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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이 독일에 간다기에 딱히 생각나는 안부 인사도 없고 해서, 독일 하면 유명한 맥주와 소세지 중 반입이 가능해 보이는 소세지를 선물로 사 오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랬더니 왠걸... 다녀와서 캔 하나를 덜렁 내민다. 독일어로 뭐라 적혀진 밋밋한 통의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원터치 마개 모양을 보아하니 맥주는 아닌 게 분명했다. 흔들어 보니 철렁거리는 물소리가 들렸다. 우리나라로 치며 꽁치나 고등어 통조림 정도 되는 소세지인가 보다.
외국 음식이니 호기심에라도 얼른 따서 맛보면 좋으련만, 외계 물질인냥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자꾸 힐끔거리기만 한 게 벌써 이틀째다.
나에겐 저 통조림조차도 무국적 요리에 해당하나 보다.
무국적 요리, 가수 루시드폴이 소설책을 냈다. 루시드폴이 가수로 알려질 때는 화학자로 소개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도 스위스 로잔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라나~.
솔직히 루시드폴이 아니었다면 사지 않았을 책이다. 작품성이나 모든 것을 떠나 소설 마니아가 아닌 나는, 웬만한 거장의 작품-민음사 전집에 포함된 책들-이 아니고서는 굳이 도전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루시드폴이라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그것은... 내가 폴의 감미로운 음악에 취했던 나날이 꽤나 오래였으며, 의사시인 마종기를 알게 된 것 또한 폴 때문이니, 폴이 쓴 소설 역시 나의 감성 코드와 교차하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8개의 단편이 차례로 나온다. 제목만 보면 미성숙한 한 인간의 유치한 말장난에 등장하는 단어들 같다.
소설마다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배경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은 것을 평범하게 받아들이고 말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것을 평범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예를 들면, 기적의 물,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과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해고당한 토끼 기자와 마을을 이끄는 곰 이장의 생활 등이다.
또한 급작스러운 반전이 있다. 여기서의 반전은 놀라움이나 극적 요소가 아니라 허무함에 가깝다.
무색무취했던 청년이 순종하며 따르던 삼촌과 같은 아저씨의 머리를 갑자기 소주병으로 내리치거나, 불타오르듯 요리 경연을 벌인 후 방송이 끝나고 나면 소독업체 직원 같은 사람들이 서둘러 음식을 싹쓸어 쓰레기통에 버린다든가 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한 '무국적 요리'와 같은 결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책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뒤적여 본다. 뭘까... 폴이 하려는 얘기는 과연 무엇일까...
책을 흔들어 보니 출렁출렁 물소리가 난다. 이 책이 바로 독일산 수중포장된 소세지 통조림이다. 무슨 맛이었냐 하면, 더도 덜도 할 것 없이 소세지 맛이다.
나는 아마도 소세지에 대한 왜곡된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소세지는 소세지인 채로 맛있게 먹으면 된다. 성분과 포장법과 디자인을 분석하기에 소세지는 그냥 일상의 음식이니까.
이제 저 통 안에 물건이 궁금하지 않다. 소세지, 맛있겠다. 그것도 독일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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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책을 선택하는 대부분은 사람들은 나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루시드폴.
잔잔하고 따뜻한 노래들을 떠올리며 고른, 심지어 마종기시인과의 서간집을 떠올리며 고른... 놀랬다.
어떤 접접 같은 것이 느껴지긴 하지만... 여덟편의 이야기들이 모두다 낯선 느낌. 루시드폴의 개그를 생각하면 영 이상하진 않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뒤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마유, 요수, 목군, 산이, 앙드레 식으로 예측이 불허하다. 이야기도 탕, 똥, 기적의 물, 애기, 행성이다, 싫어 추구 모두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되고, 순간순간 아버지의 목욕탕을 그리워하는 마유에게 공감하게 되고, 친칠라 토끼 요수한테 몰입되며 목군이 찾는 물을 같이 찾아먹고 싶고, 산이한테 뭔가 도움을 주고 싶고, 앙드레도 장하고 뭐 그렇게 된다.
행성이다의 끝에 나오는 앙드레 엄마의 편지를 보면 이 책은 루시드 폴이 쓴 책이 분명하긴 한 것 같다. 떠나온 사람들, 떠나올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내 일상, 변하고 있는 세상들에 대해 책장을 덮으면서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머리 속에 있는 많은 생각과 지식이 둘둘 섞여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겠지.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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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마음이었던가? 동명의 제목으로 시가집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루시드 폴이 쓴 소설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이적의 지문 사냥꾼이라는 소설이 있는걸 알면서도 아직 읽지 않은 것과는 반대로 이 소설을 읽은 이유는 제목에 요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8편의 단편중에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도 한꼭지는 있었지만 요리와 관련된 소설집으로 착각하고 집어드는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 재기 발랄하고 엉뚱하다기 보다는 어딘가 느슨하게 연결된 조금 묘한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시드 폴이라는 네임 택을 떼고 읽었으면 별다른 감흥이 없었을텐데 루시드 폴이라는 이름때문에 조금 점수를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소설이었다고 할까? 일단 개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신선했다. 송내, 마유, 요수, 안드레, 하요, 타티.. 같은 이름들은 생각해내는 자체가 신선하다. 이야기의 소재와 진행도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어렸을적 이별한 어머니를 찾아 다른 행성까지 갔더니 정작 엄마는 횡성에 있었다던가.. 야심만만한 정치 토끼로 변신해보려다가 밑닦개로 전락한다던가.. 존재의 외로움을 달래려고 찾아간 목욕탕에서 게이 삼촌을 만나 팔자에 없는 폭행범이 되는 식의 이야기는 역시나 가수 루시드 폴에게 기대한 이야기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하기야 그렇기 때문에 이런 소설집이 출판되는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루시드 폴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의 한사람으로써 다음 소설도 기대해 본다. 어떤 시도던 예술적인 도전은 분명히 다른 작업에도 성과를 낼터. 더 다양한 시도를 해도 될만큼 그의 음악 인생도, 도전하며 살아갈 시간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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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지문사냥꾼>을 샀을 때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소설가'가 아닌 사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을 그만큼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과거에의 향수가 잔뜩 묻어나는 이야기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었는데 때로는 SF 공상 같기도 하고, 때로는 산문집 같기도 하다. 초반의 '탕'과 '똥'은 조금 불편하다. 특히나 '탕'에서 우러나오는 불안감이나 터질 것 같은 감정이 종내 결말 없이 폭발하여 막연한 느낌으로 끝나버린다. '똥' 역시 소설 속에 작가가 너무 많이 들어있는 느낌이라 우화의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우화의 강점이 없어 아쉽다. 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 위태하던 소설 전반의 감정이 잡히고 조금씩 마감이 깔끔해지는 느낌인데 특히 '행성'이 무난하고 쉽게 읽힌다. 소위 말하는 스위스 식 개그가 특출난 효과를 얻진 못하지만. 소설은 전반적으로 문체가 세세하고 표현력이 풍부하다. 그런데 조금 과한 느낌이다. 본문에 닿기 전에 표현에 지친다. 쉽게 읽히지만 재미있는 소설집은 아니다. 다양한 장르이긴 한데 통일성이 없다. 소설집 이름처럼 말그대로 무국적이다. 그래서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