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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본이 완간되었다는 소식에, 이 책의 마지막인 12권째를 구매했다. 예전에 1권을 읽었던 기억마저 흐릿해지는데, "단권 하나하나가 모두 흥미진진하다. 손이 가는 대로 펼쳐 읽어보라. 거기엔 생명력이 가득 넘쳐흐른다"라는 폴 발레리의 문구에 기대어, 손이 가는 12권째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책의 분량도 많고 각 단락도 길어서, 속도를 아예 늦추고 천천히 읽어가기로 했다. 한 문장씩 천천히. 신기하게도, 작중화자인 '나'의 말들에 집중해서 귀기울이게 된다. 사실 천천히 읽어야 하는 이유는 각 문장도 길고, 그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며 읽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정한 예술의 위대함은, 즉 노르뿌와 씨가 예술 애호가들의 유희라고 지칭하였을 그러한 예술의 위대함은,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유리되어 살아가며, 우리가 그것에 대체시키는 상투적인 지식이 차츰 더 두꺼워지고 침윤성이 적어질수록 우리 자신이 그것으로부터 멀어지는, 그리하여 미처 알지 못한 채 죽을 위험이 큰, 그러나 단지 우리의 삶일 뿐인 그 실체를, 재발견하여 포착하고 우리로 하여금 알게 하는 것 자체이다."(311쪽)
뒤이어 문학, 문체, 예술에 대한 서술이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 음미해볼 대목 중 하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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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어 제일 먼저 읽고 싶었던 책 중 하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다. 4,000장이 넘는 어마어마한 양인데다 책을 소개하는 내용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대학생이라면 이 책 한 권은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어느 곳에서나 툭 펼쳐 읽는 현학적인 자세를 보여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기롭게 책을 사서 페이지를 넘겨 보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만연체, 한 문장이 무려 10줄 이상인 것이 다반사인 이 책은 늘 읽자 마자 잠속으로 빠지게 하는 마력을 선사했다. 그렇게 책꽂이에 다시 꽂히고 뽑히길 여러 번 하던 사이 책은 사라졌고 다시 몇 년 후 도서관에서 빌려보다 연체되어 반납하길 여러 차례 반복하는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 결국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잊어버렸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이 책은 여전히 유명한 명성을 더해갔고, 서울대 필독서가 되었고, 다양한 찬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토록 찬사를 받았던 이 책의 완역이 근래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펭귄클래식에서 12권까지 나온 이 책은 정말 오랜 세월 독자를 기다리게 했고 또 잊혀지기도 했다. 이 책의 역사는 저자 개인의 역사라기 보다는 세계사의 한 부분같이 느껴진다. 1909년부터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를 본격적으로 집필하기 시작했고, 그 기간은 1928년까지 이어진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20세기 전반의 소설 중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에 있어서 최고의 것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는 '시간에 대한 성찰과 인생,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화자가 작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문학이 결국은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는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사실 책을 읽고 줄거리를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 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랭 드 보통은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삶을 낭비하지 않고 삶을 감사히 살아낼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는, 실천적이고도 보편적인 함의를 가진 책이다'고 평했다. 사실 보통이 말하는 이 책의 진의를 나 자신은 느껴보지 못했기에 100% 동의할 수 없는 말이지만 언젠가는 비스무리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