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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다산북스/2016.7.29.
삼수생인 강무순은 할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반 강제로 두왕리의 할머니 댁에 남게 되었다. 할머니 댁은 아홉 모랑이 중 두 모랑이에 있다. 10여분을 걸어서 삼거리까지 가야 하루에 몇 번 들어오지 않는 시골버스를 탈 수 있는 산골이다. 할머니와 지내면서 할아버지가 쓰던 앉은뱅이책상에서 15년 전 자신이 그렸던 보물지도를 찾았다. 그림의 내용 해석을 못하다가 할머니의 도움으로 보물을 찾아 나섰다. 말우지 고개 넘어 경산유씨 종갓집을 할아버지 손잡고 놀러왔던 생각을 했다. 홍살문 앞에서 찾은 15년 된 다임개술(타임캡슐) 안에서 자전거와 소년의 조각, 글자가 지워진 오각형 배지 하나, 젖니 하나 등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 된다.
15년 전 8월의 어느 토요일, 갑진이 할머니 백수잔치에 잘사는 자식들 덕에 온 동네 사람들이 대절버스로 해수온천욕을 가느라 집들을 비웠다. 온천욕에서 돌아온 날 한 동네에서 4명의 소녀가 사라졌다. 유씨 종손 외동딸 선희, 목사 막내딸 예은이, 황씨네 큰딸 부영, 유씨네 서자 재당질 미숙, 이렇게 네 명이다. 이들의 실종사건은 봉고차 인신매매단의 활동과 맞물려 전국적인 빅뉴스가 되어 대대적으로 찾았지만 어떤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 채 미제 사건으로 일단락 되었다.
사건이 일어난 때 여섯 살이었던 강무순은 늦게 본 남동생 때문에 잠시 할머니 댁에 내려 와 생활하던 때였다. 교회 목사 사모님이 잘해주어서 자주 가서 막내딸 예은이와 놀고는 했었는데, 그날도 거기서 놀고 있으라고 했지만 따라간다고 고집피우고 우는 무순을 떼어놓을 수 없어 데려갔지만 해수욕장이 아니라고 거기서도 울었다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로 강무순은 서울로 올려 보내졌고 할머니 댁에 출입금지를 당했다. 그리고 15년 만에 혼자된 할머니와 말벗을 하기 위해 남아 생활하게 된 것이다. 유씨네 종갓집 차기종손 꽃돌이를 종갓집 앞에서 만났다. 할머니 말이 꽃돌이는 종손의 양자라 한다. 그와 함께 타임캡슐에서 찾아낸 자전거와 소년의 주인공을 찾아 종갓집 외동딸 유선희의 행방을 쫓게 되는데……
삼수생인 무순은 일반 상식이 약간 부족한 듯하게 묘사된다. 그저 자기 생각을 몸으로 실천하면서, 공부하고는 멀지만 아직 포기는 못하고 있는 정체성이 어정쩡하게 그려지고 있다. “문화재청장의 말씀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은 요거다. ‘종택은 주변에 다른 집을 두지 않는 게 관습이라서 고택(孤宅) 이라고도 한다.’할렐루야! 보물 찾는데 이 사람 저 사람 지나다니고 쳐다보면 그것도 곤란한데, 일이 척척 되어간다.(p.48)” 여기서 말하는 종택을 고택이라고 하는 것도 문화재청장의 명의로 세운 안내표지판을 빌어서 표현하고 있다.
소설에서 무순은 할머니와 격의 없이 대화를 한다. 할머니도 손녀딸에게 육두문자를 마다하지 않고 사용하여 오히려 정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것도 충청도 사투리로 표현해서 더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할머니 어떻게 알았어?” “뭐를?” “유미숙 엄마 아빠가 유미숙 만나러 간다는 거.” 멀미약의 기운이 도는 걸까? 홍간난 여사는 무슨 소린지 제꺽 알아듣지 못했다. “아까 삼거리서 하드 먹을 때, 이상하다 이상하다 그랬잖어. 뭐가 이상해서 쫓아온 건데?” “이이, 그거…혀를 차잖어.” 홍간난 여사는 하품을 길게 한다. “미숙이 엄마가 혀를 차더라구. 부영이네를 보믄서 쯧쯧쯧…남들이랑 똑같이 말이여.” (p.226)
“우리 주변의 일이 칼로 자른 무처럼 깨끗한 시작과 결말을 갖는 걸 본 적이 없다. 낮과 밤은 분명 구분할 수 있지만, 낮이 밤이 되는 순간을 특정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그렇게 명료하지 않다고 인터뷰까지 할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 한 말이니까 아마 맞는 말이겠지. 두왕리의 사건도 한참 지나서 돌아보면 그때 명확해질지 모르겠다. 그 시작과 끝이.(p.359)” 할머니와 헤어질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날의 무순 생각을 표현한 말이 재밌다. 스물 하나 앳된 삼수생의 생각에서는 인터뷰하는 사람은 모두 훌륭한 사람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반짝이는 젊은 감각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들깨는 보통 질긴 게 아녀. 꺾어 꽂아도 뿌리가 나니께.” 들깨의 ‘들’자가 야생을 말하나 보다. 버려졌는데도 살아난 들깨 모종을 보면서 꽃돌이를 생각했다. 생긴 건 온실 속 화초처럼 생겼어도 생명력만은 들깨를 닮았으면 하고 바랐다.(p.373) 생전에 보지 못한 누나 선희의 비밀을 알게 된 후 행방불명된 꽃돌이를 생각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 놓아 독자들에게 신선한 시선을 느끼게 하는 재주도 있음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 드라마 <연애시대>와 <얼렁뚱땅 흥신소>등이 있고, 2016년 7월 드라마<청춘시대>로 복귀했다. 첫 장편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로 소설 작가로 데뷔했다. 곳곳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듯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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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너무나 지치고 힘든 이 때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이런 아이 참 이상해 하고 시작한 느낌이 어느새 함께 웃고 함께 모험을 떠난 느낌이었다. 책을 소설을 읽는 이유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간접 경험들을 같이 겪으며 같이 느끼고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면에서 여름,어디선가 시체가는 웃음과 슬픔과 현실을 함께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유쾌하게 시작해서 씁쓰름한 현실을 보기도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들도 느낄 수 있다. 일단 유쾌하다. 즐겁다. 그리고 할머니의 뾰루뚱한 표현들 속에 담겨진 따스함과 세월의 무게들은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고 또 포근한 가족의 느낌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책 참 좋다. 즐겁게 읽고 즐겁게 그 따스함을 주변에 나누어 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