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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서 배우의 역할이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배역과 삶의 시간들이 그 사람에게 남긴 가치를 바탕으로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연기에 삶을 입힐 수 있는 배우. 어느 시점을 전후로 로맨틱 코미디의 조지 클루니와 함께 아버지 역할, 특히 내부의 갈등으로 오해가 생긴 가정을 지키려는 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그를 보며 조용하고 밋밋한 스토리여도 졸지 않고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말하기 쉬운데 그 감정선을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휴양지가 아닌 삶의 터전인 하와이 이야기이다. 그 섬들에서 일어나는 몇 세대의 후손들의 이야기와 한 가정의 이야기가 중첩되면서 삶의 가치에 대해 묻는다. 조상이 이룩한 유형적인 재산인 섬, 자신이 소유대리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로 들뜬 사촌들과 만난다. 파리에 별장 하나 쯤 가질 수 있고, 크루즈 여행을 할 수도 있고 흥청망청 쓸 수 있는 돈에 대해. 선조들이 남긴 유산을 쓸 수도 있지만, 정작 자신은 변호사 수입으로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조상들의 삶과 현재 하와이 이웃 주민들의 조언을 들으며 섬의 가치에 대해 무조건 팔려고 하는 사촌들과는 조금은 다른 생각이 있음을 영화 중간중간에 비친다. 그런가 하면, 정작 자신의 가정은 위태롭다. 17살과 10살 난 두 딸은 아버지에게 감당하기 어렵다. 아내가 모터보트 사고로 코마 상태가 된 이후로는 더욱. 기숙학교에서 잘 지낼 거라 생각한 큰 딸은 술과 남자, 약에 취해 방황하고, 작은 딸은 부적절한 언어사용과 아버지가 대화를 트기 어려운 어린 나이로 직접 훈계하거나 지도하기 어렵다. 게다가 큰 딸에게 듣는 아내의 외도 사실은 그에게 충격이다. 외도 상대에 대한 궁금함과 분노가 있지만, 그것을 남편이 아니라 아버지의 위치에서 풀어가는 과정이 조용하지만 사실적이고 극적이다. 미성년인 아이들이 있는 상태에서 인위적인 호흡장치들을 떼어내고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주변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도록 말하고 다니는 모습을 담으면서. 일도 해야 하고, 자신도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에 또 다른 감정의 배신이 있음을 알면서도 아이들을 배려하며 행동해야 하고, 사촌들과는 다른 생각을 정리하면서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여러 조각들을 어떻게 대응하고 받아들이는지 조용히 보게 한다. 조지 클루니와 스피어의 아내가 만나는 장면은 좀 의외다. 누군가는 와야 할 것 같아서 왔지만, 정작 있을 수 없는 장소에서 위로의 말도 분노의 말도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을 잠깐이지만 완벽하게 보여준다. 점점 몸에 죽음의 흔적이 나타나는 아내를 보며 또는 혼자 생각하면서 사람들과 삶에 대해 조지 클루니가 말하는 대사들은 영화가 인위적이거나 극적인 구성없이도 문제를 해결하는 조용한 과정 속에서도 큰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