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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태어난 해가 1582년. 그리고 이 회상기는 1633년경까지의 일을 기록하고 있으니, 알론소 데 콘트레라스라는 스페인 출신의 한 풍운아가 이 회상기를 쓴 시기는 그의 나이 50세 즈음이다. 어린 시절 막 되먹은 꼴통이었던(검사의 아들을 칼로 찔러 죽일 정도로) 그는 평범한 직업을 거부하고, 어린 나이부터 전쟁터의 전사로 나선다. 그때부터 그의 모험은 시작되는데 스페인, 포르투갈을 비롯하여, 이탈리아, 레반트 지역, 심지어 서인도 제도까지 온갖 여정이 펼쳐진다. 가는 곳마다 전투가 벌어지거나, 혹은 싸움이 벌이고, 사랑을 나눈다(조금 과장은 있지 않을까?). 어찌 보면 낭만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삶에는 내일이 없었다. 오늘 죽더라도 하등 아까울 것 없는 삶. 그런 삶을 살아온 것이다. 이러 저런 잘못과 오해로 감옥을 드나든 것도 여러 차례였고, 죽음을 목전에 둔 것도 여러 차례였다. 만달 전투원에서, 상사로, 중대장으로, 그리고 몰타 기사단의 기사로 신분이 상승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제 형성되어가는 근대 국가의 전투 기계로 철저히 이용당하는 모습이다(비록 그 자신은 그렇게 여기지 않았지만).
그가 지중해를 무대로 활약한 시기는 17세기 초반. 유럽의 북쪽에서는 종교 문제와 영토 문제 등이 얽힌 30년 전쟁이 한창이었던 시기다. 역사는 주로 그 북쪽을 주시하지만, 남쪽에서도 그 못지 않게 어지러운 전쟁이 벌어졌음을 이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전쟁과 전투를 통해서 어렵사리 근대 국가의 틀이 이루어졌다는 것도.
사실 이런 중심이 없는 책을 읽는 것은 고역일 때가 많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책은 술술 읽힌다. 지역 이름이나 직책, 사람 이름 등에 대한 강박만 좀 떨쳐낸다면 말이다. 그만큼 콘트레라스의 ‘모험’이 흥미진진하다는 얘기이고, 그걸 솜씨 있게, 지루하지 않게 써냈다는 얘기도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모험담, 회상기로서 뿐만 아니라, 어쩌면 여행기로도 읽힌다. 아마도 국내 출판시에 넣었을 지 모르는 사진들은, 그가 거쳐간 곳의 옛 지도와 현재의 모습 등을 보여주는 데 그게 또 마음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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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이 사라진 이후 사분오열되었던 유럽의 대부분을 통합하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