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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굳이 화려한 포장으로 감싸지 않아도 아름답다. 길가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작은 꽃도 그 아래에 대지라는 큰 포장지로 감싸져 있지 않은가. 아름다운 꽃이 어디 이파리 달린 것뿐이랴. 책도 꽃이요, 사람도 꽃이다. 자신의 향기를 다른 이에게 나누어주는 이는 모두 꽃이리라. 누군가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고, 혹은 무섭다고 했었나. 이 책은 사람의 향기에 한껏 취할 수 있다. 유안진 님의 군더더기 없이 솔직 담백한 언어가 나는 참 좋다. 그것이 곧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예술이 된다. 마음의 상처로 아파하는 이를 아무 말 없이 보듬어 등 두드려주듯이 사근사근하게 읊조려 주는 산문집이다. 가끔은 시로, 때로는 산문으로, 사진으로.
열정 넘치는 무한 경쟁도 때로는 있어야 하지만, 검정의 어둠 같이 그 어떤 실수나 실패, 잘못도 포용해주는 잊음과 용서의 밤같은 면도 갖춰야 하리라. 우리 삶에는 피 흘리는 경쟁만큼 용기있는 포기와 해방과 자유와의 균형도 필요하다고. 잘라내고 제거해버리는 외과적 수술 같은 무한 경쟁 시대일수록, 내과적 치유같은 예술과 시 문학이 더 필요하다고. 불필요한 낭비 같은 예술이 우리 삶을 더 위무해준다고. 지는 것으로서 이기는 것이 예술이니까. - 55쪽
너도나도 고개 들고 삼각형 맨 위의 꼭짓점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세상. 옆도, 아래도 바라보면 좋으련만 쉽게 되지를 않는다. 한치라도 발을 어긋나게 디디면 저 아래 바닥으로 떨어질까 싶어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위만 바라보게 되나 보다.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주위도 휘휘 둘러보면서 살아야지 하면서도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맨 위층에 사는 사람이 있으면 아래층에 사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고, 성공보다 아름다운 실패도 있으련만, 실패와 실수라는 이름만으로 스스로 떳떳지 못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인 까닭일까.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과정과 노력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랑과 여유와 같은 불필요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거룩한 낭비를 귀하게 여기는 저자의 마음 씀씀이는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거짓말로 참말하는 여유는 해학의 태반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어떤 이는 호랑이라 하고 어떤 이는 포도청이라 하며 의견이 분분할 때, 정수동(또는 정만서)은 호피를 깔고 앉은 사또를 보며 뭐니 뭐니 해도 제일 무서운 건 호랑이 탄 괴물이라 했단다. - 107쪽
주책이라는 칭찬 아닌 말들을 귀에 달고 살더라도, 아니 한평생을 유치원 아이쯤으로 살자고. 좀더 멍청해지자고. 옛말에도 '대지는 약우'라, 즉 큰 지혜는 어리석음 비슷하다 했지, 결국에는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는 평생 주기를 생각하면 그 아니 좋은가. - 190~191쪽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되는 것. 참말은 해야 하는 것.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 관목이 우거진 빽빽한 삶이다. 사람이 제 한 몸만 누울 공간만 있으면 산다지만, 수풀이 무성한 곳에 사람이 들어가 홀로 살 수 없다. 때로는 자면서도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야 할 것이고, 손님이 찾아오면 잠시 옆자리를 비워주어야 할 터이니. 그래서 여백이 없는 그림은 삭막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은 고독하다. 억지로라도 빈틈을 만들어야지. 나도 바보가 되어야지. 유안진 님처럼.
미국 돈 중 가장 작은 1센트짜리에는 링컨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통나무집에서 백악관까지의 미국 신화를 창조해낸 인물, 가축같이 재산에 속하던 흑인을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승격시킨 위대한 인물, 민주주의의 가장 위대한 실천가를, 왜 최고액권에 새겨 넣지 않고 최하액 권에 새겨 넣었을까? '가장 낮은 것이 가장 높다' 라는 것을 깨우치는,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어디 있으랴. (중략) 나는 거기까지 생각했다. 10원짜리처럼 별 쓸모 없이 살아왔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 때도 많다. 그것이 진정한 하느님 뜻인 듯 기대인 듯이. - 155쪽
위의 글은 '다보탑을 줍다' 라는 저자의 시에 붙여진 단상이다.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줍고서 그 안에서 수십, 수백 배는 큼지막한 다보탑을 볼 수 있는 저자의 눈은 때로는 현미경이 되고, 때로는 망원경이 되어 주변 일상의 모든 것을 자신의 원고지 위에 가져와 쓸모 있고 멋진 것으로 탈바꿈시킨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했다. 이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이렇듯 마음의 위안을 주는 저자의 삶처럼, 나도 한없이 낮은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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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와 국수의 차이가 뭘까? 국시는 밀가리로 만든거고 국수는 밀가루로 만든거다. 그럼 밀가루와 밀가리의 차이는 또 뭘까? 밀가루는 봉지에 담는거고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는거다. 갑자기 이 무슨 우스개 소리인가 하겠지만 예전에 국어에 대한 이야기책에서 본적이 있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이 우시개 소리가 유안진님의 이 산문집에 꽤 길게 실려 있는 것이 아닌가! 점심에 국수를 삶는다고 야단법석을 떨어 어쨌거나 맛난 국수를 말아낸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던 이 국수과 국시의 차이로 사투리의 구수함과 우리말의 묘미를 느끼게 된다.
유안진님은 우리말을 참 많이 사랑하시는 분이신듯 하다. 한글중에도 꽃과 하늘은 우리말중 그 어감이 너무 좋아 특히 더 사랑하는 말이라는 말씀과 우리 고유의 한글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과 사투리의 정겨움을 잊지 못하고 소월의 '갈 봄 여름없이' 라는 시 때문에 시에 사투리를 자신있게 즐겨 사용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즐거워한다. 하지만 점 점 표준어를 쓰는 서울도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말줄임이 심해지는 시대적 현상을 두고 조손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시대가 올까봐 걱정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유안진님의 이 산문집에 쓰인 단어들은 조금 더 어감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첫 [모과나무 커튼]이라는 이야기에서 자신의 집앞에 자연 커튼을 드리우던 모과나무가 잘려 나가 너무나 화가났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어 공감을 하게 되고 옷이 많은데도 입을 옷이 없다는 사람들의 푸념에 어느해인가는 옷한벌을 사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기도 했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자연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참된 삶을 살아가는 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눈이 내린 겨울 아침이면 복을 불러 들이려 자신의 집앞을 가장 먼저 쓸어 내려다 결국 이웃집까지 쓸곤 했다는 훈훈한 이야기에 아파트에 살면서 내집앞이라는 생각이 없이 경비아저씨의 일로만 여기는 나자신이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때로는 나이드신 어른답게 곳곳의 글에서 연륜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무엇하나 그른것이 없으며 특히나 어떤 이야기를 함에 있어 시계를 모르고 있던 며느리가 시계 밥주라는 시아버지의 말씀에 시계앞에 진짜 밥상을 차려 올린 이야기를 비롯해 짤막하고 재미나고 유익한 이야기를 한편씩 들려줄때는 꼭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되기도 하고 또 정말 아름다운 문장으로 삶이 녹아 있는 시까지 들려주시니 책을 읽는 즐거움이 참 다양하다.
상처가 더 꽃이다
어린 매화나무는 꽃 피느라 한창이고 사백년 고목은 꽃 지느라 한창인데 구꼉꾼들 고목에 더 몰려 섰다. 둥치도 가지도 꺽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졌다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 또 튀어나왔다 진물은 얼마나 오래 고여 흐르다가 말라붙었는지 주먹만큼 혹도 구멍도 모양 굵기 깊이 빛깔이 다 다르다 새 진물이 번지는지 개미들 바삐 오르내려도 의연하고 의젓하다 사군자중 으뜸답다 꽃구경이 아니라 상처구경이다 상처 깊은 이들에게는 훈장으로 보이는가 상처 도지는 이들에게는 부적으로 보이는가 백년 못 된 사람들이 매화 사백년의 상처를 헤아리랴마는 감탄하고 쓸어보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만졌던 손에서 향기까지도 맡아본다 진동하겠지 상처의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지란지교를 꿈꾸며] 라는 진정한 친구 한사람만 있어도 진짜 좋겠다는 바램으로 편지지에 베껴 적어 친구에게 건네게 했던 유안진님의 어린시절을 그리워하고 시인으로서의 꿈을 꾸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지금 현재의 자신의 삶을 두루 펼쳐보이는 이 산문집은 마지막 '상처가 더 꽃이다'라는 시의 한구절처럼 유안진이라는 한 사람의 꽃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때로는 쓸쓸함이 묻어나는 글에서조차 꽃향기를 느끼게 되는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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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은 내게 그렇다. 편안하고, 부담이 없어 언제라도 가까이 두고 짧게나마 읽기 좋다. 한번에 다 읽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설거지를 하고 난 뒤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지면서 읽기에도 좋고, 딸이 낮잠을 자는 나의 유일한 휴식 시간에도 쓰담쓰담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작가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인생 선배로써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내게 많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글귀들도 여성스러우며 정갈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늘 딸자식과 전쟁아닌 전쟁을 치루며 살아가는 인생살이에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조금 더 둥글게 살라고 하는 듯 메시지를 주니 참 감사하다.
삶의 주위를 둘러보니, 작가처럼 그 모든 것이 깊이와 뜻과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내게 꿈과 자식과 남편.. 그리고 친구들. 그리고 주위 사물들. 그리고 엄마를 보내고 난 뒤 공허함을 가지고 있는 우리 아버지. 그런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여지고 있었는데.. 그 섞여지는 것들이 두통이 아닌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면서 행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사랑받고 또 사랑하기 위해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 그렇게 해석하고 싶었고 그렇게 난 느낀 것 같다.
이렇게 자신이 느끼고 본 것을 글로 그리고 책으로 만들어 내는 작가들은 참 신기하고 존경스럽다. 특히 이번 책의 작가의 글귀는 참 정성스럽다는 느낌마저 들어서 보기 좋았다. 그리고 인생의 경험이 묻어나는 것이 있어 보고 나서도 그 후가 참 좋다. 글 중간중간 시를 적어 놓아 잠깐 시구절을 외워볼까하는 생각을 들게도 만들어놓은 것처럼 내 눈을 붙들기도 했다. 주말.. 이런 책을 다 읽고 나니 편안하게 보낼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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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티나는 단발머리에 헐렁한 교복, 누가봐도 갖 입학한 중학생임에 틀림없던 난 몸에 꼭 맞는 세련된 교복에 단발머리가 어울리는 우아한 여자애와 짝이 되었다. 인사도 못하고 멀뚱히 앉아있던 내게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며 반갑다고 선듯 인사를 건내던 그 아인 시원한 이마와 더불어 고른 치아가 눈부시다. 그런 짝꿍과 어울릴 것같지 않던 고슬머리의 난 의외로 잘도 어울려 다녔다. 내게 시를 가르쳐주고 세상에 시집이란 걸 처음 소개해 준 친구도 내 짝꿍이였으며 진정한 친구 한사람만 있어도 진짜 좋겠다는 바램을 담아 유안진 시인의 '자란지교를 꿈꾸며'를 곱게 쓴 꽃편지지를 내게 건낸 것도 내 짝꿍이였다. 문학적 제질도 뛰어나거니와 감수성도 풍부해 곧잘 시를 읊어 대던 그 아인 대학생 오빠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몇차례의 글짓기상을 받기도 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고 속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였다. 그 후로도 유안진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을 여러권 읽어 보았지만 여전히 난 '지란지교를 꿈꾸며'란 글을 제일 좋아 한다.
유안진 시인의 글을 읽다보면 우리말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싶다. 여러나라의 말들중 가장 아름답다는 프랑스어도, 세상의 온갖 미사여구들도 우리의 촌티나지만 정겨운 사투리와 맞바꿀수 없다. 우리말의 소박함과 멋스러움이 유안진 시인의 글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에서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꽃도 그냥 꽃이 아닌 꼬오~옻과 하늘은 우리말의 글맛과 어감을 나타내기에 충분히 조오타. 너무 좋아 시인이 가장 사랑하는 말이란다. 시골서 살다 온 탓에 입에 벤 사투리 때문에 말수가 적어졋다는 시인은 소월의 시 중 '갈 봄 여름없이' 라는 대목의 갈이란 사투리가 유독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소월의 시로 인해 우린 시인 하나를 더 얻게 되었음이다.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와 가득한 이 책에서 시인은 우리에게 잠시 쉬어가도 괜잖다고 말한다. 바쁘게만 삶아 온 우리게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 놓고 숨돌릴 틈을 준다. 시원한 한 잔의 물로도 갈증을 해소할 수 있듯 작은 배려와 자신을 포함해 가까운 이웃이나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잊지 말라고 한다. ‘사랑, 그 이상의 사랑으로’ 한 걸음 물러서서 세상을 바라보면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단다. 성공에 집착하며 좀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아등바등 살고있는 우리에게 시인은 실폐를 두려워 말라고 오히려 실폐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 관해 이야기 한다.
시간이 모여 세월이 되고, 작은 일들이 이어지고 쌓이면서 삶이 되고 인생이 된다. 소천하신 김수환 추기경님 농담처럼, 삶이란 삶은 달걀이지, 삶이라는 글자를 풀면 사람이 되지, 사람이란 살아가는 존재이지, 사람들이 사는 건 다 삶이지. 이런 가소롭고 시답잖은 글을 쓰는 나는, 가소롭고 시답잖은 시도에 대해 고백함으로써, 혹시 나처럼 가소롭고 시답잖게 살았다고 아파할 분들과 공감하고 싶다. 창밖 눈바람 속 앙상한 푸나무들이 열매 없이 살았어도 무의미하게 살았던 게 아니라고 우기면서. ( p.19 )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내 식을 배려하지 않는 그 무엇도 나는 싫다. 사랑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전부여야 한다."- p.71 는 시인이지만 글을 통해 마주한 시인의 모습은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시인의 이미지와는 달리 까탈스럽거나 모나지 않으며 옆집 아줌마나 손자를 그리워하는 여느 할머니의 모습과 다를바 없다. 문학이란 '거짓말로 참말하기'라는 시인의 글은 문학이 주는 위로와 마음으로 전하는 향내가 그대로 전해져온다. 진심이 묻어나는 글을 읽으며 잠시 옛생각에 젖어 들게 된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지란지교를 꿈꾸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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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잔잔하다.
한겨울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유리창 아래 넓은 대청마루에 앉아, 연륜 있는 고상한 여주인 어른께서 조근조근 자신의 얘기를 하고 계시고, 그 얘길 나른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 듯하다. 신여성이라는 이미지와 왠지 맞아 떨어질 것 같은 어른의 연애사 이야기며 그 보다 더 오래된 친정어머니의 그 분의 시아버지께 사랑 받던 이야기, 우리가 그저 그 이름이로만 기억하는 것들에 대한 그 속에 깃든 속깊은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일에서 힘들어 하는 모습에 큰 격려가 될 말들도 거부감이 들지 않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또 한 번쯤 나도 글을 써 볼까, 예술이라는 것이 내 적성에 맞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사람이라면 절대 공감할 것 같은 이야기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거장인 소월의 시를 읽고, 이육사의 시를 읽고, 그리고 이효석의 소설을 읽고 한 번쯤 느껴보았을 감정들과 느낌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또는 국어시간에 덤으로 얻어 듣게 된 시들을 다시금 접하는 설렘.
끝으로 여인으로서 가장 힘들기도하고 보람되기도 한 엄마로서의 역할. 그 엄마가 느끼는 여러 상황에서의 소소한 이야기들.
유안진 선생님의 글은 나와 같은 40대에겐 여고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여고 출신(나는 비록 그렇게 빛을 내는 인물은 못 되지만)이기에 교정이 정말 아름다웠다. 저녁 야간 자습시간 학교앞 문구점에 들러 예쁜 표지의 연습장을 사와서는 그 앞 표지에 적힌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친구와 함께 버짐나무 아래 앉아 읽곤 했는데...
그런 잔잔함을 느끼게 하고, 그런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글들이다. 급진적이지 않아서 좋은 그런 글이다. 뭔가를 강요하지 않는 듯하여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스토리를 이어가야 하는 글이 아니기에 그저 문득 힘겨울 때 어느 페이지든 들춰서 나를 힐링할 수 있는 글들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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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편지글로 자주 인용되었던 시중 하나다. 그 시절엔 좋은 시구를 코팅한 책갈피도 유행했고, 편지도 종종 오가던 때다.
지금도 생각나는 친구에 대한 시구라면,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친구란 이래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던 시다.
그 시인의 산문집이 새로 출간되었다. [상처를 꽃으로]가 바로 그것이다. 그간 시인이 시를 쓰면서 편편히 작업한 글들을 묶어 산문집으로 내놓은 책이다. 사랑, 그이상의 사랑으로 / 거짓말로 참말하는 여유/ 엄마라는 대지는 초록에서 진초록으로 등 세가지 테마로 구성된 시와 함께 하는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창문 앞 흐믓하게 바라보았던 모과나무가 잘려버린 뒤 작은 새도 찾지 않아 허전함과 아쉬워한 마음, 여러 편의 연가를 쓸 때 떠올렸던 사람 그 이상의 사랑, 시인이 될 수밖에 없는 숙맥이라고 말한 박목월 선생님과의 에피소드, 다보탑을 줍다란 시와 함께하는 생각하는 10원짜리의 가치, 사투리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유머러스하게 던진 시 등 소소한 일상 속에 비추어진 삶의 철학을 담담히 때론 열정으로 쏟아낸 에세이로 채워졌다.
그런가 하면 꽃과 하늘 이란 두 단어 이야기 속 우리 국민이 국어학으로써 뿐아니라 음성미학의 연구를 주장하는 한글에 대한 찬미는 그녀의 한글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한글을 디자인해 여러 건축물이나 공원에 활용하자는 제안 또한 많은 사람이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동이나 한강, 홍대에 가면 한글디자인 활용은 찾아볼 수 없고 외국에 와있듯 영어, 일어, 중국어가 널려있는 것을 보면 여기가 어딘가 싶다. 우리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데 간판을 보면 여기가 어딘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상처와 외로움을 힐링하는 따스한 문장들이 담긴 유안진의 에세이. 그녀의 시와 함께하여 더욱 좋은 듯하다. |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고, 중 · 고등학교를 거치면서는 책을 산다는 생각보다는 읽는다는 목적이 더 컸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다. 금액적인 부담도 있었겠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사서 모아야지라는 생각은 없었던것 같다.
그래서 솔직히 도서관을 많이 이용했던게 사실인데 그런 시절에도 이 책만큼은 사야지 싶은 생각이 들었던 책들이 분명 있었다. 내가 서점에서 산 책들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알퐁스 도데의『마지막 수업』, 진 웹스터의『키다리 아저씨』그리고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J.M. 바스콘셀로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바로 그 책들이다. 이 책들에 더불어서 도대체 어디선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발견했지는 지금은 정확히 기억도 않나지만 정말 우연히 알게 된 그 글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책까지 산 기억은 난다. 솔직히 이제는 책 제목도 기억 않나지만 내게 있어 유안진 시인은 그런 의미있는 작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뗀 단순히 유안진 시인의 산문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꼭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처와 외로움을 다독이는 따스한 문장들'이라는 글귀는 정말 그렇다. 오래전 처음으로 유안진 시인의 글을 접해서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깊은 울림을 느꼈던 나로써는 이 책 역시도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도 분명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책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언젠가 한번은 느끼게 될 감정들을 유안진 시인의 감성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래도 난 그렇게 말하고 싶다. 과거 내가 유안진 시인의 글에서 깊은 감동을 느껴서 글의 일부를 적어서 다닌것처럼 이 책 역시도 그렇게 할 것 같다. 그때보다 더 깊어진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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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너무나도 유명한 글의 시인으로 시대를 풍미했었던 유안진 시인의 글을 진정 오랫만에 접하는 기회였다. 학창시절, 시인의 글은 책받침 또는 책갈피에 코팅되어 많은 학생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명문으로 오래오래 소장되고 기억되었다.
유안진 시인의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는 시인의 시와 신변잡기적 산문 그리고 사진가 김수강의 사진등으로 구성되어 느릿느릿 쉬엄 쉬엄 읽기 편한 구성으로 노년의 시인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독서였다. 오랜 교직의 영향일까... 시인은 많은 세월 교직에 몸담아 후학을 양성한 이력이 있어서인지 산문집을 읽는 느낌이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를 읽는 느낌 그것이었다. 반듯한 모범생의 문체, 시에서 구사한 유머도 품위를 잃지 않는 젠틀함, 신변의 작은 일들에 대한 접근 방식도 많은 부분 교과서적(?)이란 느낌.
그런데 그런 교과서적인 문체의 느낌이 실로 좋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떤 향수의 느낌이랄까 그동안 보아왔던 책들의 문체와는 새롭게, 사뭇 다른 현미녹차의 향과 같은 은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도 노년의 삶이란 모두의 미래일진대 쓸쓸한 느낌을 떨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고 책이 사람보다 좋다는 대목에서는 시인이자 작가, 교수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으리라 하면 서도 과연 지면을 통해 글로서 밝히는 것은 지극한 솔직함의 발로일까하는 개인적 의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신앙에 대한 글, 어머니와 가족, 우리말과 글에 관한 이야기,시에 대한 이야기, 고향 안동이야기등등 유안진 시인의 글은 가지런하고 반듯하여 시인의 글을 읽고 있는 동안은 독자 스스로가 반듯하여 지는 듯한 느낌을, 혹은 흐트러진 삶을 다시 한번 추스르는 계기를, 즉 동기부여의 독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