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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그리고 이먼주까지 제목이 같은 내용도 같은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하나는 일부러 찾아서 본 것이고 하나는 텔레비전에서 방송해주는 것을 본 것이다. 우연찮게 똑같은 영화. 주말N영화에서 이 영화를 방송해줄 줄 알았다면 굳이 지난 주에 저 영화를 보지 않아 도 될 것을 그랬다는 생각. 하지만 다른 나라의 같은 영화를 보자니 다른 점도 눈에 들어왔다. 그 차이를 찾아내는 것도 두 편의 영화를 보는 재미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줄거리는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바탕으로 했기에 그 이야기의 플롯을 그대로 쫓아간다. 어쩌다보니 자신이 죽을뻔한 상황에서 전남편을 죽여 버린 여자. 자수를 해야 하나 싶지만 옆집 남자가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시한다. 그대로 따르는 여자. 그 여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소설과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경찰의 조력자인 교수는 등장을 하지 않는다. 너무 넓게 퍼지는 것을 막고 주인공들에게 초점을 맞추기 위함이다. 옆집 남자인 수학선생과 형사. 동창인 이 둘 사이에 용의자인 여자 이렇게 삼각관계에 집중을 한다. 형사는 여자의 알리바이를 무너뜨리려고 최선을 다하는데 어디 한 군데 빈틈이 있을리가 없다.
도시락집에서 일을 하는 여자, 수학선생인 남자 그리고 형사. 그 세 명의 주인공의 설정은 똑같다. 단 인도 영화에서는 엄마와 딸이고 한국 영화에서는 이모와 조카 사이다. 인도의 집은 빌라 같은 낮은 아파트이고 한국의 집은 여러 가구가 함께 사는 대규모의 복도식 아파트이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서 진행이 된다는 것은 양쪽 다 동일하다. 인도 영화에서는 형사가 여자에게 조금은 끌리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한국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은 배제했다. 오히려 수학선생이 그 여자에게 끌리는 마음을 강조한 듯이 보인다.
결정적인 차이는 딱 하나다. 인도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장면이 있고 한국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음주 장면이 있다는 것. 오래 전 영화들 흡연장면이 반드시 들어가 있기도 했었는데 규제로 인해서 사리졌지만 음주 장면- 거의 소주인 경우가 많다-은는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포함되는 것 같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인 듯 하고.
각 나라에서 같은 내용의 책을 저마다 다른 버전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원작소설의 인기를 짐작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참 조카 역의 배우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찾아봤다. 처음에는 이세영인가 했다. 비슷한 이미지여서. 나이대가 맞지 않은 것 같아서 봤더니 김보라였다. 옛날 영화속의 배우들을 찾아보는 재미다. 이요원은 지금보다 훨씬 젊어서 어려보이기까지 하더라. 볼살이 통통한게. 류승범은 연기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졌고. 조진웅은 지난 봤던 <글러브>에 비해서 많이 살이 빠진 모습이더라. 그의 다양한 모습의 연기 변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원작 소설의 제목을 빌리자면 그의 헌신은 보상을 받은 걸까. 과연. 누구를 위한 헌신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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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제 - Perfect Number, 2012 감독 - 방은진 출연 -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김윤성 감독의 이름을 보고 ‘오!’하면서 골랐다. 전작인 ‘오로라 공주’를 괜찮게 보았기에, 이 영화의 원작이 워낙에 탄탄했기에 골랐다. 다만 제목에 ‘헌신’이 빠져있고 원작의 유가와 교수가 한국판에서는 빠졌다는 소식에 다소 불안하긴 했다. 괜찮은 점이 두 개이고 불안한 점이 두 개라서, 그냥 퉁치면 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단순히 숫자로 비교하는 게 아니라, 비중으로 계산했어야 했다. 원작 소설의 묘미는 두 천재의 대결과 보답 받지 못할 것을 알아도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랑이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 두 개를 쏙 빼버렸다. 그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밋밋하고 싱거운 맛이 나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그냥 추리물로만 보면, 괜찮았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뛰어났다. 그들의 내적 갈등과 망설임을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장면에서는 ‘와-’하면서 감탄을 하기도 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화면 안의 배우들이 느끼는 감정이 일치할거라는 막연한 믿음까지 생길 정도였다. 어떻게 저런 섬세하고 미묘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놀라기도 했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원작의 유가와 교수 역할을 뺀 것은, 추리물이 주는 긴장감과 어떻게 될까라는 기대감을 없애버렸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범인의 노력은 보였지만, 그것을 추적하는 형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범인의 허점을 찔러 공략하는 형사가 아닌, 표적 수사를 하는 형사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형사는 그리 눈에 띄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역할 분배를 제대로 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두 남녀의 감정이 어딘지 모르게 엇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집착한다는 느낌? 남몰래 순정을 바치는 사랑이 아니라 스토커에다 집착하는 사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후반부에 오열하는 장면을 보고, ‘갑자기 웬 신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013년에 갑자기 1960년대 감성이 느껴졌다. 모든 것을 뒤집어쓰고 사랑하는 임을 위해 떠나는 상대가 예전에는 여자였지만, 이번에는 남자로 성별이 바뀌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두 축이 흔들리는 바람에 영화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감정만 던져주었다. 아니, 꼭 원작하고 똑같이 만들라는 법은 없다. 원작하고 토씨하나 다르지 않으면, 그건 또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실망스러웠다. 유가와라는 인물을 빼버렸으면, 범인과 형사의 대립 구도라도 제대로 세웠어야 했다. 보답을 받고 싶은 사랑을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돕는 마음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인지 확실히 구별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의 마음이라도 나왔어야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그냥 대충 넘어간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쉬웠다.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잘 포착한 부분도 있었는데 말이다. 참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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