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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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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여행을 했던 곳은 캄보디아 시엠립이다. 앙코르 와트가 유명한 동네이고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거기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K형은 국내의 유명 건설회사를 다니는 분이었고 큰형답게 다른 사람들을 잘 챙기는 형이었다. 매일 밤 맥주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서로 자기가 가장 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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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여행을 했던 곳은 캄보디아 시엠립이다. 앙코르 와트가 유명한 동네이고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거기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K형은 국내의 유명 건설회사를 다니는 분이었고 큰형답게 다른 사람들을 잘 챙기는 형이었다. 매일 밤 맥주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서로 자기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딘가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그때 인도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고 나머지 다른 분들의 이야기는 기억에 잘 나지 않지만 그 형은 '쿠바'라고 이야기했다. "정말 가보고 싶고 꼭 갈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쿠바는 나에게 새롭고 깊이 인식되어 종종 쿠바의 여행기나 소식을 듣게 되면 이상하게도 신경을 쓰게 되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 된 쿠바이다.

이 책은 권지예 작가의 소설집이다. 이름이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작품을 발표하지 않으시다가 이 책을 통해 10년 만에 소설집을 낸다고 했다. 작가님에게도 이 책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을지 궁금하다. 책은 <베로니카의 눈물>이라는 중편 소설 하나와 단편 소설 5개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이 소설들의 특징으로는 소설의 무대가 타국이라는 점이 이채롭고 특이하다 생각이 들고 그래서 흥미로웠던 점도 있었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고 소설도 좋아하는 나는 이런 소설에 늘 매력을 느낀다.

나는 이 6개의 소설 중 <베로니카의 눈물>과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마>라는 소설이 가장 재밌고 느낌이 있었다. 특히 <베로니카의 눈물>은 머무는 여행을 희망하는 나에게 그곳에서 머무는 삶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었고 그곳 사람들과의 교류에서의 어려움, 체류에서의 어려움 등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게 하는 요소가 있었다. 베로니카는 쿠바에 사는 73세의 노인이고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로서 글을 쓰기 위해 쿠바로 들어와 집을 빌렸다. 그 집에서 청소를 가끔씩 청소를 해주는 사람이 베로니카인데 쿠바의 생활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 베로니카는 그런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그들의 우연은 깊어진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발생하여 둘의 사이는 미묘하게 긴장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관계가 되면서 그 관계의 진정성, 현지인과 여행자의 우정의 한계 등이 나타나 안타까웠고 특히 이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중요한 요소를 주인공이 찾아냄으로써 그 이야기는 더욱 비극성을 띠게 되었다. 쿠바라는 나라의 신기한 점, 가령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다는 것과 생필품을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고 구하러 다녀야 한다는 점은 쿠바라는 나라를 더욱 신기하고 매력 있게 하였다. 베로니카라는 인물에 대한 매력도 분명 있었고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어느 것이 진정한 그녀의 모습인지 독자들에게 선택을 하게 강요하는 것과 같이 느껴져 흥미로웠고 나는 좋은 사람 쪽이 아닐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마>는 6개의 소설 중 유일하게 소설의 무대가 한국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한 고시원에 살고 있고 우연한 계기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얼굴을 익히게 된다. 둘 다 모두 금전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데 남자는 어느 날 여자에게 어떤 부탁을 하고 여자는 그 부탁에 당황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특히 결말이 비극적이라 가슴 아팠고 이것이 소설 안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라 사회 문제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갑갑해지고도 했다. 그 여자라도 앞으로의 삶을 잘 이겨내기를 바라본다.

이 소설집에 대한 느낌은 한국 소설집의 특징이 잘 나타난 느낌이 들었던 소설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나 상황을 잘 포착하였고 잔잔하고 조용한 이야기의 흐름 같은 것들은 한국 단편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각 작가만의 특색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도 전반적으로 무척 좋았고 겨울날 카페에서 읽으면 좋을 소설책인 듯하다. 마음이 조금 쓸쓸해지기도 하지만 겨울바람에는 그것이 어울릴지 모를 일이므로.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읽고 개인적 감상을 적었습니다.

 

 

p******3 2019.12.27.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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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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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작가가 문학지에 발표했던 단편들을 하나로 묶어 낸 소설집. 아마도 그 동안 작가가 썼던 글 중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했던, 혹은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들을 담았던 글들을 모은 게 아닌가 싶은 책이다. 쿠바를 배경으로 한 '베로니카의 눈물'과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을 비롯 파리에서 있었던 일을 담은 '낭만적인 삶은 박물관에나', 플로리다로 여행간 모녀의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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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작가가 문학지에 발표했던 단편들을 하나로 묶어 낸 소설집. 아마도 그 동안 작가가 썼던 글 중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했던, 혹은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들을 담았던 글들을 모은 게 아닌가 싶은 책이다.

쿠바를 배경으로 한 '베로니카의 눈물'과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을 비롯 파리에서 있었던 일을 담은 '낭만적인 삶은 박물관에나', 플로리다로 여행간 모녀의 이야기가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그리고 발칸반도를 조금 만날 수 있는 '카이로스이 머리카락'과 종착역처럼 서울을 배경으로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마'가 담겨 있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는 쿠바의 삶이, 그리고 파리의 생활이,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빈부의 차이가 인간의 속물적인 근성들이 작가 특유의 표현으로 그려지고 있다. 종착역처럼 실린 마지막 서울을 배경으로 전개된 이야기가 너무나 안타까운 실업과 동반자살인것처럼,  좀처럼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없는  이야기라 느껴지는 첫느낌과 달리  전체적인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공통점은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시니컬하다는 것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한껏 맘이 들뜨고 새롭고 즐거운 만남을 생각하게 한다지만 이 책에 담긴 여행은 조금 냉소적이다. 쿠바를 보여주는 이야기도 여행지로 가서 만나게 될 낭만의 쿠바를 보여주기 보다는  쿠바 현지인들의 가난한 현실적인 삶에 더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파리도 유학생들의 현실적인 삶의 버거움이 더 많이 보여지고...

여행이 낭만이라기 보다는 삶으로 부딪히고 다가가게 되면 견뎌내야할 삶의 일부라는 것이 작가가 독자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인가 싶게 이 책, 삶이 슬픈 군상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y*******1 2019.12.2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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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베로니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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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쯤엔 책을 잘 보지 않는 나도 소설책은 가끔 보곤했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소설책을 아예 보지 않았나 생각해보니 아마 26살 정도였던 것 같다. 그 때 만나던 사람이 있었는데 나보다 5살 많은 오빠였다.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작은 호감정도였는데 나에 비해 안정된 그에게 끌렸던 것 같다. 나는 대학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지 얼마 안된 사회초년생이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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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쯤엔 책을 잘 보지 않는 나도 소설책은 가끔 보곤했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소설책을 아예 보지 않았나 생각해보니 아마 26살 정도였던 것 같다. 그 때 만나던 사람이 있었는데 나보다 5살 많은 오빠였다.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작은 호감정도였는데 나에 비해 안정된 그에게 끌렸던 것 같다. 나는 대학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지 얼마 안된 사회초년생이었고 그는 탄탄한 공기업에 다니는, 새벽에는 어학공부를 하고 퇴근 후에는 취미생활로 음악을 하는 자기관리에 능한 사람이었다. 처음 내가 뮤지컬이나 연극을 접한 것도 그 덕분이었다. 주말에 데이트로 이따금 공연도 보고 예쁜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서로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이 비슷한건 아니였지만 그의 굵으면서 신뢰감가는 목소리가 좋았고 이 사람이라면 내가 오래도록 존경하는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 내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고 이별을 통보해왔다. 사랑의 감정이 많이 커진 상태는 아니라 오랫동안 아파하며 힘들어 하진 않았지만 시작도 끝도 일방적인 그가 많이 얄미웠다.

이별 후에도 한 공동체에서 오며 가며 마주쳤는데 내 생일 즈음에 책 한 권을 슬쩍 내밀었다. 제목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헬로 OOO"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내 또래 여자의 이야기였고 쉽게 읽히는 책이였다. 그 때 당시 책을 읽고 '왜 나한테 이런 책을 선물로 줬지? 내가 수준 높은 책은 이해 못할 것 같아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가 내 지적수준을 비웃기라도 하는 기분나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이후로 소설을 잘 읽지 않았던 것 같다.

몇 일 전 '권지예의 10년만의 신작 소설'이라는 문구를 보고 왠지 모르게 베로니카의 눈물의 표지에 매료되었다. 소설을 멀리했던 내가 소설에 대해 흥미가 생긴 건 엄마들의 성장카페라는 온라인카페의 영향이 크다. 그 카페에는 다양한 스터디들이 있는데 '소설쓰기'스터디도 있었다. 나는 도전은 감히 못하였지만 다른 분들의 소설을 쓰는 과정을 엿보면서 다양한 글쓰기의 한 분야인 '소설'분야가 흥미로우면서도 어렵게 다가왔다.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소설에 대해 갖고 있었던 나의 편견이 자연스레 사라지고 소설가들을 존경하는 마음까지 생겨났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읽게 된 권지예작가의 소설도 감탄을 하며 소설의 매력을 느끼며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소설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낌이 달라진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저자의 필력에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 이국적인 경험을 간접경험하며 즐기는 것도 참 좋았다.


 

 

 

 

 


이 책은 위의 사진처럼 6가지 단편소설로 되어있다.


 

 

베로니카의 눈물


 

글을 쓰는 주인공 '모니카'가 편안한 한국 생활을 뒤로하고 홀로 쿠바 아바나의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가스도 온수물도 편히 쓸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아파트 관리인을 의지하며 겪는 일상을 쓴 글이다.

저자의 글을 읽기 전에는 드라마로 '쿠바'를 접해 매력적인 나라, 한번쯤 여행해 보고 싶은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공산주의 체제하의 쿠바는 현지인들이 살기엔, 외국인도 현지인의 생활권안에 들어와 살기엔 매우 불편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이 글을 언제 썼는지 정확히는 몰라 쿠바의 현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모르지만 소설 속의 쿠바는 집도 부족하고(보통 세번은 이혼한다니 가족 구성원도 복잡함, 전남편과 애인이 한 집에 사는 경우도 있음) 부식과 생필품도 부족하다고 한다.



 

호텔 정문이 가까워지면 늘 보는 풍경이지만, 호텔 건물의 그늘을 따라 사람들이 개미처럼 일렬로 벽에 딱 들러붙어 있다. 모두 휴대폰을 들고 있었는데, 호텔 1층 로비나 테라스 카페의 와이파이를 받아 밖에서 인터넷을 하려는 현지인들이다. 호텔에서 음료를 시켜 먹으며 시원하게 인터넷을 하는 외국인 여행자들과, 그 아래 노상에서 햇빛을 피해 그늘이 드리워진 호텔 벽에 바짝 들러붙어 찌꺼기 와이파이로 동냥 인터넷을 하는 현지인들. 빛과 그늘이 의존하는 이 나라의 상징적인 이 풍경은 한 장의 작품 사진처럼 내 뇌리에 박혔다. 현지인들은 호텔에 드나들 수 없다고 한다. 예전엔 무조건 못 들어왔다는데, 돈 많은 객실 손님인 경우 이 사람들 1년치 월급일 테니 불가능하겠지. 프레지덴테는 4성급이긴 하지만, 호텔 카페로 들어서며 외국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P50-51


위의 문장을 보며 IT강국에 살아 어디든 무료 와이파이를 누릴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참 편하게 사는구나 새삼 느꼈다.



그녀는 나이가 73세 이고 이제는 늙어서 일이 힘들다고, 내가 마지막 투숙객이라며 내가 한국으로 떠나면 자기도 일을 그만둘 거라고 했다. 내년부터 맘껏 여행이나 다니라고 하니 표정이 뜨악하다. 돈이 어디 있어서, 그런 표정. 자기는 정말 평생 일만 해서 쿠바 국내 여행도 한번 못했다고, 트리니다드도 산티아고 데 쿠바도 가본 적 없다고, 맏아들이 일하는 멋진 휴양지인 까요 고꼬의 호텔에도 가본적 없다고, 평생 트리니다드엔 꼭 가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그런데 자기는 안다고, 불가능한 꿈이라는 걸. 그 말에 가슴이 아팠다. (중략) 나는 베로니카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겼다. 떠나기 전에 깜짝 선물을 할까 P57

베로니카에게 300그램 정도의 커피를 나눠주니 환호작약했다.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도 커피를 진하게 만들어 마시며 커피향에 연신 코를 흠흠거렸다. 세라노 커피는 가장 좋은 커피지만 쿠바 인민들은 비싸서 못 사먹으며, '올라'라는 커피와 '쿠바비타'라는 커피가 주로 배급된다고 했다. 아들에게 세라노 커피를 갖다 주면 정말 기뻐할거야. 그녀가 나를 껴았았다. 모니카, 너는 정말 좋은 친구야. 아니 사랑스런 내 딸이야.P64

당신은 아주 훌륭한 뺄루께라(미용사). 덕분에 내가 아주 젊어졌어. 나는 한국의 우리 엄마를 무지 사랑해. 그녀는 암 환자라서 건강이 좋진 않아. 나도 당신 자식들처럼 내 엄마를 도와주거든. 당신은 또 쿠바의 내 엄마잖아. 이해해? 그렇게 말하는데 목이 메었다. 베로니카가 나를 껴안았따. 베로니카와 나는 껴안고 서로 "꽁쁘렌도!(이해해!)"라며 동시에 말한다. 이해한다는 건,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것. 마음은 뭐랄까, 따스하게 통하는 공기 같은 것? 미 아모르! 미 이하! 그라시아스!(내 사랑! 내 딸! 고마워!) 베로니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피델이 죽었을 때도 내게는 보이지 않던 눈물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은 안 했지만, 프레지덴테 호텔의 국영 여행사 창구에서 트리니다드 여행 상품을 상담했었다. 깜짝 선물로 베로니카에게 여행을 꼭 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p74



처음 모니카와 베로니카가 대면했을때만해도 모니카는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베로니카가 일주일에 단 한번만 와서 가사를 도와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베로니카를 의지하게 되고 그녀를 진정으로 좋아하게 된다. 내가 세상의 떼가 묻었는지 베로니카에게 여행자금까지 대주려하는 모니카를 보며 '저러다가 혹시 베로니카가 사기꾼이면 어쩌지?'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모니카, 중요한 일이라고 너무 집착하고 애쓰지 마. 그런 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아. 그럴수록 그 중요한 일이 너를 괴롭히는 거야. 인생은 그저 흐르는 거야. 그냥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실어. 춤출 때처럼. 우린 그래서 모두 춤을 잘 추지. 여긴 쿠바야!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어. 그냥 파도에, 리듬에, 인생의 시간에 몸을 실어.

베로니카의 눈물P76-77

 


 

 

 

글을 쓰러 먼 '쿠바'까지 왔지만 작업은 커녕 부식과 생필품을 구하느라 지쳐 아깝게 보낸 시간들을 한탄하며 불평하는 모니카에게 베로니카는 인생이 그냥 흐르도록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맡기라고 조언한다. 고등교육까지 받았지만 70세가 넘도록 힘들게 노동하며 자기 이름으로 된 변변한 집 한채 없는 그녀가 하는 조언. , 우리들은 그녀보다 가진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힘들게 자신을 내몰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베로니카에게 말을 할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냥 잊어버리자. 소매치기나 삐끼에게 당했다고 치자. 며칠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나 베로니카가 일주일째 연락 없이 오지 않자 화가 났다. 마지막으로 왔다 갔던 날, 양파와 달걀을 구해주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장에 가더라도 양파를 사지 않았다. 달걀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시중에 돌지 않는 건지, 자기 배급 달걀도 떨어진 건지, 베로니카도 달걀을 구하지 못했던 터였다. 다시 나는 부식을 구하러 다녀야 할 판이었다. 달걀, 휴지, 커피를 다 각각 다른 곳에서 구해야 한다. 어느 거리엔 있고 어느 가게엔 없으니. 돈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고, 돈이면 다 되는 나라에서 온 나는 여태 착각하고 살았나. 내가 가진 돈. 내 손에 든 물건. 당연히 내 손에 들어올 물건. 게다가 믿었던 사람도 다 내 것, 내 사람이라는 이 공고했던 믿음. 이것이 흔들리다니! 그 공포와 소유에 대한 의심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온 내게는 낯선 충격이었다. 다시 우울했다.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심장을 지난 나는 밤에 집 안의 불을 끄고, 남들은 모르게 발코니에 앉아서 럼과 트리나다드에서 샀던 코히바 시가로 내 심장을 마취시켰다.P79-80



어느 날 심심해서 확인해본 남아있는 현금. 그런데 현금 중 300쿡이 보이질 않았다. 내 의심이 적중하는 걸까싶었다. 제발 베로니카는 나쁜 사람이 아니기를, 쿠바의 엄마라는 지칭이 거둬들여지는 일이 없기를 바랬다.



 

먹고 살기 너무 힘들어 의사도 비번인 날에 수리 기사로 투잡을 뛰어야 하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문제 있는 세탁기를 빨리 고쳐 주지 않아서 나를 고생시킨 게, 고작 자기 조카에게 돈 몇 푼 쥐여주기 위한 심산이었다니. 오랫동안 오지 않았던 그녀를 기다리다 못해 할 수 없이 밀린 빨래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세탁기를 잘못 건드렸다가 부엌 발코니 하수구로 물이 안 빠져서 수건과 걸레로 종일 물을 짜냈던 날도 있었다. 그 후로 그녀가 무단으로 오지 않은 그 시기에는 내가 계속 손빨래를 해야만 했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사라진 300쿡의 행방은 덮어두고서라도, 내가 임대료, 아니 내가 준 팁만 해도 거의 1년 치 월급은 될 텐데. 햄이니 달걀이니 양파니 알고 보니 무상배급을 받은 물건을 내가 모른 척하고 몇 배나 값을 쳐줬던가. 그동안의 내 선의는? 내가 순수한 이타심이니, 행복한 감정이니 했던 건 무엇이었나. 그런 나이브한 내가 더 역겨웠다. 선과 위선. 그렇게 베로니카에 대한 내 복잡한 감정은 나를 괴롭혔다.P83-84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 저자의 필력에 감탄했다. 나라도 저런 상황에선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이젠 슬픈 마음으로 바라만 보네.

사라져가는 사랑과 찢겨진 우리의 영혼


 

한국으로 떠나기 마지막 쿠바 엄마와의 만찬을 즐기고 쿠바 엄마, 베로니카의 표정을 보고 떠올린 오마라의 노래 가사. 괜히 감정이입이 되어 내 마음도 헛헛해졌다.


 

그 도시의 얼굴은 야누스의 얼굴이었다. 천국과 지옥, 빛과 어둠, 순수와 오염, 자유와 고독, 혼돈과 모순, 환상과 환멸, 매혹과 잔혹, 그 시간을 통과해낸 지금도 그곳을 생각하면,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베로니카의 눈물을, 그 눈물의 의미를 떠올리기 싫은 마음도 있었는지 모른다.P107

 

 

그녀가 마지막까지도 쿠바의 베로니카를 오해했다면......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 해변에 나가 바다만 바라보며 지냈어요. 과연 내가 보았던 세상 그 어떤 바다의 물빛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물빛이었어요. 거대한 아쿠아마린이었어요. 주인에게 전해지지 못한 묵주 팔찌의 빛나는 아쿠아마린을, 두 사람이 그랬듯 나도 햇빛에 비춰보았아요. 갑자기 점화되듯 코끝이 찡해졌어요. 그러곤 눈물이 툭 터져 나왔어요. 나중엔 걷잡을 수 없이 통곡이 계속 터져나왔어요. 노을이 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바다의 파도처럼 몰아치는 내 몸의 슬픔을 다 짜내듯이요. 당신이 죽고 1년이나 되었는데 처음으로 터진 통곡이었어요. 파라다이스 빔이라고요? 내게 그 말을 가르쳐준 건 당신이었어요. 마시란 해변의 낙조를 바라보며 형이 묻곤 했잖아요. 좋아? , 좋아! 내가 대답했고, 얼마만큼? 천국처럼? 형이 또 물었죠. 내가 금방 대답을 못하면 당신이 말했죠. 생에서 만나는 이런 빛나는 순간을 파라다이스 빔 이라고 한대, 수현아.P182



 

'파라다이스 빔'이 뭘까 궁금했다.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에서 남편을 평생 사랑한 여자가 남편이 남긴 한 상자를 가지고 그 상자에 쓰여진 주소를 추적하기 위해 남편이 죽기 3년 전 여행했던 장소인 '쿠바'에 찾아가며 이야기가 고조된다.

 


그 말이 갑자기 끔찍했어요. 살아서도 천국을 순간순간 느낄 수 있었던 그 신비했던 마법의 언어가 쿠바의 어린 창녀로부터 당신을 통해 나에게까지 옮겨온 성병처럼 역겨워지기까지 했어요. 강민수! 도대체 너는 누구고 나는 무엇인지! 타인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당신은 나의 평화와 자유를 파괴했어요. 당신의 인생은 명분이 있어 정의로웠는지 모르나 난 도대체 무엇인지, 누구인지! 나는 묵묵히 생활을 위해, 당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살아온, 그저 당신 인생과 생활의 희생자이자 피해자! 분노와 질투를 연료 삼아 이틀을 꼬박 내 몸에 갇혔던 눈물을 다 태워 날렸어요. 슬픔은 가슴에 응어리를 지게 하지만 분노는 슬픔을 태워버리더군요. 민수 형, 놀랐나요? 내가 이토록 속물이어서.........?P183

 


'생에서 만나는 빛나는 순간'이라는 뜻의 파라다이스 빔이 바람핀 남편에게서, 아니 남편과 만났던 창녀에게서 나온 말이라니..... 얼마나 치욕스럽고 배신감에 당혹스러웠을까 싶다.

3가지의 소설을 읽는 동안 난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저자가 묘사하는 이국적인 공간에도 궁금증이 일었고 사소하지 않은 사건을 담아내는 것도 책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였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며칠 전, S에게 문자를 보낸 것은 자신의 그런 속물성을 자르고 최초의 결심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였다. L이 전에 라디오 방송을 맡았을 때 구성작가 S를 성추행한 전력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S는 서연도 알고 있는 작가다. 보름 전에 그녀를 만나 소주 한잔하며 얘기를 나누었다. 서연은 자신의 심경을 애둘러 표현했다. 대화는 약간 겉돌았지만 심증으로 그녀도 동변상력이라는 느낌이 왔다. 올랜도에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녀와 둘이 뜻을 함께하면 덜 외로울 거 같았다. 하지만 서연이 S에게 보냈던 문자가 어제 페이스북에서 떠돌고 있었다. '개나 소나! 너도 나도! 미친거 아니에요? 상상력이 너무 뛰어난 건지 뭔지. 사람을 뭐로 보고. 물귀신 작전도 아니고'라는 제목 밑에는 캡처된 서연의 문자 이미지가 딸려 있었다. "S선배. 우리가 함께 공유한 L의 추악한 실상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진실을 향해 용기를 가지고 한 발자국씩 내딛기를...... 우리 손잡고 함께 연대해요." 서연은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듯 배신감이 밀려들었다. 그녀는 비열하고 잔인했지만, 그나마 보여준 마지막 친절이라면 서연의 이름을 지운 거라고나 할까. 게다가 실명이 아닌 L이라는 이니셜만 보고 사람들이 그를 떠올릴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서연은 치를 떨었다. L보다 S가 더 미웠다.P219



 

한참 이 사회를 떠들석하게 했던 미투운동. 난 피해자인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것에 정말 용기있는,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이란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일에 관심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못한다지만 당사자는 세상에 자신이 성폭력 혹은 성희롱 가해자라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고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본다. 현재도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그 여성이 속한 공동체에서 그녀를 향한 말없이 보이는 시선들, 상대에게 이해나 공감을 바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고백을 듣고 터져나올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수많은 반응들.

위의 이야기처럼 나의 아픔을 이용해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가해자를 비난하기 위한 도구로 쓰는 행동들. 참으로 안타깝다. 아무리 사회가 변하고 있고 여성의 권위와 인격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여성은 너무나도 약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피해 사실을 밝히고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여성. 그들을 위한 여러가지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선 우리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서 세상의 곳곳에서 아직도 파렴치한 일을 일삼는, 사람같지 않은 인간들이 얼굴들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소설로 사회를 이해한다는 것. 내가 살지 않는 곳을 이해하고 경험한다는 것. 참 매력적인 일인 것 같다.

나는 당장에 비행기표를 끊어 여행을 떠나고 싶다

는 생각을 하는 하정우씨처럼 그리 생각지도 못하지만(내 모든 상황때문에) 잠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오랜 소설금기(?)를 끊고 좋은 소설책을 보아서 참 좋다.

 


 

g*******2 2019.12.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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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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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공시족을 강제적으로 벗어났다.어찌나 운은 내게서 비껴가는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젊음에 허탈해하고 있었다.IMF때 졸업을 하게 된 나도 세파에 휘둘려지는 지방대 졸업생일뿐이였다.먼저 합격한 친구들은 위로해주었지만 시험한달전이면 여러 이유로 일이 생겨 막판을 놓쳤다. 지금 생각하면 누구를 탓하겠는가.그러다가 취직을 했다.어느날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늘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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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공시족을 강제적으로 벗어났다.

어찌나 운은 내게서 비껴가는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젊음에 허탈해하고 있었다.

IMF때 졸업을 하게 된 나도 세파에 휘둘려지는 지방대 졸업생일뿐이였다.

먼저 합격한 친구들은 위로해주었지만 시험한달전이면 여러 이유로 일이 생겨 막판을 놓쳤다. 지금 생각하면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러다가 취직을 했다.

어느날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늘 가슴속에 로망이였던 체게바라평전을 첫 월급으로 샀다.

그때까지도 살아가느라 도서구입까지도 나에겐 분수에 넘친 사치였던 것이다.



붉은 책 표지엔 쿠바공산혁명을 이끌었다는 전설적인 인물인 체게바라의 사진이 있었고

부록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함께 따라온 씨디가 있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찬찬이란 음악을 들으면 바다가 보이는 바람부는 언덕에 올라 석양빛에 온몸을 맡긴 나를 상상하게 된다.

아둥바둥 살 필요없어.
인생은 원래 그런거야라는 20대후반의 허무주의자였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

베로니카의 눈물을 시작으로 6개의 단편을 읽다가 갑자기 쿠바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6편의 작품은 여성과 여행 그리고 자본이 주는 편리함이면의 것들을 보게 된다.

작가는 전체작품에서 인생에 대해서 꼰대같은 답을 주지 않는다.

각자의 사진기로 바라보는 프레임에 따라

인생이 여행이란 매개체로 재구성되는 느낌이다.

자기가 보는 프레임이 세상의 모든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나름의 생활속에서 각자가 처한대로 살아가는 것에는 옳고 그름을 상대가 평가할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나 삶의 방식,부유함의 척도가 타지(타인)에서 의미없는 것이 되고 동화되거나 재정립하지 않으면 존재자체가 쓸모없어지는거다.

하지만 버리지 말아야 한가지가 있다면 여행지에서건 현실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던 나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음악은 젊음시절의 허무주의로 다가왔다면 지금은 부조화같은 삶에 조화를 이끄는 시간에 대한 겸손을 가르친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런의미로 여행은 좋은 것이고 6편의 단편에서 각 여인들의 6가지 삶을 보는것같다.

간만에 여백이 있는 단편을 읽어서 좋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5 2019.12.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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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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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중편과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 마지막 단편을 빼고 모두 등장인물들이 이국에서 체류 혹은 여행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이다. 작가의 글은 예전에 <무민은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집에서 '미래의 일생'이라는 짧은 소설을 읽긴했지만 초단편이라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정식으로 권지예 작가의 소설을 읽게 된 소감은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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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중편과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 마지막 단편을 빼고 모두 등장인물들이 이국에서 체류 혹은 여행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이다. 작가의 글은 예전에 <무민은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집에서 '미래의 일생'이라는 짧은 소설을 읽긴했지만 초단편이라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정식으로 권지예 작가의 소설을 읽게 된 소감은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을 만큼 인물의 변화하는 감정에대한 묘사에 대한 표현이나 전개가 뛰어났다. 인간의 느끼는 감정을 단 하나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 미묘한 감정과 상황을 공감할 수있게 서술하는 전개에 매력을 느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중편의 '베로니카의 눈물'은 소설이 아니라 실제 작가의 경험담인가 싶을 정도로 쿠바에서 여성작가의 생활기를 잘 보여주고있다. 낯선 외국에서 이방인이 시행착오를 겪고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촘촘하게 묘사된다. 과장해서 활자가 화면으로 바뀌어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읽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쿠바라는 나라에대해서는 남미라는 것 밖에는 솔직히 잘 몰랐다. 소설 속에서 본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로, 외국 여행객과 현지인이 쓰는 화폐가 다른 이중통화 시스템이다. 와이파이도 허락 된 곳에서만 쓸 수있고, 자국민들은 호텔에 출입이 가능하지않아 호텔 담벼락에 서서 인터넷을 사용하며, 주택난으로 헤어진 부부와 그들의 새로운 애인, 할머니 등 여러 구성원이 한 집에 사는 공동주거가 흔하다고 한다. 줄서서 국가가 배급하는 빵을 받는 모습은 우리나라 60-70년대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호텔에서 음료를 시켜 먹으며 시원하게 인터넷을 하는 외국인 여행자들과, 그 아래 노상에서 햇빛을 피해 그늘이 드리워진 호텔 벽에 바짝 들러붙어 찌꺼기 와이파이로 동냥 인터넷을 하는 현지인들.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이 나라의 상징적인 이 풍경은 한 장의 작품 사진처럼 내 뇌리에 박혔다.(p.50-51)


낯선 이국에서의 체류기도 재밌게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편에서는 흥미로웠던 건 호의 속 저의에대한 심리묘사였다. 어른이 되며 여러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느순간 상대방의 말을 표면 그대로 믿지않고 저의를 생각하곤 한다. 저 사람이 이 말을 무슨 뜻으로 한거고 이 행동은 무슨 뜻이 있는 건가를 끊임없이 추측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에서 모니카는 베로니카의 행동과 말에 저의를 파악하고 오해하지만 치졸해질까봐 끝내 말을 꺼내지 못한다. 뒤에 반전이 있긴하지만 그런 인간 대 인간의 저의에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 밖에도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사진과 인터뷰 자료를 준비하러 프랑스 파리로 온 재이가 파리에서의 과거를 회상하고 마지막에 독자를 충격에 빠트린 <낭만적 삶은 박물관에나>, 죽은 남편이 남긴 선물을 전달하러 쿠바로 가는 아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한 에피소드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 친구대신 딸과 플로리다주의 올랜도를 가게 된 서연이 딸의 미투를 알게되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플로리다 프로젝트>, 남편과 발칸반도 패키지 여행을 하며 같이 온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교양있는 척 아래 숨어있는 과시욕과 그 비슷한 본성에 대한<카이로스의 머리카락>, 사회면에서 볼 수있는 비극적인 기사를 소설화 한 것 같은 <내가 누구인지 묻지마> 


슬픈은 가슴에 응어리를 지게 하지만 분노는 슬픔을 태워버리더군요(p.183 /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


모두 소설이지만 이국이라는 것만 빼고 현실과 동떨어져있지않다. 모든 에피소드가 생생하고 쌉싸름하다. 단편을 원래 좋아하지않지만 하나같이 흡입력있었다.  이렇게 맛깔나게 글을 쓰는 작가를 만났는데, 신인작가가 아니라 다른 작품을 언제든지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나는 여행기도 좋아하지만 하루키의 <먼 북소리>처럼 체류기도 좋아하는데 찾아보니 작가의 프랑스 체류할 때 쓴 <빠리 빠리 빠리>가 있었다.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p********8 2019.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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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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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추위를 만나려고 달려갔던 평창은 우리 가족의 건강을 하늘이 걱정을 했는지 푸근하다 못해 스키장에 어렵게 뿌려놓은 인공눈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따뜻했다. 아침을 낯선 곳에서 맞게 된 나즈막한 긴장감이 좋았을 뿐, 여행지의 생경함도 지인이 주인이 되버린 펜션의 풍광도 그저 그러하게 변했다. 이번 여행은 어떤 시를 남길 수 있을 까 고민했지만 홀로 운전대를 부여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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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추위를 만나려고 달려갔던 평창은 우리 가족의 건강을 하늘이 걱정을 했는지 푸근하다 못해 스키장에 어렵게 뿌려놓은 인공눈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따뜻했다. 아침을 낯선 곳에서 맞게 된 나즈막한 긴장감이 좋았을 뿐, 여행지의 생경함도 지인이 주인이 되버린 펜션의 풍광도 그저 그러하게 변했다. 이번 여행은 어떤 시를 남길 수 있을 까 고민했지만 홀로 운전대를 부여잡고 딴 생각할 겨를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자리에서 허무함만 남았음을 기억한다.


여행지는 한편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 갔든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온 곳이든 여전히 그 자리에서 여행객을 맞아준다. 아픔이 있어 온 사람들에겐 휴식과 위로를 주기도 하고, 너무 기뻐 웃음을 감출 수 없는 젊은 이들에게 낯선 곳이 주는 그 무언가로 입꼬리를 잠깐 내리게 만드는 힘도 있다. 그래서 훌쩍 배낭 하나 등에 지고 내일 , 아니 오늘 밤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당장 ....


말이 통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여행지가 낯선데 거기에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타국이라면 더더욱 두려움도 커지고 짐을 덜고 오고 싶은데 오히려 더 짐을 덤으로 지고 올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물론 나는 그러하다. 먼 타국의 타인 필력을 한껏 뽐내며 쓴 소설을 집어들면 마치 그 공간에 선 그들은 내 친구, 내 부모가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청국장 냄새도 , 김치 냄새도 안나는 그런 소설이라 그럴지 모른다. 그에 비해 순수 혈통 한국인의 타국 여행 소설은 마치 내가 그 자리에서 두려움에 떨며 하루 하루 보내는 느낌이 든다 할까?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그런 흥미로운 긴장을 맛본다.


정말 오랜만에 권지예 작가가 책을 선물로 주었다. 물론 내가 잘 아는 지인이라 내게 직접 주었다는 건 아니다. 오해 없기를... 여행소설을 즐겨 읽는 나로서 길지 않고 짤막 짤막한, 게다가 잘 아는 유럽이 아닌 지명도 낯선 쿠바를 배경으로 한 첫 번째 단편을 시작으로 6평의 단편 소설을 묶어 책으로 냈다.


한국인 작가의 쿠바 여행을 따라가며 쿠바에서 만난 할머니, 주변 사람들과 나눈 교감과 인생을 마치 내가 만난 것 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쿠바에서 출발해서 파리로 향하고, 다시 플로리다로 여정을 떠나는 마치 한편의 장편소설과 같이 교묘하게 이어지는 시놉시스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착각일 수 있겠지만, 6편의 소설이 마치 하나의 소설 처럼 인물들을 엮어가는 권작가의 글 솜씨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밤이다.


침묻혀 넘기기 아까울 정도로 정갈한 책 한 장 한 장을 감사하게 넘긴다. 오랜만에 파리지앵도 되보고, 쿠바 타코 한접시 먹고 싶어지는 겨울 밤이다.

h******8 2019.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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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밌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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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을 읽은 내 마음이 설렜다. 가볍게 읽고 마음에 힐링을 주는 에세이도 좋지만 역시 소설이 갖는 힘은 다르다. 나에게 소설은 책을 읽는 동안 그 세계를 여행할 수 있게 하고, 주인공이 되어 잠시 살다가 올 수 있는 멋진 세계로의 문이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을 좋아하는데 장편에 빠지면 책을 다 읽고나서도 적게는 일주일 많게는 몇년까지 머리속에서 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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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을 읽은 내 마음이 설렜다.
가볍게 읽고 마음에 힐링을 주는 에세이도 좋지만 역시 소설이 갖는 힘은 다르다.
나에게 소설은 책을 읽는 동안 그 세계를 여행할 수 있게 하고, 주인공이 되어 잠시 살다가 올 수 있는
멋진 세계로의 문이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을 좋아하는데 장편에 빠지면 책을 다 읽고나서도 적게는 일주일 많게는 몇년까지 머리속에서 그 세계를 멤도는 보너스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권지예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다.
그 중에 제목도 아름다운 “베로니카의 눈물”을 포함한 여섯가지의 단편들은 작가의 매력에 푹 빠지기에 충분했다.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과 여행자의 일상과도 같은 이야기전개와 여행자 자신의 심정들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소재다.
한마디로 이 소설들에 흠뻑 빠졌다.

말로도 어색한 나라 쿠바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노래와 체 게바라의 나라로만 알고 있으나 그곳에 여행을 갔을때의 그리얼한 불편함은 전혀 몰랐다.
얼마전 티비 프로그램에서 배우 류준열이 여행한 곳이기도 한데, 그때 보았던 쿠바와 비교해보며 재미있게 읽었다.
나라면 소설속 주인공처럼 혼자 쿠바로 떠날 수 있을까.
떠나게 된다면 정말 베로니카같은 엄마같은 관리인을
두고 싶다는 생각과
주인공이 쿠바에서 느낀 그 불편함과 의존감이 왠지 더 리얼하게 느껴져서 책을 읽는 내내 같이 고뇌하고 걱정했드랬다.

소설후반마다 나오는 반전들은 두번째 이야기 “낭만적삶은 박물관에나”에서 제일 컸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남편의 모습에 역시 이번 소설은 잘 골랐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큰 충격없는 소소한 재미의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이번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러 가야겠다.
k*****2 2019.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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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눈물】 삶이 구성되는 방식을 낯설게 자각하는 시간, 여행
"【베로니카의 눈물】 삶이 구성되는 방식을 낯설게 자각하는 시간, 여행" 내용보기
책을 읽기 전 책표지의 배우 하정우의 추천사가 눈길을 끌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베로니카의 눈물 / 낭만적 삶은 박물관에나 /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 / 플로리다 프로젝트 / 카이로스의 머리카락 /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마 권지예 작가의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베로니카의 눈물>은 일상에서 살짝 물러나있는 이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아바나, 파
"【베로니카의 눈물】 삶이 구성되는 방식을 낯설게 자각하는 시간, 여행" 내용보기



책을 읽기 전 책표지의 배우 하정우의 추천사가 눈길을 끌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베로니카의 눈물 / 낭만적 삶은 박물관에나 /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 / 플로리다 프로젝트 / 카이로스의 머리카락 /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마 권지예 작가의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베로니카의 눈물>은 일상에서 살짝 물러나있는 이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아바나, 파리, 플로리다, 발칸반도……

나와 당신 사이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

우리는 어떤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될까.

<베로니카의 눈물> 아는 이가 없는 나라, 불안정한 시국,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식재료라니... 계란과 커피를 구하기 위한 노력은 돈만 있으면 원하는 걸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었던 나라에서 살던 이에겐 너무도 낯설고 생경한 삶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선 친구의 권유로 갑자기 떠나게 된 미국 여행에 함께 하게 된 딸과 엄마의 여행에서 우연히 딸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걸 희미하게나 알게 되면서 딸의 선택을 응원하게 된다. 저마다의 이유로 여행 중인 여행을 떠난 여성들의 이야기는 일상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마주하는 설렘이나 새로움보단 경계, 불안, 때론 묻어두어도 좋을 진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때론 그 시간들을 통과하며 조금은 성장하게 되기도 하고, 지나온 시간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생각지도 않게 너무도 좋았던 권지예 작가의 글은 보통의 소설에서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패스하곤 했는데, 해설까지 정독하고 더 좋아졌던 글이기도 했다. 짧은 단편이지만 이곳이 아닌 여행지에서의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새 공감하고 빠져들게 되는 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공감되게 하는 생생한 이야기다. 단편 하나하나가 좋았지만 너무도 생생하게 읽었던 <베로니카의 눈물>,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조금 더 애정이 가는 단편이었다. 책장을 덮으며 갑자기 어디든 떠나고 싶어졌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또는 여행지에서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글이다.

권지예의 소설에서 여행은 여성으로서의 그녀들의 삶이 해체되고 재조직되는 시간, 즉 부재의 시간과의 조우이다. _문학평론가 소영현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내는데, 관리인 월급이 겨우 1만 2000원이라니. 내가 다 속이 상하고 가슴이 아팠다. ... (중략)... 어느 곳에서든 인생이 늘 행복한 건 아닐 거야. 모니카, 부자인 너도 그렇지 않니? 베로니카, 나 부자 아니야. 물론 아주 가난하지도 않지만. 오, 그래? 모니카! 봐봐, 돈은 중요하지만 인생은 돈이 다가 아니잖아. 그럼 어찌 사는가가 중요해. 사랑이 제일 중요하지. 내 마음에는 사랑이 가득하거든.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구. _59~60p.

모니카, 중요한 일이라고 너무 집착하고 애쓰지 마. 그런 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아. 그럴수록 그 중요한 일이 너를 괴롭히는 거야. 인생은 그저 흐르는 거야. 그냥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실어. 춤출 때처럼. 우린 그래서 모두 춤을 잘 추지. 여긴 쿠바야!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어. 그냥 파도에, 리듬에, 인생의 시간에 몸을 실어. _76p.

돈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고, 돈이면 다 되는 나라에서 온 나는 여태 착각하고 살았나. 내가 가진 돈. 내 손에 든 물건. 당연히 내 손에 들어올 물건. 게다가 믿었던 사람도 다 내 것, 내 사람이라는 이 공고했던 믿음. 이것이 흔들리다니! 그 공포와 소유에 대한 의심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온 내게는 낯선 충격이었다. _80p.

언제부터인가 두 사람은 각자의 영역을 인정해주고 참견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각자의 방에서 일하고 잠들지만, 거실과 부엌에서 함께 먹고 이야기한다. '따로 또 같이'. 이것이 그들 부부의 공존 스타일이다. 돈독하게 우정을 나누는 오랜 친구처럼. 신뢰를 쌓은 동업자처럼, 애증과 연민이 공존하는 모자처럼 그들의 삶은 공동운명체로서 그럭저럭 굴러가는 듯했다. 그 거리감이 깨질 때, 오히려 더 가까워질수록 문제가 생긴다. 여행이 위험한 건 그런 이유일 것이다. _265p.

#베로니카의눈물

#권지예 #한국소설 #하정우추천

#은행나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추천소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d******7 2019.12.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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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눈물(권지예/은행나무 출판)
"베로니카의 눈물(권지예/은행나무 출판)" 내용보기
이 소설의 추천인에 '하.정.우.' 이 세 글자만 보고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읽게 된 소설이다. 권지예 작가에 대해 궁금하여 검색해보았는데 꽤 등단한 지 오래 되셨다. 벌써 올해로 60세라고 하는데 작가님 사진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이 소설은 <베로니카의 눈물>을 포함한 6편의 중,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마지막 편을 제외하고는 낯선 여행지에서 느끼는 타인과의
"베로니카의 눈물(권지예/은행나무 출판)" 내용보기

이 소설의 추천인에 '하.정.우.' 이 세 글자만 보고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읽게 된 소설이다. 권지예 작가에 대해 궁금하여 검색해보았는데 꽤 등단한 지 오래 되셨다. 벌써 올해로 60세라고 하는데 작가님 사진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이 소설은 <베로니카의 눈물>을 포함한 6편의 중,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마지막 편을 제외하고는 낯선 여행지에서 느끼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주인공의 감정선이 주를 이룬다.

<베로니카의 눈물>은 쿠바로 여행을 떠난 한국 작가가 그 곳에 두 달 가량 머무르며 만난 집 관리인 베로니카와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의 널뛰기가 잘 그려진 소설이다. 가까운 나라도 아닌 낯선 나라, 특히 풍족하지 않은 지역을 여행하며 느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보면 아무리 고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의존하고 싶어지는 법일 거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에겐 그 대상이 73세의 가난한 집 관리인 베로니카다. 가스 불도 제대로 붙이기 힘들어 먹는 문제, 씻는 문제 등 기본적인 욕구도 제대로 해결하기 힘든 여행지에서 현지인 베로니카는 그녀에게 구원 같은 존재이면서도 너무나도 가난한 그녀의 사정을 뻔히 보고 있자니 연민의 감정에도 휩싸인다. 그리고는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약속을 잘 안 지키지긴 하지만 어쨌든 또 나중에 듣고 보면 그럴 법한 이유도 있다.

                           

초록 오렌지 반쪽을 귀하게 먹는 쿠바 노인의 순수한 기쁨 앞에서 나는 미안해서 맛있는 척 한다. 하지만 맛없다. 내 혀와 내 뇌는 정확하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 개구리보다 더 행복한 거 같아 살짝 질투가 나려 했다.

p67

베로니카의 삶에서 오래전 내 친구가 인도를 여행하고 온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는 사실 굳이, 여행하고 싶지 않은 나라 인도를 갔다오고 내 친구의 삶은 많이 바뀐 것 같다. 우리의 눈에는 그들이 매우 가난해서 연민과 동정의 감정으로 안타깝게 그들을 우리의 마음대로 재단하여 보고 행복을 결정짓지만 그들의 행복은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니다. 실제로 인도에서 내 친구가 만난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하루하루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충실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다고 했다. 비교 대상이 많아 불만만 많은 우물 밖 개구리보다는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행복을 아는 우물 안 개구리가 더 나을 수도 있는 거였다.

아래 문장 또한 이 소설이 의미하고자 하는 주요 주제는 아닌듯 하지만 어쨌든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모니카, 중요한 일이라고 너무 집착하고 애쓰지 마. 그런 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아. 그럴수록 그 중요한 일이 너를 괴롭히는 거야. 인생은 그저 흐르는 거야. 그냥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실어. 춤출 때처럼. 우린 그래서 모두 춤을 잘 추지. 여긴 쿠바야!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어. 그냥 파도에, 리듬에, 인생의 시간에 몸을 실어.

p76

말미에는 주인공이 베로니카에 대해 쏟는 연민과 선심이 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실 사건이라기보단 이 역시 주인공이 혼자 오해 또는 이해하는 거다. 베로니카는 어쩌면 변하지 않고 그대로일지도 모른다. 똑같은 행동을 보고도 내 감정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변한걸까, 내 마음이 변한걸까. 어떤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아는 것일까, 안다고 믿고 싶은 내 마음일까. 베로니카의 눈물은 자신을 쿠바 엄마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이타심에 대한 감동인 것인지, 그 이타심을 무조건 손에 돈을 쥐어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눈물인지 알듯 모를듯하다.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낭만적 삶은 박물관에나>는 일 때문에 파리에서 연인들의 키스 사진을 찍던 재이는 동성 커플의 키스를 몰래 찍다 혼쭐을 당한다. 전남편 진봉을 만나게 된 곳도 이곳 파리였는데, 세바스티앙이라는 프랑스어 과외 알바 교사를 더 사랑했었다. 하지만 멋지고 늘씬한 세바스티앙과 달리 작고 초라한 모습의 동양인 여자라고 생각되는 본인의 모습을 깨닫고 세바스티앙 옆에 있던 한국인 진봉과 결혼했다. 그러나 진봉의 외도를 확인한 후 충격에 휩싸여 이혼하게 된다. 배우자의 외도, 그리고 드러난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 재이의 감정에서 낭만적 삶은 박물관에서 줘버리겠다는 말이 감히 이해가 되었다. 낭만적 삶이란 무엇일까. 낭만이란 왠지 드라마에서나 존재하는 것 같다는 허무주의가 내게도 온 몸에 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던 순간>은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해서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듯한 섬광같은 아름다운 순간이 공유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결국 개인의 파라다이스를 구성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고, 누군가를 완벽하게 믿으면 안된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진실같기도 하다. 믿었던 남편이 잠깐 만났던(실제로 잤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그냥 연민인지도 모를) 쿠바의 어린 여인에게 느꼈던 파라다이스의 순간을 아내인 수현은 죽은 남편 민수를 뒤로 하고 혼자 떠난 여행에서 느꼈다. 그 참담하면서도 찬란한, 오묘한 기분이 잘 표현되어 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한 방송작가가 남자 연예인과의 하룻밤으로 인해 아기가 생기게 되고 오래된 연인에 대한 미안함, 자신이 더럽혀졌다는 죄책감 등에 휩싸여 미투를 선언할 것인지 말것인지 고뇌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플로리다라는 낯선 곳으로의 예기치 않은 여행, 그리고 여행에도 역시나 돈이 필요하다는 쓰디쓴 진실과 마주하게 되며 자신을 더럽힌 남자 연예인이 송금해준 천만원의 돈이 이러한 상황에 겹쳐진다. 방송가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까 정말...

단체 여행에 대한 단상이 절로 떠오르게 되는 <카이로스의 머리카락>은 한 번 보고 말 사람들에 대한 끝없는 뒷담화가 참 현실스러운 소설이다. 여러 개의 명함, 촌스러운 이름을 덮기 위한 필명, 결국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살아왔던 중장년에게 묵직한 삶을 살아온 한 남자의 드라마같은 이야기는 대비된다. 사진 속에 남겨진 아름다운 기억 뒤에는 그 컷 하나를 아름답게 남기기 위한 수많은 희노애락이 있었으리라. 그리스 신화의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앞머리는 길고 뒤는 휑하다고 한다. 기회가 왔을 때 쉽게 붙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데 기회가 지나가면 다시는 붙잡지 못하기에 뒷머리는 휑하다고 한다. 주인공 부부 특히 아내 시점에서의 뒷담화로 시작된 소설에서 갑작스럽게 말미에 등장하는, 인생의 기회를 잡은 한 남자의 성공 스토리가 쌩뚱맞긴 했다.

인생 허무주의의 절정이 느껴지는 소설이 바로 마지막에 수록된 <내가 누구인지 묻지마>이다. 유일하게 타국이 등장하지 않는 단편소설이면서 신문기사로만 접하는 안타까운 이들의 단면들이 살짝 드러나는 소설이다. 마지막에 이 소설이 배치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답답한 마음으로 소설을 덮었다. 남들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과 내가 보는 나의 모습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을 때 오는 괴리감이 중간중간 엄습한다. 결국 돈이 문제인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 소설들은 쿠바나 플로리다, 발칸반도 같은 여행하기 먼 나라를 대리 여행하는 느낌을 기본으로 크게 두 가지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우리 장착한 자본주의 프레임에 대한 재고찰이다. 우린 이미 모든 걸 자본주의 프레임으로 바라본다. 행복도, 사람도, 돈이라는 잣대에서 벗어날 수 없어보인다. 베로니카가 보인 눈물에서도 그렇고, 돈이 없어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모녀도 그렇다. 있는 척, 고상한 척 하며 자신의 기준을 잣대로 남을 재고 뒷담화하기 바쁜 카이로사의 머리카락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마지막 단편소설인 <내가 누구인지 묻지마>에서는 극명하게 표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베로니카가 전한 문장들이 다소 상투적일 수 있지만 되새겨지는 것이 아닐까. 둘째, 타인과의 관계와 삶의 의미에 대한 연관성 고찰이다. 인간은 사회적일 수 밖에 없고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결국 삶을 구성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행복의 의미는 아무리 가까운 타인이라 할지라도 타인에게서 얻을 수 없다. 누가 내 삶의 주체가 될 것인가. 자신이 주체가 된 삶을 살아가야 타인도 있고 뒤돌아보는 여유도 생길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삶에서 오는 허무주의를 경계해야함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g****t 2019.12.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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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베로니카의 눈물
"[서평] 베로니카의 눈물" 내용보기
내가 쓰는 서평은 작가들이 곱게 수 놓아둔 활자에서 떠오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기록하는 것, 딱 그 정도이다. 누군가는 일기 같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주로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는 편이라 작가가 숨겨둔 깊은 의도를 알아차리거나 책이 주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정의 내리지 못해서, 책을 다 보고나면 평론가의 의견과 책의 홍보문구를 유심히 보곤 한다. 편견 없고 정
"[서평] 베로니카의 눈물" 내용보기

내가 쓰는 서평은 작가들이 곱게 수 놓아둔 활자에서 떠오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기록하는 것, 딱 그 정도이다. 누군가는 일기 같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주로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는 편이라 작가가 숨겨둔 깊은 의도를 알아차리거나 책이 주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정의 내리지 못해서, 책을 다 보고나면 평론가의 의견과 책의 홍보문구를 유심히 보곤 한다. 편견 없고 정답 없는 해석이 독자의 몫이지만 내가 이해한 방향과 작가의 의도가 얼추 맞았는지 비교해보면서 책을 집약해서 나타낸 홍보 문구가 주는 의미를 내 식대로 다시 해석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에는 소영현 문학평론가가 소설에서 여행이 가지는 의미를 표현한 부재의 시간과의 조우라는 문구가 6개의 단편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었다.

 

각 단편에서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여행지에 발을 딛고 그 곳에서의 여정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그 여정들은 주로 여행의 설렘이나 경이로움, 신선함과는 거리가 있는 경계, 불안, 실망,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표현된다.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긴장감과 주인공들이 처한 난감한 상황들이 뒤섞여 지속되는 피곤함이 마치 나를 그 여행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외국이라면 생활환경과 문화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그것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질감은 여행지를 더 낯설게 만들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을 고민하고 노력해야지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이 있는 곳이 낯선 외국이었기 때문에 더 처량하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 마음 깊숙이 숨겨둔 기억, 수면 아래 있던 인간의 본성,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과거 등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았을 어떤 것들을 떠오르게 했다. 각자의 삶의 일부를 극대화시켜 보려면 여행이 가장 적합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여행지에서는 누군가의 웃음도, 울음도 여기서 보다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최소한의 것에만 의지하게 되는 머나 먼 곳에서 그 때 그 때 느끼는 나의 감정에 충실하다보면 부재존재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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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눈물

글을 쓰기 위해 아바나에 머물렀던 모니카에게 베로니카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쿠바 엄마와 딸. 스스로 만든 울타리에서 안식, 우월감, 얄미움을 골고루 느낀다.

 

낭만적 삶은 박물관에나

출장차 파리에 온 재이는 허락 없이 키스하는 연인들을 찍는 일을 하다가 어린 시절 꼭 키스하고 싶었던 누군가에게 허락을 구했던 일을 떠올린다. 정작 본인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아서 충동적인 결정이 꼬리를 물게 되어 마지막으로 남게 된 배신감. 그리고 재회.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

남편이 남긴 의문의 물건을 전달하고자 쿠바로 날아간 한수현. 찝찝한 감정을 안고 떠난 낯선 곳에서 날 선 감정을 자주 느낀다. 몰랐으면 더 좋았을 어떤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겪은 슬픔과 분노.

 

플로리다 프로젝트

우연히 공짜 여행을 떠나게 된 모녀. 무너진 삶의 한 부분을 어떻게 일으킬지 고민하는 딸에게서 재현되는 자신의 과거를 발견하는 엄마.

 

카이로스의 머리카락

단시간에 인간 군상을 관찰할 수 있는 패키지여행을 떠난 부부. 일상과 멀어 질수록 더 잘 눈에 띄는, 일상과 멀어졌기 때문에 조금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마

유일하게 배경이 여행지가 아닌 이야기. 어디론가 보내주고 싶다. 당신이 사는 그 곳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베로니카의눈물 #권지예 #은행나무 #하정우추천사

a******n 2019.12.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