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목적은 정치에 관심 없는 2030대에게 쉽게 정치를 가르쳐 주기 위해 출판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존버', '순삭', '정치충', '코스프레' 등 밀레니얼 세대 용어들도 종종 나온다.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나름 노력한 모습이다. 정치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며 정치하는 동네형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정도 역사는 알고 있어야 돼. 쉽게 설명해줄게, 존잼이야!"
사실 처음 목차만 보고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 들었다. 책 표지부터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였다. 예전에 같이 공부했던 스터디원에게 소개해줬더니 표지도, 내용도 너무 읽게 싫게 생겼다고. 목차와 소제목들은 생소한 지명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스윽 훑어보니 본인이 직접 답사한 사진들이 많이 있어 진정성이 느껴졌다. 프롤로그를 읽은 순간 '어, 조금 다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직접 탐방하며 겪었던 일화들이 소소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책을 읽고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여행한 동선이 머릿 속에 그려진다.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큼지막한 사건들을 많이 전하는게 목적이다. 공감하기 위해 자신에게 적용하다 보면 약간 거리감이 느껴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와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암기하고 끝난다. 그에 반해 이 책은 몇 몇 사건들을 좀 더 자세하게 전하는데 집중했다. 권력자의 시선이 아니라 다수 시민의 시선으로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당시 시민의 삶과 아픔을 반영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지루한(?) 역사시간에 다들 졸고 있을 때면 선생님이 재미난 역사 소재로 분위기를 전환하곤 했다. 대부분은 수업 진도와 관련된 소소한 옛 일상 얘기였다. 역사 유튜브에서도 자세하게 그 상황을 설명해줄 때면 관심을 가지고 더 시청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시민의 삶은 비슷하고 공감 되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우리들 대부분은 일반 시민 아닌가. 이 책은 당시 우리 소시민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 와닿는다.
책에서는 민주주의, 혁명, 전쟁, 그 사이에서 권력자들에게 희생된 시민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어도 이 이면에는 국민의 희생이 있었다.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엘리트들의 대단함은 이미 하도 많이 들어서 다 안다. 근데 '우리'가 만들어 나간 역사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물론 정치,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다 알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2030대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 이렇게 평화롭고 먹고 살기 풍족한데 정치판 그네들이 왈가왈부하는 거에 관심이 있을리가. 공부하고 취업하는데도 바빠 죽을 지경이다. 정치는 무슨.
나 포함 모든 인간은 변화를 싫어한다. 사람은 직접 쓴 맛을 겪으면 그제서야 후회한다. 상황에 맞게 적응하여 사는 것이 생존에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원시시대 부터 그렇게 진화하였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 먹다가는 탈이 난다. 나라가 망한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부자들이 꿈쩍이나 할까? 그들은 이런 일이 있을 거를 이미 예상하고 돌파구를 마련해 놓았을 확률이 높다. 결국 손해보는 건 무지한 소시민이다. 알고 맞는 것과 모르고 맞는 것의 차이는 실로 크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강원도 사북 사건, 부산 정치 파동, 제주 4.3 사건, 베트남전쟁, IMF 대통령으로 기억하는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 재조명하고 있다.
강원도 사북 사건. 요약하자면 노동 취약 계층이 반기를 일으켜 혁명을 일으켰다는 내용이다. 돈을 많이 주지 않아 폭동을 일으켰다는둥, 경찰을 이유 없이 폭행했다는 등의 사건으로 알고 있다. 작가는 이 사건이 '무식한 폭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1955년 후반 부터 시작되었다. 석탄 수요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강원도 사북에 몰렸다. 국가는 이 원동력으로 드라마틱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이 과정 속에서 노동자들의 입장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들 위의 자본가들은 부정 부패는 당연하고 인권 없는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부렸다. 정부는 마음대로 석탄 가격을 조정하고 독재하며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석탄 하나만 보며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여러 차례 고충을 말하고 자신들의 상황을 피력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No". 열악한 환경을 무릅쓰고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일 하는 노동자들의 설움이 폭발하였다.
지금도 이름만 다르지 본질은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아르바이트만 해도 몇 년 전에는 최저시급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노동자가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하는 사회는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다. 작가는 이런 사건이 주는 교훈을 잊지 말자고 당부한다. 나중에 오는 안 좋은 여파는 고스란히 개인이 다 받아야 한다. 산업화의 기반을 만든 것은 노동자들이다. 우리는 이 노동자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사북 사건을 살펴보며 지금의 한국 사회가 노동자들이 이룩한 사회라는걸 새삼스레 다시 느꼈다.
누구도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아니지만,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제주 4.3 사건 난 작년 초 제주도로 바람을 쐬러 갔었던 적이 있다. 취업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같은 나라 다른 섬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었다. 어떻게 놀면 좋을까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을까 들떠있었는다. 같은 공간에서 작가는 제주 역사의 아픔을 생각하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제주 4.3 사건은 좌파와 우파 이데올로기의 싸움의 희생터이다. 실제로 공산당이 출몰했고~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행한 것이었고~ 등의 이유는 하등 상관 없다.
책에서 이 당시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는데 읽으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무런 죄 없는 시민들에게 '아닌 것' 같으면 총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정부에 토 달면 죽여버렸다. 말 그대로 개죽음 당했다. 이념에 희생된 것은 무고한 시민들이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반영되면 나라가 더 좋게 발전한다거나 국민 생활이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사건이 절대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극단적으로 표출된 역사였다고 말한다.
과정이 중요한지 결과가 중요한지 아직 정확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다만 이런 비극적인 역사에서는 결과만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한 번 있었던 일은 또 일어날 확률이 높다. 지금도 민주주의는 실현되고 있다. 다만 그것에 기여한 사람이 누구고 우리가 지금처럼 느긋하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배경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 역사는 짧기 때문에 지금 이러한 과오들이 반복된다는 사실도 참 놀라웠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는 기껏해야 30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까. 지금처럼 삐그덕 거리고 많은 잡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은 점점 높아지고 인터넷이 발달하며 세상이 한데 묶이기 시작했다. 외형은 발전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많이 바뀌지 않았다. 중대한 사항을 논하는 정치판은 변화가 더 더딜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요즘 정치인들의 주관이 뚜렷하게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에, 어딘가에 편승하여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는 정치인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걸까.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 청년들의 상황을 대변하지 않는 정책이 나온다. 상황들이 언급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발현 되지도 않고 있는 것 같다. 항상 초점은 부자, 기성세대, 기업에 맞춰져 있다. 젊은 정치인들이 많이 없기도 하거니와 대한민국 특유의 '꼰대'문화가 더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 걸까. 청년을 대변하는 정치가,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가, 사람을 생각하는 정치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정치판은 누가누가 목소리가 크고 자극적인 화제를 내놓느냐였다. 이슈를 이슈로 덮고 있다는 말에 적극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은연중 머릿속에는 나중에 큰 사람이 되어서도 정치에는 크게 신경쓰지 말자라는 생각이 만연했다.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조금은 기여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작가의 작은 날갯짓이 대한민국에 따뜻한 바람을 일으켜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치, 우리도 이제는 관심을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사라졌다고 찾는다면 그 누구도 죽음에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고 목숨 걸고 지키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전쟁이든 대형 참사든, 우리가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 교훈을 계속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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