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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의 제목이 싸구려 3류 잡지를 의미하는 말인 펄프에서 따온 것은 아주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단순히 싸구려 3류 잡지라고 한다면 조금은 감이 잡히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식으로 말하면 아주 오래전에 가판대에서 볼 수 있었던 사건과
실화 비슷한 잡지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무엇인가 황당한 주장과 당시의 유명한
사건의 전혀 개연성 없는 뒷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런 3류 잡지가 바로 펄프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때로는 그런 전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벌어진 사건의
핵심일 때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설마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사건의 진실을 보여주
는 영화가 바로 이 펄프픽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전혀 생각도 못한 곳에서 서
로 이어지면서 말이다.
개들을 통해서 자신이 개성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증명한 뒤에 확실하게 자신의 입지
를 확보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와 비슷한 시기에 각광을 받으면서
등장했던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경우와는 다르게 영화의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사에 대한 입지가 바로 이
영화 펄프픽션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펄프픽션을 통해서 쿠엔틴
타란티노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드는 영화는 이런 영화이고,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것을 선언한 영화가 바로 이 펄프픽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등장인
물들에게 아무런 애정도 없이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서 그들을 마음껏 괴롭히기도 하
고, 전혀 의외의 부분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모습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얼마
나 재능있는 감독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고 할 수 있다.
간 때우기로 적당히 흥미로운 기사들을 읽고 버리는 것이 바로 그러한 잡지들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잡지들의 황당한 기사들 속에 전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진실인 경우도 있다. 바로 이 펄프픽션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진실들
과 그 등장인물들이 만나는 사건들이 그렇다. 처음 영화의 시작은 너무나 평화로운
식당에서 두 남녀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은 불안해
보이던 이들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그러나
영화는 그 강도 사건을 계속 보여주지 않는다. 어느새 이야기는 암스테르담에서 돌아
온 갱 빈센트와 그의 동료 쥴스가 두목의 금가방을 찾기 위해서 벌이는 살인극으로 넘
어간다. 그리고 이어서 빈센트가 두목의 정부를 돌보는 이야기로 유명한 댄스 장면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그렇게 사람들이 빈센트가 주인공인가 하는 생각을 할
무렵에 영화는 전혀 엉뚱하게도 버치라는 권투 선수의 이야기로 다시 한 번 바뀌게 된
다. 그리고 이 버치가 갱단두목의 지시를 어기고 돈을 챙겨 도망가는 부분에서 이 모든
이야기는 어느새 하나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인가 생각했던 빈센트
는 어이없이 죽음을 맞기도 하고, 버치가 주인공인가 하는 생각을 할 무렵에 다시 이야
기는 엉뚱하게도 시체를 숨기는 이야기로 변했다가 결국은 처음의 식당에서의 강도 사
건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건이 시간의 순서에 따라서 진행이 되지 않는다. 그 모든 사건들을 따로 존재하면서
도 어느새 다시 이어지는 묘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든 사건들에서는 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 스타일의 수다와 의도된 혼란이 존재한다.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수다를 열심히 듣다보면 사건은 어느새 영화를 보는 이들과 거리를 두게 된
다. 그 거리감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폭력들을 아무런 감정없이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부분에 바로 이 영화 펄프픽션의 매력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사건과 실화
에서 아무리 흉악한 범죄와 어떤 거대한 음모의 뒷 이야기를 봐도 그냥 그러려니 하
고 넘어간다. 사람들이 그런 3류 잡지에서 바라는 것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
가지로 우리는 이 펄프픽션도 마찬가지의 감정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에 감독의 메시지가 존재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
리의 시선의 진짜 민낯을 그렇게 우리는 다시 발견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