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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새로운 노래를 듣다보면 가사에 반하는 경우가 있다. 가사 전체가 좋은 경우도 있지만 시처럼 특정한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기도 한다. 시절에 따라 달리하는 유행가도 그렇지만 특히 가곡을 듣다보면 그러한 구절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가곡이란 시(詩)에다가, 그것도 우리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시에 곡을 붙여 만들었기 때문일 게다. 또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스스로 익힌 노래가 아니라 학교에 다니면서 음악시간에 배웠던 노래들이기에 더욱 친근하게 느껴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 [한 줄도 좋다, 우리 가곡]은 장석주 시인이 우리 가곡의 가사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한 줄을 뽑아 그것을 핑계 삼아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사색의 실마리로 삼고 있다. 시인은 34곡의 가곡을 들으며 그 가락과 가사에 담겨있는,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흔든 한 줄을 찾아보았다고 한다. 나 역시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에 드는 가사가 나오면 의미두기를 하며 시처럼 암송하곤 한다. 시인의 한 줄을 살펴보면서 시인은 그렇게 뽑은 한 줄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한 줄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우리 가곡 중에는 유난히도 고향을 노래하는 곡이 많다. 근대이후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고향을 그리워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객지에서의 삶이 힘들 때마다 사람들은 고향을 생각하며 위안을 받는다. 그렇다고 고향에서의 삶이 평탄한 삶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항상 과거의 일을 더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로 시작되는 <고향의 봄>이나 <가고파>, <고향 그리워> 등의 노래는 오늘의 삶이 피곤할수록 더욱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시인이 소개하는 34곡의 가곡 중 내가 아는 노래는 삼분의 일 정도이다. 그 중에서 가곡을 생각할 때마다 유행가 가사가 먼저 떠오르는 곡이 2곡 있다. 가곡보다는 유행가의 한 줄이 더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양중해 작시, 변훈 작곡의 <떠나가는 배>와 정태춘, 박은옥의 <떠나가는 배>가 그 중 하나이다. 시인은 ‘저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는 배 내 영원히 잊지 못할 님 실은 저 배는 야속하리’라는 한 줄이 젊은 시절 답답한 현실을 박차고 떠나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는 노래처럼 들렸다고 말하지만, 나는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라는 한 줄이 젊은 시절의 나를 노래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내 삶이 평화의 땅을 찾아,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이기를 바랬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 속에서 노래로 위안을 찾지 않았나 싶다.
다른 하나는 황진이 작시, 김성태 작곡의 <꿈>과 조용필의 <꿈>이다. 가곡 <꿈>의 가사는 황진이의 시 <상사몽>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 날 밤 꿈에는/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만나지기를’. 가곡의 한 줄 ‘꿈길 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 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는 황진이의 시 <상사몽>을 알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다가온다. 님을 향한 그리움이 펄펄 넘치던 내 젊은 날의 아련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 한 줄 또한 마음에 들었지만, 더 가슴속으로 다가온 것은 술에 취해 노래방에서 들었던 조용필의 <꿈>이었다. 팔구십년대 회사생활이 으레 그러했듯 마지막 술자리에서 악사가 연주하는 곡에 맞춰 동료가 부르던 이 노래의 한 줄이 몽롱하던 의식을 단번에 깨웠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그 후 현실이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 고향을 생각하며, 혹은 내가 품었던 꿈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듣고 불렀던 것 같다.
우리는 많은 한 줄을 가지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시를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한 줄을 발견하면 그 한 줄을 가슴속에 품는다. 또는 기억에 없는 책이지만 그 속에서 찾은 한 줄이 내 삶의 여정을 바꾸기도 한다. 가곡의 가사나 유행가의 가사에서 찾은 한 줄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한 줄을 빌미로 가슴속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노래도 훌륭한 인생 텍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