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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애들 간식을 과자, 빵 등으로 줄 때도 많아서 그 포장재가 플라스틱,비닐로 많이 나오고, 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키친타월과 비닐장갑을 정말 마구 쓴다. 쓰레기봉투에 꽉 찬 키친타월 쓰레기를 보며 난 죄책감을 많이 느낀다. 그나마 종이랑 플라스틱은 재활용되니까라며 생각했지만 아파트 분리수거날 보면 어마어마한 양의 종이와 플라스틱이 나오는데 그걸 재활용한다 해도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소모될 것은 뻔하다.
제일 좋은 건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건데 그게 결국 옛날 어머니들의 살림법과 맞닿아있다. 작가는 현실적으로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모로 고민하고 다방면으로 실천했다. 결국 제일 어려운 지점은 실천이다. <아날로그 살림의 4가지 기준> 1. 사람에게도 자연에도 해롭지 않은 소재의 물건을 선택하기 2. 재활용보다 재사용하기 3. 최소한 필요한 물건만 구비하기 4. 쓰레기 버리는 날짜 체크하기
물건욕심 많은 내가 그나마 잘하고 있는 거라면 물병 챙기기, 면생리대 사용하기, 책이랑 장난감 물려주기 이게 다인것 같다. 가끔 나하나 생수병 하나 덜 쓰고 물병에 담아마신다고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행주를 모아서 삶을 때마다 이렇게 번거롭게 지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지구를 생각하면 진짜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겠다. 동네 언니가 "나는 말이야~"하고 나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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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란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방식을 뜻하며 숫자 한자리씩 정확하게 떨어지는 디지털과는 정반대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날로그식 저울을 예를 들어 보면, 측정값을 보기 위해서는 바늘 눈금을 보고 눈금의 움직임이 멈추는 순간에 값을 읽어 내야 한다. 가끔은 바늘의 위치에 따라 중간 값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지털 저울은 정확히 숫자로 나타나고, 그렇기 때문에 눈금과 눈금 사이를 디지털시계는 나타낼 수 없지만 아날로그 저울은 나타낼 수 있다. 그러니까 디지털 시대가 오기 전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느리게 살아가는 그 시대의 옛 감성이 아날로그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세미 작가의 아날로그 살림은 정확한 값을 표출할 수 없는, 움직임이 멈추어야 보이는 아날로그 저울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책이 만들어진 걸까? 살림 잘하는 저자가 [살리다]의 어원을 가진 살림을 소재로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저자의 책을 통해 편리한 살림에 길들여져 있는 인스턴트 같은 내 인생을 돌아보려고 한다.
직업의 특성상 밤에 일하고 오전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던 나는 새벽의 기운을 느끼며 밥솥에 밥을 안치고, 두부 송송에 된장을 풀어 넣어 부엌에 음식 냄새의 그 진한 향기 한 번 뿜어내지 못했다. 더러워진 공간은 일하는 아주머니를 고용해 해결했으며 옷이나 이불은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으로 해결하고 석유 냄새 진하게 흡입하고 잤더랬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형광펜으로 밑줄을 친 곳은 아이러니하게 면 행주를 10개 이상 준비해놓고 사용하는 저자가 그 행주를 빨아 쓰다가 낡아버린 행주조차 기름기 제거를 위한 도구로 쓴다는 대목이다.
어릴 적 나의 엄마는 살림꾼이었다. 아마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도 요리 꽤나 잘하고 하얀 옷감 삶아 빠는 그 손맛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보고 배운 학습도 있지만 살림꾼 엄마가 설거지를 마치고 행주의 물기를 제거한 뒤에 탁탁 털어서 싱크대 위에 널어놓은 그 풍경이 아직도 생생해서 저자의 면 행주를 사랑한다는 대목에 잠시 젊은 엄마의 살림하던 모습이 그리워졌다. 이 책이 살림의 형태만 소개하지는 않으니 간단하게 구성을 살펴보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3장 제목에서 천천히 호흡하며 나의 공간을 대비시켜보았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나는 공간 디자인을 할 때 [살림]은 하지 않지만 부엌, 싱크대가 놓여있는 주방을 가장 고민하면서 디자인했고 코지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소품을 진열하는 등 안목이 돋보이도록 꾸며놓았다.
그러다 보니 그 부엌의 일상을 소개한 3장에서 수세미의 변신에 놀랐고, 직접 커피를 제조해서 먹는 콜드브루에서 감탄하다가 책을 잠시 덮어버렸다.
아껴야 할 할 곳에 아끼는 살림,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쓰는 살림, 그래서 저울이 멈춰야 측정값을 알 수 있는 아날로그 저울처럼 천천히 호흡하며 살아가는 저자의 삶이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더 강력하게 나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에 얇고 가벼운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어버리기 아까웠기 때문이다.
책의 뒷면에 이런 문구가 있다.
나는 행주 빨아주는 친정어머니와의 독립으로 이제 50이 넘어서 살림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만난, 보석 같은 지혜서가 바로 [아날로그 살림]이다. 저자의 지침대로 몇 가지 흉내 내는 것으로 편리함을 거절하기 시작했다. 물론 편리함을 대체할 펑펑 쓸 돈도 이제는 없다. 우선, 삶아 쓰는 면 행주를 몇 장 구입하고, 이틀에 한 번씩 삶아주었다. 저자가 알려준 대로 과탄산소다를 넣어 삶아주고 있다. 삶은 행주를 찬물로 헹군 다음에 탁탁 털어서 빨래집게로 널어 보여주며 ‘난 살림하는 여자야’ 티를 내보기도 했다.
그다음으로 커피 없으면 못 사는 여자인지라 별다방 애용자인데, 당연히 책을 읽은 다음부터 텀블러를 가지고 간다. 300원 할인이라는 알아도 써먹지 않았던 일상이 추가되었다.
그다음으로 혼자 살다 보니 세탁기 용량 채울 일이 거의 없어, 빨래판을 구입하고 매일의 속옷이나 양말 그리고 얇은 옷감은 비누 칠 풍성하게 발라 쓱쓱 문질러 빨아주고 있다.
저자는 남편에게 화가 날 때 빨래판에 빨래 비벼대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해소할 대상으로 빨래판을 애용하든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쾌감을 느껴보자 결심하는 홀로 여인이든 소량의 빨래를 세탁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마지막 구성을 통해 편리함 대신 불편한 아날로그 살림을 했는데도 살림이 더 윤택해지고 더 행복해진 비결을 읽을 수 있었다. 아마 이런 대목이 있어야 나 같은 인스턴트 아줌마도 이 책을 사지 않았을까.
그 구성 중에 '이렇게 산다고 해서 삶의 질이 달라지고 돈이 모일까..? 아, 이렇게 살아볼만 한데! ' 결심하게 되는 구성이 있었다. 저자의 아날로그 살림의 꾸준함 끝에 모여진 ‘돈’이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제 그 돈으로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고, 그 부모 아래에서 미러링으로 성장한 아이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자연을 대우해주고 있으며 결국 저자는 [어쩌다 보니 환경운동가]가 되어서 이렇게 멋진 책을 탄생 시켰으니 살림 초보인 나는 오늘 한 가지 미션을 추가해보았다.
편리함과 인스턴트에 익숙하다 보면 간식은 라면, 편의점 음식, 아니면 빵과 과자였다. 안되겠다. 냉장고 파먹기 소제목처럼 냉장고의 재료를 찾아 완성한 음식은 고구마 그라탱. 으깬 고구마에 우유를 넣어 섞어주고 중간층에 계란 하나 탁 깨어 넣고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렌즈에 10분 돌려 꺼내보니 레스토랑에서나 먹음직한 [고구마 그라탱]이 완성되었다. 나를 위한 30분의 투자가 여왕의 식사 자리로 나를 안내한 것이다.
눈금이 멈출 때까지 지켜보는 아날로그 저울이 불편한가? 돈으로 해결하는 편리함 때문에 아날로그의 향수에 젖는 것이 어려운가?
불편한 몸, 혼자 사는 여자가 책의 지침대로 해보니 이런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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