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마다 눈물이 묻어 있다 : 떠나간 사람은 이별을 만들고/ 다시 만난 사람은 해후를 만든다/ 눈물은 꽃잎을 만들지 못해도/ 꽃잎은 눈물을 만드는 날이 있다/ 세상을 떠나갈 때 가장 아름다운 것/ 이별을 흔드는 조그만 손짓은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인사/ 눈망울과 입술과 표정이 작별을 만들 때/ 울음은 가장 순수한 발명품/ 이 표절할 수 없는 의식은/ 누구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일까/ 그러기에 노래마다 눈물이 묻어 있다.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 내 몸은 낡은 의자처럼 주저앉아 기다렸다/ 그리움에 발 담그면 병이 된다는 것을/ 일찍 안 사람은 현명하다/ 나, 아직도 그리운 사람 그리운 병 낫지 않아/ 낯선 골목 헤맬 때/ 어깨 때리는 바람소리 귓가에 들린다... 생의 노래 : 움 돋는 나무들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 흙 속에서 초록이 돋아나는 걸 보면 경건해진다/ 삭은 처마 아래 내일 시집갈 처녀가 신부의 꿈을 꾸고/ 녹슨 대문 안에 햇빛처럼 맑은 아이가/ 잠에서 깨어난다... 월동엽서 : 순이, 손을 몇 번 불어서 그 겨울은 지나갔나/ 미나리 잎새 얼어서 얼음 밑에 묻혀 있던 그 겨울/ 장작개비 책보에 얹고 가던 등굣길/ 소백산맥 끝 웅크린 골짜기/ 너는 전근 가는 아버질 따라 진주ㄴ가 사천인가로/ 닳은 고무신을 끄을며 떠났지만/ 얼음이 얼다 녹던 축축한 맷부리에 앉아/ 마른 잔디만 집어 뜯던 나는 지금/ 허언을 괴로워하는 삐걱이는 강의실 계단을 오르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