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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고 흐르는 삶_ 헤르만 헤세 저, <싯다르타>를 읽고
"멈추지 않고 흐르는 삶_ 헤르만 헤세 저, <싯다르타>를 읽고" 내용보기
인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배경 속에서 자라온 싯다르타. 그러나 그에게는 풀리지 않는 내면의 문제, 자신만의 목마름이 있었다.‘아트만(참된 자아)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참된 자아로 나아가는 길, 그것을 가르쳐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 깡마른 몸으로 순례 행각을 하는 사문(탁발승)의 무리를 본 싯다르타는, 그길로 아버지
"멈추지 않고 흐르는 삶_ 헤르만 헤세 저, <싯다르타>를 읽고" 내용보기
인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배경 속에서 자라온 싯다르타. 그러나 그에게는 풀리지 않는 내면의 문제, 자신만의 목마름이 있었다.

‘아트만(참된 자아)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참된 자아로 나아가는 길, 그것을 가르쳐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 깡마른 몸으로 순례 행각을 하는 사문(탁발승)의 무리를 본 싯다르타는, 그길로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후 친구 고빈다와 함께 사문들을 따라간다. 그가 가진 목표는 단 하나, 갈증이나 소망에서 벗어나고, 꿈에서 벗어나고, 기쁨이나 괴로움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비워내면 내면의 평화가 찾아오리라 믿었다. 몰아(沒我)와 침잠을 익히고 단식을 하며 그는 자아에서 벗어나는 여러 가지 길을 배웠다. 그러나 아무리 수행을 해도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면 자신이 여전히 육체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에 실망하게 된다.

비우고 비워 초월의 경지에 이르는 것. 어쩌면 그 속에는 한 가지 모순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비워내려는 마음이 겸허와 해탈을 지향하는 듯하지만, 그 경지에 이르려 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임을 드러내려는 교만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시 갈증에 시달리기 시작한 싯다르타는 ‘지식’만이 존재하는 사문들의 무리를 떠나 진정한 ‘배움’을 찾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고타마(부처)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에게는 스승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전까지 그는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저편, 피안(彼岸)에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 깨달음을 얻은 그는 이편, 차안(此岸)의 세계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숲을 떠나 도시에 들어선 싯다르타는 기생 ‘카말라’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고, 카말라는 싯다르타에게 육체의 쾌락과 사랑을 가르쳐주고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 카마스와미 밑에서 일을 하도록 주선해 준다.

“나는 사색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단식할 줄 안다오.”

사색하고, 기다리고, 단식하는 것. 싯다르타가 가진 지혜였고 전부였다. 물질적 부에 집착하며 하찮은 명예를 얻기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며, 싯다르타는 그런 사람들을 어리석다 여기며 마음속으로 무시한다. 자신은 성숙한 내면을 가졌기에 쉽게 사랑에 빠지지도 않으며 성공이나 부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세속의 쾌락 속에서도 동화되지 않으며 자신을 지켜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하던 싯다르타도 부를 얻을수록 점점 나태함과 게으름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어느새 쾌락과 탐욕이라는 속세에 사로잡혀 버린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확신. 그러한 것들이 오히려 올무가 되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보다, 나 또한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열린 생각이 오히려 자신을 지켜주는 안전장치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싯다르타는 이러한 환락 뒤에 허무와 죽음이 얽혀 있음을 또렷이 느꼈다.>
<자기 내부의 무언가가 죽어 사라진 느낌이었다.>

쾌락과 유희,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영원할 수 없었고, 그의 내면의 목마름을 만족시켜 줄 수 없었다. 아무런 목표도 갈증도 없이 허송세월을 보냈음을 탄식하며, 싯다르타는 도시를 떠나 다시 숲으로 향한다. 인생의 허무를 느낀 그는 강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강물을 보며 큰 가르침을 얻는다.

<흐르고 또 흐르고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 어느 때나 똑같은 모습이면서도 매순간 새로운 모습을 띤다는 것이었다!>

그의 벗이 되어 준 뱃사공 바주데바. 그는 싯다르타와 함께 하면서 겸손과 경건한 태도를 몸소 보여준다. 두 사람은 똑같은 것을 생각하고 똑같은 질문에 똑같이 답변하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기뻐하곤 했다. 그들은 점점 서로 닮아 갔고, 그들의 미소에는 밝은 빛이 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순례길에 오르기 위해 아들과 함께 숲으로 온 카말라가 뱀에 물리게 되고, 온몸에 독이 퍼져 죽어가는 카말라는 그 아들이 싯다르타의 아들임을 알려주고 세상을 떠난다. 싯다르타는 아들이 도시로 돌아가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방탕한 생활을 하며 살까 두려워 곁에 두려 한다. 아들은 결국 강을 건너 도시로 도망쳐 버리고, 싯다르타는 바주데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모습을 마지막 한 번이라도 보겠다는 마음으로 아들을 찾아 나선다.

그 옛날 카말라를 처음 보았던 장원 입구에 다다른 싯다르타는 발걸음을 멈추고 지난날을 회상한다. 강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린다. 먼 옛날 어린 시절, 고행자들한테 가게 해달라고 아버지를 졸랐던 일이 떠올랐다. 자신도 아버지에게 고통을 안겨준 아들이었음을 그제야 깨닫는다. 모든 것은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것, 어느 것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싯다르타는 아들을 놓아주기로 결심한다.

이후 나루터 뱃사공으로 되돌아온 싯다르타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전에는 남들과 ‘다르다’는 의식을 가지고 살았지만, 이제는 자신도 남들과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자신에게는 스승이었다. 숲속의 고행자들도, 아름다운 한 창녀와 한 부유한 상인과 몇몇 도박꾼도 모두 진정한 자신을 찾는 순례길에서 만난 스승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 어우러져 바다로 흘러간다. 강 안에는 그리움에 젖은 소리, 깨달은 자의 소리, 성난 외침 소리, 죽어가는 자의 신음 소리, 그 모든 것은 하나였다. 모든 소리, 모든 목표, 모든 그리움, 모든 고통, 모든 쾌락, 모든 선과 악, 그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세상을 이루고 있었고, 그 모든 것이 합쳐져 강과 생명의 음악을 이루고 있었다. 다양한 소리들이 모두 하나로 합쳐져 바다라는 목적지를 향해 흘러간다.

‘싯다르타’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는 불교적 수행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인상이 컸었다. 하지만 역시 ‘헤세는 헤세’였다. 방랑 속에서 길을 찾고 결국 ‘합일’의 지혜를 얻는다. 싯다르타가 만났던 사람들, 크고 작은 경험들, 슬픔과 좌절의 순간들. 그 모든 경험 속에서 그는 뜬구름 잡는 어떤 ‘지식’이 아닌 인생에서의 진정한 ‘배움’을 얻는다. 그것은 싯다르타 자신만이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깨달음이었고, 기쁨이었다.

옛 친구 고빈다를 보며 미소짓는 싯다르타.
어느새 싯다르타는 그와 함께했던 바주데바를 닮아 있었다. 곁에서 늘 묵묵히 지켜봐 주고, 들어주고, 기다려주던 한 사람. 싯다르타가 진정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던 것도 바주데바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지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고상하고 고차원적 삶을 지향했던 한 사람. 그래서 이 세상을 초월한 어떤 경지에 이르기 위해 비우고 또 비우려 애를 써보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고상한 삶은 ‘저 멀리’ 있는 초월적 세계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는 너와 나 사이에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는, ‘현재’의 삶이었다. 팔짱을 끼고 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땅을 디딘 채로 함께 어우러져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맛보며 ‘낮음’을 경험하며 사는 것이다.

흐르고 있지만 멈추지 않는 삶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변화를 추구하며 사는 것, 그 속에서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해 가는 삶이야말로 진정 성숙한 삶,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YES마니아 : 로얄 t******9 2025.10.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