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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었다. 연쇄살인범들과 다른 방식의 연쇄 살인을 즐기는 주인공이지만 1인칭 서술 기법의 트릭으로 인해 왠지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인간을 묘사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인물이라니. 타인의 에너지를 제물 삼아 타오르는 인물로부터 느껴지는 기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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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었다. 연쇄살인범들과 다른 방식의 연쇄 살인을 즐기는 주인공이지만 1인칭 서술 기법의 트릭으로 인해 왠지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인간을 묘사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인물이라니. 타인의 에너지를 제물 삼아 타오르는 인물로부터 느껴지는 기묘한 활력이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죽음보다는 생에 가까운, 뜨거운 체온을 가진 짐승에 가까운 흡혈귀를 보는 것 같았다.
l*****1 2021.06.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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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영 ZERO 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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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작가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소설인데요. 덕분에 작가님의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0 영 ZERO 零>은 정말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글을 읽을수록 주인공 '나'에게 점점 홀리는 것만 같았어요. 자신 주변의 인물들을 불행에 빠트리면서도 생존을 위해서라는 태도로 일관한다는 게... 정말 신선한 인물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식인행위'라고 표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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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작가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소설인데요.

덕분에 작가님의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0 영 ZERO 零>은 정말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글을 읽을수록 주인공 '나'에게 점점 홀리는 것만 같았어요.
자신 주변의 인물들을 불행에 빠트리면서도 생존을 위해서라는 태도로 일관한다는 게...

정말 신선한 인물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식인행위'라고 표현한 부분도요.
인간의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t*******3 2021.02.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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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의 세계라는 것은, 소설보다 현실이 더 적확한 표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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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이라는 숫자!! 는, 완전무결한 숫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처럼, 숫자 나 한글 과 영어 그리고 한자 로 구성한 동의어 적인 표현이, 중복적인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음이라는 것은, 소설을 읽으니까 약간 이해되는 것도 같구요. 사실, 태평양의 어느 섬에는,  실제로 인간을 먹는, 동족포식(카니발리즘)을 한다는 식인종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지요.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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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이라는 숫자!! 는, 완전무결한 숫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처럼, 숫자 나 한글 과 영어 그리고 한자 로 구성한 동의어 적인 표현이, 중복적인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음이라는 것은, 소설을 읽으니까 약간 이해되는 것도 같구요.

 

사실, 태평양의 어느 섬에는,  실제로 인간을 먹는, 동족포식(카니발리즘)을 한다는 식인종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지요. 물론, 그 이야기들을 여기서 길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이 소설 역시 복잡다단한 사회속에서, 내가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남을 잡아먹어야 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자기고백적 서사로 가득한, 이 소설은, 찰나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에서 아무도 죽지 않는 사냥, 그리고 피가 없는 전쟁을 계속해나가며 이 세계의 공허함을 폭로하고 있지요. 인생은 영원히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포식과 피식의 과정일 뿐이며, 세간의 소문과는 달리 교훈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고 선언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클리셰고, 틀에 박힌 내용이지만, 또 누가 그 말을 썼느냐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이지요.

 

쉽게 말한다, 또 쓴다는 것이, 말처럼 쉽게 써지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지만, 두뇌에서의 복잡한 연산과 논리적 결합으로 입에서 발화되거나 연필로 써지는 과정에 있어서 쉽게 말하는 것은 어렵게 쓰고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더군요.

 

w****s 2020.10.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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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제로 ZERO 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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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온 김사과 작가님의 <0 영 ZERO 零> 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이 리뷰글의 내용 중에는 개인에 따라 스포일러로 느껴질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니 열람시 유의 부탁드립니다. 식인 세계관에 살고 있는 “나” 라는 캐치프레이즈에 흥미를 느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김사과 작가님 특유의 타격감있는 문장을 만나볼 수 있는 글입니다. 정말 재미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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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온 김사과 작가님의 <0 영 ZERO 零> 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이 리뷰글의 내용 중에는 개인에 따라 스포일러로 느껴질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니 열람시 유의 부탁드립니다. 식인 세계관에 살고 있는 “나” 라는 캐치프레이즈에 흥미를 느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김사과 작가님 특유의 타격감있는 문장을 만나볼 수 있는 글입니다. 정말 재미있고 즐겁게 또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지만, 어쩐지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가 주저되는 글이었어요. 타인의 가장 은밀한 내부,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옅보고 싶지 않았던, 이를테면 어두컴컴한 내장에 손을 집어넣고 헤집은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k********1 2020.10.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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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발악, 0 영 ZERO 零 - 김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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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영 제로 영책 표지에서 부적을 연상한 탓에처음엔 판타지 소설인 줄 알았다.아니면 누군가의 냉소적인 진리를 표현했다거나.?그랬는데 첫 장면이 스타벅스에서 남자친구와의 이별이다.?ㅋㅋ 김칫국 제대로 마셨다.?가게 안의 사람들은 다 쳐다보고,남자친구가 쉴 새 없이 자신을 비난하는 와중에도 도 눈 깜짝 않는 주인공의 태도가 흥미로웠다.?이어지는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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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 영 제로 영

책 표지에서 부적을 연상한 탓에

처음엔 판타지 소설인 줄 알았다.

아니면 누군가의 냉소적인 진리를 표현했다거나.

?

그랬는데 첫 장면이 스타벅스에서 남자친구와의 이별이다.

?

ㅋㅋ 김칫국 제대로 마셨다.

?

가게 안의 사람들은 다 쳐다보고,

남자친구가 쉴 새 없이 자신을 비난하는 와중에도 도 눈 깜짝 않는 주인공의 태도가 흥미로웠다.

?

이어지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타인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남들을 조종하는 싹을 보였던 9살 적 이야기까지만 하더라도 그랬다.

?

어떤 매력적인 악인일지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던 와중에,

주인공은 그 때부터 인연을 이어오던 명훈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장례식장에서 그의 어머니와 이혼하고 홀로 한국으로 돌아온 명훈의 아버지를 만난 주인공은 생각한다.

?

'그는 왜 명훈처럼 자살하지 않을까?'

?

?

?

?

예뭐라고요??

?

나는 이 때부터

주인공의 사고방식을 따라갈 수 없었다.

어떤 애정이 들지 않은 채로의 소시오패스 캐릭터는 충격 그 자체였다.

?

당황스러웠지만

책장을 넘기는 일도 멈출 수 없었다.

이 또라이는 앞으로 대체 무슨 짓을 벌일까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

이 책의 추천 댓글을 다시 찾아보니

주인공이 광기를 가진 인물이라고 써놨다.

?

진짜였다.

주인공은 대학 동기를 과도하게 추앙하여 소문을 만들어 스스로 추락하게 만들고

자신의 제자가 가진 재능을 다른 분야로 처박아 시들게 만드는 일을 즐긴다.

?

주인공은 이것을 식인의 과정이라고 보며,

사람을 잡아먹는(인격을 죽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로부터 잡아먹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

?

주인공의 사고가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문득 사회생활 중에 마주친 인간들의 사고와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

재산 상속을 위해 아버지의 병간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자신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어머니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도록 경제권을 쥐었고, 결국은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가두어 버린다.

?

반면 자신의 계획대로 타인이 따라오지 않으면 쌍욕과 함께 복수의 칼날을 간다.

?

?

?

독일 유학파, 알아주는 명문대학 출신, 시간강사이자 번역가, 영향력있는 독립 잡지의 위원.

?

자신이 쌓아올린 지위 안에서 안전하고 우아하게,

그러지 않은 척,

타인을 망치는 데 공을 들이는 백해무익한 인간이다.

?

?

하지만 이런 본성을 알아본 듯한 사람이 하나 있는데,

첫 장면의 구남친이다.

?

그는 주인공과 헤어져있던 사이 기력을 회복한 듯

다시 제자의 일로 연락하고 비난을 쏟아낸다.

?

?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탓에

주인공은 술김에 꿈속에서 제자의 모습을 한 악마의 환영을 본다.

?

그리고 나지막히 노래 가사를 읊조리는 척 하다가

모두가 미쳤다며 죽으라고 외친다.

?

(믜칑건 릐가 믜칑거겓죠...)

?

?

?

그리고 다시 컨디션을 회복했는지

평소의 우아한 개소리를 늘어놓다

어렸을 적의 이야기도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학하던 그 시절의 이야기 말이다.

?

주인공은 사실

명훈을 도와주고 친해졌던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에 의해서 명훈과 같이 따돌림을 당한 입장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 따돌림의 주동자를 보며 사냥하는 방법을 깨우쳤다고 생각했다.

?

?

앞으로도 그는 어린 시절에 학습한 식인을 되풀이하며 살아갈 것이다.

단지 그가 손해보는 것이나 그에게 남는 것은

하나도 없는, 0, 제로의 상태로.

오로지 타인을 은밀하게 망가뜨리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그런 모습으로.

?

?

?

개인적으로

문장들에 광기가 가득찼다가

한 순간에 불꽃이 꺼진 듯 연기만 남아 잠잠해지는 마지막 부분 때문에 맥이 빠졌다.

?

주인공의 모습은 정체를 들켜 발악하는

시시한 악당 같은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악당이 타인에게 남기는 상처는 촛불의 그슬림처럼 찝찝하게 남는다.
r*******7 2020.10.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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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0 영 ZERO 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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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영 ZERO 零 - 김사과 3.5 / 5.0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책입니다. 김사과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는데 독특한 매력이 있어서 다른 책들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친숙한 풍경과 단어들, 우리가 문만 열고 나가면 마주할 현실세계에 닿아있는 이야기들이 주로 나와서 더 공포스러웠어요. 예전에 한참 많이 들었던 에미넴의 노래가 나올 땐 반가웠는데 앞으로 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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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영 ZERO 零 - 김사과 3.5 / 5.0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책입니다. 김사과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는데 독특한 매력이 있어서 다른 책들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친숙한 풍경과 단어들, 우리가 문만 열고 나가면 마주할 현실세계에 닿아있는 이야기들이 주로 나와서 더 공포스러웠어요. 예전에 한참 많이 들었던 에미넴의 노래가 나올 땐 반가웠는데 앞으로 들으면 이 작품이 생각날 듯 싶어요. ㅋㅋ

YES마니아 : 플래티넘 s*****1 2020.07.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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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대가도 원하지 않는 듯한 파멸로의 길 안내... 김사과, 0 영 ZERO 零
"아무런 대가도 원하지 않는 듯한 파멸로의 길 안내... 김사과, 0 영 ZERO 零" 내용보기
“나는 약 1초가량 그 남자의 얼굴을 응시했고, 즉시 그가 시선의 출처인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성연우에게로 돌렸다. 그는 계속해서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 롱코트 남자는 주문을 마친 뒤 나와 성연우에게서 멀리 떨어진 자리, 하지만 우리를 여유롭게 관망하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pp.14~15)  소설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 장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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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약 1초가량 그 남자의 얼굴을 응시했고, 즉시 그가 시선의 출처인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성연우에게로 돌렸다. 그는 계속해서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 롱코트 남자는 주문을 마친 뒤 나와 성연우에게서 멀리 떨어진 자리, 하지만 우리를 여유롭게 관망하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pp.14~15)


  소설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 장면으로 주인공의 캐릭터에 강하게 밀착할 수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연애 상대인 이성과 만나게 되는,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만남의 순간에 나는 그에게 집중하지 못한다, 아니 집중하지 않는다. 나는 그 장면의 주인공일 수는 있지만 그 관계의 주인공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 같다. 나는 그 남자를 찰 수도 있지만 그 남자에게 차일 수도 있는데, 그 결정권은 언제나 내게 있다.


  “개강을 일주일 앞두고 나는 내 완벽하게 다정한 남자친구1과 헤어졌다. 내 인생 첫 번째 남자 친구. 나는 그를 사랑했던가? 아니. 조금도? 조금도. 단 1초도? 단 1초도 나는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갖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그는 다정한 유령이었다. 다정하고 또 다정한, 흰 리넨커튼 사이로 흐릿하게 모습을 비추는 다정한 유령.” (p.45)


  남자와의 관계에서 갖는 나의 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남자친구1이라고 호명하는 그를 나는 ’다정한 유령‘이라고 명명한다. 나에게 남자친구는 실체를 갖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존재이다. 기껏해야 그가 가질 수 있는 최대치의 윤곽은 ’다정한 유령‘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나의 관계 맺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그것은 남자와의 관계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인간들과의 관계 맺음에서 나는 그렇다. 


  “재능을 가진 인간들의 가장 큰 약점은 허영심이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만큼, 딱 그만큼의 거품에 둘러싸여 있다. 그 거품, 즉 허영심은 재능의 부산물이자 함정. 허영심은 눈을 멀게 하고, 신경을 둔하게 한다. 한마디로 마비시키는 쾌락이다. 재능을 가진 인간들은 쾌락에 취약하다. 하여 그들은 뻔히 두 눈을 뜬 채 꼬임에 넘어간다. 박세영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허여심은 번번이 그 애의 재능을 이겼다. 결국 그녀의 재능은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되었다.” (p.70)


  소설에 등장하는 박세영은 아직 어린 성인이고 나의 제자였지만 나는 그녀 또한 파괴한다. ’아름다운 종달새가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광경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라고 말하는 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인 것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악마성은 관계의 파탄으로 증명된다. 나는 따로 계획이랄 것도 없는 (아마도 계획된) 감정으로 상대를 대한다. 그런 나에게 상대방들은 대부분 무력하다.


  “도시에서 가장 쉽고 싸고 안전한 것이 무엇일까? 전기? 물? 택시? 아니, 인간이다. 도시는 인간들로 가득하다고 분명히 말했다. 인간이란 아주 신기한 동물이라서 여러 가지에 쓰일 수가 있다. 여러 가지를 하는 데에 대단히 유용하다...” (p.100)


  어쩌면 도시에 가장 흔한 것이 인간이기에 나는 인간을 상대로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억지로 그 기원을 찾자면 독일에서 내가 만난 크리스티나라는 소녀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때까지 모든 시선을 모을 수 있었던 나로부터 반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아간 소녀. 나는 그 소녀를 통해 세상의 진리를 깨닫고, 현재 이곳에서도 그 진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겼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계속된 나의 승리에 마녀 크리스티나가 큰 역할을 했음을 인정한다. 그녀가 나에게 가르쳐준 단순한 진리. 세상은 잡아먹는 인간들과 잡아먹히는 인간들 두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그 진리를 충실히 따르는 것을 통하여 나는 학살의 현장들에서 매번 살아남았다...” (p.186)


  그리고 더욱 아찔한 것은 내가 그러한 결과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0 영 ZERO 零‘이라는 제목이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인공인 나의 아무런 대가도 원하지 않는 듯한 파멸로의 길 안내는 섬뜩하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서 드러내는 것처럼, 우리가 이루어내야 하는 삶이라는 것도 내가 그 생애 동안 인식해야 하는 세상도 그저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김사과 / 0 영 ZERO 零 / 작가정신 / 223쪽 / 2019 (2019)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0.12.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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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북클러버 13기 - 이팸독팸]「0 영 ZERO 零」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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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가 첫 난관이었다. 살짝은 난해한 감이 없지 않았다. 책과 처음 만남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선호하는 분야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을 부르는 이름이 다양했다. 영영제로영, 영제로, 영제로영, 사람마다 책 해석이 다른 것처럼 제목해석도 달랐다.   책은 4년 만난 남자친구와 카페에서 헤어지는 장면을 시작으로 진행이 된다.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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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가 첫 난관이었다. 살짝은 난해한 감이 없지 않았다. 책과 처음 만남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선호하는 분야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을 부르는 이름이 다양했다. 영영제로영, 영제로, 영제로영, 사람마다 책 해석이 다른 것처럼 제목해석도 달랐다.

 

책은 4년 만난 남자친구와 카페에서 헤어지는 장면을 시작으로 진행이 된다. 곁눈질로 힐끔힐끔 무슨 일인가 감각을 세우는 사람들이 눈에 그려졌다. 서술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매끄러웠다. 하지만 처음엔 진부하다는 생각도 했다. 연인과 카페에서 헤어지는 건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가 코로나 사태라는 상황을 고려해도 전국에서 하나 정도는 있을 법하다.) 하지만 1인칭으로 자신의 내면과 현재 상황을 서술하는 주인공은 진부하지 않았다. 진부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독보적인 캐릭터다. 굳이 지금까지 독서 한 책으로 따진다면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독특, 특이와 비슷한 온갖 단어를 짬뽕시켜도 어울렸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미친 거 같다? , 이걸 이렇게? 였다. 그만큼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그게 바로 매력이 되는 책이다. 좀 부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주인공에게 이입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계략에 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흡입력이 강했다.

 

 

 

세상 사람들이 내 불행을 바란다.

그것은 진실이다.

어떠한 세상에 대한 유일한 진실이다.

김지영 선배는 미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했다.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하자면,

사람들은 누군가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바란다.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커튼 삼아 자신의 방에 짙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를 가리고자 한다.

 

 

책의 뒷표지에 적힌 내용이며 읽기 전에도 읽은 후에도 인상이 깊은 문장이다.

 

강렬하게 빨아들이는 책을 읽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c******7 2020.09.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