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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끝내고 엘리제궁으로 들어서자 궁의 모든 문이 내 뒤로 닫혀졌다. 이제부터 나는 내 임무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57쪽)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으뜸가는 지도자로 꼽히는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의 회고록 〈드골, 희망의 기억〉에 나오는 내용이다. 1944년 파리가 해방되자마자 프랑스 임시 정부의 수반으로 나서는 모습을 직접 회상하며 쓴 이야기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가 도대체 무엇이었던가? 세계열강 속에서 강한 프랑스를 만들고, 국민들이 부채에 억눌리지 않고 건전한 재정 속에서 살아가는 것, 바로 국민의 편안을 위해 사는 게 그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알제리 독립 문제로 프랑스가 내분에 휩싸였을 때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 알제리 폭도들을 진압해 줄 것을 바랐던 우파들의 기대와는 달리 민족 자결주의의 원칙에 따라 알제리 독립을 주장했다. 이 책 3부의 '알제리'편에서 다루는 내용이기도 하다.
어디 그 뿐이랴? 당시로서는 과감했던 '뤼에프 계획(Rueff Plan)'을 실현시켜 국가 부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당연히 국민들의 삶은 조금씩 여유롭게 되었고, 그것이 생산성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다. 이 책 4부의 '경제'편에서 그가 얼마만큼 '학비'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여실히 들여다 보게 한다.
"아데나워 수상의 말에 의하면, 독일은 현재 좌절된 상태이고 강대국에 저당 잡혀 있는 형편이므로 프랑스에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프랑스가 독일을 국제적으로 위신과 신용을 회복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소련과의 관계에 있어 독일의 안전에 기여하고 위기의 국면, 특히 베를린에 깃들인 위기의 기운을 걷어주며, 그리고 독일이 재통일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주도록 힘써 달라는 것이었다."(272쪽)
제 5부 '유럽' 편에 나오는 드골과 아데나워 독일 수상 간의 대화 내용이다. 그만큼 그는 독일의 통일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어디 그 뿐이랴. 그는 서유럽 6개국이 모인 EEC(유럽경제공동체)의 영국 가입을 반대하는 강력한 목소리도 냈다. 프랑스의 외교적 입지가 얼마만큼 강해졌는지를 여실히 들여다 보게 하는 부분이다.
대통령을 지냈지만 그의 재산은 은퇴 후 집 한 채만 남았을 뿐이었고, 장례식도 국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를 것을 유언했다던 드골. 오직 프랑스를 구해 내기 위해 애썼고, 프랑스 국민만을 위해 봉사하며 살았던 그.
오늘 우리나라의 대통령과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덕목도 그것이지 않을까?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면 좌와 우의 대립이 아닌 공의로운 시각을 견지하는 것 말이다. 아울러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실현하는 프랑스 사회처럼 우리나라의 지도층들도 수준 높은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지금 청와대 문으로 입성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를 뒤따르는 곳곳의 수장들에게 필요한 덕목도 바로 그것일 것이다. 그리고 5년 뒤, 이전의 대통령과는 달리 그야말로 청렴결백하게 퇴임한다면 그 누구보다도 진정으로 존중받게 될 것이다. 다만 지금부터라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사회에 내 놓는다면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또한 어불성설(語不成說)로 그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디 드골을 떠올리며 국민을 위하 봉사자로 살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