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동규 시인의 시집을 주문했다. 사진만 봐도 감은 오지만 정말 비주얼적으로는 이쁘지도 않고 끌리지도 않는다. 받아들어서 아무곳이나 펼치니 그닥 내취향이라고는 할 수 없는 시가 보였다. 넘기고 넘기고 또 넘겨도 어찌 그리 정서적으로 공감이 안 되는지 ㅠㅠ 컨디션 탓인가 싶기도 했지만 몇일 간격으로 시도할 때마다 거북하기만 해서 일단 접어두었다. 내가 왜 이 시집을 샀더라? 하는 의문이 뒤늦게야 들었다. 황동규 시인은 소설가 황순원의 아들이며 고교 때에 등단해 여럿 멋진 시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시 중 [즐거운 편지]는 학창시절의 나를 울게 만든 시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 애절한 듯한 시절을 보면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된다. 거기서 기대했던 적막함과 뭉쳐서 웅크리고 있는 애절함의 뜨거움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는 기쁨에 수록된 시들에서는 느껴지지가 않는다. |
|
제목 `사는 기쁨`에서 노익장 시인 일생의 느낌이 바로 와닿는 듯 합니다.
(작품 일부는 아래와 같이)
- 짧은 가을이 갔다/ 떨어진 나뭇잎들 땅에 몸 문지르다 가고/ 흰머리 날리며 언덕까지 따라오던 억새들도 갔다/ 그대도 가고/ 그대 있던 자리에~~마른 국화꽃 내음이 남았다 --- 마른 국화 몇잎.
- … 눈 쓰리고 속 쓰린 가을 저녁/ 무엇엔가 뜯긴 표정 지닌 사람 들이/ 옆차에 나란히 올라 시동을 건다/ 그들의 얼굴, 바람에 구르는 마른 낙엽 느낌/ 빈터에서 덧없이 밟히지 않기를 빈다/ 나도 시동을 건다 --- 가을 저녁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 … 타이머 넣은 선풍기 나간다/ 종점에서 막차를 비우며 사람들이 흩어지고/ 혼자 남아 잠든 사람을 기사가 와 깨울 것이다/ 이참에, 그래 이참에,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내 이름 불현듯/ 사라졌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면/ 그게 시네마 천국이 아니겠는가. --- 시네마 천국.
- …바로 이쯤이었지?/ 술집 사라지고 해신당 걷히고/ 나무 쪼가리 하나 보이지 않는 바위 사이로/ 물소리만 철썩이고 있었다/ 머뭇거리자 부근 어디에 사는 물샌가/ 보이지는 않지만 꽤 똑똑한 소리로 끼룩댔다/ 더는 없어/ `더 물소리`는 없어 --- 물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