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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 내용보기
평소엔 시간이 잘 안나서 드라마를 쉬이 보지 못하지만, 연말에는 늘 재미나게 몰입해서 보는 드라마가 한 편씩은 있었는데, 2019년 연말엔 이 <보좌관>이라는 드라마가 그 역할을 해 주었다. 시즌 1이 10편, 시즌 2도 10편으로 얼마 전에 종영되었다. 고작 10편인데도 아내와 함께 저녁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서 어제 밤까지도 겨우 시즌 1의 8편까지 보았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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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시간이 잘 안나서 드라마를 쉬이 보지 못하지만, 연말에는 늘 재미나게 몰입해서 보는 드라마가 한 편씩은 있었는데, 2019년 연말엔 이 <보좌관>이라는 드라마가 그 역할을 해 주었다. 시즌 1이 10편, 시즌 2도 10편으로 얼마 전에 종영되었다. 고작 10편인데도 아내와 함께 저녁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서 어제 밤까지도 겨우 시즌 1의 8편까지 보았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드라마의 몰입감은 올해 본 어떤 드라마에도 비할 바 아니다. 사무실에 나 빼곤 모두 정치에 관심들이 없으셔서 할 말이 많아도 하지 않는 한 해여서 자연스레 시사주간지도 게을리 읽게 되고 정치 문제에 대해 내 견해를 드러내는 일은 더욱 드물어졌다. 그러다보니 매일매일 만나는 아이들과 지엽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이 늘 마음 한켠에서 아쉬웠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통해 여전히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정치라는 형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생각하게 되었고, 학교 안에만 머물렀던 시선을 조금 들어 다른 영역에 대해 접어두었던 관심들에 조명을 켜게 되고 있다. 


주인공 장태준(이정재)은 법무부장관 취임이 유력시되는 4선의 국회의원 송희섭의 보좌관이다. 보좌관임에도 웬만한 국회의원은 쥐고 흔들법한 능력을 가졌다. 무려 경찰대 수석 졸업자지만, 세상을 보다 공명하고 모두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꿔보겠다는 진심을 가지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여기서 흔히 하는 고민이 힘이 없어도 정의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낼 것인가라는 목소리와, 우선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하고, 그를 위해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 사이의 갈등이다. 주인공은 당연히 후자를 택하고 시즌 1에서는 그것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는다. 


어제의 8회가 참 특별하게 다가왔던 건 우리 곁에 실재했던 한 인물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자의 생각을 대표하는 인물이 주인공의 친한 선배이자 무소속 초선 국회의원 이성민 의원이다. 정치적 이익과 경제적 이권을 위해 진행되는 재개발을 저지하는 대신 지역 영세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무엇이 옳은 길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며 가정에서도 아내와 딸에게 정직한 정치인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주인공이 찾아가 조언과 위안을 얻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송희섭 의원이 법무부장관이 되는데 걸림돌이 되는 뇌물수수 의혹을 덮기 위해 장태준의 행적을 파던 중 과거 장태준이 이성민의 캠프를 나와 송희섭의 캠프로 옮길 때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고, 이성민 의원은 양심적 갈등과 장태준을 살려야 한다는 고뇌를 짊어지고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투신을 하고 만다. 불법 선거자금 규모는 고작, 5천만 원이었다. 


어젯밤 그 장면을 보면서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고 노회찬 의원이 떠올라 마음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왔다. 낡은 구두를 신고 현장을 누비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날카로운 통찰력과 위트있는 말솜씨로 단숨에 대화를 자신의 페이스로 주도하는 데 탁월했다. 그 위트와 풍자는 마치 연암 박지원의 한문소설들처럼 기득권자들의 아픈 부분을 콕콕 찔러댔다. 그래서 대중들은 그를 좋아했고, 청렴한 이미지와 더해져 진보 진영이 지리멸렬할 때도 그 깃발을 당당하게 들고 있는 몇 안되는 소중한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불법 선거자금 4천만 원을 받았고, 그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투신을 감행했다. 


눈엣가시였던 장태준과 이성민을 동시에 처리한 송희섭은 이렇게 말한다. "국물 떠먹는 놈이나, 건더기 먹는 놈이나, 받아 쳐먹는 건 똑같은 거야. 그러니까 우린 건더기만 먹자고!" 어마어마하게 해먹는 놈들은 오히려 잘 산다. 하지만 적은 살림에 적게 받아 먹는 놈들은 오히려 죄를 받고 양심의 가책을 더 느끼고 때로는 이런 비극적 결말을 맞기도 한다. 잘 했다는 게 아니다. 정의와 원칙, 관용이 뿌리내리지 못한 정치 풍토와 피아를 가리지 않고 인격을 물어뜯는 나쁜 언론, 그리고 그를 지켜주지 못한 무관심이 그가 살아서 사우던 시절에도, 그가 떠나버린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존경하는 선배와, 그동안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장태준. 물론, 국회의원이 되어 의정활동을 펼친다는 시즌 2의 내용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지 고민되는 것은 그만큼 현실적인 구성과 전개, 그리고 보는 이를 푹 빠져들게 만드는 배우들의 설득력있고 절제된 연기력 때문이다. 오늘 밤이 기대된다.






s*************k 2020.01.06.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