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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비적후비적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틈이나 구멍 속을 잇따라 함부로 긁거나 돌려 파내는 모양, 물체의 표면을 날이 있는 도구로 잇따라 함부로 구멍을 내거나 패게 하는 모양이라는 뜻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한현정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후비적후비적』을 만났다. 첫 번째 동시집에 비해서 더 차분하고 더 깊어졌다. 첫 번째 동시집은 딸과 함께 작업한 삽화라 의미가 있다했더니 이번에는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삽화를 빼곡하게 채워 더 놀랍다. 마지막 4부는 영남권 유물, 유적만 따로 모아 한 부를 구성한 것이 눈길을 끈다. 표제작인 후비적후비적부터 읽어본다.
책 좀 봐라 게임 좀 그만해라
좀좀좀 엄마 잔소리에 귓속이 근질근질
나도 모르게 후비적후비적 귀지를 판다 -p38 「후비적후비적」 전문
가끔 대화 중에 없는 사람 이야기를 할 때 “귀 좀 간지럽겠다”라거나 뒤에 그 사람을 만났을 때 “귀가 간지럽지 않았냐?”라고 묻는 일이 있다. 귀가 간지러워 후빌 때 ‘누가 내 얘기 하나?’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후비적후비적 잔소리를 귀지랑 같이 시원하게 파낸 경험 누구라도 있을 것이다.
위층에/코끼리가 이사를 왔다/걸을 때마다/쿵쿵/천정이 울린다// 아래층에는/토끼 아줌마가 산다/조그만 소리에도 놀라/깡충깡충/뛰어올라 온다// 우리 집에는/고양이들이 산다/발소리가 날까 봐/살금살금/뒤꿈치 들고 걷는다// -p18 「위층 아래층」 전문
층간 소음이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지금까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다보니 늘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 윗집에도 작은 코끼리 두 마리가 살고 있다. 바퀴 큰 자전거도 탄다. 드르르륵 하는 소리가 한참 동안 나면 나는 예민한 토끼가 되어 올라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소심한 사람이 되곤 한다. 이런 동시로도 문제점을 이야기하는데 모두가 읽고 좀 더 조심해 준다면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될 텐데 라는 생각이 앞선다.
동시 속에서 타임머신 타고 현대에서 청동기, 철기, 가야, 신라시대로 작가가 안내하는 곳으로 시간 여행해 본다. 동시로도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할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