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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좋아해서 주로 사용하는 필기구는 연필이다. 연필 수집가들처럼 빈티지나 희귀한 연필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거나 해외 구매사이트를 찾아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문구 팬시점에서 눈에 띄는 연필을 보면 구입을 하고 종종 지인들에게 연필 몇 자루씩 선물을 하기도 한다. 연필보다 좋은 필기구들이 많은데 왜 나는 여전히 연필을 사용하고 있는걸까? 그 이유를 나 대신 설명해 줄 수 있는 책을 읽었는데 젊은 창작자 9명의 연필 예찬론을 담은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이다. 저자들의 직업을 보면 에세이스트, 만화가, 매거진에디터, 편집자, 손글씨 크리에이터, 문구 편집숍 운영자 등 연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창작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들이 전하는 연필 이야기를 읽다보면 평소에 연필을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서랍이나 방구석 어딘가에서 연필을 찾는 자신을 발견할 지 모르겠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태제는 책을 사주는 독자에게 하루는 연필로 감사인사를 써 준 적이 있는데 "작가님 왜 연필로 적으세요, 지워지잖아요."라는 독자의 물음에 이렇게 생각을 한다.
연필로 쓴 글자는 지우개로 지울 수 있지만, 꾹꾹 눌러 쓴 자국은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꾹꾹 눌러썼던 감사 인사다. 받았던 마음이 변하여 혹시 지워질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알라딘 중고 서점으로 건너갈 수도 있으니까. 책 가격이 깎일 수 있으니까. - 태제, 20쪽
연필의 장점이 지우개로 지울 수 있어서 사람들은 연필로 쓴 글자가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물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작가 태제에 생각처럼 꾹꾹 눌러 쓴 자국은 지우개로 아무리 깨끗이 지운다 해도 남는다. 독자의 마음이 변하여 중고 서점으로 건너갈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겠지만 책을 사 준 독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느라 연필을 꾹꾹 눌러 쓰지 않았을까? 그건그렇고 감사인사를 적어 준 책이 중고서점에 돌아다닌다면 작가 마음이 씁쓸하기는 하겠다.
연필이 아니더라도 필기구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있다. 나도 연필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 굳은 살이 있는데 보통 굳은살이 잘 생기는 가운뎃손가락이 아니라 엄지손가락에 굳은살이 있다. 연필을 남들과 다르게 잡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엄지손가락의 굳은살을 볼 때마다 어떤 이유던지 오랫동안 연필을 손에서 놓지 않는 내가 대견스러워진다. 연필을 잡은 시간만큼 성과가 없을지라도... 갑자기 굳은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저자 중 한명인 매거진에디터 김혜원의 로망 중 하나가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에 있는 굳은살을 알아봐 줄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문장 때문이다. 저자의 로망은 자신과 같이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또는 직업을 이해하는) 자신의 손가락까지 바라봐 줄 수 있는 세심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아쉽게도 저자는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에 있는 굳은살을 알아봐 주는 사람을 여태 만나지 못했다.
나는 주로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사각사각한 느낌을 기준으로 연필을 고른다. 얇고 날카로우면서도 흐린 연필은 내 취향이 아니다. 적당히 부드럽고 선을 그을 때 심의 맨 끝이 조금은 뭉개지는 사근사근한 연필, 그렇다고 너무 번지지 않는 것. 그런 연필을 만나면 표면에 약간 엠보싱이 있는 도톰한 종이에 글자를 적고 싶어진다. - 최고요, 72쪽
연필심은 흑연과 점토를 혼합해서 만드는데 H는 연필심에 점토가 많이 첨가되어 색이 연하고 단단하고(숫자가 늘수록 더욱 연하고 강도가 세진다) B는 연필심에 흑연이 많이 첨가되어 진하고 무르다(숫자가 늘수록 더욱 진하고 약하다). 여기에 중간 단계를 HB라 하는데, 내가 즐겨쓰는 경도의 연필은 2B다. 날카롭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진하고 조금 뭉개지는 경도의 연필인데 날카롭지 않고 조금은 무딘 내 성격과 잘 맞는 것 같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연필의 80%가 2B 연필이다.
우리가 연필을 수집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도 연필이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사실이 쉽게 수집을 시작할 수 있었던 데 한몫한 것 같다. 물론 빈티지 연필이 주변에 흔하진 않지만, 집 안에 굴러다니는 연필이 하나 정도는 있을 만큼 연필 자체가 익숙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 흑심, 174쪽
책에서 가장 반가웠던 장이 빈티지 연필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문구 편집숍 '흑심'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래된 연필 상자에 반해 시작한 오래된 연필 수집이 '흑심'이라는 문구 편집숍을 열기까지의 과정과 빈티지 연필의 상자나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들은 연필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종종 내가 연필을 구입하는 이유도 어릴 때부터 사용하던 친숙한 물건이기도 하지만 연필 한 자루의 가격이(빈티지 연필 말고) 만년필 등 다른 고가의 필기류에 비해 부담이 적은 이유도 하나일 것이다. 서울 연남동에서 '흑심'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휴가를 내서 문구 편집숍에 가봐야겠다. 아직 갈 날짜도 잡지 않았는데 어떤 연필을 데리고 올지 벌써부터 설렌다.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에서는 창작자에게 연필 깎기의 유익한 효과인 정서적 치유 효과, 재충전 효과, 측정 및 각성 효과, 추억 소환 효과, 설렘 효과를 말하고(태제),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받았던 연필로 쓰여진 엄마의 편지(최고요),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었던 책에서 좋았던 문장들 연필로 필사하기나 일요일 밤마다 아버지가 깎아준 연필(한수희) 등 창작자 9명이 전하는 연필 예찬론을 만나 볼 수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설레임을 가득 안은 체 시작했던 초등학생 시절, 내 곁에는 언제나 연필이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짝궁과 싸워 넘어오지 말라며 책상에 줄을 그었던 것도 연필이었고, 좋아하는 아이에게 전해주려고 삐뚤삐뚤하게 써내려간 손편지도 연필로 썼다. 미국에서 아빠가 사온 노란 연필을 자랑하던 친구에게 받은 made in USA가 박힌 연필 한 자루는 한동안 내 보물 1호였다. 연필은 초등학생 5학년부터 샤프로 대체가 되기도 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 여전히 연필을 사용하고 있다. 나처럼 여전히 연필을 사용하고 있거나(좋아하거나) 아날로그 감성을 간직한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본다. 끝으로 내가 여전히 연필을 사용하는 이유를 손글씨 크리에이터 펜크래프트의 글로 대신한다.
연필을 쓰는 5가지 이유
첫째, 손으로 전달되는 사각사각한 필기감이 좋다. 둘째, 글씨가 잘 써진다. 볼펜은 펜촉 끝에 볼이 달려 있어서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지 구른다. 그래서 원하는대로 획을 긋기가 힘들다. 셋째, 지울 수 있다. 넷재, 가격이 저렴하다. 다섯째, '갬-성.' 연필은 감성 그 자체다. 나무 안에 흑심을 받아 놓은, 아날로그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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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좋아합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다른 친구들은 샤프니 볼펜이니 온갖 신기한 펜들을 들고 와 어른처럼 문제를 풀고 공부하는데 저 혼자 연필을 깎아 썼습니다. 연필만이 가지는 촉감과 필기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써야 하는 글씨가 많아지자 깎아 쓰는 시간아 아까워 샤프를 즐겨쓰게 되었는데, 좋아하는 작가가 연필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난 뒤 다시 연필을 주워들었습니다. 거기에 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연필을 좋아하고, 그에 대해 글을 썼다는데 사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연필 덕후들의 일기 같아서 공감되고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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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에 대한 이야기,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서 뭔가 포근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책방 주인부터 문구점 주인들이 글은 또 왜 그렇게들 잘 쓰시는지 보면서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참 많았다. 연필의 사용법이나 안내서는 아니다. 그냥 연필과 엮인 연필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주된 내용이며 왜 연필을 사랑하는지 그들의 흑심이 그득그득 묻어난다. 나 역시 아직도 연필로 이것저것 적는 것을 생활화 하고 있어서 그런지 유독 정감이 가는 책이었다. 연필로 밑줄을 그어보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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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심코 연필이라는 단어를 도서검색창에 썼다가 ‘여전히 연필’이라는 제목을 보고 바로 구입해서 읽었던 책이다. 여전히 연필을 쓰고 있는 내가 여전히 연필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지 않을 수 없어서 말이다. 여전히 스마트폰 메모장으로 기록하고 여전히 컴퓨터 키보드로 글을 쓰지만 사실 ‘여전히’ 연필을 쓰는 일에 비하면 그 일들의 여전히는 길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 만화가, 매거진에디터, 공간디렉터, 작가, 에세이스트, 유튜브크리에이터, 손글씨크리에이터, 문구편집샵사장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연필예찬이 펼쳐지는데 목차의 소제목을 보고 아무거나 먼저 읽어도 재미있다. 편리한 스마트폰 메모장, 컴퓨터 키보드가 있음에도 여전히 연필을 쓰는 사람들은 편리함에 견줄만큼의 연필이 주는 유익한 효과들과 연필에 담긴 각각의 추억,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연필만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연필을 써봤던 사람이나 여전히 연필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는 내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반가운 책이고, 읽고 난 후에 집에 하나는 있을 연필을 꺼내서 써볼지도 모르겠다. 왼손 엄지에 연필점이 있는 나도 여전히 연필을 쓰는 사람으로 너무나 반가운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