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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이겨내고 용기있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베트남 소녀 하의 1년 간의 기록
"절망을 이겨내고 용기있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베트남 소녀 하의 1년 간의 기록" 내용보기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인터넷서점을 둘러보다가 알게 된 작품이었다. 2011 내세녈북어워드 수상, 2012 뉴베리상 수상이라는 경력도 눈에 띄는 작품이지만, 베트남 소녀 하가 전쟁 중인 고향을 떠나 앨라배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적응하는 1년 간의 일기를 운문체로 담았다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쟁으로 아빠를 잃은 슬픔, 피난을 가면서 겪는 고통, 새로
"절망을 이겨내고 용기있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베트남 소녀 하의 1년 간의 기록" 내용보기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인터넷서점을 둘러보다가 알게 된 작품이었다. 2011 내세녈북어워드 수상, 2012 뉴베리상 수상이라는 경력도 눈에 띄는 작품이지만, 베트남 소녀 하가 전쟁 중인 고향을 떠나 앨라배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적응하는 1년 간의 일기를 운문체로 담았다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쟁으로 아빠를 잃은 슬픔, 피난을 가면서 겪는 고통, 새로운 나라에서 이방인이 되어 살아가는 아픔 등의 감정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으려는 하의 심리적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었다. 저자 역시 주인공 하처럼 열 살 때 베트남 전쟁의 막바지를 목격하고, 가족들과 앨라배마로 도망쳤으며, 전투 중 아버지가 실종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주인공 하 속에 잘 녹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어.

양측이 제각기

맹목적인 자기 신념만

떠들어 대고 있으니!" (본문 32p)

 

1975년 열 살이 된 하는 엄마와 부리스 리 흉내를 내는 부 오빠, 코이 오빠, 꾸앙 오빠와 살고 있다. 아빠는 9년 전 해군에 징용되어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되었고, 엄마는 아버지의 귀환을 빌고, 하는 생일 소원으로 아버지가 집 문간에 나타나 걱정 근심으로 늘 아래로 처진 엄마 입고리가 귀밑까지 올라가서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필 수 있기를 빈다. 뒤뜰에 휙 던진 파파야 씨앗 하나가 쑥쑥 자라 파파야가 열린 걸 바라보길 좋아하는 하, 하지만 엄마는 고향을 떠날 준비를 한다. 다섯 식구는 1센티미터 틈도 없이 사람들로 꽉꽉 채워진 갑판밑에 서로 꼭 붙어 있을 수 있는 멍석 하나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바다에서 딱딱하고 곰팡내 나는 주먹밥을 먹으며 한때 알았던 것들에 대해 조금씩 잊으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중 미국 배에 의해 구조되고 괌의 텐트촌의 생활이 시작된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후견인을 기다리던 하 가족은 앨라배마에 사는 후견인을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된다. 하는 그를 카우보이라고 불렀고 그의 도움으로 앨리바마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가 사는 곳은 카우보이네 집 맨 아래층으로 창문이 너무 높아 해와 달을 보려면 의자에 올라간 다음 차 탁자 위에 올라서야 할 정도였다. 설상가상 엄마는 영어에 완전히 숙달할 때까지 영어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하지도 말고, 생각지도 말고, 바라지도 말라고 한다. 엄마는 나쁜 일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아버지도 떠나온 고향도 옛날 친구도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절망과 아픔 속에서 남몰래 우는 엄마를 보면 하는 마음이 아프다.

 

카우보이는 프린세스 앤 가에다 집을 구해 주고 세 달치 월세를 미리 내 주었는데, 엄마는 주소가 생기자마자 아버지 형제들이 조상들의 고향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곳, 북베트남으로 편지를 쓰지만 이렇다할 아버지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제 가족들은 엄마는 공장에서 재봉 일을 시작하고, 꾸앙 오빠는 자동차 수리 일을, 나머지 식구들은 학교에 가서 각자 마무리하지 못한 학년 과정을 다시 공부하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드디어 학교 가는 날은 하에게 생애 최고로 길었던 날이었다. 머리카락도 희고 눈썹도 희고 속눈썹도 흰 분홍색 얼굴의 핑크 보이가 놀림으로 하는 탓에 하는 영어를 빨리 배우고 싶어졌다. 언젠가 핑크 보이를 영어로 한껏 비웃어 주기 위해서.

영어로 대꾸할 수 있을 때까지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하는 수업 시간에는 자신의 신발만 쳐다보며 숨어 있고, 점심 시간에는 저녁때 남겨둔 딱딱한 빵을 먹으며 화장실에 숨어 있고, 운동장에 나가 노는 시간에도 똑같은 화장실에 숨어 있다. 하지만 하는 부 리 오빠에게 호신술을 배우며 투명인간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시작한다.

 

나는 지금

투명인간에서 벗어나는

연습 중이다. (본문 174p)

 

다행히 이웃인 과부이며 은퇴한 교사인 워씨-잉턴 아주머니에게 영어를 배우게 되지만, 핑크 보이의 놀림을 알아 듣게 되니까 못 알아듣던 때가 그립다. 그래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워씨-잉턴 아주머니가 있어 기분이 좋고, 팸, 씨-티-반이라는 친구가 생겨서 학교에서 제일 마음이 놓인 날을 맞게 된다.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때때로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본문 210p)

 

핑크 보이에게 되받아치고, 부 리 오빠가 있어 든든해진 하는 이제 살맛 난다. 무엇보다 친구의 놀림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할 줄 알게 되었다. 이제 하 가족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가 어디에 계신 줄 알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해 한다. 가족은 새해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행운을 기다린다. 그리고 하는 더 싹싹한 딸이 되겠다고 맹세한다. 1년동안 슬프고 아프고 절망 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하의 당찬 용기가 커다란 희망을 느끼게 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다음

다시 눈을 감았다.

올해는

날아차기를

꼭 배우고 싶다.

사람을 걷어차고 싶어서가 아니라

공중을 날아 보고 싶어서. (본문 279p)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이 그리운 하에게 이방인으로서의 일상은 너무도 힘들었다. 그 힘들었던 하루하루를 딛고 일어선 하는 진한 여운과 감동을 선물한다. 살아가다보면 느끼게 되는 절망, 하지만 밑바닥에 떨어져버린 것 같은 시간도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는다. 그 시간을 이겨냈을 때야 나중에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오는 법이다. 언젠가는 날아 오르는 날이 오리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화장실에 숨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나아가는 법을 하는 몸소 보여주었으며, 그로인해 용기라는 큰 선물을 준 셈이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암울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절망을 이겨내고 희망을 품어내고, 씩씩하게 낯선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s*****2 2013.05.2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내용보기
2012년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내용이 궁금해지는 작품 [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고학년 문고더군요.       고학년 문고라 저학년문고의 두배쯤 되어보이는 두께에 글자가 너무 빽빽하면 읽어낼 수 있을까? 하고 펼쳐보았더니... 처음에는 시집인줄 알았어요. 일기보다는 시집에 가깝더라구요.   이 책을 보다보니 안네의 읽기가 떠올랐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내용보기

2012년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내용이 궁금해지는 작품

[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고학년 문고더군요.

 

 

 

고학년 문고라 저학년문고의 두배쯤 되어보이는 두께에

글자가 너무 빽빽하면 읽어낼 수 있을까? 하고 펼쳐보았더니...

처음에는 시집인줄 알았어요.

일기보다는 시집에 가깝더라구요.

 

이 책을 보다보니 안네의 읽기가 떠올랐는데요.

우리가 흔히 월남전에 대해서 그냥 베트남에서 일어난 전쟁이 아닌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 속에서 한 가족의 베트남 탈출과

미국에서의 정착생활을 차분이 시형식으로 담은 책이더군요.

 

전쟁은 어디에서 일어나든 그 폐허와 피폐함이 잔상으로 남는데요.

" 때때로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라는 하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책이였어요.

전투 중에 실종되신 아버지, 영어를 배워야만 살아갈 수 있는 현실,

남의 나라 또래 친구들에게 조롱과 놀림을 받았을 때 하는 어땠을까요?

 

우리도 6.25라는 전쟁의 아픔을 우리 선조들이 먼저 겪었는데요.

그 때의 실상을 담은 책들도 참 끔찍하고 잔혹한데 피난선을 타고 미국에 정착한

하의 가족들도 무수한 어려움을 겪었던것 같네요.

주인공 하가 이런 역경들을 잘 헤쳐내고 꿋꿋히 이겨내며

스스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아이들이 낯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을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더불어 이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있는지를

일깨워주네요.

 

시로 되어 있어 읽기에 어렵지 않으니

아이들이 꼭 한번은 읽어보면 좋겠네요.



 

f******i 2013.03.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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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야 나무가 자라듯 눈물 씨앗에서 자란 희망
"파파야 나무가 자라듯 눈물 씨앗에서 자란 희망" 내용보기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사진 두 장이 있다. 벌거벗은 베트남 소녀가 네이팜탄 폭격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공포에 질려 울부짖으며 거리를 내달리는 사진과 건물 지붕 위 헬리콥터에 올라타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긴박한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아마 베트남 사람들은 그 사진들을 싫어할 것 같다. 전쟁의 아픔을 끄집어내서라기보다 외국인들이 떠올리는 베트남의 이미지가 비극
"파파야 나무가 자라듯 눈물 씨앗에서 자란 희망" 내용보기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사진 두 장이 있다. 벌거벗은 베트남 소녀가 네이팜탄 폭격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공포에 질려 울부짖으며 거리를 내달리는 사진과 건물 지붕 위 헬리콥터에 올라타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긴박한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아마 베트남 사람들은 그 사진들을 싫어할 것 같다. 전쟁의 아픔을 끄집어내서라기보다 외국인들이 떠올리는 베트남의 이미지가 비극이 되어버려서 그럴 것 같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시트콤 프렌즈를 보다가 백과사전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조이의 무식함을 다루는 에피소드에서 뜬금없이 한국전쟁 얘기를 하며 가슴 아프다고 말할 때의 나의 심정도 그랬다. 한류 문화가 인기를 끌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도 한국의 이미지는 88 올림픽도 아닌 6.25 전쟁이었을 거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의 주인공 '하' 역시 베트남을 탈출해 새로 정착한 미국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파파야나 명절 사진이 아닌 전쟁 사진을 '하'의 나라라고 소개할 때 속으로 생각했다.

(p.210)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때때로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5년 한 해를 시처럼 기록한 이 일기는, 전쟁이 배경이 아니었다면 맹랑한 소녀의 성장 일기로 읽을 수 있을 만큼 유쾌하다. 베트남의 음력 새해 첫 날인 뗏. 그날 하루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새해 운이 달렸다는 날이다. 남자 발만 행운을 불러들이기 때문에 한 해 재수가 좋으려면 오빠 중 한 명이 제일 먼저 일어나야 했지만, 남자들만 우대하는 게 속상해 '하'가 몰래 일찍 일어나 첫발을 딛는다. 그리고 전쟁이 집 앞까지 바싹 다가와 피난선을 타고 베트남을 탈출하며 겪은 가족의 고통이 모두 자기가 부정 탈 짓을 해서라고, 엄마 심부름에서 돈을 빼돌려 군것질을 했던 탓이라고 여긴다. 열 살짜리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세상 근심을 다 짊어지고 있었던 거다.

 

미군이 떠나고 치솟는 물가 때문에 쌀이 없어 밥 양을 늘리기 위해 고구마 같은 걸 섞은 엄마가 맛이 기가 막히다고 하자
(p.45)
엄마는 내가
가난한 사람들이
자식들 배를 어떻게 채우는지
모른다고 생각하시나 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다. 특히 힘든 상황에서 애늙은이가 돼버린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하'의 어른 흉내에 꿀밤 한 대 때려주고 싶은 건 왜일까. 심술궂은 오빠들 사이에서 자라 너무 씩씩해서인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간 뒤부터 어려운 말로 잘난 척하는 스물 한 살 '꾸앙' 오빠, 이소룡을 동경하는 열 여덟 살 '부' 오빠, 엄마 꽁무니만 따라다닌다고 자기를 놀리는 열 네 살 '코이' 오빠. 하지만 티격태격하면서도 '하'가 슬퍼할 때면 손을 잡아 주고 직접 나서서 도와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9년 전 공산당에게 징용되어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버지를 하나뿐인 정표인 자수정 반지를 만지며 그리워하는 어머니는 피난선 위에서도 공부를 시키셨고, 난민촌에서도 자식들 대학 먼저 보내야 한다고 말씀하실 만큼 강한 분이다. 이런 가족이 있기에 '하'를 동정할 수 없다.

(p.146)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기 머리는 도리도리.

난 동정받는 게 싫어서
뒤로 물러섰다.
동정받는 사람은 기분 나빠도
동정하는 사람은 기분 좋다고
엄마가 그러셨거든.

 

그렇게 씩씩한 '하'에게도 나라를 잃고 남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건 큰 시련이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바보가 된 거나 마찬가지다. 하얀 얼굴들과 검은 얼굴들 사이에서 누르스름한 얼굴, 그 얼굴이 납작해서 붙은 팬케이크라는 별명.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사느니 투명인간이 되는 게 소원이다. 이웃들의 혐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웃들과 친해지려 교회에 나가지만 집에선 염불을 외운다. 가수 조영남의 어머니가 찬송가를 부르며 가짜꿀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이렇게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하'의 영어 공부는 생~뚱맞다. 복수 명사에 붙은 s 규칙을 공부할 때 하루 종일 '스스스' 소리를 연습하면서
(p.130)
누가 영어를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뱀을 무척
좋아했던 게
분명하다.

영어 규칙에 예외가 너무 많아 외울 게 많아지자

(p.141)
누가 영어를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뱀한테 꽉 물려 버려라.

 

(p.147)
더 기가 막힌 건,
여기에선 말들이
히힝, 히힝, 히힝 울지 않고,
네이, 네이, 네이 운단다.

그게 무슨 말 울음소리야?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p.148)
영어나
인생이
좀 더 논리적이라면
이해하기가 훨씬 더 쉬울 텐데.

 

(p.191)
누가 영어를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그 사람,
철자법을 더 배웠어야 했다.

 

아들 톰이 베트남에서 전사한 '워씨-잉턴' 아주머니에게서 영어를 배우면서 친구도 생기고, 오빠들의 도움으로 자기를 괴롭히던 '핑크 보이'도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게 됐다. 그리고 아버지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가족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된다. 후견인의 도움을 미국 정부가 전쟁에서 패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 지원한 거라고 불평하는 오빠에게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엄마. 그런 강한 엄마의 슬픔과 걱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란 '하'이기에 아버지가 돌아올지도 모를 집을 이유도 모르고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아픔과 두려움을 견뎌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 책은 희망적이다. 이 책 덕분에 내 머릿속 베트남의 이미지는 전쟁이 아닌 파파야의 푸른 빛으로 바뀌었다. 세계가 한국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전쟁이나 분단, 위험국가 같은 이미지도 어서 빨리 희망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기 전에 베트남 역사에 대해 잘 몰랐는데 책 맨뒤의 '옮긴이의 말'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으니 미리 살펴 보기를 권한다.

x******6 2013.03.17.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내용보기
이 작품은 베트남이 남과 북으로 갈린 상태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하의 가족이 공산당을 피해 남베트남을 택해 내려왔고 결국 남베트남의 중심 사이공이 함락되면서 고향과 조국을 떠나 미국 앨라배마에 정착해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책을 읽기전에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 전쟁 소설로 생각했지만 그것보다는 열 살 소녀의 시각에서 고향의 그리움, 아버지의 그리움, 그리고 꿋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내용보기

이 작품은 베트남이 남과 북으로 갈린 상태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하의 가족이 공산당을 피해 남베트남을 택해 내려왔고 결국 남베트남의 중심 사이공이 함락되면서 고향과 조국을 떠나 미국 앨라배마에 정착해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책을 읽기전에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 전쟁 소설로 생각했지만 그것보다는 열 살 소녀의 시각에서 고향의 그리움, 아버지의 그리움, 그리고 꿋꿋하게 미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이다.

시 형태를 취한 소설이라 읽기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하의 시각에서 느낀 것들을 시형태의 짧은 형식에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내용도 금세 읽어내려갈 수 있다.

이야기 구성은 4부로 이루어져있다.

1부에서는 남베트남 사이공이 함락되기 직전 상황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해군에 끌려간 후 소식이 끊긴 아버지, 오빠 3명, 엄마, 하. 가난한 삶속에서도 집을 떠나가지 않고 지키려하지만 머지않아 사이공이 함락된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회의결과 모두 떠나기로 결심한다. 씨앗으로 심은 파파야 열매가 채 익기도 전에 떠나는 하. 떠나기 직전 파파야 열매를 따서 먹는 장면이 참 인상깊다.

  새까만 씨앗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마치 눈물 흘리는

  눈동자들 같다.

2부는 고향을 떠나 배를 타고 탈출하는 베트남 난민들의 이야기이다.

보트피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래도 이들은 큰 배를 타고 탈출했기때문에 오랜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지 않았다. 무난한 탈출이라고해야할까? 수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을 탈출하기위해 조그만 보트를 타다 죽은 사람도 5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미국배의 도움으로 이들은 괌으로 간다. 하의 천진난만한 행동이 웃음을 주는 부분이 있다. 미국의 도움으로 모터보트를 타고 괌에 갈 때 그들 가족을 도와주기위해 금발의 미국인이 손을 뻗었다. 하는 그의 복슬복슬 털북숭이 팔에서 황금색 털을 확 뽑았다. 단지 그런 털을 만질 기회가 다시 없을 줄 알고 기념품으로 갖기 위해... 열 살 어린이다운 행동.

괌의 텐트촌에서 후견인을 만나 비행기로 앨라배마로 가면서 3부가 시작된다.

3부에서는 타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애를 느끼게하는 부분이다.

달가워하지 않는 주위 사람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하. 하를 괴롭히는 친구들. 언어의 장벽에 답답해하는 하. 하뿐만이 아니라 남편의 생사를 모른채 아이들과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하는 하의 어머니도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당했을 것이다. 정육점에서의 일이 그 한 예일 것이다.

팬케이크라 놀리고, 부다걸이라고 놀리는 반 아이들. 하는 모두 다 싫다고 외친다. 그러나 하의 곁에서 누구보다 하의 마음을 잘 보듬어주는 위씨잉턴 아주머니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녀에게 영어를 배우면서 자신감을 점점 찾아간다.

4부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되고 나머지 식구들이 미국에서 안정을 찾아 자기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오빠들은 기술자, 요리사, 수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하 또한 더 싹싹한 엄마의 딸이 되기로 맹세하면서 1975년 베트남을 떠나기전 새해(뗏)부터 미국에서 새해(뗏)를 맞는1976년 1년간의 일기 형식의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

 

사랑스러운 하.

조국을 잃어버리고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고통이 어떠한 것인지 잘 알고 있는 하.

꿋꿋하게 잘 잘아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도 전쟁의 고통으로 낯선 곳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그들에게 희망의 빛이 비추어지기를 바라며.......

 



k*****8 2013.03.14.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노란 파파야의 베트남을 아시나요?'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노란 파파야의 베트남을 아시나요?'" 내용보기
프롤로그. 함께 할 수 있을까?  진심이었다. 이렇게 전쟁을 다룬 문학이나 영화를 감상할 때면 언제나 드는 생각이 있다. 아무리 공감해 보고 분석하고 평가해 보려고 해도 겪어 보지 않은 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이 꼭 말빚이나 글빚을 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전쟁이나 수용소 생활, 피난길 테마는 내가 역시 아직 겪어보지 못한 결혼이나 출산, 유럽 배낭여행같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노란 파파야의 베트남을 아시나요?'" 내용보기

 

프롤로그. 함께 할 수 있을까?

 심이었다. 이렇게 전쟁을 다룬 문학이나 영화를 감상할 때면 언제나 드는 생각이 있다. 아무리 공감해 보고 분석하고 평가해 보려고 해도 겪어 보지 않은 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이 꼭 말빚이나 글빚을 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전쟁이나 수용소 생활, 피난길 테마는 내가 역시 아직 겪어보지 못한 결혼이나 출산, 유럽 배낭여행같은 류의 문제가 아니다. 

 금도 신문지상에 혹은 '퓰리처 대상' 수상작에서, 유니세프 홍보 사진 속에서나 볼 법한 난민, 제 3세계 아이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고, 작가의 체험을 담은 소설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내가 가르칠 한국의 아이들과 나눠보고자 했던 마음까지는 참 가치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생과 사의 경계를 넘고 있는 '하'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저 위에 쓴 것처럼 함께 나누고 울어 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자신이 없었다.

 남의 역사나 정치는 커녕, 쌀국수나 월남쌈같은 먹을 거리만 떠올리는 것. 정확한 지도상 위치는 커녕 머리 속에서 태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대만같은 나라들과 끊임 없이 혼동하는 것. 그리고 삿갓 모양의 전통 모자와 하얀 치파오같은 의상을 입고 탁한 강에서 긴 노로 조각배를 저어가는, 관광 홍보 영상에나 나올 것 같은 모습을 상상하는 것부터 부끄러웠다.

 

 

1. 전쟁 그리고 성장 코드.

  책을 읽으며 나는 두 가지 소설을 떠올렸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주는 아동문학상 '뉴베리상'을 수상한 <바람의 딸 샤바누>, 그리고 마리암 프레슬러의 <씁쓸한 초콜릿>이 그것이다. 전자는 이슬람이라는, 문화권에서 당당하게 자기 삶을 개척해 가는 소녀를 그렸다는 점에서, 후자는 '뚱뚱하다'는 콤플렉스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이해해 주는 친구들과 함께 극복해 나간다는 점에서 오버랩되었다. 베트남 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하'의 성장기가 이 두 작품을 떠오르게 한 것이다.

 

 린 서술자를 취하는 소설로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것이다. 이런 서술자를 선택하는 문학적 효과는 심각한 상황을 유쾌하고 명랑하게 표현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오히려 이면의 비극성을 더 짙게 수용하게 하는 것이다. 분단된 나라, 전쟁이 일어나 나라가 망하는 것을 피난길에 접하게 되는 상황들을 표현하는 동시에 그 속에서도 이어지는 일상들과 생활에서 '하'의 당찬 성격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나열된다. 새해 첫 날('뗏'이라고 함) 제단에 여자의 발이 먼저 오르면 안된다는 미신을 엄마 몰래 어기고, 일찍 혼자된 엄마가 아빠 생각에 눈물 흘리는 것을 모른척 해주는 마음씨, 미국에서 따돌림을 받을 때 야무진 대거리, 영어 공부를 해 나가는 집념 등은 무조건 어른스럽기만 한 아이와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순수한 철부지 그 어느 쪽도 아닌 꽤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2. 선택, 그리고 남겨진 것들

 

 씬 선생님 반은 금요일마다 시사뉴스에 대해 토론한다.

 그런데 우리가 공산군이 사이공에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중략) 이야기 하자

 이제부터는 금요일에 행복한 소식만 이야기 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도 행복한 소식을 전할 게 없다는 거다. (p.25 '시사뉴스' 중에서)

 

 우리는 장마가 일찍 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멀리서 폭탄이 떨어질 때마다 천둥이 우르릉 쾅쾅 총소리가 소나기처럼 퍼붓듯 우두두두두.

 멀지만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곳. 결국 그렇게 멀지 않다는 얘기다.

                                                               (P.59 '일찍 찾아온 장마' 중에서)

 디가 될 지 모르지만 일단 집을 떠나야 하는 순간은 찾아왔다. 분명 어떤 것은 선택되어지고 그 밖의 많은 것들은 남겨져야 할 것이다. 선택된 것도, 남겨진 것들도 제각기 사연과 추억을 갖고 있다. 다만, 얼마나 더 피난에 긴요한 것은 챙겨지고 혹시 그 사이 홀로 돌아올 지 모르는 아버지를 위해 불리한 것은 태워지기도 하는 것일 뿐. 얼마 전 연평도 주민들이 북의 계속되는 도발과 선전포고에 아예 옷을 입은채, 짐을 싸 놓은 채로 잠에 든다는 기사를 읽었다. 불안함 속에서도 선택은 계속된다. 전쟁통도 피난길도 '생활'의 일부가 되어간다는 것이 독한 비극을 안겨 준다.

 

 "사람들은 배고픔에서 해방됐다는 걸 안 뒤에야 나눌 생각을 하지."

 "하지만 배고픈 사람이 있으면 나눠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p. 104 '입맞춤' 중에서)

 

 각자 싸온 음식이 있지만 언제 구호선을 만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나눔'이나 '베풂'을 생각할 수 없다. 사이공에서라면 얼마든지 나눠먹고 호의를 베풀며 살아갔을 사람들에게 이제 '실존'의 문제에 직면해 가는 것이다.

 

 

3. 새로운 규칙

 국 앨라배마에 사는 후견인 '카우보이'를 만나 미국에 정착하면서 '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영어 공부였다. 베트남의 초등학교에서 이미 그 또래에 학습해야 할 것을 제법 똑똑하게 공부한 '하'였지만 그것을 영어로 말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방정식이 아닌 숫자와 알파벳을 외는 수모를 겪어야 하는 것이 화가 난다. 무엇보다 동양인의 둥글고 넓은 얼굴을 '팬케이크'라고 놀려대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비웃어 주기 위해서도 완벽한 영어구사는 차라리 꿈이 되었다.

 

 영어나 인생이 좀 더 논리적이라면 이해하기가 훨씬 더 쉬울텐데 (p.148 '규칙 넷' )

 

 어를 배우는 과정이 몇 개의 일기 속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규칙을 배우고 나면 꼭 어김 없이 예외가 나오는 영어 문법. '하'는 영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논리적인 생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문법만큼이나 '하'와 가족이 1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겪은 일은 하나도 논리적인 것이 없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이익을 보는 이가 있기는 한 것인지, 과연 그것이 평생을 터전으로 살아온 삶의 공간에서 쫓겨나 생사를 넘나들어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인지 어린'하'는 직접 이야기 하지 않지만 이미 세상사와 인생사를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 

 

 적은 신이나 자연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찾아왔다. 고전 소설에 공식처럼 등장하던 '조력자'가 나타난 것이다. 집을 구해주고, 먹을 것과 큰 오빠의 학비를 대 주고 엔지니어 기술을 가르쳐 주는 등 '카우보이' 후견인이 그랬고, 대놓고 면전에 문을 닫아 버리는 이웃과 달리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특히 '하'의 학교 생활을 케어해 준 '미즈 워싱-토온' 이 그랬다. 참 다행이다.

 

 

4.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사 임용고사 3차 시험은 면접이다. 교육 현상에 대한 교사의 가치관과 교육방법론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은 이 절차가 유일하다. 각자의 전공과 교육학 지식에 몰입해 있던 예비교사들은 3차 시험 전에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슈가 되거나 고질적인 교육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하는 것으로 이 면접 시험을 준비하곤 한다. 몇 해전부터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 대한 테마 역시 단골 '예상문제'다.

 '하'가 새로 들어간 학교의 담임 '스콧'선생님과 마찬가지로 피부색이 다르고 혹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에 대해 다른 아이들이 느끼는 거리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일차적으로는 아이들에게 그 나라, 지역의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대안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때로는 아이들로 하여금 그 아이, 또는 그아이의 부모가 자란 곳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쟁으로 폐허가 된 베트남은 '하'가 피난오기 전 겪은 따뜻하고 향그럽고 여유있고 파파야 열매와 닭이 금방 낳은 알에서 병아리가 부화하는 사이공의 모습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하'는 그 때 처음으로 폐허가 된 곳이라도 가장된 가시방석 같은 이 평화보다 더 나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들, 기사나 다큐로만 만나는 다른 문화권의 이야기들이 아무리 우리와 다르고 신기하고 때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 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때로 아프고 힘들지만 어느 날은 꽤 아름답고 살아 볼 만한 그들의 세상인 것이다.

 

 느덧 미국에서의 생활도 적응해 가고 오빠들도 진로를 정하고 '하'도 학교 생활에 적응해 갈 즈음 아버지의 소식이 날아든다. 징용된 후 생사를 알 길 없었던 아버지의 소식은 끝내 부고였던 것이다. 그간 온 가족이 함께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자 때로 무거운 짐이기도 했던 아버지의 첫 제사를 지내며 다섯 식구는 진정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에필로그. '그 분의 이야기를 졸라 보세요.'

 <내 어머니 이야기>라는 제목의 만화가 있다.  마흔 줄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작가 김은성. 그녀는 일제 강점기부터 오늘까지 '어머니의 인생 80년'을 만화 컷 속에 녹여냈다. '정사'가 아닌, 역사책에는 빠져 있는 '민담'같은 이야기는 어머니의 입에서 나왔고 그녀는 이북 사투리의 리듬마저 놓치고 싶지 않아 어머니와의 대화를 녹음해서 테이프로 보관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그 시간들은 이제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게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디자이너였던 그녀를 40대에 만화의 길로 이끌었다. 이 책의 저자 탕하 라이 역시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적어 놓았다.

 

 과연 우리는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중략)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 곁에 바싹 다가가 앉아서 그 분이 격은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조르고, 조르고, 또 졸라 보세요. (P.280)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역시 탕하 라이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복기해 작품으로 쓰지 않았다면 그 시절 베트남 출신 소녀가 겪었던 특수하고도 귀한 이야기들을 2013년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내가 알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나 음식, 또는 국제결혼을 다루는 기사같은 것에서 '베트남'에 대한 이미지를 규정짓고 말 수도 있다. 이 책 덕분에 나는 '베트남'에 대해 노랗고 푸른 파파야 열매와 라벤더 덩굴의 향기, ;하'의 이름처럼 황금빛이 도는 강물을 함께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베트남의 정치와 역사도 허투루 보게 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 강점기와 6.25 등을 겪으며 갈라지고, 피난하고, 이주해야 했던 동포들의 삶도 궁금해 졌다.

 리고 나도 문득 사촌언니로부터 이제 내년이면 백수를 맞으시는 외할아버지와 그보다 10살 어린 외할머니, 그 아래 6난 5녀들로부터 시작되는 외가의 이야기가 이문구의 <관촌수필> 못지 않은 <(여수)달천수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더 늦기 전에 내려가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j*****n 2013.03.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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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용기있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베트남 소녀 하의 1년 간의 기록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용기있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베트남 소녀 하의 1년 간의 기록" 내용보기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인터넷서점을 둘러보다가 알게 된 작품이었다. 2011 내세녈북어워드 수상, 2012 뉴베리상 수상이라는 경력도 눈에 띄는 작품이지만, 베트남 소녀 하가 전쟁 중인 고향을 떠나 앨라배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적응하는 1년 간의 일기를 운문체로 담았다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쟁으로 아빠를 잃은 슬픔, 피난을 가면서 겪는 고통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용기있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베트남 소녀 하의 1년 간의 기록" 내용보기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인터넷서점을 둘러보다가 알게 된 작품이었다. 2011 내세녈북어워드 수상, 2012 뉴베리상 수상이라는 경력도 눈에 띄는 작품이지만, 베트남 소녀 하가 전쟁 중인 고향을 떠나 앨라배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적응하는 1년 간의 일기를 운문체로 담았다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쟁으로 아빠를 잃은 슬픔, 피난을 가면서 겪는 고통, 새로운 나라에서 이방인이 되어 살아가는 아픔 등의 감정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으려는 하의 심리적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었다. 저자 역시 주인공 하처럼 열 살 때 베트남 전쟁의 막바지를 목격하고, 가족들과 앨라배마로 도망쳤으며, 전투 중 아버지가 실종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주인공 하 속에 잘 녹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어.

양측이 제각기

맹목적인 자기 신념만

떠들어 대고 있으니!" (본문 32p) 

\

1975년 열 살이 된 하는 엄마와 부리스 리 흉내를 내는 부 오빠, 코이 오빠, 꾸앙 오빠와 살고 있다. 아빠는 9년 전 해군에 징용되어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되었고, 엄마는 아버지의 귀환을 빌고, 하는 생일 소원으로 아버지가 집 문간에 나타나 걱정 근심으로 늘 아래로 처진 엄마 입고리가 귀밑까지 올라가서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필 수 있기를 빈다. 뒤뜰에 휙 던진 파파야 씨앗 하나가 쑥쑥 자라 파파야가 열린 걸 바라보길 좋아하는 하, 하지만 엄마는 고향을 떠날 준비를 한다. 다섯 식구는 1센티미터 틈도 없이 사람들로 꽉꽉 채워진 갑판밑에 서로 꼭 붙어 있을 수 있는 멍석 하나에 자리를 잡았다.

\

그렇게 바다에서 딱딱하고 곰팡내 나는 주먹밥을 먹으며 한때 알았던 것들에 대해 조금씩 잊으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중 미국 배에 의해 구조되고 괌의 텐트촌의 생활이 시작된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후견인을 기다리던 하 가족은 앨라배마에 사는 후견인을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된다. 하는 그를 카우보이라고 불렀고 그의 도움으로 앨리바마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가 사는 곳은 카우보이네 집 맨 아래층으로 창문이 너무 높아 해와 달을 보려면 의자에 올라간 다음 차 탁자 위에 올라서야 할 정도였다. 설상가상 엄마는 영어에 완전히 숙달할 때까지 영어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하지도 말고, 생각지도 말고, 바라지도 말라고 한다. 엄마는 나쁜 일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아버지도 떠나온 고향도 옛날 친구도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절망과 아픔 속에서 남몰래 우는 엄마를 보면 하는 마음이 아프다.  

\

카우보이는 프린세스 앤 가에다 집을 구해 주고 세 달치 월세를 미리 내 주었는데, 엄마는 주소가 생기자마자 아버지 형제들이 조상들의 고향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곳, 북베트남으로 편지를 쓰지만 이렇다할 아버지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제 가족들은 엄마는 공장에서 재봉 일을 시작하고, 꾸앙 오빠는 자동차 수리 일을, 나머지 식구들은 학교에 가서 각자 마무리하지 못한 학년 과정을 다시 공부하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

드디어 학교 가는 날은 하에게 생애 최고로 길었던 날이었다. 머리카락도 희고 눈썹도 희고 속눈썹도 흰 분홍색 얼굴의 핑크 보이가 놀림으로 하는 탓에 하는 영어를 빨리 배우고 싶어졌다. 언젠가 핑크 보이를 영어로 한껏 비웃어 주기 위해서. 영어로 대꾸할 수 있을 때까지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하는 수업 시간에는 자신의 신발만 쳐다보며 숨어 있고, 점심 시간에는 저녁때 남겨둔 딱딱한 빵을 먹으며 화장실에 숨어 있고, 운동장에 나가 노는 시간에도 똑같은 화장실에 숨어 있다. 하지만 하는 부 리 오빠에게 호신술을 배우며 투명인간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시작한다. 

\

나는 지금

투명인간에서 벗어나는

연습 중이다. (본문 174p)

\

다행히 이웃인 과부이며 은퇴한 교사인 워씨-잉턴 아주머니에게 영어를 배우게 되지만, 핑크 보이의 놀림을 알아 듣게 되니까 못 알아듣던 때가 그립다. 그래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워씨-잉턴 아주머니가 있어 기분이 좋고, 팸, 씨-티-반이라는 친구가 생겨서 학교에서 제일 마음이 놓인 날을 맞게 된다. 

\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때때로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본문 210p) 

\

핑크 보이에게 되받아치고, 부 리 오빠가 있어 든든해진 하는 이제 살맛 난다. 무엇보다 친구의 놀림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할 줄 알게 되었다. 이제 하 가족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가 어디에 계신 줄 알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해 한다. 가족은 새해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행운을 기다린다. 그리고 하는 더 싹싹한 딸이 되겠다고 맹세한다. 1년동안 슬프고 아프고 절망 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하의 당찬 용기가 커다란 희망을 느끼게 했다. 

\

생각하고 또 생각한 다음

다시 눈을 감았다.

올해는

날아차기를

꼭 배우고 싶다.

사람을 걷어차고 싶어서가 아니라

공중을 날아 보고 싶어서. (본문 279p) 

\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이 그리운 하에게 이방인으로서의 일상은 너무도 힘들었다. 그 힘들었던 하루하루를 딛고 일어선 하는 진한 여운과 감동을 선물한다. 살아가다보면 느끼게 되는 절망, 하지만 밑바닥에 떨어져버린 것 같은 시간도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는다. 그 시간을 이겨냈을 때야 나중에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오는 법이다. 언젠가는 날아 오르는 날이 오리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화장실에 숨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나아가는 법을 하는 몸소 보여주었으며, 그로인해 용기라는 큰 선물을 준 셈이다. 

\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암울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절망을 이겨내고 희망을 품어내고, 씩씩하게 낯선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s*****2 2017.08.0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2012 뉴베리 수상작, 일기처럼 시처럼 감성에 와 닿는 베트남 소녀 '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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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대립 관계로 이어져 온 우리 나라의 역사를 학교에서 배우면서 역사 속에서 바람 잘 날없었던 전쟁의 역사가 솔직히 참 무섭고 싫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북한이 핵무기를 내세워 도발해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부모님의 또 부모님 세대에서는 진저리나게 겪었을 그 전쟁의 소용돌이, 또 나라 잃은 설움이 몸소 다가오지 않고 현실적이지 않아 무덤덤한 부분도 없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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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대립 관계로 이어져 온 우리 나라의 역사를 학교에서 배우면서 역사 속에서 바람 잘 날없었던 전쟁의 역사가 솔직히 참 무섭고 싫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북한이 핵무기를 내세워 도발해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부모님의 또 부모님 세대에서는 진저리나게 겪었을 그 전쟁의 소용돌이, 또 나라 잃은 설움이 몸소 다가오지 않고 현실적이지 않아 무덤덤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전쟁만은 피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염원하건대 앞으로도 한반도에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는 어떤 위험과 전쟁이 없었으면 싶다.

내 나라의 소중함은 정작 우리나라에 있을 땐 깨닫지 못했다. 외국에서 여권을 들고 나가 가끔씩 비자를 받으러 갔을 때 그때 비로소 아! 내 나라가 있어 참 좋은 것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이라고 매몰차게 당해본 기억은 없지만, 그 나라에서 비자를 받을 땐 왠지 주눅들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이민자나 2세 등등 그 나라의 국민임에도 복잡한 서류관계에 얽혀 제대로 그 주권을 인정받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걸 여러번 보아왔기에, 차라리 나처럼 그 나라에서는 외국인이었지만 국적이 분명한 것이 참 다행이라 여겨졌던 기억이 있다.


이 책 속 베트남 소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공감이 갔다. 베트남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나마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난민으로 미국땅 앨라배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던 소녀 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정든 터전이 전쟁의 소용돌이로 어려워지자 전쟁중인 사이공을 탈출하여 그곳에 정착하기까지의 1년을 일기처럼 담은 운문체 소설이다.

하나하나 날짜를 표시하여 일기 형식으로 짧은 시처럼 써내려간 이 이야기 속에는 1년간의 그녀의 가족과 생활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쟁 중에 실종되어 소식을 알수 없는 아빠를 기다리며 엄마와 오빠 세명과 살고 있던 하는, 전쟁으로 더 이상 베트남에서 살기 힘들어지자 베트남을 떠날 결심을 하고, 해군함을 타고 바다 위에서 구조선을 기다린다. 식량이 떨어져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성조기를 매단 큰 배가 다가와 난민촌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하의 가족들은 앨라배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학교에 등교하며 그곳에 적응하려하지만, 낯선 피부색으로 어느쪽도 끼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지낸다. 엄마도 냉대난 마찬가지. 그런 가운데 베트남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워싱턴 부인만이 하의 가족을 따스하게 감싸주고, 소식을 알수 없었던 아빠는 끝끝내 연락을 알 수 없는 가운데 아빠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 들이는데.....

 

열한 살 소녀 하의 이야기를 하와 같은 일을 겪었던 작가 탕하 라이가 문장으로 옮긴 이 책은, 소녀적인 감수성과, 담담하면서도 읽기 쉬운 담백한 글들이 스트레이트하게 다가와 읽는 내내 참 가슴에 와 닿았다.

시처럼 담아낸 글들 속에서 전쟁의 소용돌이로 힘겨워진 곳이지만, 사이공에서의 안락하고 포근했던 한때를 느끼게 해주었고, 또 그에 반해 새로 정착하게 된 앨라배마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곳이지만, 적응이 될 때까지 이방인처럼 지내야 했던 사연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이질감을 극복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용기와 희망을 느껴볼 수 있었다.

 

2011년 내셔널북어워드 수상작이며, 2012년 뉴베리상 수상작이라고 하는 이 작품 속에서, 껍질을 깨고 나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민자들이 겪는 편견과 차별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모습에서 또 다른 희망을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m******m 2013.04.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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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소녀 하의 앨라배마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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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아오자이 옷을 입고 파파야 나무를 들고 서있는 여자 아이가 그려진 표지그림이 눈길을 끈다. 고학년도서란걸 알았지만 책을 보고나서야 그림책이 아닌 문고판 도서란걸 알았고 상당한 두께에 놀랐다. 표지그림이 주는 아련한 느낌과 이끌림에 지레 그림책이란 착각을 했던 것인데 잠깐 동안에도 책의 페이지는 빨리 넘어갔다. 글이 운문형식의 소설이기도 했지만 글 자체가 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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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아오자이 옷을 입고 파파야 나무를 들고 서있는 여자 아이가 그려진 표지그림이 눈길을 끈다.

고학년도서란걸 알았지만 책을 보고나서야 그림책이 아닌 문고판 도서란걸 알았고 상당한 두께에 놀랐다.

표지그림이 주는 아련한 느낌과 이끌림에 지레 그림책이란 착각을 했던 것인데 잠깐 동안에도 책의 페이지는 빨리 넘어갔다.

글이 운문형식의 소설이기도 했지만 글 자체가 부드럽고 편하게 읽혀지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2012년 뉴베리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뉴베리상은 매년 뛰어난 미국 아동 문학 작품에 주는 상으로 아동도서계에 노벨상이라 불린단다.

 

소설 속의 주인공 하처럼 실제 베트남 전쟁을 겪은 저자, 탕하 라이는 하를 통해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가던 1975년, 고향 사이공을 떠나 미국 앨라배마로 이주, 정착하기까지 약 1년간의 시간이 일기형식으로 쓰여졌는데 1975년 2월 11일, 베트남의 설인 뗏부터 1976년 1월 31일 뗏까지 1년여의 시간동안 이 가족이 있는 공간도 상황도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

40여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어젯일처럼, 아니 현재의 일같이 생생한 것은 작가의 기억에서 재생되어졌기 때문인 듯 하다.

 

전쟁은 의도하지 않게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는데 하의 가족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9년 전 해군에 징용되어간 아빠는 생사도 모른다.

가까이 폭탄이 터지는 상황에 이르러 가족은 결국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미국으로 향하는 해군함에 올라탄다.

피난중 바다위에서 고향집 병아리와 파파야나무를 지킬거라던 아이들의 꿈은 사라졌고 그들의 조국 남베트남도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루 주먹밥 한 개와 물 한 컵으로 버티던 이들은 다행히 구조선을 만나게 되고 괌에서 하우보이 후견인을 만나 미국의 앨라배마에 정착하게 된다.

미국은 베트남과 달리 평화로왔지만 이들 가족의 삶은 모든 것이 낯설고 긴장되고 외로웠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들은 이방인이었고 학교생활도 마찬가지여서 아이들은 하의 머리와 팔뚝 털을 잡아당기고 '팬케이크'라 놀리기도 한다. 

아직 서툰 영어와 놀림에 당당히 맞서지 못하고 화장실에 숨어 지내던 하는 자신의 나라를 전쟁중의 처참한 사진들로 소개하는 선생님을 보며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제 고작 열 살인 아이가 느끼는 이방인으로서의 괴리감이 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큰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사귄 펨과 시티반 그리고 이웃인 워싱턴 부인을 만나면서 하는 이전의 똑똑하고 씩씩한 하로 돌아오게 된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 그리고 '제일 마음이 놓인 날'로 기억되는 사람들..

글을 읽으면서 나 또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싶게.. 내가 하가 된 양, 아이같은 감정이 일었다. 

하의 가족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것을 슬퍼하기보다 이제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알게 되었음을 또 아버지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됨을 다행이라 여기기로 한다. 그리고 각자가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1976년 용의 해 뗏에 하는 날아차기를 꼭 배우고 싶다 말한다. 사람을 걷어차고 싶어서가 아니라 공중을 날아보고 싶어서 라고 말하는 하.

절망의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꿈과 희망을 꿈꾸는 하의 자신감과 각오가 글을 통해 다부지게 느껴졌다.  

 

이 작품에서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참상은 글에 없지만 전쟁의 상황과 시국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전쟁중에 겪는 어려움과 궁핍함, 생존에 대한 두려움, 고향을 떠나는 순간부터 낯선 나라에 새로 정착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이주민의 버거운 삶도 담담하게 그려졌다.

간결한 듯 하지만 하와 하 가족의 일상과 고민이 솔직하게 쓰여져 이야기에 금세 빠져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쟁이란 절망적인 상황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있게 살아가는 가족애와 그들의 이야기는 절로 감동을 준다.

 

'전쟁'이란 위기의 상황이 아이를 더 강하고 성숙하게 만든 것일까?

우리 큰아이도 하와 같은 열 살, 같은 나이라지만 생각이나 표현은 하와 비교하기 어렵게 어리기만 한거 같다.

생존을 위협하는 전쟁이 아니더라도 요즘의 현실은 아이에게 전쟁에 처한 절망 비슷한 감정으로 내몰지도 모르겠다.

혹여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하처럼 슬기롭게 그것을 딛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책장을 덮으며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을 우리 아이도 함께 느끼기를 바래보았다. 

 

 

a*****6 2013.04.2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한림출판사]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한림출판사]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내용보기
"때때로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문구를 읽고는 덥석 손에 쥐었던 책입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구나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보다는 한 소녀의 심리, 성장기라 표현하는게 더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배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삼았어도 결코 무거움만이 자리하진 않았습니다. 또 글의 형식
"[한림출판사]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내용보기

 

"때때로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문구를 읽고는 덥석 손에 쥐었던 책입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구나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보다는 한 소녀의 심리, 성장기라 표현하는게

더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배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삼았어도 결코 무거움만이

자리하진 않았습니다.

또 글의 형식이 산문이 아니라 시의 형식이었기에

좀 더 가벼움이 있었구요.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형식이라 더 관심있게 본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하와 그녀의 가족은 1975년 베트남을 떠나

앨라배마에 자리하게 됩니다.

앨라배마는 조용하고 평화로웠지만 낯설 인종을

쉽게 받아주진 않았습니다.

그들의 언어인 영어를 배우면서 멸시도 많이 당하고...

마음에 크나큰 상처도 입게됩니다.

"때때로 평화로운 앨라배마보다 전쟁 중인 사이공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라는 문구가 너무나도 와닿았더랬죠.

화장실에 숨으려만 했던 하가 주변의 도움으로 조금씩

변하게 되는 모습을, 하의 성장을 읽으며

정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조금씩 자신감을 얻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던지요.

정말 모든 상황에는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용기를 내어라는 말이 이렇게 멋진 말인지 다시 느꼈습니다.  ^ ^

 

 

p*******8 2013.03.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한림출판사]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한림출판사]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내용보기
2012뉴베리상 수상작인 한림출판사의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를 만났어요. 이책은 고학년문고랍니다. 제법 두꺼운 책이라 몇시간 읽겠구나 했는데.. 한시간안에 다 읽었네요. 소설은 독특하게 시로 엮은 운문체 소설이에요. 베트남전에 대한 참상을 이야기하는 가보다 라는 생각이 많았는데요, 사실 베트남전은 일부분이고 한소녀의 성장이야기라고 해야 할듯해요. 이야기
"[한림출판사]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내용보기

2012뉴베리상 수상작인 한림출판사의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를 만났어요.

이책은 고학년문고랍니다.

제법 두꺼운 책이라 몇시간 읽겠구나 했는데..

한시간안에 다 읽었네요.

소설은 독특하게 시로 엮은 운문체 소설이에요.

베트남전에 대한 참상을 이야기하는 가보다 라는 생각이 많았는데요,

사실 베트남전은 일부분이고 한소녀의 성장이야기라고 해야 할듯해요.

이야기는 베트남전이 끝날 무렵인 1975년 설에서 다음해 설까지 벌어진 이야기랍니다.

 

베트남전이 공산주의인 북베트남의 승리로 끝날 무렵

 전쟁통에 해군으로 징집된 아빠를 잃은 하네는

베트남을 떠나기로 해요.

다섯 식구는 베트남을 떠나 후원자인 카우보이의 도움으로 낯선 미국 앨라배마에 정착하게 됩니다.

새로운 영어를 배우고 아이들에게 놀림도 받고 괴롭힘도 당하는데..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작가 자신이 전쟁을 목격하고 베트남을 떠나 앨라배마로 왔다고 해요.

그래서 이책이 더 진정성이 있어 보였네요.

자신의 나라를 버리고 새로운 나라로 와서 겪는 정체성과 상처를

한 소녀는 꿋꿋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해쳐나가 극복하는 과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더라구요.

운문체의 소설이 조금은 낯설게 다가왔지만

한편으로 소소한 일상을 시에 담아 있는 듯 써내려간 글에 흠뻑 빠져 읽을 수 있어 좋았네요.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헤쳐나간 하의 이야기!! 만나보세요.

h*******9 2013.03.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