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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과 루틴)의 여왕인 아내와 함께 수십 년을 걷다 보면... 문보영, 준최선의 롱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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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내가 (잘) 아는 (정말) 최선을 다하여 사는 사람이다. 반면에 나는 그 정반대(라고 말하기는 뭣하고 대각선 방향으로 반대 정도)에 위치하는 사람이다. 아내는 내가 알기로 첫 번째 대학 등록금을 제외하고는 두 개의 대학을 다니는 동안 한 번도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자신이 벌어서 납부하거나 장학금을 받았다. 반면에 나는 내 용돈 정도만 겨우 벌어서 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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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는 내가 (잘) 아는 (정말) 최선을 다하여 사는 사람이다. 반면에 나는 그 정반대(라고 말하기는 뭣하고 대각선 방향으로 반대 정도)에 위치하는 사람이다. 아내는 내가 알기로 첫 번째 대학 등록금을 제외하고는 두 개의 대학을 다니는 동안 한 번도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자신이 벌어서 납부하거나 장학금을 받았다. 반면에 나는 내 용돈 정도만 겨우 벌어서 충당했다. 봄에 집을 나와 여름에 집에 들어가곤 하였다.


  아내와 결혼을 하고 한 달여가 지난 다음 직장을 그만뒀다. 두 사람 생활비로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두 사람이 모두 노동 현장이 나서나, 하는 내 말에 그럼 형이 직장을 그만둬, 라고 아내가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 삼년 여를 신나게 놀았다. 오늘 나가면 내일이나 모레쯤 집에 들어오곤 했다. 아내는 생활비를 댔고,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 술값을 충당할 뿐이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번아웃되지 않고 최선 직전에서 어슬렁거리며 간 보기. 준최선으로 비벼 보기. 멀리 봤을 때, 최선보다 준최선이 가성비가 더 좋을지도 모른다. 최선은 관성을 깨는 행위이기 때문에 관성이나 습관이 될 수 없지만, 준최선은 관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준최선이 근육에 배면 어떤 일을 해도 디폴트 값으로 준최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선과 한 집에 살면 삶이 고달파지므로, 옆집이나 이웃 정도로 거리 유지를 하고 달걀 꿀 때만 최선이네 집에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충하는 것은 아닌데 최선을 다하는 것도 아니고 그 사이에서 묵묵하게 롱런하기. 준최선에서 한 계단만 오르면 최선이기 때문에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순간에 조금만 더 힘을 쓰면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계단 내려와서 쉬고, 최선이 비켜난 자리에 친구나 여유, 딴생각과 재미, 그리고 소중한 것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pp.34~35)  


  한 달 전쯤 아내의 팔목이 부러졌다. 여름 휴가를 맞아 홀로 자전거를 타고 녹번역 근처의 집에서 구리에 있는 장모님 댁으로 가는 길에 사고가 발생했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자신의 손목을 찍은 사진이 한 장 도착했다. 자전거에서 넘어졌는데 팔이 점점 부어오르고 있다고 했다. 구리 한강 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저 멀리 미니스톱 옆 벤치에 앉아 있는 아내가 보였다.


  집 근처의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었고 팔목이 부러진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깁스를 했다. 부러진 뼈를 맞추었지만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다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을 피했고 4주가 지난 이번 주에 깁스를 조금 줄일 수 있었다. 대신 애초에 말했던 6주가 아니라 7주째까지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아내가 깁스를 한 다음 날 달력에 D-41이라고 적었는데, 한 주가 늘어났고, 오늘 달력에는 D-16이라고 적었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일상을 잘 살아 내는 사람이다. 예술을 위해 일상을 내팽개치는 예술가 대신, 밥도 잘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자는 사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평범함’이다. 내게 예술이 전부였던 시절 나에겐 일상보다 시가 더 중요했다. 반면 시를 쓰지 않는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였다. 시를 잠시 떠나 있는 동안 내게는 무너진 일상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걸음마를 하듯이 일상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무너진 일상을 복구하면서 쓴 일기들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 내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연습. 꿋꿋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촌스러운 게 아니라고, 하루를 잘 살아 낸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pp.7~8)


  최선(과 루틴)의 여왕인 아내는 깁스를 한 그날 저녁 잠자리에서 나한테 이렇게 물었다. 근데 형 우리 이번 주말에 산에 갈 수 있어? 나는 한순간 멍해져 답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산에? 너 오늘 깁스 했어. 그러자 나만큼이나 당황한 것처럼 침묵하던 아내는 잠시 후 이렇게 물었다. 그럼 형 달리기는 언제부터 할 수 있어? 나는 그만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달리기? 미친 거야? 한동안은 걷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그러나 아내는 그 후로도 몇 차례 둘레길 산행과 달리기에 대해 물어와 내 속을 뒤집었다. 


  나는 (일주일만에) 결국 손을 들어 항복하고 깁스를 한 아내와 걷기 시작했다. 지난 주 부터는 안산 자락길, 상암동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걷고 있다. 토요일 안산 자락길을 걷던 아내는 너무 최선을 다하여 걱정인 직장 후배에 대해 조언을 구해왔다.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는 아내에게, 그건 네 후배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네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덧붙여주었는데, 아내는 아 그래? 라고 대수롭잖게 응수했다. 나는 이 책 《준최선의 롱런》을 아내(와 아내의 후배)에게 권하였다. 오늘 노을 공원에서 아내는, 다음 주에는 우리 다시 북한산 둘레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문보영 / 준최선의 롱런 / 부키 / 197쪽 / 2019 (2019)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1.09.1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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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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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하루를 산다. 도통 힘이 나지 않을 때 이 말을 떠올린다. 누군가의 하루는 각자의 하루로서 기능한다. 너의 하루. 우리의 하루가 아닌 각자의 하루, 나의 하루. 일상을 버틴다고도 하지만 나는 산다는 말이 더 좋다. 버티는 건 아슬아슬해 보이니까. 살아가는 건 무덤덤하고 냄새가 나지 않고 색채가 없는 말 같으니까. 그냥 산다. 문보영은 시가 아닌 산문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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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하루를 산다. 도통 힘이 나지 않을 때 이 말을 떠올린다. 누군가의 하루는 각자의 하루로서 기능한다. 너의 하루. 우리의 하루가 아닌 각자의 하루, 나의 하루. 일상을 버틴다고도 하지만 나는 산다는 말이 더 좋다. 버티는 건 아슬아슬해 보이니까. 살아가는 건 무덤덤하고 냄새가 나지 않고 색채가 없는 말 같으니까. 그냥 산다. 문보영은 시가 아닌 산문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을 읽고 직접 만들어 올린다는 유튜브의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보았다.

그곳에서 그는 매일유업에서 나오는 캐러멜 마키아토 커피 음료와 바닐라 라테를 즐겨 마신다. 도서관에 가서 공책을 펴들고 무언가 쓸 준비를 한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 산책을 다니고 돼지 인형 말씹러에게 애정을 준다. 친구를 만나 음식을 먹고 집에 와서 책상 정리를 한다. 북토크 행사가 잡히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다닌다. 여기까지 썼는데 별거 없다고 생각이 드는지. 맞다. 별거 없다. 브이로그는 거리를 걷고 무심히 버려진 쓰레기를 관찰하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는 내용이 전부 일 때도 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 상 한 번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봤더니 다른 이의 심심한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도 추천해준다. 친절도 하시다. 『준최선의 롱런』에서 문보영은 '별거 없음을 우리 삶에 초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브이로그의 의미를 정의한다. 자세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삶에 시와 문학만을 두고 살았을 때 그는 많이 힘들었던가 보다. 무너지는 일상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이 쌓였고 더 이상 두고 볼 수만 없었을 때.

일기를 썼다. 누군가의 브이로그를 봤다. 영상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이 쓴 일기와 비슷했다. 일기의 서사란 너무도 뻔했으니까. 서사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일어나고 움직이고 먹고 움직이고 쉬었다가 다시 잠드는 하루. 이상한 힘이 났다. 누군가의 하루가 나의 하루에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었다. 일기를 쓰다가 시를 쓰고 줄거리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도 책을 읽어나갔다. 『준최선의 롱런』에서 문보영은 자신이 책을 읽긴 하지만 줄거리 파악을 하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밝힌다. 정말 좋은 부분이었다.

누군가의 솔직함을 만나는 순간만큼 짜릿한 순간도 없다. 시인인데. 줄거리 파악을 못해서 역자 후기를 꼼꼼히 읽는다니. 『준최선의 롱런』은 문보영이 자신의 일상을 다잡기 위한 기록이다. 예술보다는 일상이. 시보다는 오늘 먹어야 할 아침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기록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좋다. 최선의 마지막 단계인 준최선까지만 열심히 하고 힘이 나면 최선까지 올라가 보는 것. 대충 하지는 않지만 열심히도 하지 않는 것. 그래야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일기를 열심히 쓰는 사람은 없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의 호응 관계까지 신경 쓰면서 최선을 다해 쓰지는 않는다. 그저 오늘 나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살려 휘갈긴다. 살아가는 나의 기록을 남겨 놓는다. 『준최선의 롱런』도 그렇다. 대외적으로는 시인이지만 시라는 글자를 빼면 사람.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문방구에서 고심해서 고른 공책에 지나갈 나의 하루를 빼곡히 적는다. 부디 일기를 쓰면서 대충 살아나갈 수 있기를.


s*****m 2020.01.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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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을 때 읽으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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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읽기 좋은 책입니다. 술술 읽히네요. 재미있는 남의 일기를 엿보는 느낌도 들고요. 나도 일기를 써야겠. 아니 메일 하루의 메모라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도 생각했어요. 최선을 다하지도 않으면서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혹은 후회를 하곤 하죠.흘러가는대로 순간순간에 행복하는 것만으로도 최선이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준최선도 너무나 어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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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읽기 좋은 책입니다.

술술 읽히네요.

재미있는 남의 일기를 엿보는 느낌도 들고요.

나도 일기를 써야겠. 아니 메일 하루의 메모라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도 생각했어요.

최선을 다하지도 않으면서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혹은 후회를 하곤 하죠.

흘러가는대로 순간순간에 행복하는 것만으로도 최선이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준최선도 너무나 어려운 것.

j******4 2020.01.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