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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한풀이일까? 하루종일 세차게 장맛비가 퍼붓는다. 바깥으로 가벼운 산책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런 주말에는 역시 집안에서 전을 부쳐 먹으며 책을 읽는 마음의 산책이 제격이다. 그래서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무미건조한 일상을 청량하게 일깨우고 다독이는 비둘기빛 같고, 진줏빛 같은 글이 가득한 <한국의 명수필>이란 책을 골랐다. 피천득의 말처럼 “수필은 흥미를 주지만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나도향에서부터 이상, 피천득, 이어령, 김훈, 안도현에 이르기까지 근현대를 아우르는 주옥같은 수필 63편이 담겨 있다. 더러는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읽었던 작품들이고, 더러는 몇몇 대목들이 아직도 기억될 만큼 우리와 친숙한 작품들이다. 내 눈에도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수필들이란 수식어가 아무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요즘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한자말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우리 일상생활의 잔잔한 여운을 맛깔나게 전해주는 데는 아무 장애가 없다.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 앞 세대들이 겪었던 삶의 애환도 함께 느껴 볼 수 있다.
문자 그대로 수필을 특별한 형식없이 붓 가는대로 쓴 글이다. 여기 소개된 정비석의 <산정무한>이라는 금강산 유람기는 독자들에게 마치 수채화를 보여 주듯이 자연이 펼치는 색의 향연을 맛깔나게 전달한다. 피천득의 <인연>은 아사꼬와의 3번의 만남이라는 사연을 통해 독자 개개인의 만남과 이별 사연을 자연스레 반추하게 만든다. 계용묵의 <구두>는 어린 시절 신었던 구두와 관련된 일화를 통해 우리를 어린시절 추억여행으로 인도한다. 오병훈의 <피혁삼우>는 허리띠, 구두, 지갑이 주인공이 되어 주인과의 애환을 익살맞게 표현한다. 물론 <글을 쓴다는 것>, <수필>, <나무>와 같은 작품처럼 생각의 단상을 맛깔스럽게 쓴 글도 소개된다. 블로그에 가끔 글을 올리는 것이 글쓰기의 전부인 나로서는 일상과 생각을 이렇게도 멋드러지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감탄하면서 책을 읽게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필작품들만 엄선해서 실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사실 비전문적가인 우리들이 쓴 글은 대부분 수필 형식이다.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난 경험을 소재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여기 소개된 작품들도 작가의 이야기이자 독자의 이야기이기도하다.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이 글들을 통해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또한 우리 수필이 지닌 아름다움과 감동을 맛볼 수 있다. 나에게는 이미 읽은 작품과 처음 대하는 작품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어서 더욱 좋다. 과거의 감흥을 되살려 보는 재미도 있고, 새로운 사연을 만나는 설레임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 탓일까? 움직임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주어진 분수를 알고 만족하는 나무의 덕을 기리는 이양하의 <나무>라는 작품이 오늘따라 더 감명깊게 다가온다. 몇 구절을 소개한다.
나무는 덕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지 말하지 아니한다. 산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골자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물과 흙과 태양의 아들로,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 대로 받고, 득박과 불만족을 말하지 않는다. 이웃 친구의 처지를 눈떠 보는 일도 없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스스로 족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스스로 족하다. (21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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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우리들이 글을 쓰면 그것은 보편적으로 수필이 된다. 소설을 쓴다고 써도, 시를 쓴다고 써도 나중에 보면 수필이 되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보편적인 사상, 감정을 여과 없이 그려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꾸밈없이 그리면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담기 때문이다. 말하는 이들의 다양한 삶들이 언어를 통해서 빛깔로 채워지고 윤색의 길을 걷다가도 나중엔 자꾸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와 있다. 그것이 범인들이 쓰는 글이다 수필은 비전문적인 글이요, 누구나 쓸 수 있는 글로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 현대 문학사에 오랜 시간 특별하게 수필가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 없다. 시인으로 소설가로 학자로 이름이 등재되어 있으면서 그들은 시간이 나면 수필을 쓰곤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필 작품은 이루어졌고, 오늘날에도 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러다 김진섭, 이양하 등이 나오면서 전문적인 수필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천득, 김소운 씨 등에 의해 수필문학이 꽃을 피우게 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들에게 익숙하게 읽혀져 왔던 수필들이 망라되어 있다. 우리 수필 문학을 탐구하기 좋은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가들이 주로 많은 수필 작품들을 쓴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 그것은 유형이 비슷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책에 작품이 실린 계용묵, 전광용, 정비석, 김정한, 이상, 주요섭, 서영은, 나도향, 이태준, 이효석, 김훈 등은 소설가로 일가를 이루신 분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소설로써 더 많이 만나고 있다. 그들의 삶이 진솔하게 들어 있는 글이 이렇게 제공되어 있어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학자들의 작품도 많이 실려 있다. 박이문, 양주동, 이어령 등이 그 분들이다. 익히 알고 있던 분들, 그 다른 모습을 살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너무 마음에 끌리게 다가온 책이다. 책은 작품을 여섯 주제로 나누어 싣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생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랑 고뇌 그리고 소망, 살며 생각하며 느끼며, 삶의 의지와 진리의 샘, 향수와 여정 등으로 나누고 있다. 기존에 읽은 작품들이 많다. 그래서 더욱 친밀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읽은 작품들도 많다. 나도향의 그믐달,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피천득의 인연, 수필, 나의 사랑하는 생활, 이양하의 신록예찬, 나무, 이상의 권태, 정비석의 산정무한,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민태원의 청춘예찬, 계용묵의 구두, 조지훈의 돌의 미학, 백석의 동해, 박이문의 길, 김태길의 글을 쓴다는 것 등은 우리가 교과서에서도 만나는 글들이다. 그러기에 너무나 친숙하게 알고 있는 글들이다. 그들이 함께 하니 전체적으로 잘 정리가 되어 다가온다. 감사하게 소장할 수 있는 책이 될 듯하다. 수필은 작가의 호흡이 가장 잘 담겨져 있는 장르다. 개인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잘 드러나고 자신의 진솔하고 순수한 면을 잘 담고 있는 글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수필을 통해 작가에게 참되게 다가갈 수 있다. 진솔한 언어 속에 들어있는 진실을 만나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옛 시인의 작품 속에 나도 옛사람을 보지 못 하고 옛사람도 나를 보지 못 해도 옛사람을 보지 못 해도 옛사람이 행하던 길이 앞에 있으니 옛사람이 행하던 길이 앞에 있거든 아니 행하고 어찌할 것인가 라는 글귀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그 글이 떠오르는 것은 분들과의 대화를 한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좋은 읽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 그들의 마음을 느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대화를 통해서 나의 삶이 윤택해 지는 것을 만나고, 넉넉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이제까지 수필을 모아 놓은 책들을 많이 만나기는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좋은 자료들을 한꺼번에 엮어 놓은 책은 만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눈이 번쩍 떠진 듯한 느낌을 가졌다. 아이들과 대화를 위해서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다. 더불어 나누는 지혜가 가득한 지면의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서 향수에 젖고 혜안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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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 대한 느낌은 피천득의 <수필>이라는 글에서 다 알듯이 잔잔한 넉넉함을 느낄 수 있듯이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다. 짧은 글에 많은 소재와 주제들을 담을 수 있지만, 여백이 있는 수묵화처럼 은은하게 그려져 우리의 눈과 마음을 반짝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또한 기쁨과 슬픔 등의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어 인생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다섯 번째 개정되어 여기까지 왔다. 63권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예전에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들과 유명 수필들도 포함되어 있어 매우 반가웠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마치 요즘 잘나가는 광고의 카피처럼 “왕후의 밥, 걸인의 찬”으로 유명한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을 읽게 되니, 지금 다시 읽어도 가슴이 따스해지면서 또 아픔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양하’의 <신록 예찬>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초록색에 대한 공통된 느낌 덕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 바로 다음 ‘이상’의 <권태>를 읽으면서 앞의 <신록 예찬>과 너무나도 대비되어 웃음이 났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 똑같은 초록 세상에 대한, 지루한 생활에서 묻어나는 권태로움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기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피천득’의 <인연> 그리고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등 뿐 만 아니라 처음 만난 작품들에서도 제목처럼 마음을 다독여주는 무한한 따스함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서정범’의 <나비 이야기>는 방송에서 자주 뵙던 분이라서 그런지 작가만의 독특한 목소리가 생각이 났고, 그 글을 읽는 내내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놀랍고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하늘에 떠있는 달을 바라보기, 검푸른 바다를 그리워하기, 아름다운 사람과 숲으로 난 길을 걸으면서 봄 내음 맡기를 동시에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간이었다.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소재도 다양하고 '나도향', '피천득'에서부터 '안도현', '김훈'까지 작가들이 활동했던 시대도 많이 다르지만, 수필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글 속에 담긴 느낌 그대로 우리에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이 강력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개된 작품들의 첫 출간 연도가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현대 수필의 역사가 100년을 넘었다고 하니 <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에 소개된 작품들 중에서 어떤 작품이 가장 오래되었을까 하는 궁금증 탓이다.
작가들의 활동 연대를 찾아보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막상 찾아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첫 번째 작품인 ‘나도향’의 <그믐달>이 1925년 작품이라는 것은 찾았는데, 두 번째 작품인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부터 벌써 막히기 시작한다. 때론 단어들의 사용이나 상황들을 짐작해서 시대를 파악하는 것도 좋지만, 한 줄의 소개가 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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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
“한국 현대수필의 역사도 100년을 넘었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다. 100년 말이 100년이지 1세기에 해당되는 긴 세월이다. 그동안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수많은 수필이 쓰여 졌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수많은 작가들의 수많은 수필 가운데, 명수필을 60편을 정선해서 수록하였다. 원래 의도는 현대 수필 100년을 기념하여 100편을 선하고자 하였으나 실제 실을 만한 작품이 70여편 정도 밖에 가려지지 않아, 애초의 의도에서 조금 벗어났다. 그나마 정선한 70편중에서도 다시 꼼꼼하게 살펴본 결과, 결국에는 최종 60편이 선정되었다. 그 중 내가 좋아하는 대표적인 작품을 꼽아보면, 나도향의 “그믐달”을 시작으로, 피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과 “봄” 그리고 “인연”, 이어령의 “골무”, 이영하의 “신록예찬” 정진권의 “짜장면”, 목성균의 “세한도”, 김훈의 “광야를 달리는 말”, 마지막 정희승의 “살아 있는 돌”까지 그야말로 주옥같은 명문들로 정선되어 한 책으로 묶여져 있다.
혜택이 가장 아름답게 나타나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에 녹엽이 우거진 이 때일 것이다.……푸른 하늘과 찬란한 태양이 있고 황홀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는 이때 기쁨의 속삭임이 …… 우렁차게 터져 나와 산과 들을 흔들 듯 한 이러한 때를 당하면, 나는 비록 곁에 친한 동무가 있고 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할지라도 이러한 자연에 곁눈을 팔지 아니할 수 없으며……(이양하의 “신록예찬” 중에서)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피천득의 “인연” 중에서)
어떤 글은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를 대로 밑줄을 그었다. 그런데 밑줄을 긋다보니, 오! 이런... 글 전체에 다 빨간 펜으로 밑줄을 긋고 말았다. 정말 버릴 문장이 단 한 줄도 없었다.
“수필!! 한 시대를 관통하는 삶의 기록”이란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고 문구 또한 대단히 인상적이다. 100년 수필 역사에 부끄럽게도 현대 수필을 제대로 읽어 본 게 언제인가 싶다. 그동안 수필은 단편적인 내용들을 욕약했는 것만 보았을 뿐, 마음 먹고 제대로 읽어 본 작품은 참 드문 것 같다. 하지만, 이 한 책이면, 수필의 정수를 맛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왠지 수필을 직접 써 보고 싶은 욕구도 생길 것만 같다.
실로 오랜만에 수필을 대하니, 갑자기 수필을 탐독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인다.
그리고 이번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수필 책은 책이 아담하니, 너무 예쁘다. 시각적으로도 실용적인 면에서도 매우 잘 만든 책인 것 같다.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스한 봄을 맞아 우리나라의 주옥같은 수필들이 가득 담겨 있는 “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을 통해 근 현대의 명작 수필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보는 것도 대단히 의미가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도 이 한 권의 책과 함께 따스한 봄, 흐트러지게 꽃이 핀 야외 벤츠에서 앉아 향이 좋은 커피와 함께 하기에 이보다 좋은 책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 살며…… 생각하며……느끼며……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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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청자의 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소수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서른다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 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 ( 피천득의 '수필' 중에서, p. 276) 얼마만에 읽어 보는 피천득의 '수필'이란 글인가 ! 학창시절 가장 흥미있었던 과목이 국어였다. 그래서 그 시간에는 두 눈 반짝 반짝거리면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기에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시, 수필은 지금도 구절 구절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게 느껴진다. '피천득'의 '수필'도 몇 몇 문장은 그래도 머리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물론, 그 의미는 그리 명확하게 알지 못했던 것 같지만. 앞의 문장을 읽다보니, '수필이 지니고 있는 성격을 이처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새삼든다. 수필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읽으면 그것이 바로 수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수필은 쉬운 글인듯 보이지만, 그렇게 단순한 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수필 속에 담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때에만 제대로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가장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수필이 아닐까 생각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 ( 피천득의 '수필'중에서)이기에 읽고 나며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현대 수필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필가와 작가 등이 수필을 남겼지만, 우리의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싶은 수필은 70 여편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 60여 편의 골라서 바로 이 책 <한국의 명수필>에 담아 놓았다. 나도향의 그믐달, 이양하의 신록예찬, 나무, 정비석의 산정무한,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김진섭의 백설부, 피천득의 인녕, 수필 등은 교과서에 실렸었거나 현재도 실려 있는 작품들이기에 우리들과는 친숙한 수필들이다. 이렇게 친숙한 수필을 읽게 되니, 옛 생각이 난다. 내가 이 수필들을 처음 읽었던 학창시절의 교실 속에 앉아 있는 그런 기분이 든다. 정비석의 '산정무한'은 금강산 기행문인데, 이 수필을 배울 때에 마의태자 이야기가 애처롭게 느껴졌었는데, 지금 읽어도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다가온다. " 길이 저물어 지친 다리를 끌며 찾아 든 곳이 애화(哀話) 맺혀 있는 용마석 (龍馬石) -마의태자의 무덤이 황혼에 고독했다. 능(陵)이라기에는 너무 초라한 무덤 - 철책도 상석(床石)도 없고, 풍림(風霖)에 시달려 비문조차 읽을 수 없는 화강암 비석이 오히려 처량하다. 무덤가 비에 젖은 두어 평 잔디밭 테두리에는 잡초가 우거지고, 창명히 저무는 서녘 하늘에 화석(화석)된 태자의 애기 (愛驥) 용마(龍馬)의 고영(高影)이 슬프다. 무심히 떠도는 구름도 여기서는 잠시 머무는 듯, 소복한 백화(白樺)는 한결같이 슬프게 서 있고, 눈물 머금은 초저녁 달이 중천에 서럽다." ( 정비석의 '산정무한' 중에서 , p. 103)
정진권의 '비닐우산'에는 지금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파란 비닐우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볼품 없는 비닐우산, 바람이 불면 금방 살이 부러져 나갈 듯한 비닐우산, 그 우산을 단돈 100원에 사던 그 시절의 파란 비닐우산 이야기이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파란 비닐우산 장수들이 길로 나와서 우산을 판다. 가난한 사람들은 단돈 100원이 없어서 볼품없는 파란 비닐우산을 사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계용묵은 '구두'에서 그 시절에 구두를 오래 신기 위해서 구두의 뒤축에 징을 박던 때의 이야기를 한다. '또그락 또그락' 말발굽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내던 구두를 신고 창경궁 곁담을 걸어가다가 어떤 소녀를 뒤따라 가는 꼴이 되었는데, 구두 뒤축의 징소리를 듣고 자신을 따라 오는 줄 알고, 도망치던 소녀와의 신경전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책 속에 담긴 수필들은 한국 수필을 대표하는 작품들이기에 몇 십 년전에 쓰여진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독자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의 이야기가 많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주옥같은 수필들이니 두고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이 책을 꺼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1993년에 초판이 간행되었고, 이번에 다섯 번째 개정판이 나왔다. 오래전부터 이 책을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도 상당수가 있을 것이다. 아껴서 아껴서 몇 편씩 음미하면서 읽고 싶은 그런 수필들이다. 마지막으로 이양하의 '나무'의 몇 구절을 적어 본다. " 나무는 고독하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안다. 안개에 잠긴 아침의 고독을 알고, 구름에 덮인 저녁의 고독을 안다. 부슬비 내리는 가을 저녁의 고독도 알고, 함박눈 펄펄 날리는 겨울 아침의 고독을 안다. 나무는 파리 옴쭉 않는 한여름 대낮의 고독도 알고, 별 얼고 돌 우는 동짓날 한반의 고독도 안다. 그러면서 나무는 어디까지든지 고독에 견디고, 고독을 이기고, 고독을 즐긴다. " (p.p. 217~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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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은 기름진 음식보다 소박하고 깔끔한 나물반찬이 그리울 때가 있다.잘 담근 된장이며 고추장에 그저 참기름 몇방울이나 쳐서 내놓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간직한 그런 나물반찬이 그득 차려진 밥상을 받는 느낌이다.특히 기나긴 겨울을 지나 봄들판에서 자란 흙냄새 그득한 냉이며 쑥, 매콤한 달래에씁쓰레한 씀바귀까지, 말미에 잘 볶은 커피를 내려 입가심까지 한 것같은 수필집을 만났다.수필하면 피천득의 '인연'과 낙엽을 태우면 잘볶은 커피냄새가 난다던 이효석이 떠오른다. 수필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싱싱함이 느껴지고 천연으로 물들인 씨줄과 날줄을 엮어만든 고운 명주가 연상된다.소설처럼 화려하거나 난해하지 않지만 사람냄새 물씬나는 생동감이 묻어있다.'한국이 명수필'이라고 명할만큼 이 책에는 한국 수필사에 길이 남을 수필 60여편이 실려있다.30여년동안 교단에서 문학을 가르쳐온 편자가 어렵게 고르고 고른 알토란같은 작품들이다.한국문학의 거장들인 나도향, 이상, 피천득에 이어 최근 베스트셀러 시집을 출간했던 안도현에이르기까지 귀한 작가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작가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부터 미처 이름을 알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오래전 쓰여진 글중에는 요즘은 흔히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들이 들어있어 새삼 묵은 시간들이다가오기도 한다. 요즘은 웬지 음식도 글도 예전이 더 좋았던 것같고 문득 문득 그리울 때가 있다.'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민태원의 '청춘 예찬'-이 수필은 아마도 고등학교적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 보았을 것이다.이 청춘에 대한 예찬이 그 때는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태풍의 눈속에 갇힌 것처럼 고요하기만 했었다.그 때가 청춘이었는지 아직은 신록이었는지 가늠은 안되지만 분명 내게도 피끓는 시절은 있었을 것이다.이 청춘예찬은 결코 청춘일 때는 할 수가 없다.긴 시간이 지나서 시나브로 청춘이 떠나가고 못견디게 청춘이 그리워질 무렵에야 무릎을 치고 고개를끄덕이게 되는 일. 살다보면 그런 일들은 너무도 많다.어려서 공부로 만났던 수필들이 이제는 늙어가는 친구들의 수다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꾸밈없이 민낯으로 만나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글들이 그리울 무렵이면 이제 '노을예찬'을 쓰고도 남는나이가 되었다는 뜻일까. 아마도 이런 명수필집은 긴 세월이 흘러 다시 집어 들어도 새록 새록 내 마음을파고들 것이다. 붉게 멍든 가슴에 넣어도 소화 잘되는 그런 편안한 글들이어서 반가운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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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이란 무엇인가? 수필은 붓가는대로 쓴 글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붓 가는대로 라는 말이 막연하기에 다시 찾아보니 수필이란 어떤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개인적인 서정이나 사색과 성찰을 산문으로 표현한 문학 이라고 한다. 지금은 저세상으로 가신 피천득 선생 께서는 수필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하셨다.
'수필은 청자의 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서른다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 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 ( 피천득의 '수필' 중에서, 본문 p. 276)
나는 지금까지 수필에 대하여 이보다 잘 표현한 글을 읽은적이 없다.
한국 현대 수필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토록 오랜 역사속에서도 꾸준히 우리의 사랑을 받은 수필을 가려서 '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이라는 제목으로 펴낸 것이 바로 이책이다. 아주 오래전 학생때 읽었던 수필도 있고 학교를 졸업하고 읽은 수필도 있다. 수필은 시처럼 압축하여 표현하는 문학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서를 아우르는 잔잔한 문장에서 소설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책의 앞부분에 나온 김소운 선생의 ' 가난한 날의 행복'은 예전에 읽었었다 그때도 읽으면서 가슴이 뭉쿨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감동이 전해온다. 허세욱 선생의 '커피포트 하나' 도 마찬가지로 감동이 전해온다. 이 책에 나오는 지나간 가난한 날을 그리워 하는 글에는 한결같이 그 시절이 지겨웠다는 말이 없다. 그래서 더 감동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시끄러울때면 산책을 즐기는 나에게는 맹난자 선생의 '산책'도 더 마음에 다가왔다. 이효석 선생의 '낙엽을 태우면서'는 지금까지 여러번 읽었는데, 읽을때마다 선생께서 대단한 문장가 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 소개된 수필중 서영은 선생의 '거기에 해바라기가 있었다'는 서영은 선생이 30년 연상의 남편 과의 신혼시절에 대한 내용이다. 남녀의 사랑이나 부부의 사랑에 대해 특별히 얘기한것이 없어 더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하면 말이 되려나 모르겠다. 마치 친정아버지 같은 노인을 남편으로 모시고 사는 생활에 대하여 담담하게 남의 일처럼 써내려간 글이, 딸같은 아내였던 서영은 선생에 대한 연민의 정을 부추긴다.
수필은 자신의 생활이 많이 드러나는 글이다. 그래서 수필쓰기를 주저하는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책을 읽다보니 수필이야 말로 우리 삶의 향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의 삶이 뜻대로 되지않는다는 것을 아는데에,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전생애가 다 걸리는 것도 같다는 맹난자 선생의 말이 오랫동안 머리속에서 맴돈다. 아담한 크기에 보석같은 수필이 담긴 이책은 부담없이 선물하기에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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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생각하며...느끼며... 나도 붓 가는 대로 마음대로 글을 누에고치 실 뽑아내는 듯이 술술 써 내려 가보고 싶지만 그게 맘처럼 쉽게 써지지가 않는다. 요즘은 sns라든가 블로그에 쓰는 잡다한 글들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있지만 말이다. 피천득의 봄 <수필>, <인연> ,이상의 <권태>, 양주동의 <질화로>, 백석의 <동해>, 이어령의 <벌의 언어와 나비의 언어>... 내놓라 하는 명문장가들의 유려한 글들을 모아 놓은 이 책을 보니 예전의 여학교 시간에 읽던 손때 묻은 정겨운 국어책을 다시 만난 것 같이 반갑다. 송광성 편자는 100년이 넘은 한국 현대 수필의 역사를 정리하여 한국 수필 선집을 엮었다. 네 번의 수정 보완에 걸쳐 이 책이 다섯 번째 개정판이다. 한국 수필이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나는 이 100년이라는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한국 현대 수필 문학의 태동 시기를 1910년경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한일 합방과 해방, 그리고 6,25 전쟁의 거센 역사를 지나야 했다. 역사의 풍랑을 거쳐 세월의 파고를 이긴 주옥같은 작품들을 고르고 골라 모아 놓은 것이다. 책의 구성은 <나의 사랑하는 생활>,<봄,여름,가을,겨울> <사랑,고뇌 그리고소망> <살며 생각하며 느끼며> <삶의 예지와진리의샘> <향수와여정>등 63편의 수필이 6개 장으로 구분되어 엮어져 있다. 각편에는 지은이의 간단한 약력 소개가 있어 수필을 쓴 시대적 장소적 배경을 유추해 보기가 쉽게 되어 있다.지은이 중에는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도 많고 또 생소한 이름의 작가가 많이 있었다.내가 수필에 대해 무지했던 점도 있지만 그만큼 묵은 시간이 느껴지기도 했다.그 글들 속에서는 예전의 음식이라든가 말투라든가 향수를 느끼게 했다. 한편한편이 어쩌면 이렇게 따스하고 정겨울까. 글쓴이들의 생활이 녹아있기도 하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감성이 살아있는 감성이 정말 따사롭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수필의 색깔은 홍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하여 추하지 않고, 온아우미하다.. ...읽는 사람의 얽굴에 미소를 띠게 한다. -피천득의 수필 중에서 글쓰기 연습을 하는 나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보배같이 귀한 책이다. 베껴쓰기를 하면서 글에 대한 감성을 기르고 싶다.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핑크계열의 북커버도 이쁘고 글 사이사이 함께 있는 삽화들도 읽는 이로 하여금 청랑감을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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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은 기름진 음식보다 소박하고 깔끔한 나물반찬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잘 담근 된장이며 고추장에 그저 참기름 몇방울이나 쳐서 내놓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 간직한 그런 나물반찬이 그득 차려진 밥상을 받는 느낌이다. 특히 기나긴 겨울을 지나 봄들판에서 자란 흙냄새 그득한 냉이며 쑥, 매콤한 달래에 씁쓰레한 씀바귀까지, 말미에 잘 볶은 커피를 내려 입가심까지 한 것같은 수필집을 만났다. 수필하면 피천득의 '인연'과 낙엽을 태우면 잘볶은 커피냄새가 난다던 이효석이 떠오른다.
수필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싱싱함이 느껴지고 천연으로 물들인 씨줄과 날줄을 엮어 만든 고운 명주가 연상된다. 소설처럼 화려하거나 난해하지 않지만 사람냄새 물씬나는 생동감이 묻어있다.
'한국이 명수필'이라고 명할만큼 이 책에는 한국 수필사에 길이 남을 수필 60여편이 실려있다. 30여년동안 교단에서 문학을 가르쳐온 편자가 어렵게 고르고 고른 알토란같은 작품들이다. 한국문학의 거장들인 나도향, 이상, 피천득에 이어 최근 베스트셀러 시집을 출간했던 안도현에 이르기까지 귀한 작가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작가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부터 미처 이름을 알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오래전 쓰여진 글중에는 요즘은 흔히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들이 들어있어 새삼 묵은 시간들이 다가오기도 한다. 요즘은 웬지 음식도 글도 예전이 더 좋았던 것같고 문득 문득 그리울 때가 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민태원의 '청춘 예찬'-
이 수필은 아마도 고등학교적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 보았을 것이다. 이 청춘에 대한 예찬이 그 때는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태풍의 눈속에 갇힌 것처럼 고요하기만 했었다. 그 때가 청춘이었는지 아직은 신록이었는지 가늠은 안되지만 분명 내게도 피끓는 시절은 있었을 것이다. 이 청춘예찬은 결코 청춘일 때는 할 수가 없다. 긴 시간이 지나서 시나브로 청춘이 떠나가고 못견디게 청춘이 그리워질 무렵에야 무릎을 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일. 살다보면 그런 일들은 너무도 많다. 어려서 공부로 만났던 수필들이 이제는 늙어가는 친구들의 수다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꾸밈없이 민낯으로 만나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글들이 그리울 무렵이면 이제 '노을예찬'을 쓰고도 남는 나이가 되었다는 뜻일까. 아마도 이런 명수필집은 긴 세월이 흘러 다시 집어 들어도 새록 새록 내 마음을 파고들 것이다. 붉게 멍든 가슴에 넣어도 소화 잘되는 그런 편안한 글들이어서 반가운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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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수필’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이 나에게 주는 유익을 절감하는 기회가 되었다. 수필은 맛과 향이 완숙한 과일 같은 문학이다. 이 책은 한국수필 중 유명한 분들이 쓴 수필을 정선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오래된 앨범에서 흑백사진을 볼 때와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작가들이 쓴 글들은 우리가 살았던 삶의 편린들을 써 놓았다. 수필은 소설처럼 길지 않다. 그리고 시처럼 짧지도 않다. 그러나, 이 짧은 한 편의 수필이 주는 감동은 장편소설 한 권이 주는 것보다 더 크고 깊다. 그러나, 글의 감동으로 말하자면 이 책에 있는 모든 작품에 다 해당되는 경우가 된다. 수필 중에는 청량한 감수성으로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우고 읽었던 수필을 만날 수 있는데 이양하의 ‘신록예찬’, 인태원의 ‘청춘예찬’ 정비석의 ‘산정무한’, 피천득의 ‘인연’ 김진섭의 ‘백설부’ 등의 작품을 읽으며, 꿈 많던 시간들을 반추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