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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책 - 네루다의 질문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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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여러가지다. 이 시집은 작년 가을 독서모임 회원을 통해 알게 됐다. 우리 모임에서 읽고 토론할 책으로 시집도 해봤으면 좋겠다면서 한 회원이 추천했는데, 시를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려운데다 질문이라는 완전히 낯선 형식의 시를 어떻게 감상하고 토론하겠냐는 다수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나 역시 시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이지만 각자 한두 편씩
"질문의 책 - 네루다의 질문하는 시" 내용보기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여러가지다. 이 시집은 작년 가을 독서모임 회원을 통해 알게 됐다. 우리 모임에서 읽고 토론할 책으로 시집도 해봤으면 좋겠다면서 한 회원이 추천했는데, 시를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려운데다 질문이라는 완전히 낯선 형식의 시를 어떻게 감상하고 토론하겠냐는 다수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나 역시 시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이지만 각자 한두 편씩 읽고 와 나름대로 느낀점을 말하며 나누는 시간도 좋겠다고 생각해 찬성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아 있다. 네루다의 질문하는 시는 내게 아쉬움이 남는 시다.

 

 

 이 시집에는 모두 74편의 질문하는 시들이 제목 없이 밋밋하게 번호 순으로 실려있다. 사실 한 편의 시에서도 첫째 연과 둘째 연이 종종 연관성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기분 내키는 대로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가운데 두 편만 소개해본다.

 

 

31

 

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지 내가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왔는지?

 

왜 나는 원치도 않으면서 움직이고

왜 나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지?

 

왜 나는 바퀴도 없이 굴러가고

날개나 깃 없이 날며

 

그리고 왜 나는 이주를 결정했지

내 뼈가 칠레에 살고 있는데?

 

 

 

이 시의 첫 연을 읽으니 생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떠오른다. 그만큼 귀여운 시다. 나는 이 세상에 무언가를 일어나게 하기 위해 왔다는 주인의식?, 무의식적 행동에 대한 관찰, 사물과의 차별성을 지닌 존재로서 생명체에 대한 의문, 유체이탈?이라 할 만한 몸과 의식의 분리를 통해 다르게 생각하기에 대한 영감을 주는 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49

 

내가 바다를 한 번 더 볼 때

바다는 나를 본 것일까 아니면 보지 못했을까?

 

파도는 왜 내가 그들에게 물은 질문과

똑같은 걸 나한테 물을까?

 

그리고 왜 그들은 그다지도 낭비적인

열정으로 바위를 때릴까?

 

그들은 모래에게 하는 그들의 선언을

되풀이하는 데 지치지 않을까?

 

 

  바다와 파도를 바라보며 의문을 품은 시 같다. 사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그 경이로움에 입을 딱 벌리거나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에서 시인은 의문을 넘어 동일시한다. 내가 파도를 한 번 더 볼 때 파도 역시 나를 본 듯하고, 내 질문과 파도의 질문이 똑같은 것으로 다가오며, 바위를 때리는 파도의 열정이 낭비 같아 안타깝고, 모래 위를 할퀴고 간 파도는 그들의 선언처럼 남는다. 그것도 지치지 않고 되풀이 하는 선언으로.

 

 

 작년에 여기 있는 시들을 처음 읽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땐 왜 그리 당황했는지...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기와 대화할 때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시들은 시인이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남긴 흔적들이 아닐까. 때로는 자연을 바라보며 때로는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뒤에 실린 질문한다는 것에 대한 옮긴이의 해설이 와 닿아 일부를 소개한다.

(그러나) 질문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모르는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며, 홀연히 '처음'의 시간 속에 있는 것이고, '끝없는 시작' 속에 있는 것이다. 더구나 시적 질문은 생각과 느낌의 싹이 트는 순간으로 타성/관습/확정 속에 굳어 있던 사물이 다시 모태의 운동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우습고 재미있고 엉뚱한 질문은 세계를 그 원초로 되돌려놓으면서 우리로 하여금 태초의 시간이 주는 한없는 신선함 속에 벙글거리게 한다.

 

 실은 모든 뛰어난 예술작품은 꼭 물음표를 붙이지 않더라도 물음표와 감탄사의 숲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예술을 감상(체험)하는 것은 질문과 경이의 숲을 헤매는 일이라고 해도 좋을 터이다.

 

 

 

a*******5 2019.07.19. 신고 공감 5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