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가끔은 나빴고 거의가 좋았다
*책 소개 : 에세이 <가끔은 나빴고 거의가 좋았다> 는 박선추, 박성식, 조수연, 최선경 4명의 작가가 1년 동안 함께 글 쓰며 완성한 책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글쓴이에게 참으로 힐링이 되는 행위인 것 같다. 더불어 읽는 이에게도 위로가 되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다. 표지를 보니 부산의 감천동 문화마을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깨끗한 파란 하늘아래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집들이 평범한 일상을 감각적이고 예쁘게 만들어주었다. 이 책 또한 그랬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이 모여 ‘오늘에 있기까지의 시간’ 에 대해 경험한, 생각한, 느꼈던 것들을 글로 표현하여 이렇게 책으로 만들었다. 제목마저 인생이란 학교에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를 대변하는 듯 했다. 나는 조수연님과 최선경님의 글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good-god=0> 이라는 제목이었고, 또 하나는 <꾸준하게 실천할 때>였다. 전자는 이런 뜻이다. ‘세상에서 아무리 좋은 것을 얻었다 할지라도 하나님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저자가 사랑하는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깨달은 것인데, 나도 크리스천이라 공감이 갔다. 이 계기로 삶의 초점이 하나님께로 맞춰졌다는 것이 복된 일이다. 예순 일곱에 홀연히 하늘나라로 떠나시기 6개월 전, 어머니는 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집에 불이 나 어머니는 심한 화상을 입었고 그 탓에 결국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감당치 못할 시험은 주시지 않는 하나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기도 중 하늘에 예비된 처소가 있다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확신이 생겼고, 화상의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엄마의 얼굴이 목련 꽃처럼 환하게 펼쳐지며 돌아가시는 모습을 모두들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 뒤 형제들은 하나씩 교회로 나가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믿음을 허락해주신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저자는 당뇨와 뇌수종을 얻었지만 하나님의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 덕분에 소홀했던 건강을 좀 더 보살피게 되었으니.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으나 하나님과 동행하면 더 쉽게,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삶의 비밀을 알게 되어 스스로 대박이라 여긴다는 저자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후자는 저자의 육아일기 사진 3장이 실려 있었다. 나도 이제 돌 된 아기를 키우는 워킹맘의 입장이라 그녀의 기록이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파워블로거인 그녀는 10여 년 전 2년간 육아휴직을 내며 인터넷에서 육아일기를 책으로 만들어주는 사이트를 발견했다고 한다. 나도 1년에 한권씩 아이의 모든 것을 기록하여 책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는 게 전부인 게으른 엄마다. 기록해두지 않았다면 몰랐을 시절의 추억을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욕구가 나도 생겼다. 더불어 글을 쓰며 생각이 정리되고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니 얼마나 뜻깊은가!
이 책은 4명의 글쓴이가 글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회복하고 치유되며 행복한 삶을 다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나 또한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써 이분들처럼 꾸준하게 기록하고 의미 있게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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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SNS에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것을 관종이라는 부정적 단어로 부르기도 하지만 강원국 작가도 본인은 관종이라고 스스럼 없이 표현하기도 한다. 글을 써서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를 자아계발이라 부르든 관종이라 부르든 요즘은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활발한 SNS 활동 탓인지 예전보다 책을 낼 수 있는 문턱이 낮아져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글로 자신을 드러내는 세상이 된 건 사실이다.
여기 일반인 네 명 박선추, 박성식, 조수연, 최선경씨가 쓴 글들로 한 권의 책을 냈다. 이미 자신의 저서를 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의 피드백을 받은 사람들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윤슬작가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각기 다르게 살아온 네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경험에서 끝내지 않고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 흔적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갈 것이다. 새롭게 발견한 사실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기 위한 다짐을 읽으면서 자신과 새로운 약속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친절함과 함께 타인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겠다고 약속하는 그들의 목소리엔 희망이 숨어있다. ‘원하는 것이 있다’라는 것이 결과와 상관없이 행복이고, 기쁨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다면, 내 인생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하고 싶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삶이 던진 질문으로 고민에 빠지거나 불안해하기보다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원하는 것이 있다’라는 사실에 안도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그들의 에세이를 읽으니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면서도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는 사람, 생활 속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만족하는 사람,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아주 강한 효녀까지... 그들의 일기 같은 글들은 유명 작가의 에세이를 읽을 때보다 쉽게 공감이 되었다. 작가라기보다 친구나 인생 선후배 같다고 여겨져 거리감이 좁혀졌기 때문인 듯하다. 그들의 상황과 내 상황을 비교해보기도 했고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반추해 보기도 했다. 읽는 사람이 이러했는데, 직접 글을 쓰고 몇 번이고 퇴고를 한 그들은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는 시간이되었을 것 같다. 처음보다 향상된 글쓰기 실력은 덤으로 받았으리라. 책이라는 결과물을 받아들고 그들은 한걸음 성장한 자신을 뿌듯해했을 것이고, 그들은 보는 나는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박선추씨의 엄마와 여행한 에피소드
들을 읽으면서는 부끄러웠다. 미혼인 그와 나를 단순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나는 친정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작년 여름 동생의 경찰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부모님 모시고 동생과 제주도 여행을 가본 것이 처음이었다. 물론 그것은 가족여행이었고.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아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엄마와 같이 여행을 가지 못한 이유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꼽아보고 있다. 핑계인 것이다. 이건 거의 자기합리화의 달인 수준이다. 나는 엄마생각을 하면 속좁은 딸이 되고 만다. 이것 역시 내가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떠올리는 것이 자동반사처럼 일어나는 현상인데 엄마와 그리 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해야겠다. 이번엔 변명이다. 엄마에게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순수하게 일어나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면서도 나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거지? 라며 억울함이 차오르기도 한다. 이런 모순된 감정들을 친정의 시시콜콜한 대소사를 챙기면서 늘 느낀다. 신경쓰고 챙겨드리는 일을 기분 좋게 하든, 나몰라라 외면하든 하나만 하면 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마 부모님 돌아가실 때까지 그럴 것 같은 예감이다.
조수연씨 글에도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났다.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친정엄마 살아생전에 당신의 일생을 책으로 써드리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 부분에서는 시어머니 생애사를 쓰기로 하고서는 중단한 채 미루기만 하고 있는 내가 죄인처럼 느껴졌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그 일을 해보겠다고 큰소리 쳐놓고 이런저런 핑계만 대면서 다시 시작을 못하고 있다. 나는 아주 핑계만 대는 인간이다.
두 번째 저자 박성식씨는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가 주식투자를 실패한 경험을 겪은 후 이제 그런 쪽으로는 관심을 내려놓았다고 하면서, "돈이 더 많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따라가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고 썼다. 그런 마음을 먹게 된 것은 독서와 글쓰기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독서를 하면서 행복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었고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우친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으며 또 자아비판한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깨닫고 행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왜 이러나 싶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내 생각은 얼마나 변했나? 본격적으로 열독한 것은 10년이 넘고 매일 블로그 글쓰기 한 것은 700일이 넘었다. 그런데 나란 인간은 무슨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다. 책 리뷰 위주로 써서 그런가? 나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인가? 책 리뷰를 쓰면서 내 생각을 분명 덧붙이는데 글에도 사고에도 발전적 변화가 없는 것같아서 좀 답답한 상황이다.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에세이, 즉 오롯이 내 생각을 풀어내는 글을 쓰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일부러 피하려고 책 리뷰만 쓰는 것인가? 에세이에서 자신을 까발리는 게 두려운 것인가? 뭐가 부끄러운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아무래도 용기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을 낸 사람들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드러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는 것으로 자평한다.
마지막 저자 최선경씨는 이미 책을 여러 권 냈으며 활발하게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다. 교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많은 이들에게 공유하고자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아이의 육아일기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그는 기록과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분은 며칠 전 북토크에서 만난 문희정 작가가 했던 말과 일치한다.
앞에 쓴 내용들이 자학하는 것뿐이라 이제는 자위해야겠다. 2년여간 블로그 글쓰기를 하면서 쓴 리뷰들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독서의 결과물로서 기록했고 그것을 읽은 사람이 몇 명 되지는 않는다. 최선경씨처럼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내 글을 읽고 공감을 해주는 사람 몇몇이 있으니 공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역시 자기합리화의 달인인가...
책의 부제이자 최선경씨 마지막 글의 제목은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이다. 최선경씨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도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누군가에게는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 누군가를 설레게 하는 사람, 영감을 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아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계속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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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익히고 자기다움을 찾기…거의가 좋았다 [서평] 『가끔은 나빴고 거의가 좋았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박선추, 박성식, 조수연 외 1명, 담다, 2019.12.22.)
나는 어떤 사람으로 각인되는 것일까. 요새 나의 화두는 ‘재미’와 ‘의미’다.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기획자의 책 소개를 보면, 우울하고 불안했던 삶의 경험들이 책에 녹아 있다고 한다. 우리는 과연 인생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고래학교 교장인 최선경 씨를 비롯한 4명은 1년 동안 함께 글을 써왔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계속 고민해야 한다. 박선추 저자는 미로 속에서 헤매일 때 계속 걷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더욱 열심히 일했지만, 타인의 평가에 의해 심한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지속해봤다. 박선추 저자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삶을 살 필요는 없다고 적었다. 또한 부탁에 대해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선추 저자는 언제나 당당하게 잘못된 것을 지적할 줄 안다. 선생님에게도 질문을 거침없이 한다. 아울러, 그녀는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술을 즐길 줄 안다. 30대 중반 미혼여성인 그녀는 결혼에 대해서도 주관이 뚜렷하고 당당하다. 사회복지사인 그녀는 그저 자신에게 잘 해주고 싶어 한다. 정시에 출근해서 정시에 퇴근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내일 다시 일을 하려면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쉬게 하는 시간, 사랑하는 가족과 얼굴을 마주 보며 식사하는 시간,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16쪽) “앞으로 다시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마음의 모든 부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18쪽)
![]() 미워하는 사람 때문에 내 마음 다치기 싫어
박성식 저자는 처음에 소설을 쓰고자 했으나 능력 부족이라는 걸 깨닫고 수필로 진로를 바꾼다. 행복이란 비교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그는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의 뜻을 법륜 스님으로부터 듣고 자각한다. 박성식 저자는 ‘들풀과 화초’라는 글에서 화초가 팔려나가기 위해 잘 리고 꾸며지는 걸 언급한다. 자신의 영혼대로 살기 위해선 글을 읽고 써가면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바로 글쓰기의 행복이다. 아울러, 박성식 저자는 흡혈박쥐의 희생 정신을 예로 들며, 마음씨 좋은 자가 일등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수연 저자는 ‘좀 더 자기다움’을 제목으로 제시했다. 보고서의 글쓰기만 하면서 지쳤던 마음을 이제 자신을 위한 글을 쓰면서 달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너는 맨날 뭐가 좋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잘 웃었다고 한다. 행운의 여신이 늘 조수연 저자를 따라다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건 긍정적인 그녀의 에너지 때문이다. 조수연 저자는 자신이 떠나고 난 뒤 남겨질 아이를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하염없이 눈물이 났고,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행운이 따르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격려해주고 믿어주는 작은 습관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120쪽)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진행한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며 자연스럽게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186쪽)
최선경 저자는 ‘나를 익히는 시간’이라는 제목을 제시했다. 고래학교 교장이기도 한 최선경 저자는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할 때 빛나는 사람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무언가를 자율적으로 할 때’다. 최선경 저자는 어릴 때 좋아하던 피아노를 칠 때 정말 행복했다. 자율적인 삶이란 정말 무엇일까? 최선경 저자는 노예가 되는 것과 전문가의 말을 귀담아 듣는 그 중간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노예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선경 저자는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고, 육아일기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