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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저고리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복이다. 지금이야 한복을 입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불과 몇십년전만 하더라도 여성들의 의복은 치마저고리가 주를 이루지 않았나 싶다. 물론 지금도 여성들은 치마를 입는다. 그렇지만 지금의 치마는 한복의 치마저고리에서 말하는 치마와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한복에서 말하는 치마는 저고리와 그 짝을 이루어야 비로소 의복으로써 완성되기 때문이다. 흔히 의복은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한다. 또한 현대에 들어 의복은 입는 사람의 개성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특히 여성의 경우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다. 거기에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부심과 섹슈얼리티를 추구하는 시대상이 반영되어, 이제는 뭇 남성들의 눈길을 의식하고, 그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파격적인 의상이 일반화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통시대, 우리네 여성들의 의복인 치마저고리는 여성들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또 어떤 시대상을 담고 있었을까? 우리나라 전통시대의 복식구조는 상의와 하의가 나뉜 투피스 형태로, 이는 상의와 하의가 일체형인 중국이나 일본과 구별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투피스 형태의 치마저고리는 삼국시대이래 그 모양에 큰 변화 없이 우리나라의 전통복식으로 이어져 내려 왔다. 그러나 16세기에 이르러 저고리의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했고, 18세기에 이르러서는 상의를 긴박하게 줄이고 하의를 부풀린 하후상박형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의류로 재탄생 했다고 한다. 삼국시대이래 조선중기까지 2000여 년의 세월 동안 여성의 신체는 복식에 의해 철저히 감추어졌으나, 18세기 저고리는 유두가 보일 만큼 짧아졌다. 왜 조선의 여인들은 갑자기 신체를 드러내려 했을까? 저자는 치마저고리의 변천을 통하여 그곳에 숨겨진 전통시대 여성들의 욕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현대의 여성의복을 보면 가능한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려고 한다. 헌데, 인간은 왜 신체를 드러내려 하는 것일까? 인간의 욕망중 가장 근원적인 것 중의 하나가 색욕이다. 인간은 신체노출에 대한 수치심 때문에 옷을 입고, 종족보존과 관련된 성기능을 보호하려고 성과 관련된 신체부위를 옷으로써 숨겨왔다. 그러나 옷으로 가리는 신체부위는 이성으로 하여금 강한 성적매력과 지속적인 성적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인간은 이성에게 아름답게 보이려는 욕구로 신체를 드러내게 되었다. 패션은 이러한 노출과 은폐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으며, 부분적으로 또는 단계적으로 신체를 드러내거나 숨기는 방식으로 변화해 왔다고 한다. 조선시대 의복의 쓰임새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본래의 목적이었고, 다른 하나는 문채를 만들어 몸을 가리는 것 이었다고 한다. 문채를 만들어 몸을 가린다는 것은 신분을 구분한다는 것으로 조선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조선시대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신분제 사회였다. 이는 신분에 따라 개인의 모든 사적, 공적 생활이 규제된다는 뜻이다. 더욱이 성리학 이데올로기는 여성들의 의복은 물론 모든 행동거지를 억압하였다. 그러한 시대에 노출이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18세기 들어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완고했던 신분제사회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자, 옷을 통한 구분 짓기가 이전과 같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아름다움을 향한 장식적인 욕구가 발생하게 되었다. 물론 사대부여성들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기생들은 뭇 남성들의 시선을 끌고 자신을 알리고 싶어했다. 그녀들은 벼슬아치의 첩이 되는 것이 최고의 영예이었기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했고, 그러다 보니 복식구조에서 에로티시즘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전통의 복식구조인 치마저고리는 여성 신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젖가슴을 다 가리지 못할 정도로 짧은 저고리와 허리를 가늘게 보이기 위해 엉덩이를 부풀리는 치마, 즉 하후상박형 복식구조가 탄생된 것이다. 그런데 기생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대부의 부녀자는 물론 먹고 살기에 바쁜 서민여성들까지 이러한 스타일의 옷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유행의 확산이론중 일반적인 것은 위에서 아래로 전파되는 하향전파설과, 아래에서 위로 전파되는 상향전파설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상류계층의 문화는 하류계층으로 비교적 쉽게 전파된다. 모방함으로써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류계층의 문화가 상류계층으로 전파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예술성이 뛰어나야 하고, 거기에 계층간 교량역할을 하는 전달자가 존재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조선시대 기생들이 만들어낸 하후상박형이라는 복식구조가 상류계층은 물론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유행한 까닭은, 새로운 스타일의 옷이 충분히 창의적이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전달자로써 기생들을 좋아했던 상류계층의 남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덕무는 그의 저서 [청장관전서]에 이러한 복식구조가 유행하기 시작한 까닭을 사대부들이 자신의 처첩에게 권하였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 축첩제가 허용된 조선시대, 기생들의 패션은 반가 부녀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남편이 그런 복식을 권했을 때, 반가의 부녀자들은 남편의 관심을 기생으로부터 돌려놓기 위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서민 여성들 역시 의도적으로 노출을 하기 위해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시의 패션 흐름에 동참하고 싶었고, 이것이 조선후기 하후상박형이 유행하게 된 이유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삼국시대이래 우리나라 여성들의 전통의상이었던 치마저고리가 조선후기 100여년 사이에 극적인 변화를 하였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무심코 입는 복식의 구조에서도 시대상과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의외다 싶다. 그러나 사대부 남성들이 여성성을 극대화하고 에로티시즘을 유발시키는 기생의 복식을 자신의 처첩에게 권했을 때, 과연 이를 거부할 여성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씁쓰레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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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읽던 책들과는 또 다른 분야이다. 이런 쪽으로는 약해서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기도 하고, 그저 정보를 받아들이는 외에 어떤 감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마음도 있었다. 약간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 또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이기에 모르는 분야에도 한번 발을 들여보자는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조선시대의 의복사에 관한 내용으로 분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어려운 내용도 없었다. 의복사에 있어서 어려울 내용이 사실 뭐가 있을까 싶긴한데, 역사적인 부분과 결부되어 의복의 모양이 달라지거나 혹은 의복 자체가 가지는 전통적인 구조에 대한 학술서 같은 내용이 잔뜩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되는 마음이 컸어서 다행이었다.
치마와 저고리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의복의 활동성과 조선시대 후기로 갈수록 저고리의 길이가 짧아지고, 속옷을 드러내 입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는 내용 등은 흥미로웠다. 거기다 하후상박 스타일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서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또 지금까지도 시간을 초월하여 여성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도 새삼스럽게 환기되고 재미있었다. 역사적인 배경이나 의복 자체의 자세한 설명이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니어서 어느 정도 배우는 마음으로 읽기는 했는데 '경제가 불황일 수록 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을 듣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가볍고 흥미로운 설명이었다. 역사물이나 의복사에 관심이 있다면 가볍게 읽어볼만하다.
책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18세기 기생들은 저고리의 길이를 짧게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성적 매력을 드러내려 했는데 그로인해 드러나는 가슴을 보여주기 보다 가리는 방법으로 성적인 자극을 더 높였다는 내용도 그녀들의 직업의식과 욕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 당시에 상의를 줄여 가슴을 다 드러내다니' 하고 약간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당시 시대에 갖는 고정관념을 깨게 되는 계기도 주었다. 유교 문화로 엄격하고 정숙할 것 이라 나름의 고정관념 짧은 지식을 통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18세기 무렵엔 가슴이 보일 정도로 짧은 상의와 아래 속옷을 겉치마 아래로 드러내는 기생의 옷차림을 사대부와 일반 백성할 것 없이 따라하기에 이르렀다는 것과 화려하고 값비싸기 그지 없었던 의복 문화를 누리며 지냈다는 것이 생각 외의 부분들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하후상박 스타일에 대한 부분이었다. 지금까지도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교복입기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터질듯한 짧고 작은 상의와 상대적으로 길고 넉넉한 치마를 매치한 교복입기 방식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보통 짧고 작은 상의는 그대로, 치마도 달라붙는 미니스커트 처럼 입는 것이 더 유행인 듯 하지만, 지역별로는 아직도 하후상박이 유행인 곳도 있는 것 같다. 이제 십대인 그녀들이 전통적으로 여성 신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한 하후상박의 스타일을 파악하여 전략적으로 교복 입기를 시도했다기 보다는, 그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에 대한 의식이 시대를 따라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본능적인 관점이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책이었는데 분량이 좀 짧아서 의복사에 대해 겉으로만 한번 쭉 훑어본 느낌이 든다. 그 이상의 자세한 정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닌데, 읽다보니 흥미가 생겨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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