자 방황하게 된 주혁은 '천지선녀'라는 점집을 차린 누나의 집에 머무른다. 그곳에서 수호신 혹은 사신이라고 불리는 나뭇가지와 만난다. 꿀을 좋아하는 나뭇가지는 주혁과 대화를 시작한다. 사람이 죽는 순간을 볼 수 있는 나뭇가지는 누나의 집에 찾아온 점쟁이의 동생이 남긴 유서를 찾아준다. 그날부터 주혁은 나뭇가지가 말해주는 죽음의 순간을 대신 전해준다.

가출한 딸의 행방을 물으러 왔다가 오히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회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남자는 그 일이 진짜 자신에게 일어났는지 의심을 한다. 선의를 가장한 의도적인 배제는 아니었을지 묻는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할머니의 죽음을 물으러 오는 학생은 그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기도 한다. 반이라고 불리는 나뭇가지가 들려주는 죽음의 순간은 유예가 될 수 없다. 아이의 출산을 앞둔 여자에게 주혁은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수 없음을 알려준다. 그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죽음이 담긴 미래를 알고 싶은가. 그걸 알면 죽음을 늦추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는가. 『밤의 행방』은 그렇게 물어온다. 알고 싶지 않다. 아니 알아서는 안 된다. 누구도 죽음이 담긴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사방이 죽음으로 흥건한 이곳에서 막아야 할 죽음이 있었다. 소설은 그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자신의 배를 불리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사람들이 있었다.

『밤의 행방』의 결말은 슬펐다. 현실의 일이 소설에 끼어들고 있었다. 행복한 결말 같은 건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에나 나오는 환상이다. 현재만이 정답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현재. 지독한 슬픔을 견뎌낸 자가 걸어가야 할 오늘. 누구도 그렇게 죽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라도 알아야 한다. 안보윤은 죽음의 행방을 알고 싶어서 『밤의 행방』을 썼다. 사라진 죽음에게 조용히 보내는 위로의 소설. 잘 가라고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소설. 



s*****m 2019.12.27.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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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윤 『밤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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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밤의 행방』이라는 제목과 달리 너무나도 알록달록한 색감과 배경의 표지 디자인은 소설 속 분위기를 쉽게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만큼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표지의 색감만 보고선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점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라는 소개 글을 보고선 대학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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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밤의 행방』이라는 제목과 달리 너무나도 알록달록한 색감과 배경의 표지 디자인은 소설 속 분위기를 쉽게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만큼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표지의 색감만 보고선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점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라는 소개 글을 보고선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안보윤 작가가 안내해줄 미지의 세계는 무엇을 짐작해도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빠르게 소설을 읽어나갔다.

 

사짜 점쟁이 누나가 귀신을 붙이려고 백일치성 드리러 간 사이 점집을 지키던 동생에게 죽음을 보는 사신 나뭇가지 '반'이 생기며 '천지선녀'집은 죽음을 잘 본다는 소문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신비한 나뭇가지 반을 손에 쥐면 반은 그 사람과 관련된 죽음을 볼 수 있다. 그런 반의 목소리를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주혁의 이야기가 초반엔 흥미롭게 전개되며 얇은 소설이 쉼 없이 즐겁게 술술 읽히기 시작하지만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무수한 슬픔을 품고 있는 유가족들을 만나며 가족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대면하다 보면 안보윤 작가가 전하는 압박감에 억눌리게 된다. 안보윤 작가는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 사고들과 유가족들이 품고 있는 아픔과 슬픔을 세심하게 다루면서도 각각의 인물과 사건에 저마다의 색채감을 더해주는데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죽음'이라는 소재로 무겁고 어둡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표지의 알록달록한 색감처럼 저마다의 색채를 느끼게 한다. 촘촘하고 견고한 이야기의 짜임새는 말할 것도 없다.

 

작가의 말에서 안보윤 작가는 1999년 씨랜드 화재로 받은 상처를 끄집어내며 그와 비슷한 사건을 적어도 다섯 개는 댈 수 있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밤의 행방』의 얇은 이야기 속에서 떠올리게 되는 과거의 사고들이 소설을 읽어가는 내내 먹먹하게 만들었다. 얇고 재밌는 책을 초반엔 쉽게 술술 읽어 냈지만 소설이 끝나고도 이어지는 여운에 감정이 심하게 동요되는 데에는 소설을 읽어가는 시기에 어린이 안전법으로 나라가 유난히 시끄러웠던것도 크게 한몫했다. 너무나도 끔찍한 사고와 인재가 반성과 각성 없이 반복되고 있고 각종 안전법들은 유가족의 투쟁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마저도 정치적인 색을 입혀 유가족의 가슴에 대목을 또 박아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 사회에 대한 환멸을 뉴스를 보며, 『밤의 행방』을 읽으며 더 진하게 느꼈다.

 

자음과모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새소설 시리즈>가 어떤 색을 가지고 이어나갈지 궁금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세 번째로 안보윤 작가가 등장하면서 앞으로의 기대감을 더욱 상승시켜 주었다. 제목과 반대되는 이미지의 표지의 수수께끼는 소설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오히려 소설을 다 읽고 나자 왜 소설의 제목이 『밤의 행방』인 건지 수수께끼가 더 늘었다. 작가의 말을 읽고선 더 헷갈린다. 한국사에서 잊지 못할 사고들을 소재로 상처받은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한국 소설들이 많다. 『밤의 행방』에서 다룬 씨랜드 화재, 밀양 요양원 화재 그리고 세월호 사건들을 떠올리며 동시에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인천 호프집 화재 등을 다룬 다른 작품들이 동시에 생각나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확실히 이전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작가들도 많다. 현실에서 받지 못하는 치유를 소설을 통해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또 마음의 빚을 진 소설가가 늘었다.

p******w 2019.12.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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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슬픔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슬픔들." 내용보기
죽음은 본디 안개처럼 흩어져 있다. 당신이 길을 걷다 어깨나 목덜미가 돌연 서늘하게 식는 걸 느꼈다면 죽음이 스쳐 지나간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죽음은 해당되지 않은 자에겐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는다. 예정된 곳에 다다르면 자기장을 형성시키듯 고요히 주위를 감싼다. 죽음은 아주 천천히 스며들기도 하고 일거에 대상을 삼켜버리기도 한다. 죽음의 표정 같은 건 없다.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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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본디 안개처럼 흩어져 있다. 당신이 길을 걷다 어깨나 목덜미가 돌연 서늘하게 식는 걸 느꼈다면 죽음이 스쳐 지나간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죽음은 해당되지 않은 자에겐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는다. 예정된 곳에 다다르면 자기장을 형성시키듯 고요히 주위를 감싼다. 죽음은 아주 천천히 스며들기도 하고 일거에 대상을 삼켜버리기도 한다. 죽음의 표정 같은 건 없다. 그것은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죽음은 형체도 근원도 없으므로 막아설 수도, 밀어낼 수도 없다.

그러나 죽음을 불러내는 자들이 있다.

불행히도 그렇다. 죽음을 창조하는 자, 죽음을 가공해내는 자들이 있다. 죽음은 고지식한 논리학자, 성실한 수학자, 부지런한 시종이다. 창조자가 누구든 죽음은 순리대로 움직인다. 요구되는 곳으로 마땅히 몸을 옮겨간다. 신이 예정하지 않은 죽음, 자연이 허락하지 않은 죽음을 만들어내는 자. 그들은 인간이다.

P. 221~222

 

 

 

「 우리 모두가 기억하게 될, 슬픔에 대한 묵직한 기록 」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슬픔의 기록이자 아픔의 기록이다.

도처에 널려있는 이해되지 않는 죽음을 향한 또렷한 응시이고, 깊은 물음이기도 하다.

너무 쉽게 사라져버린 목숨들에 대한 의문이고, 사과이기도 하다.

죽음의 예정된 목적지가 아닌, 인간의 탐욕스러운 부름에 의한 죽음의 발걸음을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지켜본다.

그렇게 인간이 불러들인 죽음의 종착점을 바라보며 맥없이 울 수밖에 없었던 지난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기록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가 절대 잊어선 안 되는 것들을 단단히 묶어두기 때문이다.

당신과 내가 반드시 기억해야 될 슬픔이 여기에 있다.

 

지워진 것에는 지워질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때로는 사라진 기억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었다.

P. 8

 

누군가에게는 망각만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너무 아픈 상처는, 너무 깊은 슬픔은,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삶이 우리에게 망각을 선물하기도 한다.

 

하지만, 방관자였던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그날의 시간들을.

무책임했던 어른들을.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인간의 본성을.

그리고 죽음에 빼앗겨 버리고 만, 보드라운 생명들을.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 주워진 주제에 별로 깐깐하게 굴고 싶진 않지만, 음, 이곳은 집이라고 하기엔 좀, 형편없네요.

_ P. 10

 

 

잎이나 곁가지를 한 번도 틔워본 적 없다는 듯 결이 매끈한 초콜릿색 나뭇가지는, 말을 했다.

귀신을 붙이러 간 누나가 아닌, 주혁에게 잡귀가 붙은 모양이다.

까탈스럽고 요구 사항이 많은 나뭇가지와 힘든 길 위에서만 살아갈 수 있었던 주혁의 기묘한 동거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뭇가지, 반은 누군가의 죽음을 본다.

자신과 접촉한 사람이 겪은 죽음이나 겪게 될 죽음을.

덕분에 무당도 없는 신당에서 팔자에도 없는 '신녀'노릇을 하게 된 주혁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려준다.

 

죽음의 순간을 알고 있다는 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점집에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간절한' 사람들이다.

거짓말이라도, 사기라도 믿고 싶을 만큼, 희망을 간절히 원하는 절망적인 사람들이 주혁을 찾아왔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부, 직장 내 시달림에 미칠 것 같은 청년, 할머니의 죽음을 걱정하는 손녀, 동생의 마지막을 알고 싶은 언니.

 

그들이 내려놓은 삶의 무게는 조금도 가볍지 않았다.

선의와 애정과 장난을 빙자한 폭력들.

다른 옷을 뒤집어쓰고 마치 폭력이 아닌 것처럼 우리를 속이려 드는 악의들을 끝없이 마주 보아야 했다.

그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또한 끝없이 자리를 바꾸곤 했다.

피해자의 얼굴로 앞에 앉아 고통을 토로하는 그 얼굴에서조차 가해자의 얼굴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뒤엉킨 폭력과 악의와 상처와 슬픔들.

그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양면성을, 선의와 악의의 그 얇은 간극의 틈을 보여주려고 하는 듯하다.

어쩌면 선의와 악의는 같은 종이의 앞뒷면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의 민낯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러나 제보의 절반 정도는 착각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장난과 조롱과 사기의 경계 어디쯤에 있었다. 우철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도 배려도 없이 악질적인 전화를 걸어올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_ P. 51

 

아이가 사라진 뒤 우철과 그의 아내는 너무 쉽게 무시당했고 너무 자주 조롱당했고 이 모든 걸 너무 오래 견뎌왔다.

_ P.58

 

 

간절히 아이를 찾아 헤매는 부부에게 세상은 조금도 관대하지 않았다.

너무 쉽게 장난을 치고, 너무 쉽게 외면하고, 너무 쉽게 그들의 간절함을 이용했다.

사람들은 타인의 상처에 무심했고, 잔인했다.

그리고 부부는 아이의 삶을 제멋대로 재단했다.

 

 

- 네가 정의로운 사람인 것 같아? 네가 기울어진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아? 넌 그냥 사회 부적응자일 뿐이야. 다들 그러고 살아. 다들 기울어진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기를 쓰고 버티고 있어. 그만큼의 노력도 해보지 않은 네겐 우리의 성실함을 비난할 권리가 없어.

- 그럼 내가, 뭘 했으면 좋겠는데?

- 아무것도 하지 마. 제발, 가만히 좀 있어.

_ P. 168

 

- 가만히 있으라니. 그거야말로 제가 동생에게 끝없이 강요했던 말 아닌가요. 가만히 있어라,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가만히 있는 게 널 위한 거다. ……결국 제가 동생을 죽인 거예요.

_ P. 181

 

 

아마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명 나와 같은 사건을 떠올렸을 거라 믿는다.

부당해고 노동자의 투쟁과 죽음들.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부조리를 눈 감지 않는 사람들.

기어코 잘못을 들추고 꼬집어 내는 사람들.

그로 인해 옳은 일을 하면서도 비난받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

그 속에서 죽어간 무고한 목숨과 존중받지 못한 또 다른 목숨들.

 

그리고,

그와는 전혀 다른 색의 죽음인, 세월호.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마치 주문처럼 세월호로 나를 데려간다.

어디 나뿐이랴, 4월 16일을 지나온 모든 사람들이 같은 슬픔을 떠올릴 것이다.

 

책 속에서 터져 나오는 깊은 슬픔의 순간들은 우리를 실제의 어느 날로 자꾸만 데려다 놓는다.

우리가 놓쳐버린 아깝고 아픈 목숨들을 기억하라고 속삭인다.

너무 아파서 망각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나약한 우리의 알량함을 비웃는다.

기억, 해야 한다고.

 

 

집단 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압박과 위화감을 외부인에게 전달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감정과 확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설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타인. 영주는 종종 주혁을 그렇게 느꼈다. 수아와 관련된 일에 대해 주혁은 무지했고 안일했으며 비현실적일 정도로 무책임했다.

_ P. 126

 

주혁과 영주의 아이가 그곳에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곳에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그곳엔 누구의 아이든 있을 수 있었고, 누구의 아이든 죽을 수밖에 없었다.

_ P. 131

 

 

사실 이 책의 큰 축을 이루는 이야기는 주인공인 주혁의 이야기다.

왜 그가 편안할 수 없는 건지, 왜 그는 힘들게 길 위에서 삶을 견뎌야 했던 건지 그의 슬픔들이 곳곳에 묻어있다.

조금도 퇴색되지 못한 채, 고통에서 한 발자국도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그의 발자국이 무성하다.

누구도 답해주지 않는 슬픔의 무덤에 묻힌 채 그는 자신의 죄의 무게를 그저 견디고 있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고통을 감히 상상이나 해 볼 수 있으려나.

아이를 키우는 나조차도 차마 짐작으로 알 것도 같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다.

그러니까 책 속의 상실은 소설의 탈을 쓴 실제의 어떤 사건이었기에 '안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누군가의 가슴이 떠올라서.

 

여리고 고운 숨들이 화마에 휩싸여 죽어가던 밤.

그 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게 남겨진 사람들의, 어른이라는 이름을 단 우리들의 유일한 사죄의 길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탐욕과 이기심으로, 이제 겨우 점하나 찍은 아이들의 생이 끝나버렸다.

선도 면도 형체를 가진 도형도 되어보지 못한 채, 그렇게 겨우 작고 작은 점하나를 찍고 영영 사라져 버렸다.

너무도 많은 미래들이.

 

 

 

- 사십대엔 말야.

- 입체도형 안에 자기가 원하는 걸 넣을 수 있지. 가족이나 직장처럼 구체적인 것도, 의지나 희망처럼 추상적인 것도 전부. 도형 안엔 가장 소중한 걸 넣어야 해. 그래야 여생 동안 그걸 지키면서 도형을 늘려나갈 수 있거든.

…중략…

-그럼 아저씨의 도형 안엔 뭐가 들어 있어요?

- ……아무것도.

- 아무것도?

- 아무것도 없다, 내 도형 안엔. 도형 자체가 없어.

P. 112 ~ 113 

 

 

 

죽음을 볼 수 있는 안테나이자 안내자인

신비한 나뭇가지 '반'이 마주친 무수한 손들

인간이 만들어낸

죽음들에 대한 단단한 응시

 

 

나뭇가지 반은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죽음을 볼 수 있는 존재였다.

그것이 어쩌면 반의 운명이었다.

그런 반에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주인공인 주혁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지현.

 

반은 예정되지 않은 죽음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죽음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신이 예정하지 않은 죽음, 자연이 허락하지 않은 죽음', 반이 볼 수 없는 죽음.

그런 죽음들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아프다.

 

책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다음의 문장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자음과 모음의 '새소설'시리즈는 처음 읽는다.

다른 출판사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간간이 찾아 읽고는 하는데, 그 시리즈만큼 '자음과 모음'의 이번 시리즈도 단단히 뿌리내려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얇지만, 결단코 얇을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유쾌한듯 하지만 더할 수 없는 슬픔이 담겨있다.

어찌 보면 캐주얼한 글처럼 읽히지만, 단단하고 무겁고 견고한 글이었다.

작가의 이런 응시가 너무 좋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밤은 탄생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거리에 밤의 씨앗을 흘리고, 누군가는 그림자처럼 발끝에 매달린 밤을 지르밟으며 걷고, 누군가는 폐로 스며든 밤의 기척에 뒤척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무섭고 두렵다. 그리고,

슬프다.

 

작가의 말 _ P. 244~245

 

 

'안보윤'

좋은 작가를 알게 되었다.

다음 작품을 설레면서 기다려야겠다.

작가의 단단한 응시가, 문장 속에 숨어 흐르는 선과 악의 엉킴이 인상적인 글이었다.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형태로 슬픔의 시간을 추모한다.

글로 슬픔의 알갱이를 빚어 토해내고 있다.

잊지 않고 있다는 것, 타인의 상처에 예민하다는 것, 슬픔을 온전한 방식으로 드러내 보여 준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런 작가들이 있어서 안도가 든다.

 

잊지 말아야 할 슬픔들이 너무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꾸만 무뎌지고 무감해져 간다.

고통스럽고 마주보기 어려운 상처라 할지라도 기억해야만 하는 슬픔이 존재한다.

그렇게 다시 잊혀져버리지 않도록, 자꾸만 그 기억들을 '살아있게' 해주는 작가들의 행보를 응원한다. 

 

i****e 2019.12.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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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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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왔다그 슬픔에 대해 누구도 준비하고 기다릴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나도 어렸을 적 아버지의 죽음을 감당하면서너무나도 길고 긴 어둠의 시간을 보냈었다건강하던 아빠가 투병을 하게되고, 갑자기 환자가 되고, 갑자기 얼마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당시 어린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아빠가 아픈 와중에도 나는 여전히 철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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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왔다

그 슬픔에 대해 누구도 준비하고 기다릴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

나도 어렸을 적 아버지의 죽음을 감당하면서

너무나도 길고 긴 어둠의 시간을 보냈었다

건강하던 아빠가 투병을 하게되고, 갑자기 환자가 되고,

갑자기 얼마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시 어린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아빠가 아픈 와중에도 나는 여전히 철이 없었고

여전히 대들었고,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빠가 눈을 감으셨을 때, 그게 왠지 나때문인것만 같고

항상 셋이었던 우리집이 둘이 되었을 때

큰 중추 역할을 했던 아빠가 없는 빈자리는 너무나도 컸다

그게 내 밤의 시작이었다

누구나 밤의 시간은 온다

세상에 누구나 영원히 살 수 없는 것을 알고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고

그 주변의 사람들이 죽음을 목격한다

어제까지만해도 내 옆에서 살아 숨쉬었던 사람이

갑자기 한 순간에 없어져버리는 걸

어쩔수 없는 일이고

운명이 그러한 것인데

누구나 평범함을 꿈꾸며 나에게는 왜 그런 평범함이 오지 않는지

절망하고 반문한다

이 책의 주인공 또한 어쩔수 없는 딸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고

폐인처럼 지내다가 믿을 수 없는 나뭇가지 반을 만나서

사람들의 죽음을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누구에겐 그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사람이고

이름모를 사람일 뿐일 수 있지만

그 누구들 모두 각자 소중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도 누구의 소중한 사람이고, 각자 나름의 아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비단 천지선녀 점집에 찾아오는 사람들만을 그려서가 아닐 것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의 저마다의 이야기, 저마다의 슬픔을 헤아리며

또 그 가운데서 자신의 삶의 이유를 찾아 살아가는 것

그렇기에 나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야한다는 것

너무나 죽음을 생생하게 그려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치유가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l*****5 2019.12.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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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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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행방죽음을 볼 수 있는 안테나이자 안내자인 신비한 나뭇가지를 얻게 된 주혁과 자칭 자신이 주혁의 수호신이라 주장하는 신비한 나뭇가지 '반'이 보여주는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들.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는 중요한 문제이자 과제이다. 때론 죽음은 언제나 멀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의 죽음이나 아끼던 이들의 죽음을 겪게 되었을 때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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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볼 수 있는 안테나이자 안내자인 신비한 나뭇가지를 얻게 된 주혁과 자칭 자신이 주혁의 수호신이라 주장하는 신비한 나뭇가지 '반'이 보여주는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들.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는 중요한 문제이자 과제이다. 때론 죽음은 언제나 멀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의 죽음이나 아끼던 이들의 죽음을 겪게 되었을 때 죽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이다. 작가 안보윤은 2005년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을 시작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문학상 수상작인 <오즈의 닥터>,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소년 7의 고백>, <사소한 문제들>, <우선멈춤>, <모르는 척>, <알마의 숲>등을 발표한 작가이다. 그리고 이번 소설은 <밤의 행방>으로 1999년 6월 수련회의 열악한 컨테이너 숙소로 인해 발생한 화재사건을 계기로 구상하였고 수많은 죽음과 사건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바라보아야할지에 대해 죽음을 단단하게 응시하는 묵직한 시선들로 보여준다.


이 소설은 죽음을 겪은 혹은 죽음을 마주할 이들의 이야기가 주혁과 반을 거치며 전개되면서 죽음을 응시하는 주혁의 시선같이 이 책을 읽는 나의 시선도 함께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사랑하는 아이의 죽음을 겪은 주혁은 여전히 그 사건이후로 죄책감과 괴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결코 내뱉지 말았어야할 그 말까지 ... 사랑하는 아이의 죽음과 그런 아이의 죽음에 괴로워서 다른 사람의 상처를 후벼파는 그 말... 이 책을 읽으며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더는 남 일같지 않고 덤덤하게 바라볼 수 없었던 건 '나도 그랬을 것 같다'라는 솔직한 감정 때문이었다.



인간이 반드시 죽게 될 건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것을 한다. 인간은 늘,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p. 222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죽음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죽음은 정말 깜깜한 밤과 같고 두렵고 슬프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죽음을 바라봐야하는 이유는 죽음은 어쩌면 떠난 이들보다 남겨진 이들의 과제이기때문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아이같은 반과 아이의 죽음을 겪은 주혁을 통해 죽음을 바라보면서 점점 성숙해지는 그들의 모습에 책을 읽는 나 역시도 점차 성숙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역시도 죽음을 극복하거나 죽음에 의연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두렵고 슬픈 죽음이 때론 성장하고 더욱 서로를 사랑할 수 있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안보윤 작가의 <밤의 행방>을 통해 좀 더 성숙한 죽음을 바라봄에 대해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하고싶다.










y*****8 2019.12.1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밤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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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기억하게 될, 슬픔에 대한 묵직한 기록 『밤의 행방』 귀염뽀작한 나뭇가지 '반'. 반은 죽음을 볼 수 있는 죽음의 안내자이다.사람과 닿으면 그 사람과 관련된 죽음을 볼 수 있는 신비한 나뭇가지이다.주혁은 '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티격태격 이들의 케미가 기대되는 가운데..누나가 용한 점쟁이가 되려 했으나.. 기도터에 들어간 누나대신 반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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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기억하게 될, 슬픔에 대한 묵직한 기록

 

『밤의 행방』

 

귀염뽀작한 나뭇가지 '반'. 반은 죽음을 볼 수 있는 죽음의 안내자이다.

사람과 닿으면 그 사람과 관련된 죽음을 볼 수 있는 신비한 나뭇가지이다.

주혁은 '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티격태격 이들의 케미가 기대되는 가운데..

누나가 용한 점쟁이가 되려 했으나.. 기도터에 들어간 누나대신 반의 능력으로 찾아오는 이들의 점을 봐주게는 주혁.

 

점을 봐주면서 사람들의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각각의 에피소드의 면면을 들여다보니.. 가출, 성희롱, 아동 학대, 비리, 대형 참사.. 현실에서도 접하게 되는 사건들인데.. 절대 가볍지 않은,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밤의 행방』에서 주혁의 이야기만 언급해보자면..

주혁에게도 아내와 딸이 있었는데.. 딸 수아는 수련원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 했다.

1999년도에 있었던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주혁의 이야기.

분명히 그것은 인재. 수많은 사람들에게 남긴 깊은 상처.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픈 일..

아픈 기억을 꺼낸 주혁. 반과 나눈 대화는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 같다.

 

 

- 사실 선이라는 게 원래 그래. 삐죽빼죽하고 아무 데나 부딪히고 구부러지거나 부러지기도 쉽고. 다 나름대로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거지. 팔뚝에 힘이 붙으면 애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선을 몇 개든 그려낼 수 있어. 그럼 어엿한 면이 되는 거지.

- 면이요?

- 면, 단면 말이야. (p.110)

 

 

- 그럼, 삼십대엔?

- 도형. 삼십대엔 입체도형을 하나 갖게 돼. 근데 그게 참 보잘것없거든. 가까스로 세워놔도 쉽게 찌부러지는 애물단지지. 그래도 노력해온 게 있으니 다들 그걸 지키고 싶어 해. 인간으로서의 시작은 이제부터라고 봐야지. 지킬게 생기면 인간은 끈질겨지거든.

- 그때까진 인간이 아닌 건가요?

- 뭐, 기대하진 말아야지.

- 단순하다더니 엄청 복잡하네요. (p.111)

 

 

- 그런데, 어떤 인간은, 도형을 망가뜨리고 말아. 터지고 납작해진 것을 움켜쥐고 죽을 때까지 살기도 해. 자신의 도형뿐 아니라 타인의 도형까지 짓밝고 망가뜨리면서 죽지도 않고 뻔뻔하게, 살아. (p.112)

 

 

- 그러고 보니 인간으로 따지면 너는 아직 십대겠구나.

- 왜요?

- 왜긴. 넌 그냥 선이잖아. 선 그 자체.

나뭇가지가 한숨을 쉬었다.

- 아저씨는 몇 살이에요?

- 모르겠다.

-사십은 넘었죠?

- 한참 넘었지.

- 그럼 아저씨 도형 안엔 뭐가 들어 있어요?

- …… 아무것도.

- 아무것도?

- 아무것도 없다, 내 도형 안엔. 도형 자체도 없어. (p.113)

 

 

주혁의 비어진 마음을 채울 수 있긴 할까..

반과 나눈 대화가 먹먹하고 울컥.. 인생을 점, 선, 면, 도형으로 바라본 주혁의 시선이..

그 시선에 담긴 생각들이 너무나 아프게 와닿은 것 같다...

 

 ▲ p.108

 - 인간이란 건 복잡하네요.

구부러진 나뭇가지가 짐짓 진중한 어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 주혁이 한낮부터 소주를 마시기 시작한 게 어제 복채를 떼먹고 도망친 남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 인간만큼 단순한 게 어디 있다고.

- 단순하다고요? 어디가요?

- 별거 없어.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그게 다야.

- 그 과정이 별거잖아요?

- 그게 별건가.

 

 ▲ p.146

 나뭇가지의 이름은 반쪽을 줄여서 반이 되었다.

반.

 

_ 이 책에서 반과 주혁이의 대화는 너무 귀엽고 귀엽다. '아저씨!' 하고 주혁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반의 귀여움... 내용의 묵직함에 비해 간간히 반의 나타나는 귀여움.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나는 그 귀여움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무거운 마음이 아니여서 조금은 감사했다... :) 처음부터 끝까지 무거웠다면 기분까지 그대로 가라앉았을 것 같아......(또르르)

 

 ▲ p.185

 - 아저씨, 아저씨도 그런 게 보여요?

- 아니.

- 그럼 거짓말을 한 거에요? 왜요? 그럼 안 되잖아요.

- 진실을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으니까.

- 그게 뭔데요?

- …… 위로.

 

 

죽음을 투시하는 '반'을 통해 .. 그들의 이야기로 여실히 드러난 사회적 문제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죽음이 아닐까...  꺼내어 보기도 아픈 사건들을 이 책을 통해서 마주하니 마음이 아프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인간 때문에 인간이 만들어낸 참사.. 다시는 그런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도 생겼다.

 

 

다시는. 이제 다시는.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 세번째 『밤의 행방』..

안보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고.. 전작들도 읽어보고 싶다.

 

 

<새소설>은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참신하고 첨예한 작가들의 시선을 담는 소설 시리즈입니다.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젊고 새로운 작품을 소개합니다.

 

 

 새소설 시리즈는 전부 추천.... :D

 

이 시리즈의 다음이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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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t*****j 2019.12.1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