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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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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앨범 속 사진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누구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것들이 있다. 소리이기도 하고, 정경이기도 하고, 이 책 처럼 냄새일 수도 있다. 내 유년시절의 기억도 아스라이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내게는 어떤 냄새가, 어떤 소리가, 어떤 정경이 아른거리는가. 수영장의 냄새박윤선 지음창비서울의 변두리 아파트에 사는 국민학교 2학년 민선의 하루하루는 수영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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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앨범 속 사진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누구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것들이 있다. 소리이기도 하고, 정경이기도 하고, 이 책 처럼 냄새일 수도 있다. 내 유년시절의 기억도 아스라이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내게는 어떤 냄새가, 어떤 소리가, 어떤 정경이 아른거리는가. 



수영장의 냄새

박윤선 지음

창비


서울의 변두리 아파트에 사는 국민학교 2학년 민선의 하루하루는 수영장의 소독양 냄새처럼 비릿하다. '국민학교' 라니! 추억에 잠기게 하는 단어다. 아파트가 세워지기 시작하던 시절, '자신이 가진 것으로 감당이 안되는 이곳에 무리를 해가며 온 사람들'(p26) 이 모여 집 값이 오르면 모든게 보상되리라 믿으며 삶을 버텨나간다. 민선의 가족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아파트 단지 근처에는 스포츠 센터가 생겼고, 그리고 망하고 그 자리에는 주식 붐을 타고 증권회사가 생기던 시절. 그리고 증권 회사도 곧 바뀌었었다. 딱 내가 지나왔던 그 시절인지라 내 어릴 적 기억과 계속 오버랩 되는 풍경들이었다. 



흑백과 푸른색 기조의 그림은 읽는 이의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종종 표정이 사라진 듯한 그림체는 주인공의 담담한 독백과 어우러져 내게는 인물들이 유령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라 그런 것일까. 과거의 유령?

그때나 지금이나 사교육에 대한 부추김은 달라진 것이 없다. 모양은 달라보이지만 수영이나 영어나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하다.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무엇이든 시켜야 한다고. 어릴 때는 그런 것들이 이상해보였건만, 부모가 된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말에 흔들리고 있다.


 

부모님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는 언니에게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한 서운함이 쌓여가고, 친구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힘의 싸움에 지쳐있다. 갑자기 누군가를, 특히 어른을 곤경에 빠트리고 싶은 충동에 지기도 하고, 자신도 힘들었으면서,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를 무시하기도 한다. 마음 한 구석에 가시처럼 박혀있는 어떤 기억들. 



 

'우리는 아이들이 여전히 치열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으려 한다. 나도 그렇게 살아왔고,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 남았지만 그런 적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보다 시시했던가?' 라는 만화가 잉꼬의 추천사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나는 가능한 힘을 다해 손끝으로 입수한다.

..

그리고 가능한 오래, 물 아래서 머무른다.



현재 프랑스에서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박윤선 작가는 '홍길동의 모험(Les Aventures de Hong Kiltong)' 으로 2019년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어린이 만화부문 수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다른 작품으로 프랑스에서의 자전적 생활을 그린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 라는 만화 등을 먼저 선보였다. 


'한국에서의 삶에 점선 하나를 그은 것도 그즈음이다. 2007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 놀러 갔다가 ‘작가의 집(La maison des auteurs)’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작업실도 주고 집도 주는데, 자기 작업만 해도 되는 공간이 그곳에 있었다. 마침 프랑스어를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더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이듬해 박씨는 작가의 집에 입주했다. 그곳에서 박씨처럼 만화 그리기를 직업으로 삼은 프랑스인 남자친구를 만났고, 남자친구는 남편이 되었다.' 라고 한 인터뷰(출처 :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277 ) 에서 밝힌 그녀는 2011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번 그림책을 근 10년만에 한국에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고 전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a 2019.12.22.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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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르는 그때 그시절
"문득 떠오르는 그때 그시절" 내용보기
달디단 커피 마시며 <수영장의 냄새 > 읽음. .....................................................,......................마치 프루스트의 마들렌 냄새가 과거의 특정한 장면을 떠오르게하듯, 수영장의 비릿한 냄새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역시 집앞 수영장에서 첨벙거리며 자랐다 (지금 거기는 불가마사우나가 됐지만 ㅎㅎ) 2011년에 프랑스에서
"문득 떠오르는 그때 그시절" 내용보기
달디단 커피 마시며 <수영장의 냄새 > 읽음.

.....................................................,......................
마치 프루스트의 마들렌 냄새가 과거의 특정한 장면을 떠오르게하듯, 수영장의 비릿한 냄새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역시 집앞 수영장에서 첨벙거리며 자랐다 (지금 거기는 불가마사우나가 됐지만 ㅎㅎ)

2011년에 프랑스에서 먼저 출판되었다는데 현지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 정서를 이해할수 있을까? 너무 솔직해서 잔인한 아이들의 말과 행동. 이유를 알수없는 분노와 미움.


낮잠 자는 아들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생각이든다. 저 아이도 누군가에게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자라겠지. 부디 적당히 잊고 잊혀가며 자라기를.



j******3 2019.12.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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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냄새] 그렇게 어른이 된다
"[수영장의 냄새] 그렇게 어른이 된다" 내용보기
나도 한때는 아이였기에, 아이들의 세계가 결코 순수하거나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아이라서, 아직은 성인보다 미숙하고 서툴러서, 결과를 미처 상상하지 못한 채 잘못된 판단 또는 행동을 하거나 특별한 목적이나 대단한 악의 없이 남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바로 그런 아이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가 박윤선의 <수영장의 냄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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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아이였기에, 아이들의 세계가 결코 순수하거나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아이라서, 아직은 성인보다 미숙하고 서툴러서, 결과를 미처 상상하지 못한 채 잘못된 판단 또는 행동을 하거나 특별한 목적이나 대단한 악의 없이 남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바로 그런 아이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가 박윤선의 <수영장의 냄새>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고도성장기였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경의 서울이다. 교육열 높고 재테크에 관심 많은 엄마를 둔 여덟 살 민선은 언니 민진과 함께 동네 스포츠센터의 수영반에 다닌다. 민선은 공부도 잘하고 수영도 잘하는 언니 민진과 끊임없이 비교를 당한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아이들도 민선을 은근히 따돌린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는 민선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종의 '살아갈 낙'을 만든다. 아이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거나, 어른들의 눈을 피해 일탈 행동을 하거나, 자기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한 행동들이 점점 감당하기 힘든 결과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스스로를 약자라고 여겼던 민선이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상처를 줄 수 있음을 깨닫는 장면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죄를 고백하지 않고 마음속 깊은 곳에 묻음으로써 민선은 어른들에게 혼나거나 아이들로부터 비난받는 일은 피할 수 있었겠지만, 자기 자신과는 영영 화해할 수 없게 되지 않았을까.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은 작품이다.

이달의 사락 j****y 2020.08.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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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냄새, 그녀의 유년시절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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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냄새, 그녀의 유년시절을 만나다  서울 변두리의 아파트.'국민학생' 민선은 아파트촌에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배운다.민선의 아빠는 바빠드는 이유로 가정에 신경 쓰지 않는다.그녀의 엄마는 열혈여성, 가사를 도맡고 부동산과 주식 투자로 재산을 불린다.그리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언니 민진은 교육열 높은 엄마 때문에하고 싶은 일보단 해야 할 일에 매여 산다.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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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냄새, 그녀의 유년시절을 만나다


 

 


서울 변두리의 아파트.
'국민학생' 민선은 아파트촌에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배운다.
민선의 아빠는 바빠드는 이유로 가정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의 엄마는 열혈여성, 가사를 도맡고 부동산과 주식 투자로 재산을 불린다.
그리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언니 민진은 교육열 높은 엄마 때문에
하고 싶은 일보단 해야 할 일에 매여 산다.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함께 살고 있지만
각자의 삶에 바빠 서로에게 무심하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평범하다고 일컫는 중산층 가정의 모습일까 

 

 

 

 


민선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셔틀버스를 타고 학원과 수영장과
아파트 상가의 김밥집을 전전한다.
매번 김밥을 사가는 민선을 보며 어른들은 엄마 없는 자식이라고 여기고 수군댄다.
가정에서도 보살핌 받지 못하는 민선은 학교에서도 왕따다.
대화할 친구도 없고 고민을 상담할 어른도 없는 민선의 하루하루.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영향력 있는 친구 옆에서 웃고 있다.
성인 흉내를 내듯 방문을 잠그고 한 명씩 들어와 엉덩이를 까라는 친구에게
민선은 싫다고 내색하지 못하는 약육강식 피라미드의 최하층 인생이다.




 



1980년대 말의 서울 대치동 아파트 단지의 풍경을 배경으로
민선의 무미건조한 하루하루를 그려낸 박윤선 작가의 그래픽노블 "수영장의 냄새".
앙굴렘국제만화축제 공식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윤선 작가의 초기작이다.

돌봄 받지 못하는 아이가 우연히 도둑질을 하고 느낀 죄책감과
비행을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하는 공포감을 민선을 통해 그려낸 박윤선 작가는
씁쓸하고 부조리한 사회 규칙을 소독된 수영장 냄새에 연결지어 보여준다.
어른들의 경쟁과 배척이 아이들 사이에서 고스란히 보여지는 만화,
"수영장의 냄새"에서 발견한 과거의 모습은 어쩌면 요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p********g 2020.01.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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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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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국민학교 2학년 여자 아이인 주인공 민선이. 이 책에서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민선이의 하루하루를 담백하게 그려 내면서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민선이는 뭐든 잘 하는 언니와 비교 당하며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가기 싫은 수영센터에 억지로 다닌다. 늘 바쁜 엄마 아빠 때문에 매일 아파트 상가 김밥집에서 끼니를 떼우며 결손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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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국민학교 2학년 여자 아이인 주인공 민선이. 이 책에서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민선이의 하루하루를 담백하게 그려 내면서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민선이는 뭐든 잘 하는 언니와 비교 당하며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가기 싫은 수영센터에 억지로 다닌다. 늘 바쁜 엄마 아빠 때문에 매일 아파트 상가 김밥집에서 끼니를 떼우며 결손가정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하고, 어쩌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하굣길에 마중나오는 사람이 없어 비를 쫄딱 맞고 집에 가기도 한다.

친구관계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 인싸 친구 희영이의 마음에 들고 싶어 눈치를 보며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한편으로는 자기보다 못나 보이는 친구를 어떻게 하면 떼어 버릴까 고민하기도 하면서... (애나 어른이나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운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민선이를 보고 있자니 내 어린 시절과 어쩜 이렇게 닮아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나도 뜻대로 되지 않는 친구관계로 고민하고, 맞벌이 하는 부모님 대신 동생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지고서 일부러 애어른처럼 행동하기도 했었지.

그런데 어린 시절의 추억이란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미화되어 남는 건가 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 기억 속의 어린 시절은 당시의 고민들은 희미해지고 마냥 재밌고 행복하기만 했던 때로 남아 있었으니까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땐 '너희들은 걱정거리 없어 좋겠다. 그때가 좋을 때인줄 알아!'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참 싫었는데... 그렇게 말하던 어른들도 치열하게 성장해온 각자의 어린 시절을 다 잊어버린 건 아니었을까?

<수영장의 냄새>에는 여러 어른들이 등장한다.
과한 교육열로 가기 싫은 수영센터을 억지로 보내는 엄마. 돈을 받은 건지 대놓고 희영이만 칭찬하고 감싸고 도는 선생님. 맞벌이 하는 집 아이는 버릇이 없을 거라며 놀지 못하게 하는 친구 엄마... 민선이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어른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아홉살 민선이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누군가 곤경에 빠뜨리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그래서 어른들, 그 중에서도 아줌마들의 신발을 몰래 갖다 버리는 작은 일탈로 그 감정을 해소하기도 한다.

이 책은 어른이 된 민선이가 어릴 적 몰래 갖다 버린 신발과 같아 보이는 것을 신고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어른이 된 민선이는 어린 시절을 잊고 그때의 그 어른들처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민선이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 아닐런지..

<수영장의 냄새>는 나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이면서 나는 지금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나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치열하게 살아갈 우리 아이의 세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다짐해본다.



x****x 2019.1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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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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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은 오래 깊이 잠겨 있고 어쩌다 마주칠 때면 기다렸다는 듯 지금을 덮친다. 그런 생각을 하면 기억은 수영장 같다고 말하게 된다. 언뜻 만만해 보이지만 몸을 담그게 되면 한순간 발이 닿지 않는 수면 위를 대책 없이 부유하게 되는 것.그리고 조금 더 깊이 잠수하게 되면 하수구가 보인다. 찌꺼기 같은 기억들이 모여 있는 곳에 발을 디디면 우리는 잊었던, 잊고 싶었던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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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은 오래 깊이 잠겨 있고 어쩌다 마주칠 때면 기다렸다는 듯 지금을 덮친다. 그런 생각을 하면 기억은 수영장 같다고 말하게 된다. 언뜻 만만해 보이지만 몸을 담그게 되면 한순간 발이 닿지 않는 수면 위를 대책 없이 부유하게 되는 것.

그리고 조금 더 깊이 잠수하게 되면 하수구가 보인다. 찌꺼기 같은 기억들이 모여 있는 곳에 발을 디디면 우리는 잊었던, 잊고 싶었던 그래서 기억하지 않았던 과거로 빨려 들어 가게 된다.

 

아이들이 눈치가 없다는 말은 편견이다. 혹은 그렇게 믿고 싶어서 다 커버린 어른들이 지어낸 거짓말이거나. 어른들이 아이들은 ‘눈치가 없다’는 말로 치부해버리는 순간 아이들은 거대한 무력감에 휩싸이게 된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고 누구도 지킬 수 없다는 걸 느끼며 아이들은 자란다. 그런 아이의 깊숙한 기억으로부터 어떻게 외로움이 사무치지 않을 수 있을까.

 

주인공 민선은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을 보낸 9살 아이다. 수영을 좋아하진 않지만 선수급인 언니를 따라 수영장을 학원처럼 다니고 있다. 담임 선생님은 부모로부터 촌지를 받은 아이인 희영을 특별히 예뻐하고 아이들에게 ‘지랄’ ‘찌질이’라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런 데에 눈치가 빤해서, 담임이 희영을 예뻐할수록 희영의 추종자는 늘어난다. 모두가 죽어야만 끝나는 피구 게임에서 희영은 늘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그 미묘한 권력관계가 두드러지는 것은 민선의 집에 놀러 오게 된 희영이 아이들에게 ‘병원놀이’를 제안한 때다.

 

아이들은 주사를 맞으라는 희영의 말에 바지를 내린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차례대로. 그건 분명 이상하고 불편한 일이었지만 모두가 아무렇지 않은 척 바지를 내리는 것이다. 아이들이 느끼는 불쾌함은 숨길 수 없는 표정에서부터 기어 나오지만 희영을 비껴가고 비껴간 이상함은 아이들이 함께 있는 그 공간 전체에 어물쩍거리며 도사리고 있다.

 

그런 이상함을 느껴본 적 없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는 거대한 관계의 장이고 아이들의 마음은 그 안에서 너무나 쉽게 뒤섞인다. 그래서 내 마음과 네 마음을 구분하기 어렵다. 때로 선택권조차 없다. 그리고 아이들은 거기서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한다.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기억하는 건 그렇게 남겨두고 싶은 우리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민선은 부동산 투자로 집안을 이끌어가는 엄마의 둘째 딸로, 자신의 존재를 달갑지 않아 하는 언니의 동생으로, 희영의 추종자로, 인경의 주인님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나날 가운데, 어떤 아이의 불행은 ‘요즘 세상이 무섭잖아요’라는 어른의 말로 퉁쳐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 모든 게 민선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다 버렸던 어른들의 구두와 같아 보이는 그것을 제 발에 끼워 넣는 민선이 못돼서. 그런 일들을 벌이거나 그런 일에 뒤섞인 거라고 말하기에 민선이는 너무나 평범한 보통의 아이다.

 

그럼 무서운 세상으로부터 불행을 겪은 아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만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나는 그런 생각을 잘도 잊는다. 내가 잊은 기억은 점점 젖어들며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런 생각을 하면 기억은 수영장 같다고 말하게 된다. 언뜻 만만해 보이지만 몸을 담그게 되면 한순간 발이 닿지 않는 수면 위를 대책 없이 부유하게 되는 것.

조금 더 깊은 곳에 있는 하수구에 닿은 기억은 언제나 그곳에서 물결을 따라 흔들리고 있다. 언제라도 가볍게 올라와 우리를 수영장 깊은 곳에 빠뜨릴 수 있다는 듯. 여유롭게 출렁이며.

s********9 2019.12.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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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수영장의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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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새와 향기를 나는 혼용해서 쓰곤 했는데, 강박을 느낄 정도로 둘을 비교하며 써 왔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늘 후각을 논하기 전에, 냄새일까 향기일까를 혼자 생각하며 혼자서 조심히 써 보았다. 한 템포 느리게 단어를 사용한다는 걸 다른 이가 알까? -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어른들의 세계 못지 않다. 아이들의 표현은 그저 툭, 표현을 해버리고 말아 버리는 순도
"@서평 #수영장의냄새" 내용보기

- 냄새와 향기를 나는 혼용해서 쓰곤 했는데, 강박을 느낄 정도로 둘을 비교하며 써 왔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늘 후각을 논하기 전에, 냄새일까 향기일까를 혼자 생각하며 혼자서 조심히 써 보았다. 한 템포 느리게 단어를 사용한다는 걸 다른 이가 알까?

 

-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어른들의 세계 못지 않다. 아이들의 표현은 그저 툭, 표현을 해버리고 말아 버리는 순도높은 날 것의 표현들이라 그런지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언제까지 잔인해야 할까ㅠㅠ 인간이 무서워요.)

- 각자의 잣대로 함부로 속단하며, 각자의 잣대로 함부로 질문하고 답을 얻어내 재단해버리는 일, 알게모르게 겪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쭉. 무시하며 살아 갈 수 있을까. 내 정신 화이팅!

 

+) 우리 모두의 유년시절을 고백하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동네 스포츠센터의 수영반에 다니던 여덟살 민선의 치열하고 비릿한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 (중략) 주인공 민선은 교육열이 높고 돈에 관해서라면 억척스러운 엄마가 하라는 대로 수영센터에 다닌다. 상급반에 있는 뭐든 잘하는 언니 민진과는 달리 민선은 별다른 의지 없이 하급반에서 수영을 한다. 민선은 그래도 괜찮은 아이다. 관심 밖의 아이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약육강식 피라미드의 최하위에 놓여 있는 민선의 하루하루는 수영장의 소독약 냄새처럼 비릿하다. 힘센 친구에게 엉덩이를 까 보이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수영장과 학원을 오가며 부모가 맞벌이를 한다고 비웃는 있는 집 친구들의 조소를 견뎌야 한다. 작가는 보기만 해도 비릿한 파란색의 연출로 어른들의 세계 못지않게 비정한 여덟살들의 세계를 가감 없이 그리는 한편 살아남기 위해 지독하게 성장해야 했던 우리의 유년기를 보듬는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내가 무슨 말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농담이라도.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닐까. 아니지, 우리보다는 나부터.

 

 

분명히 다들 나처럼 불편해하면서,

모두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다는 게 이상했다.

수영장의 냄새_127p.

 

 

- 우선, 수영장의 냄새는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라 생각했다. 잊고 지냈던, 차라리 잊었음 싶을 어린 시절을 생각해내고 마는 책이었다. 굳이 생각이 났다면, 조용히 나 혼자 꺼내보고는 마는, 나 말고는 고백하고 싶지 않은 그런 비릿한 기억들, 수영장의 냄새라 표현하고 싶었다. 나에게 수영장의 냄새는 늘 낯설었다. 위생적일 듯한 느낌을 풍기지만 한껏 더러움이 뒤섞였을 것만 같은, 그런 양면을 지닌 냄새였다. 내 안의 수영장을 들킨 것만 같다. 그 수영장은 늘 함께 하겠다 싶어서, 들켜 버릴 수영장이라면 이왕이면 잘 관리하고 싶다.

 

 

 

 

YES마니아 : 골드 k****3 2019.12.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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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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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기억은 좋은것만 떠오르지 않는다.오히려 충격적인거나 슬픈일 화가 났던일,억울하게 당한일이나 살아남기위해 몸부림쳤던 기억들로 가득차있다이 책은 그렇게 살아남은 민선이의 이야기이다.초등학교도 아닌 국민학교로 시작된 첫장을 보면서"아하 이 시절은 이랬지"하며 무릎을 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민선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다정한 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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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기억은 좋은것만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충격적인거나 슬픈일 화가 났던일,억울하게 당한일이나 살아남기위해 몸부림쳤던 기억들로 가득차있다
이 책은 그렇게 살아남은 민선이의 이야기이다.

초등학교도 아닌 국민학교로 시작된 첫장을 보면서
"아하 이 시절은 이랬지"하며 무릎을 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민선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다정한 엄마도 선생님도 등장하지 않는다.



나의 기억속에 선생님도 엄마의 모습도 별반다르지 않다.
피곤과 짜증이 가득담긴 엄마, 늘 바쁜 엄마, 남에게 친절한 엄마 그런 모습들이 민선이의 엄마의 모습에 투영되어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왜 그리 바쁘셨을까.
사느라 그랬다고 지금도 말씀하시지만 조금만 더 살갑게 해주시지. 비오는 날 우산들고 오는 수많은 엄마 속에 민선이의 엄마가 없는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나의 엄마도 없었구나. 그때의 그 기분이란 참 묘하다. 슬프고 창피하고 실망하고 두렵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했다.

이 책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나의 이야기같았다.
부모가 다녀간 학생을 편애하는 담임의 모습 속에서 저 시절은 저랬지 ! 참 편애가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던 시절, 저런 세상에서 살아남았구나.  화장실 한번 가기위해 들었던 모욕적인 언사들.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고  싶었을  뿐인데 선생님은  왜 그리  수치스럽게  이야기하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기회를 제공했을까.
과연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라는  변명으로  치부하기엔  감정적으로  너무 열악한  시대였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너무  섬세하게  잘  표현해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한다.

나에게 신경쓰지 않는 엄마, 부조리한 어른들, 아이를 고려하지않고 자기들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표현하는  어른들.그런 어른들에대한 감정을 아줌마들의 구두를 몰래 갖다버리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감정을 표출한다.
그런 행동을 보면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  나쁜 행동에 대해 야단을 치기만했던 시절. 지금에야  교육적인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고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려고 하지 불과 20~30년 전만해도  그냥 그렇게 넘겼다.
 아이라는 이유로  당해야만  했던  많은  이야기를  민선이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일렇지!하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섬세하게 아이의 감정을,내면세계를 잘 표현한 만화소설이다. 
찌질한 인경이와 놀다가 누구에게나사랑받는 희영이로 친구를 갈아타는 모습.
찌질한  인경이를  떼어내려고 애쓰는  민선이. 그런 인경이가 당한 성추행 사건에  민선이가 원인제공을  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의식. 미안함 두려움.  이러한  모습들을  파란색 하나로 그려낸  만화.
백마디의 말보다   한장을 가득 채운 그림이  더 섬세히  묘사했다.
의사놀이하면서 엉덩이를 까야했던 장면들. 매 장면속에 녹아있는 9살 꼬마의 삶이 얼마나 혹독하고 비릿한지.
 그 삶을 견뎌낸 모든 꼬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 시절은  섬세하게  표현해주신 작가님에게도  이 책을  출판해주신 창비출판사에도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n*******f 2019.12.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수영장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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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 여름이면 수영장에 갔다. 가서 수영을 배운 것은 아니고 그저 물을 휘다니며 놀았을 뿐이라, 아직도 수영은 커녕 잠수도 못한다. 수영을 배우러 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수영장엘 자주 갔냐하면, 그때는 그랬다. 동네 아이들끼리 서로 이름을 불러가며 '노올자'하고선 오늘은 앞산으로 오늘은 수영장엘 오늘은 골목에서 이리저리 어울려 놀았다. '수영장의 냄새'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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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에 여름이면 수영장에 갔다. 가서 수영을 배운 것은 아니고 그저 물을 휘다니며 놀았을 뿐이라, 아직도 수영은 커녕 잠수도 못한다. 수영을 배우러 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수영장엘 자주 갔냐하면, 그때는 그랬다. 동네 아이들끼리 서로 이름을 불러가며 '노올자'하고선 오늘은 앞산으로 오늘은 수영장엘 오늘은 골목에서 이리저리 어울려 놀았다. '수영장의 냄새'를 보고선 그때의 물의 일렁임, 수영장에서 놀고 나면 꼭 먹었던 컵라면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수영장의 냄새'에 그런 유년의 반짝임이 담겨있는걸까 생각했는데, 들여다 본 물속은 생각보다 깊고 어두웠다. 그때의 자신을 '국민학교 이학년'으로 소개한 것으로 보아 어린시절이 나와 그리 떨어지지 않은 때였던 것 같았는데 민선의 세계는 성숙했다. 초등학교 이학년 때 나는 어떤 집에서 사는지 신경이나 썼던가, 싶었다. 분식집 가서 밥도 혼자 잘 사먹고 학원엘 가는 모습이며, 꽤 조숙한 관계망을 보며 민선이는 혹시 서울에서 살았던걸까 싶어졌다. 서울 출신들에 대한 편견이 조금 있나보다.

 

 아홉살 무렵에 있던 일을 떠올려보면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일학년 때까지는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서 학교를 가느라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은데, 이학년은 그런 기억도 없다. 다만 시험을 잘 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랬다. 일학년 때는 학교를 다닌다는 것에 적응하느라 시험같은 것을 봤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데, 그 무렵에 남들보다 잘 못한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실망감의 기억이 난다. 민선이 수영장엘 가기 싫어하는 이유가 공감됐다. 지금은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그때는 그런게 창피하고 싫었다.

 

 흔히 어린시절에 겪은 일들은 금방 잊거나, 잘 이해하지 못해 상처가 덜할거라 생각하는데 때로 어떤 상처들은 온 시간을 들여 깊게 자리잡는다. 민선이는 신발을 버린 일, 친구들과 병원 놀이를 한 일들도 상처로 남아있겠지만, 시간이 흘러 인경이가 전학 간 이유에 대해 이해하게 됐을 때 그때도 상처를 받게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리다는 이유로 저질렀던 잘못들을 떠올려본다. 정말 잘못이 잘못인줄 모르고 행동했을까, 그때도 사실 아주 조금은 하면 안되는 행동에 대한 구분이 있었던 건 아닐까.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들을 볼 때 저렇게 어린애들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생각을 했을까 싶은 사건들이 나온다. 아이라서 어른과 같은 생각을 기준으로 행동을 판단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타인에게 자신이 겪고 싶지 않을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정말 잘잘못을 몰라서 장난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생각이 미친다. 그 아이들이 모방하는 세계가 더욱 나빠지지 않기만을 소망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을까, 같은 비관적 생각을 하게 된다. 매일 들려오는 점점 더 나쁜 소식들에 지칠 때면.

 

 아직도 수영장에서는 소독약 냄새 같은 것이 날까? 얼마 전 수원을 갔다 길을 걷던 중 작은 수영장이 있는 센터를 들렀다. 센터 안에 수영장이 있는 줄은 몰랐지만 어디선가 물비린내 같은 것이 나서 인공폭포 같은 것이 있나, 목욕탕이 있나 싶어 둘러보니 레인이 몇 개 안되는 수영장이 있었다. 최근에는 호텔의 수영장 같은 곳 말고는 가본 적이 없어 관념 속의 수영장 다운 수영장을 본것이 오랫만이었었다. 여전히 그곳에는 수영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달의 사락 m******j 2019.12.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수영장의 냄새 서평] 물은 모든 것을 가린다
"[수영장의 냄새 서평] 물은 모든 것을 가린다" 내용보기
『수영장의 냄새』를 읽었다. 아니, 같이 각자의 유년시절로 풍덩 빠져보았다고 해야 할까. 창비에 이 책 서평단을 신청했던 이유는 오로지 ‘만화책’이었기 때문이다. 만화책을 읽고 싶었다. 그러고 싶었다. 평소에 시집을 주로 읽고, 소설이나 평론 등을 같이 읽는 나는 스스로에게 무언가 환기를 줄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12월은 내게 가장 힘든 달이기도 한데 이렇게 서
"[수영장의 냄새 서평] 물은 모든 것을 가린다" 내용보기
『수영장의 냄새』를 읽었다. 아니, 같이 각자의 유년시절로 풍덩 빠져보았다고 해야 할까. 창비에 이 책 서평단을 신청했던 이유는 오로지 ‘만화책’이었기 때문이다. 만화책을 읽고 싶었다. 그러고 싶었다. 평소에 시집을 주로 읽고, 소설이나 평론 등을 같이 읽는 나는 스스로에게 무언가 환기를 줄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12월은 내게 가장 힘든 달이기도 한데 이렇게 서평단에 당첨되어 이 책을 직접 읽고 서평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책을 다 읽고 맨 처음 느낀 점은 영화 《벌새》를 보고 난 후의 여운을 똑같이 느꼈다는 것이다. 아마 유년시절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한 몫 했을 것이고 구성 자체나 흐름에 있어서도 영화처럼 어떤 장면은 그저 보여주기만 하고 넘기는 연출이 읽는 이로 하여금 오랫동안 그 잔상에 빠지게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에선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거대한 사건이 하나 있지만 이 책에는 그런 거대한 사건 없이 잔잔한 물결처럼 서사가 진행된다. 3화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화마다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국민학교 2학년 민선이’를 중심으로 일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뿐이다. 국민학교를 다녔을 80년대생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시대적 상황과 가족 분위기가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그 당시 유년시절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그건 어쩌면 시대를 불문하고 ‘어린이’라는 상태가 누구에게나 불온하기 때문이진 않을까.

다들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삶이 온전히 나의 중심으로만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품던 때가. 어른이 되면 뼈저리게 깨닫는다. 나는 아주 변방이었구나, 작디작은 세계의 일부였구나, 하고. 그러니 자맥질할 수밖에. 어린이는 물속에 가라앉으면 머리부터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면. 좀 더 물살을 가를 수 있었을까. 수영장에서 같은 물에 몸을 담그면 서로의 피부가 녹아드는 것 같고,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게 느껴진다. 이것은 뭔가 이상한 구조이다. 함께 물속에서 스며들지만 정작 각자의 물살은 다른 이의 길을 막을 수도 있는 것. 고로 수영장이란 장소는 일종의 극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이 무서우면 안 되는 곳. 어쨌든 발목이라도 담가보아야 하는 곳. 그러나 한번 발을 넣으면 물속에서 물감처럼 풀어지다가 이내 사라지는 자신의 발을 볼 수 있다. 물속에선 사라질 수 있으니까.

아홉 살 민선이를 보면 방황했던 나의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민선이는 종종 ‘상황’에 대해 이상함을 느낀다. 이 이상함이 괴리감으로부터 오는 것은 아니다. 자기도 알지 못한 채 나타나는 불안 속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바보 김인경’을 만났을 때도, ‘정체불명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정도 되는 남자’ 앞에서도, 희영이와 친구들의 병원 놀이에서도. 민선이는 자기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모종의 낯섦을 느낀다. ‘나에게 진정한 친구란 있는 걸까. 민진 언니는 수영을 포기했는데, 나는 왜 여전히 수영장에 갈까.’ 마치 이런 생각에 빠진 듯.

삶은 어떤 영법으로 나아가야 할까. 자유형은 정말 자유로운가. 인경이에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피구란 대체 왜 하는 걸까, 서로를 죽이는 게 그리 즐거울까. 희영이는 그날 왜 내게 의사를 시키고 자신이 의사 일까지 다 해버렸을까. 아무리 몰랐었을지라도 말이다. 책은 아무것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냥 민선이의 심리를 관통하고 유년의 불안만 남길 뿐이다. 장면은 그대로 연출된다. 아무 설명도 없이. 수영장에 차 있는 아이들의 소란 속에서도 물속에 들어가면 이내 조용해지는 것처럼. 민선이는 이후에도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점차 세상을 보게 된다. 온전하지 못한, 조금씩 뒤틀려 있는 세계를.

달리는 것보단 아무래도 느리겠지만 결국 수영장의 비릿한 냄새를 뚫고 민선이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거기서 나의 유년시절이 어떻게 기억되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가능한 힘을 다해 손끝으로 물을 찌르며 가야 할 길을 벌릴 테니까. 민선이의 영법으로. 우리만의 속도로. 잠시 사라져도 괜찮을 방식으로.


 
















c**********0 2019.12.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