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신경림 작가님의 <가난한 사랑 노래>를 읽고 나서 쓰는 후기입니다. 신경림 시인 하면 대표작으로 생각나는 가난한 사랑 노래가 표제인 시집이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오래된 시이지만 아직까지 주는 울림이 있는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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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노래 [지은이 신경림, 펴낸 곳 실천문학사, 136쪽]를 읽고
다정하다. 시인은 참으로 정이 많았나 보다. 시집 맨 앞에 실려 있는 작품 ‘너희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훔쳐(?) 들으니 더욱 그러하다.
낡은 교회 담벼락에 쓰여진 자잘한 낙서에서 너희 사랑은 싹텄다 흙바람 맵찬 골목과 불기 없는 자취방을 오가며 너희 사랑은 자랐다 가난이 싫다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 반병의 소주와 이렇게 한 마리 노가리를 놓고 ......
낙서처럼 눈에 익은 너희 사랑은 단비가 되어 산동네를 적시는구나 ...... 깊어지고 다져진 너희 사랑은 -「너희 사랑」에서
그런데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어느 수배자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고 한다. 시인이 들려준 사연이다. 시인은 집 근처 술집에서 자주 술을 먹곤 했다. 어느 날 술집 주인 딸이 할 말 있다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남자친구로 보이는 젊은이를 데리고 왔다. 둘은 결혼을 하고 싶지만, 남자친구가 수배자로 쫓기는 처지라 대놓고 결혼식을 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얘기를 꺼내더란다. 시인은 결혼하라고 응원하며 축시를 써주고, 주례까지 맡아 젊은이들을 결혼 시켰단다. 그리고 시인은 가슴 저린 이 사연을 시로 쓴다. 이렇게 탄생한 시가 바로 ‘너희 사랑’이라고 하였다. 반병의 소주와 한 마리 노가리를 놓고도 익어가는 사랑은 숭고하여, 거칠 것도 없으리라.
이 언덕길 따라 올라가면 백두산까지 가겠지 머리에 하얀 눈 뒤집어쓰고 두 동강난 내 땅 ...... 턱 아래 산마을에서 멀리 제주 갯마을까지 보듬고 싶어 어루만지고 싶어 밤낮으로 눈물 마를 날 없는, ...... -「언덕길을 오르며」에서
이 시는 간절하다. 시를 읽으면서 나도 저 눈앞에 있는 길을 따라 걸어서 백두산까지, 그 백두산 천지까지 어찌나 가고 싶은지, 자못 비장해져서 눈물이 났다. 살다 보면 그럴 날이 올지, 그럴 날을 못 보고 떠난 시인이 안타깝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ㅂ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노래」에서
이 시는 이웃의 젊은이를 위하여, ‘너희 사랑’을 쓴 후, 결혼식 후, 한 편 더 쓴 작품이라고 한다. 시인의 따듯한 마음과 애정이 솟아난다. 산동네라서 서로 그립게 연결되고 산동네라서 울음도 더 진할 것이다. 그러므로 버린다고 다 버려지는 건 분명 아니고.
지금쯤 물거리 한 짐 해놓고 ...... 시골에서 내몰리고 서울에서도 떠밀려 벌판에 버려진 사람들에겐 옛날밖에 없다 ...... 지친 다리 끄는 오르막에서 바라보면 너덜대는 지붕 위에 갈구렁달이 걸렸구나 시들고 찌든 우리들의 얼굴이 걸렸구나 -「갈구렁달」에서
‘갈구렁달‘이란 단어는 처음 듣는다. 황해도, 충청도 바닷가에서는 쪽박같이 쪼그라든 달을 말한다는데. ’물거리‘라는 단어는 땔나무의 하나로, 잡목의 우죽이나 굵지 않은 잔가지 따위와 같이 부러뜨려서 땔 수 있는 것들을 이른다. 그러나 지금 청춘들은 전혀 모를 것 같다. 1960년∼70년의 아이들은 학교를 갔다 오면 지게를 지고 산으로, 들로 나무를 하러 가야 했으니, 금방 와 닿는 단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벌판에 버려지지 않았어도 옛날밖에 없다는 생각을 문득 하고 있다. 신경림의 서정성은 그의 시를 시답게 만들어 주는 근원적인 힘이다 싶다. 그가 노래한 민중의 절망감과 무력감과 소외된 이들에 대한 애정이 시 곳곳에 버무려져 여전히 심금을 울리고 있다. 여전히 새로운 시대를 갈구하는 시민들의 저항 의지와 희망도 보여주고 있다.
[뒷이야기] 1936년 충주에서 태어났고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55년 《문학예술》로 등단하여 농무, 가난한 사랑 노래, 낙타 등 16권의 시집을 냈다. 올해 5월 22일 향년 88세로 별세하였다.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움과 사랑 등 인간적 진실함을 모두 가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오로지 가난하여 인간적인 것도 버릴 수밖에 없던 시대를 잘 드러낸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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