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지마비 장애인과 그의 간병인으로 일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다. 주인공들의 관계로 짐작해 보건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충분히 예상된다. 까칠했던 남자가 여자의 밝고 착한 성품에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져 삶의 즐거움과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된다는 상투적인 줄거리. 실제로 이야기는 그렇게 전개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상투성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우선 남자는 죽는다. 사랑하는 여자를 앞에두고 더 살고 싶은데 어쩔수 없이 죽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의지대로 예정한 대로 품위있는 죽음을 택한다. 평생 옆을 지키겠다며 죽지말라는 여자의 간청에 남자는 말한다. '당신이 옷을 입고 있든 벗고 있든 어떻게 할 수 없는 나를 보는 것이 괴롭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당연히 줄 수 있는 것들을 당신이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또 하나는 남자가 여자로부터 도움을 받는 관계였지만 사실은 그 과정에서 여자가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남자가 마지막 편지에서도 당부하듯 여자는 더 이상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적인 삶을 살게된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것 없는 일상, 이렇게 글을 쓸수 있는 평범함, 내 의지대로 밥을 먹고 머리를 감고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자유. 나보다 불행한 사람들을 보며 이와 같은 평범함이 사실은 지극한 행복이라는 교훈은 지금까지 많았고, 어떤 사람들은 매우 이기적인 비교우위의 감정이라고 폄하하기도한다. 하지만 이 책 보며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을 그런 도덕적인 잣대로 자아비판하고 싶지 않다. 소설이니까 그리고 그런 감정은 인지상정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