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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커가 자신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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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읽었던 책이 타인이 주디스 커와 그의 작품에 대해 쓴 책이었다면, 이 책은 주디스 커 본인이 직접 쓴 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일종의 '자서전'인 셈인데, 그림책 작가답게, 그리고 자신의 작품들처럼 고유하고 아름답게 재미있는 글을 썼다. 일단 제목부터가 특이한데, 왜 이런 제목을 지었는지 '제사'랄지 헌사'를 통해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그녀의 작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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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읽었던 책이 타인이 주디스 커와 그의 작품에 대해 쓴 책이었다면, 이 책은 주디스 커 본인이 직접 쓴 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일종의 '자서전'인 셈인데, 그림책 작가답게, 그리고 자신의 작품들처럼 고유하고 아름답게 재미있는 글을 썼다.

일단 제목부터가 특이한데, 왜 이런 제목을 지었는지 '제사'랄지 헌사'를 통해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그녀의 작품과 그녀가 만들어낸 '크리처들'(''크리처물' 때문에 크리처의  뉘앙스가 부정적인데, 이 경우엔 창조물 내지는 피조물 정도의 뉘앙스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로서의 사랑스러운 동물들 뿐 아니라 자신이 사랑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우선은 목차. 여덟 파트로 나위었는데, 독일에서의 생활과 이후의 지난했던 망명 생활, 그리고 런던에서의 삶과 아트스쿨의 경험, 남편과의 만남, 결혼과 아이들의 탄생, 육아, 그림책을 쓰게 되고 점점 더 많은 작품활동을 하게 된 것, 그리고 말년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170쪽 정도의 분량이고, 사진들도 많아서 책 자체는 매우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담담하게 말하는 와중에서도 히틀러 치하에서 살아야했던 유태인의 두려움과 아픔 등이 느껴져 가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낸 한 여성의 삶을 보게 된다. 누군가에겐 주디스 커가 그림책 작가가 된 게 행운이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아트 스쿨 당시나 결혼과 육아 이후에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에 다니며 드로잉을 하던 것 등등을 알게 되면, 그것이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목차의 위쪽에 있는 집은 주디스 커가 베를린에서 살 때 가족이 살던 집이라고 한다. 이 책을 펴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주디스 커의 부모님과 자매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가족의 원형, 그 원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던 독일에서의 기억을 형상화한 것 같았다.

 

아트스쿨 당시나 젊은 시절 주디스 커의 그림은 마치 반 고흐의 초기작들을 보듯 매우 어둡고 암울한데, 그 즈음의 그녀의 정서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결혼이 그녀에게 일부분 안정감을 부여한 게 아닌가 싶다. 가족들의 사진을 보면 그녀의 작품들이 그녀의 실제 가족들을 바탕으로 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작품을 다 읽진 않았지만, 그녀의 작품엔 항상 누나와 남동생, 부모로 이루어진 네 식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The tiger who came to tea』를 그릴 때의 일화도 짧게 소개하는데, 남편 톰을 모델로 해서 아빠의 캐릭터를 그리려고 했는데 남편이 너무 바빠 모델을 해주지 못해 결국 배우였던 다른 남자를 모델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데, 이런 일화만 보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가족들을 등장인물로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작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모두 작품이 된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작가가 그림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러프 버전'으로 그림과 글을 만들고, 좀더 구체화해서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과정 등을 실제 작품을 통해 설명해준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성격에 맞게 색상까지 정하는 걸 보고,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이 의외로 매우 섬세하고 구체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마냥 좋아하는 색으로 예쁜 그림을 그려서 되는 일이 아니었던 거다.


 

영국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니 만큼, 그녀의 작품을 무대화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그림을 그대로 재현한 연극 무대의 인물들을 보고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림책을 보며 상상하던 것을 실제로 눈으로 봤을 때 아이들이 얼마나 즐거워할지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러나 이 책의 모든 내용이 다 행복하고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모그에 대한 시리즈는 『Good Bye Mog』로 끝난다. 내용을 안 읽었어도 모그가 죽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고양이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으니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제목만 봐도 마음이 아파온다.

 


 

그리고 고양이와의 이별이 있듯, 남편과의 사별도 있다. 주디스 커는 그림책으로 이 이야기를 남겼다.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의 표지인데, 사별의 아픔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쁨이 더 잘 느껴지는 그림들이다.


 

책 전체를 다 읽어보지는 못 했지만, 이 책에 실린 부분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

 


 

죽은 남편이 날개를 달고 찾아와 두 노부부가 온갖 (신나는) 일들을 함께 하는데, 그 중엔 이런 것도 있다. 

평생을 함께 산 배우자와 사별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슬픈데, 죽은 남편과 이런 신나는 여행을 상상하는 할머니라니... 막 행복하면서 눈물이 난다. 어쩌면 나도 이럴 것 같아서 이입이 잘 되는 걸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은 구입해서 소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하드커버는 절판이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 이 글귀 앞에선 숙연해지기까지 하다.

자신과 같은 행운을 누리지 못했던 150만의 유태계 어린이들과 그들이 그렸을 모든 그림들에 이 책을 바친다는 내용이다.

그러니깐 주디스 커는 평생 이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는 의미다. 그걸 생각하면 행복한 이야기의 저변에 녹아 있을 주디스 커의 지난한 삶들이 떠오른다. 그녀가 그린 모든 에피소드들, 모든 이야기들이 단순한 즐거움 그 이상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것이 모두가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21.01.24. 신고 공감 1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