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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주경철 저자분 전작 읽기를 하던 시절에 읽었는데 리뷰를 쓰지 않고 미뤄 두었었다. 본문에 저자가 언급하는 책에 대해 아는 책, 읽은 책보다 모르는 책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 더 읽고 조금 더 눈 뜬 것 같아서 다시 이 책을 읽고 리뷰 남긴다. 그 사이 게레멕의 <빈곤의 역사>도,<프라토의 중세 상인>도 번역본이 나와 이 책에 소개된 명저들의 국내 번역본이 다 나왔으니까. |
| 역사가 재미있다는 사람은 많다. 좋은 역사책을 추천해달라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책은 참 찾기 힘들다. 역사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을 늘어놓은 대중역사서로는 약하고, 그렇다고 전공자들이 가까이하는 전공서적은 지나치게 딱딱하고 심오하기만하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권해줄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자신은 책머리에 "요약하는 자들은 지식과 사랑을 모두 망쳐놓는 자들이다"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책이 학부 수업용으로 준비한 프린트물이었으며, 학생들에게 서양의 역사 연구 현황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원전을 읽도록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정도의 목적만을 가지고 있었던 글이라 겸손해하지만, 막상 이 책을 읽어보면 단순한 요약만은 아니라는 것이 자명해진다. 게레멕의 자본주의 권력의 핵심 문제에서 엘리아스의 예절의 권력학,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아리에스와 플랭드랭의 성, 사랑, 가족의 사회사 등 저자가 골라낸 서구 역사의 최근 연구 주제들 그 자체도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만, 그 원전들을 성실하게 읽고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설명하는 저자의 필력이 더 놀랍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를 갖추고 있고, 따분하지 않되 경박하지 않은 보기 드문 책이다. 물론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충족되어서는 안된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다루어진 원전들을 읽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핵심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되 관심을 유발해 더 깊은 독서를 가능하게 하는 적정선 역시 지키고 있다. 서양사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현재의 서양사 연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일독을 권한다. |
| 2년 전까지 인터넷으로 책을 산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옆 반 선생님이 인터넷 구매의 좋은 점을 아무리 늘어놓아도, 책은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사는 거라고 우겼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어렵게 들어간 교육대학원 수업에서 학기 초에 이 책을 읽어오라는 과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때 다른 분들 것까지 13권인가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가끔씩 이 책을 꺼내 읽으며, 여기에 실린 10여 권의 책들이 모두 번역되기를 기다린다.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는 6권이나 되어 읽기에 벅차고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엘리아스의 <매너의 역사="">는 서론에 해당되는 문명화 과정만 100여 쪽에 달한다.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등 가능하면 읽으려고 노력을 하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 이해가 깊으면 설명도 쉽듯이, 저자가 난해한 이 책들을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정리해서 제시하는 솜씨는 정말 탁월하다. 방대한 원전 속에서 헤매는 나같은 문외한의 독서에 마치 밤바다의 등대처럼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소개하는 글을 쓴다면 이렇게 써야 하겠지만 그게 말이 쉽지...... 이 책에 실려있는 글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원전까지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지만 읽고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게하는 매력이 있다.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썼다고 했으나, 서양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길잡이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책은 정말 많이 나와야 한다.전염병과>매너의>물질문명과> |
| 대학시절 전공이 역사학이었던지라, 가끔씩 주변에서 역사에 대해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인기있는 사극이나, 특히 흥미있는 주제의 역사스페셜이 방영되고 나면 어김없이. 그 간의 경험을 되새겨볼때, 역사학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중고교때 암기일색의 수업에 질려버렸다는 쪽과 정말 전공하고 싶었는데 그만 다른 분야로 전공을 정해버렸다는 쪽...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어느쪽이던 소프트한 역사, 예컨대 소설이나 사극, 영화, 다큐등에서 다루는 '옛날 이야기'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은 평소 역사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나, 두꺼운 학술서적엔 부담을 느끼고 가벼운 흥미위주의 읽을거리론 뭔가 아쉬워할 이들을 위한 책이다. 조금 진지해질 준비만 되어있다면 대단히 흥미롭게 책장을 넘겨 나갈 수도 있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은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의 내용을 포괄하는 개념이자 저자의 주요 관심사이다. 그것이 거시사이든 미시사이든 -생태제국주의 등 몇몇 곁가지를 제외한다면- 이야기의 초점은 그곳에 맞춰져 있다. 역사학이라면 '아주 학을 떼는', 그래서 '중세는 문명의 암흑기'임을 달달 외웠댔던 기억밖에 없는 독자들이라면, 일면 발랄하고 일면 코믹하기까지한 중세의 몇몇 사료들을 읽어가며, '따분한' 역사학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음식, 식사예절, 가족, 부부생활, 내세관, 신분관계,사업, 우정, 학문 등에 관한 일화나 자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중세의 그들이 조금씩 친근하게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힘들여 소개하고 있는 역사학자나 그들의 저서들이 영 부담스러우시다면 과감히 넘어가시라. 그런 역사학엔 질릴만큼 질리셨을테니까. 역사학에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있고, 평소 그 쪽방면의 책읽기에 어느정도의 내공을 갖춘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서양사의 학문적 흐름을 조망할 수 있다. 거대한 세계를 나름의 잣대로 재단하려 했던 시도, 당대인들의 생활문화를 섬세하고 꼼꼼하게 복원하려는 노력...90년대 중반쯤부터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끼쳐왔던 생활사, 문화사 조류의 원류를 확인해 보는것도 적지않은 즐거움이다. 두께면에서건 내용면에서건, 선뜻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그 역자인 저자의 맛보기 덕분에 '어디 나도 한번?'이란 마음을 먹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이 자그마한 문고판은 큰 미덕을 지니고 있다. p.s. 혹여 책첫머리를 장식하는 '빈민과 걸인의 역사'란 소제목을 보고 저자를 진보좌파 교수로 오해하지는 마시도록. 책 중간쯤 어디에선가 적혀 있듯, 8,90년대 운동권들은 저자에겐 '못되먹은 학생'에 다름아니니까.물질문명과>역사의> |
| 이 책은 중세말의 미시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중세로부터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이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의 질서는 더욱 더 확고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불평등과 제3세계의 빈곤은 심화되어 가고 있다. 세계의 미래는 자본주의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일까? 여기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자본주의의 씨가 발아하는 중세말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 책의 전개방식은 이 분야에 관련된 중요저작들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있는 정치사를 다루기 보다는 "연옥의 탄생", "성, 사랑, 가족의 사회사", "인간이라는 병균" 등 소단원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사 내지는 사회사에 중심을 두고 있다. 지난 역사의 기억속으로 사라진 인간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 보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요구된다. 이 요구되는 상상력을 갖춘 독자라면 매우 흥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 19세이 이후 역사학계는 기존의 주류이기도 했던 거시적인 역사적 관점에 대하여, 문화와 같은 미시적인 연구를 통해서 역사를 보려는 미시적인 역사적 관점이 대두하였다. 이 책에는 처음 “걸인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중세의 역사를 해석하고 펼쳐보인다. 걸인의 숫자에 따른 역사 해석의 방법은 기존의 거시론적 관점에서 볼때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 하지만 새로운 시각이란 점에서 신선하다. 사회주의, 자본주의의 움직은 거대한 담론 속에서 이루어지며 그런 담론 속에서 여러 사상을 살펴보고 인류의 역사를 설명하고 자하는 것이 거시적인 접근이다. 따라서 때로는 딱딱한 역사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연옥”이란 개념을 소개하면서 중세 사람들이 생활속에서 보여준 미신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런 태도에 따라서 점차로 인류의 역사의 한 편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흥미롭다. 프랑스의 브로델에 대한 소개를 통해서 브로델의 아날학파의 2세대, 3세대의 학파 성향도 소개한다. 이 책을 통해 미시사, 심성사 와 같은 역사의 새로운 시각에 대한 흥미와 소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본다. |
| 앞서의 책 소개에서나 다른 독자들의 서평에서 충분히 언급했듯이, 이 책은 서양 역사학계에서 최근에 주목받는 연구서적에 대한 소개글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 스스로 그러한 두툼하고 무거운 책들의 내용을 알기 쉽고 간단하게 요약하고 있지만, 책 서두에 인용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처럼 '지식과 사랑을 다 망쳐놓는'다기보다는 오히려 역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한아름 더한, 요약 이상의 요약을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경철 선생의 책이 읽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에게 언어를 조탁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그의 문장은 화려한 수식어나 아슬아슬한 기교로써 독자에 호소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한 어조 속에서도 자연스런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고 논리 전개의 거침없는 물결침이 느껴져서,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이따금 하나의 문학 작품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평자들이 말하듯이 서양 역사학의 고전적 저작에 대한 기초적인 소양과 서양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도 있겠지만, 역사책(혹은 역사책 소개서)이 이렇게 부담없고도 재미있게 쓰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경이로움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이 책이 말하는 원저들에 대해 무엇인가 알았다고 자만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이 책 속에 있는 글들은 저자가 굵직굵직한 책들을 직접 읽고 스스로 소화해낸 바를 쉽게 설명한 것이다. 독자들은 주경철 선생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와 '죽음의 역사'를 소화해 낸 바를 읽었을 뿐, 그 책들에 대해서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저자의 바람처럼 그러한 책들을 직접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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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은 간단한 역사 에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역사책 소개글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 쉽고도 재미있는 책이다. 주경철씨는 학부때는 경제학을 했고 박사학위는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소에서 해서 그런지, 소개되는 책들은 주로 프랑스 역사학자들의 저작들이고 사회경제학 분야를 다루고 있는 것이 많다.
이 책은 독립적인 chapter들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순서에 상관없이 아무렇게나 읽어도 별 상관이 없지만, '아날학파'라던지 '장기지속'이라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7장 "물질 문명과 자본주의 -브로델의 거대 서사"부터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인간의 생활이 시간적으로 어떻게 변했나 관찰하는 것이 기존 역사학의 첫째 임무라면, 브로델은 변화무쌍한 것에서 장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장기 지속'의 구조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정태적인 구조 속에 개체적인 인간들이 무작정 매몰되는 것이 아니다. 브로델에게 있어 역사적인 시간은 중층적인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테면 "물질 문명-경제-자본주의"의 3가지 층으로 이루어지며 상층으로 갈수록 시간의 '리듬'이 급박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나폴레옹의 등장이나, 전쟁, 혁명같은 사건들은 한 때 일어났다가 잠잠해지는 파도의 잔물결에 불과한 것이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깊은 바다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일상사'같은 것들이다. 한 문명에서 사람들은 어떠한 작물을 재배했으며 의복의 변천은 어떠한가, 또는 어떠한 음식이나 에티켓, 또는 질병이 당대 사람들의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하는 문제가 새로운 역사학의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
물론 이러한 관점에서는 앞에서 말한대로 변하지 않는 구조에 집착한 나머지 역사에 있어서 개인의 주체성이나 '영웅'이나 역사에서의 '우연'같은 개념은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비교적 긴시간을 거대담론으로 이론화하려는 작업은 그만큼 무리가 따르게 되는 한계성 또한 지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는 일상성의 구조를 탐구하는 것은 그동안 잊혀져 있었던 역사의 새로운 부분들을 드러내는 미시사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 책의 나머지 에세이들은 죽음과 연옥, 빈민과 걸인, 질병과 전염병, 에티켓의 의미, 어린이라는 역사적 개념등에 대해서 연구해놓은 흥미로운 저작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연구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서문 제일 앞에는 저자의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재미있는 말이 인용되어 있다. "요약하는 자들은 지식과 사랑을 모두 망쳐놓는 놈들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인상깊은구절] 요약하는 자들은 지식과 사랑을 모두 망쳐놓는 놈들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