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은 리본의 무사 13권의 리뷰입니다. 미호라는 전차도의 절대강자 앞에 도전하기 앞서 우선 먼저 서로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얻게된 시즈카와 야이카. 본래라면 이런 애피타이저 성격의 매치를 붙여볼 필요도 없이 바로 야이카와 미호 사이의 두근두근 데스매치를 보면 그만이었을테지만 이 모든 사태의 원인제공자이자 도발의 당사자였던 시즈카는 정작 코앞으로 다가온 이 경기에 대해 아직도 심드렁한 상태였습니다.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은 대전 상대인 야이카따위가 아닌 유일신 미호. 제아무리 공략 방향을 다르게 수정했다고 해도 그간 멋대로 상상하며 꿈꿔왔던 이미지를 한번에 바꾸기란 여간 쉽지가 않았던거죠. 게다가 그 전략의 수정이라는 것도 미화된 미호의 이미지를 어느정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기 자신이 미호의 전투 의지를 끌어올리는 극악무도한 악역을 자처하는 것에 불과했기에 오히려 제 살을 깎아먹는 변태적 이미지의 왜곡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저 미호의 상냥한 미소는 주변의 방심을 유도하기위한 치밀한 기만전술임에 틀림없어. 게다가 그 항상 소중히 껴안고 다니는 정체불명의 곰인형 역시 마찬가지! 나라면 알수있어. 그렇게 스스로 무너져가는 세계관에 어떻게든 억지 설정을 추가해가며 당장의 붕괴를 아슬아슬하게 막아내고있던 시즈카지만 그런 그녀의 애처로운 발악이 완전히 허사로 돌아가고마는 결정적 순간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죠. 온 사방이 저 가증스러운 곰돌이 인형들로 가득찬 의미불명의 테마파크 보코뮤지엄. 그 보코 인형들에 둘러싸여 실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있는 미호의 모습을 마주하고나서야 그녀는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녀 니시즈미 미호는 신이나 최고존엄같은 범접할수없는 먼 존재가 아닌 그저 어디에서나 볼수있는 평범한 한 소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렇게 속시원하게 인정하고나니 이전의 꽉 막힌 시야와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볼수없었던 미호의 새로운 이모저모들을 그 짧은 시간동안 많이도 포착해낼수 있었죠. 평소의 그녀는 언제나 덜렁대는 허당 그 자체였지만 보코와 관련된 그 무엇이라면 초집중하며 사뭇 진지해진다. 게다가 그것이 악당과 맞서 싸우는 두근두근한 씬이라면 더더욱. 이를 통해 이런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녀가 전차도라는 살벌한 무대에 서서 어떻게 그런 냉철한 지시를 내리고 어떠한 동요없이 자리를 지키는지 어느정도 쉽게 유추해볼수 있을테죠. 하지만 그 모든 시즈카의 새로운 발견 중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 하나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서있는 이 테마파크의 주인 모두의 히어로 보코는 사실 의외로 보면 볼수록 너무나 귀엽다는 것. 자신의 우상 미호의 전투력을 깎아먹는 존재로써 애써 무시하고 거부해왔던 반동인지 한번 눈을 뜨게되니 그녀 역시 미호만큼이나 어느새 보코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만 것이죠. 지금까지 한심하다고 여겨 절대로 따라하지 않을 것만 같던 보코를 위한 응원대사도 한번 시원하게 내지르고나니 부끄러움도 가식도 모두 말끔히 사라진 뒤였고 자연스럽게 품에 안은 인형의 감촉은 원래부터 그녀의 것인양 정말로 푹신푹신할뿐. 그렇게 또 한명의 보코 덕후가 마침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뭐 미처 몰랐던 자신의 취향을 뒤늦게 자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기는 하지만 지금껏 보코뮤지엄에 들러 자신의 덕심을 커밍아웃했던 인물들의 라인업을 보면 의외로 이 보코라는 캐릭터는 전차도라는 종목과 떼려야 뗄수없는 모종의 연관성이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곤 하죠. 대학선발팀의 대장 시마다 아리스부터 리틀 아미의 벨월 고교 학생들까지. 특히나 전차도의 세계를 양분하는 명가 니시즈미류와 시마다류의 후계자들이 전부 이 인형에 푹 빠져있는 것은 결코 단순한 우연이라 치부할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그 시즈카의 보코 입덕 역시 어쩌면 전차도의 신에게 선택받은 일종의 상징적인 의식같은게 아니었을까요? 비록 자신이 그토록 숭배해오던 그 신은 니체의 명언처럼 허무하게 죽어버리고 말았지만 보코라는 새로운 신이 그 자리를 대신할수 있다면 지금껏 그녀의 머릿속을 혼란하게 만들었던 충격과 공포의 아포칼립스는 의외로 빨리 극복할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그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자신과 같은 자리로 내려온 과거의 우상을 향해 발칙한 도전의 칼날을 내미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테죠. 미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그렇게 좋은 지휘관인 것만큼은 결코 아니라고요. 과거의 삐뚤어진 시즈카라면 이런 미호의 겸손도 어떻게든 깊은 의미가 있는게 아닌가하며 최대한 온몸을 비틀었을테지만 이제는 그런 쓸데없는 강박없이 똑바로 그녀를 직시하게 되면서 그 한마디에 적나라하게 담겨있는 지휘관으로서의 미호의 특징과 패턴 역시 아주 냉철하게 분석할수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미호에 대한 실제 정보가 하나둘 차곡차곡 쌓이게되면서 자연스레 시즈카의 머릿속에 떠오르고만 것은 그녀를 최종적으로 쓰러뜨릴 공략 비법.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이전부터 미호 공략법을 고민하던 조종수 린과 오랜만에 다시 의기투합한 시즈카는 한동안 의기소침하게 잠들어있던 지네팀의 전차 엔진을 우렁차게 재가동하고 굳은 몸을 말끔하게 풀기로 하죠. 뭐 정작 그 미호에 도전하기 전에 우선 먼저 거쳐야할 귀찮은 단계가 있다고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요. 이미 한번 마음먹은 일은 꼭 해내고마는 그 공주님이 이미 마음을 다잡고 엄중한 공격명령을 내렸는데 종자로서 그 주군의 명령을 어떻게든 반드시 실현시켜야하지 않겠어요? 그 린의 누구도 못말리는 폭주에 힘입어 마침내 그렇게도 자신만만하게 휘날리던 야이카의 망토에 구멍까지 뻥 뚫어내며 전광석화같은 승리를 따낸 타테나시 고교 지네팀. 이제껏 최종 보스로 향하는 입구를 꽉 틀어막고있던 포스있는 중간보스 역할치고는 꽤나 허무한 최후이기는 했지만 그 세상 그 모든 것을 가진 것마냥 행동하던 오만한 야이카가 아무 말도 하지못한채 그저 지네팀의 세리머니를 조용히 지켜보던 것을 봤을때 확실히 시즈카 그 자체는 목표잃고 방황하던 이전의 질풍노도에서 벗어나 과거 그 누구도 못말리던 날카로운 무사의 영혼을 다시 되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단 하나 남은 서늘한 칼날의 종착지는 과거 신으로 숭배받던 이를 향한 무참한 반역. 과연 그 야이카를 맥거핀 취급하며 이야기의 무대 위에서 빠르게 퇴출시켜버린 무정한 편집자들은 한때 절대지존이었던 그 니시즈미 미호마저 과감하게 싹둑 잘라내버리고 마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