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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느낀다. 나는 음향과 목소리, 음악을 색깔로 본다. 런던 지하철은 칼이 가득 든 안장 가방처럼 회청색 소리를 낸다. 엄마의 목소리는 부드럽다. 꽁꽁 얼어붙은 바다 위의 부드러운 베일이다. 엄마의 목소리는 보라색이다. 현재 내 목소리는 무(無)이다. p.23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초록색이다. 진한 초록색 목소리. 오래되고 지혜로운 숲처럼 크고 조용하다. p.23
세상의 많은 소리를 색으로 느끼지만, 정작 자신은 색이 없는 열세 살 새뮤얼(샘)은,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아버지 헨리와 재회한다. 자신을 만나러 오는 길, 강에 빠진 아이를 구한 후 사고를 당해 의식이 없는, 어떤 색(色)을 가진 사람일지 가늠해 보기 어려운 상태로 말이다.
현재의 가족, 자신을 제외하고 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생각하는 어머니, 스티브 그리고 그들 사이의 아들 맬컴, 에게는 비밀로 한 채 매일 아버지를 만나러 병원을 들르고, 그곳에서 아버지의 연인(이었던) 에드위나(에디), 이제 열두살 생일을 맞이하는,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처럼 의식이 없는 소녀 매들린(매디)을 만난다.
책은 샘이 아버지 헨리를 만난 이후 46일 간 그들의 이야기를 현실(과거와 현재를 포함한)과 의식 저편 그리고 꿈을 통해 샘, 에디, 헨리의 시점에서 그려낸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다시 돌아오려 하는 헨리와 매디, 그들을 기다리는 샘과 에디의 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전개될수록 서로의 꿈이 함께 하고, 무의식의 세계에서 헨리와 매디가 만나기도 하면서, 또 샘이 헨리의 존재를 느끼면서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헨리와 매디를 기다리며, 에디와 샘은 자신이 지나온 시간들을 마주하고 주변의 사람들(이미 곁에 없거나 지금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항상 따뜻함으로 가득하지 않고, 때로는 또 하나의 마음 아픈 시간을 만들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40여일의 시간을 보내며 어느새 샘은 이제 초록색 목소리를 가진 소년으로 성장한다.
내 변성기는 지나갔다. 나는 내 말소리가 내 안에서 울리는 걸 느낀다. 깊숙이. 조용히. 그리고 내 말소리는 초록색이다. 짙은 초록색. p.374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누군가는 그들 곁으로 돌아와 손을 잡아 온기를 나누고, 또 한 사람은 남아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제는 온기를 전할 수는 없지만, 말을 건넨다.
우리는 행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랑. 인생의 모든 아름다운 시간들. 우리가 조용히 바라보는 모든 것들. 향긋한 내음, 웃음, 우정. 모든 입맞춤과 어루만지는 손길, 노래, 얼굴을 스치는 바람, 탱고. 음악, 밤이슬에 얼어붙은 가을의 풀이 부러지는 소리. 별들의 반짝임과 만족, 용기, 너그러움. 이 모든 걸 가져갈 수 있다. p.477
"텅 빈 심장으로 가지 마." 나는 그들에게 속삭인다.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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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마터면 말할 뻔 했다. “여기 머물러 줘!” 그리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이렇게 외칠 뻔 했다. 내 사랑이 사랑받고 싶은 갈망보다 더 컸다. 그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것보다 그가 내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는 게 훨씬 견디기 힘들었다. (p.45)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에는 어떤 내용일지 전혀 몰랐기에, 제목만 보고 사람 사는 이야기, 인생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만난 이 책은 너무나 묵직했다. 마치 돌을 잘라 단면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짧은 시간을 천천히 그린다. 물론 이 이야기에는 과거의 모습들도 그려지지만, 사실 그 부분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진짜 중요한 부분은 그들의 감정을 기록하는 부분이다. 난 그의 심리를 묘사한 부분을 읽다가 “그날 밤 내 잠은 평온하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에 있다.(p.244)” 라는 구절에서 눈물이 왈칵 했다. 누군가에게서 완전히 안전한 곳이라는 믿음을 나는 준 적이 있는가. 또 반대로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위안을 얻은 적이 있었던가.
그 순간 오프라 윈프리가 이 책에 대해 평가한 말을 완전히 이해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산다는 말의 뜻은 이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오롯이 나를 만나는 것.
아이가 죽음을 이해하는 장면에서 나는 가슴이 시렸다. 느리게만 들렸을 슬픈 카운트다운.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그 무겁고 느리고 차갑고 서늘한 사망선고. 이 책은 아마 그 사망선고보다는 누워있는 그 시간들을 매우 촘촘히 연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았다면 죽음 그 짧은 순간을 철저히 기록했을 테니. 하지만 이 책은 죽음의 긴 순간을 기록한 책이다. 그래서 삶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죽음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알지 않는가. 죽음과 삶은 어차피 등을 지고 살아가는 것을.
훗날, 내가 다시 태어나면- 그때는 꼭 다시 만나리라고 다짐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마음이 든다. 지금도 이루지 못한 것을, 다음 생에는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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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심장으로 가지마
솔직히 <꿈의 책>처럼 스토리가 시간의 순서로 흐르지 않고 인물을 중심으로 왔다갔다 하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을 온전히 내서 독서하기 어려워 짬독을 하기 때문에 이런 구성일 경우 제대로 이해 못하고 흐름이 잘 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꿈의 책>을 열었을 때 난감했다. 심지어 첫 쳅터에서 모호하게 글이 펼쳐지고 직설적인 표현보다 상징을 많이 담은 표현들이 많아 우찌하나 싶었다. 하지만 읽어 나가면서 순식간에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헨리, 에디, 샘 이 세 주인공이 하나하나 매력적이라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한다. 종군기자로 활동하다 하룻밤을 보낸 여자에게 자신의 아이가 생긴 것을 알고 그들을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아 일을 그만 둔 헨리. 하지만 아들의 엄마인 마리프랑스는 그와 아이를 만나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아들 샘은 아버지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지 사랑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그저 지금 엄마가 새로 꾸린 가정에 자신이 방해꾼이라는 생각을 가진채 자란다. 그러다 5월 18일 아버지와 아들의 날을 맞아 자신의 학교로 와달라고 헨리에게 편지를 쓴다. 아들을 사랑하는 헨리는 아들을 보러 학교에 가다가 한 소녀가 물에 빠지는 것을 보고 살리려 뛰어들어 구하고 나와 있다가 미처 그를 발견하지 못한 차에 치여 코마상태에 빠진다. 오래전 떠나보낸 아버지가 계속 네가 중간 세계에 있다고 일깨워주지만, 헨리는 정확하게 상황을 인지할 수 없는 상태에서 꿈을 통해 많은 것들을 회상하고, 상상하고, 아파하고, 후회하고, 감사하고 사랑한다. 유난히 섬세해 숫자에서도 색을 느끼고 감정에서도 색을 느끼며 눈으로 정확히 보이지 않는 것들도 감지하는 샘은 그런 아빠를 엄마 몰래 살피러 다닌다. 그러던 중 발레리나였으나 교통사고로 혼자 남게 되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소녀 매들린을 보게 되고 그녀의 분위기, 눈빛에게서 많은 것을 느낀다. 헨리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헨리의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에 꺼져버리라고 메몰차게 돌아선 에디.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지만 되돌릴 길 없는 시간을 보낸다. 자신을 절실히 사랑하는 이도 생겼다. 그러다 헨리가 사고를 당하고 그녀를 사전 의료 지시서에 결정권자로 등록하였기에 헨리의 삶과 죽음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존재가 된다. 꼼짝도 못하는 헨리 옆에서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달아 가는 에디. 소설 속에서 샘의 엄마 마리프랑스는 책을 사서 끝을 보고 해피엔딩이면 읽고 아니면 읽지 않는 습관(?)이 있다. 요즘처럼 마음이 힘들 때는 그녀처럼 끝을 보고 책을 읽을까 할 때도 문득있다. 삶도 힘든데 슬프게 끝나는 책은 버거워서인 듯하다. 이 책을 마리프랑스가 읽으면 해피엔딩이라고 할까 새드엔딩이라고 할까.. 읽고 난 후의 기분도 슬픈지 기쁜지 잘 모르겠다. 읽는 내내 주인공들과 함께 꿈 속을 여행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들어서기도 하고 예전의 후회와 사랑을 다시 느껴보기도 하면서 지금의 나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종이약국>>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니나 게오르게의 글은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는데 점차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몽롱한 꿈 속을 헤매다가 하나의 길이 보여 번뜩 현실로 돌아오게 하는 글이라고나 할까. 여름처럼 격렬하거나 겨울처럼 차디차지 않은 가을에 딱좋은 소설이었다. p. 61
두려움의 덩굴 식물이 자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기록 보관소이다. 내 기억의 서랍과 보관함과 금고에서 악령들이 기어나온다.
p.129
그것이 문학의 마법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읽고 뭔가 달라진다.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왜 달라졌는지는 모른다. 어떤 문장을 통해 달라졌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세상은 변했고,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p.152
엄마는 상처 받은 사람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후로 엄마의 영혼에는 그늘이 져 있다. 엄마에게 또다시 상처를 입힐 필요는 없다. 나는 이따금 무엇보다도 엄마를 보호하고 싶고,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고 싶다. 다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
p. 199
이런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기회가 언제 있겠어?
p. 217
인류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늘 쉬지 않고 글을 읽는 사람.
p.224
나는 바닥에 앉아 마치 화장을 하듯 내 몸에 용기를 바른다.
p.316
나 역시 당신을 사랑해,
나는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지는 걸 느낀다. 이제야 비로소 그 감정을 인식한다. 이게 바로 사랑이야!
p.477
오로지 느끼는 것만이 가능한, 그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소유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 우리는 그것들을 가져갈 수 있다. 심장이 겨우 몇 번 고동치는 동안 은밀히 느끼는 것들. 우리는 행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랑. (생략) "텅 빈 심장으로 가지마." 나는 그들에게 속삭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히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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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본다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곳들을 가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보겠다는 나의 의지이다. 이 책 '꿈의 책'을 본다는 것은 이런 의지를 잘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목처럼 '꿈'에 대한 글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꾸는 꿈이 아니라, 의식불명이라고 하는 코마 상태의 사람의 꿈을 보여주고 있다. 그 꿈과 연결되어 있는 움직이는 사람들과, 꿈을 꾸고 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의 연결.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고,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내용을 보여준다. 종군 기자인 여자와의 하룻밤으로 샘이라는 아들을 둔 헨리. 함께 살고 있지 않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날에 아들을 보기 위해 가던 길에 유람선에서 떨어진 여자아이를 구하고 자신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다. 이 병원에 입원한 헨리에게 병문안을 오는 것은 아들인 샘과 몇년전 사랑했던 여인 에디뿐. 에디는 현재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지만, 이전에 헨리를 사랑했고, 헨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에디에게 위임했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도. 한번도 직접 본 적이 없는 아버지이지만 수업도 빠지면서 매일 병문안을 가는 샘. 어느 날 아버지가 있는 3층이 아닌, 6층의 마지막 병실에 있는 매디를 본다. 매디는 교통사고로 모든 가족을 잃고 아버지와 같은 상태인 코마로 살고 있다. 샘은 아버지와 메디를 함께 병문안하며 이 둘이 모두 건강하게 다시 되돌아오기를 바란다. 저자는 46일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샘의 시선에서, 애디의 시선에서, 그리고 코마상태인 헨리의 꿈을 통해... 무엇이 살아있는 것이고, 죽은 것인가? 과연 그 기준은 무엇인고, 누가 정하는 것인가? 책을 덮고나니 내 주위의 사람들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직접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이렇게 건강함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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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종이약국>의 작가 니나 게오르게가 돌아왔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세기의 명작인 조지 오웰의 <1984>,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자들의 도시>, 로베르토 무질의 <특성없는 남자> 등의 실제 책으로 인간 내면의 상처를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전개하면서 에로티즘이 빛을 발하는 러브스토리를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이번 『꿈의 책』은 니나 게오르게가 오랫동안 이야기 해온 용서와 화해, 사랑과 치유라는 주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은 "이 꿈 같은 소설을 다 읽고 '깨어난' 독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 이 책을 읽는 내내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사실 나이 마흔 즈음에 접어드니 그런 생각을 요즘 부쩍하게 된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 주변과의 관계속에 살아간다는 것이 모두 고맙고 기적같다는 생각을 한다. 책은 아프고 슬픈 이야기로 시작한다. 헨리 스키너는 종군기자였다. 그는 전쟁터를 누벼가면서 만난 시절에 한 여인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 평생 아빠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샘과 그 아들의 존재를 알고 아들을 만나러가는 헨리. 하지만 헨리는 불의의 사고로 결국 이 둘은 만나지 못하고 코마상태에 빠진다.
사고를 당한 주인공 헨리가 깊은 잠 속에 빠져서 꾸는 꿈 그속에서 상실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살아남은 이들 간의 과거와 현재가 만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불의의 사고인지, 또는 신의 뜻인지 헨리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의 아들 샘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아빠를 만났다. 하지만 병상에 누워 있는 채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러면 지금 거의 죽은 상태인 건가요?" 샘이 십대 변성기의 걸걸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면서 동심원들의 맨 가장자리에 외로이 있는 작은 십자 표시를 가리킨다. 닥터 사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샘. 하지만 네 아빠는 살아 있어. 다만 다른 방식으로 살아 있을 뿐이란다. 알아듣겠니? 코마도 삶이야. 다만 독특한 방식의 삶일 뿐이지. 경계상황이란다. 위기, 그래 그렇다고 너나 나나 탐린 부인이 살고 있는 삶보다 덜 중요한 삶은 아니야.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코마로 살고 있다고 말한단다. 고마로 누워 있다고 말하지 않아." "하지만 이 이틀은......'영원'의 시작이 아닌가요?" ---p.98
또 아빠의 옛 연인 에디와 다른 병동에서 아빠처럼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해 있는 또래 여자아이 매디를 만난다.
코마상태에서 깨어날 가능성이 없는 헨리를 곁에 두고, 아들 샘과 아빠의 연인 에디는 아빠에 관한 옛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된다. 에디는 한 때 아름다웠지만 가슴 아팠던 아빠 헨리와 기억을 샘에게 이야기한다. 샘은 타인의 영혼을 볼 줄 아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아빠 헨리와 자신이 첫눈에 좋아하게 된 발레리나 매디의 꿈속을 돌아다니며 경계가 불분명해진 두 세계에서 상처의 이면을 상실의 바깥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죽음의 문턱에 도달한 헨리를 통해 상처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김리를 유려한 문체, 아름답지만 슬픈 문체로 그려낸다.
"내가 가끔 당신 꿈을 꾼다고 말하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거야?" 그의 몸을 어루만질 때마다 내 삶이 팽창한다. 나는 느낀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싸운다. 모든 아름다운 것이 에전보다 더 아름답다. 그러나 그는 대답이 없고 여전히 잠들어 있다.
불의의 사고로 꿈속에 영원히 갇혀버린 한 남자가 남겨진 자들의 슬픔 앞에 흩뿌려놓은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나는 삶과 죽음이 만나는 경계에 대해, 그 두려움과 초월의 감각에 대해 쓸 필요가 있었다”는 작가의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실 이 소설은 작가가 갑작스레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난 뒤 사랑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아버지의 부재라는 상처를 치유하려 했던 필사적 노력의 산물이다. 《꿈의 책》은 작가가 자신의 최근 작품들에 직접 이름 붙인 ‘삶과 죽음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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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잠자는 동안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현상을 일컷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의미로도 쓰이는데, 그것은 우리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뜻하기도 한다. 분명 깨어있는 것처럼 무의식속에서 실제 존재함을 느끼지만, 깨고나면 그것들은 실재가 아닌 허상이 된다. 마치 우리가 뜻하는 실현 불가능하거나 실현되기 어려운 희망과 이상의 뜻인 ‘꿈’처럼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이 꿈에 관한 영역을 깊은 잠, 코마로 환원시킨 사랑과 용서, 화해와 치유의 이야기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서 ‘매혹된 책’이라고 언급할 만큼 슬픔과 감동, 꿈과 현실을 오고가는 매혹적이면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수채화같은 문장력과 독자가 경험하지 못한 코마상태의 꿈, 그 상상 못할 영역을 문자로 소화해낸 놀라운 소설, <꿈의 책>을 소개한다.
내가 죽는 걸까?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나는 다만 기다릴 뿐이란다.” 아버지는 말한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늘 우리를 기다린다.
- 코마 상태에 빠진, 꿈속에 영원히 갇힌 남자.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과의 추억, 그리고 만남.
위험한 전쟁터를 누비던 시절, 종군기자인 헨리는 한 여인과 만나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들 샘을 두게 된다. 하지만 여러 사정과 그녀의 불륜으로 집을 떠나고, 현재 아들인 샘과는 십여년째 만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한다. 보고싶다는 아들의 편지이다. 편지에는 아버지의 날 학교에서 기다리겠다는 아들의 바람이 적혀있다. 헨리는 아들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로 떠나게 되고, 그 길에 강물에 빠진 소녀를 발견하고 주저없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무사히 소녀를 구조하지만, 그가 비틀거리던 찰라 질주하던 차가 역광 때문에 미처 보지 못한 그를 치고 만다. 그렇게 그는 사고로 인해 ‘코마상태’에 빠진다.
그 후 아들인 샘은 아빠인 헨리를 보러 병원을 다니게 된다. 샘에게는 엄마와 새아빠가 있지만, 그들 몰래 혼수상태인 아빠를 보러 다니게 된다. 엄마는 끔찍이 싫어하겠지만, 친구가 보여준 유튜브 영상에서 소녀를 위해 망설임 없이 뛰어든 아빠의 모습, 그리고 자신에게 오고 있었다는 확신에 보고싶다는 갈망이 더 커진 탓이었다. 멘사클럽 회원인 14살짜리 소년이니 어른 몰래 수업을 빼먹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병원을 오고가며 아빠와 같은 병동의 발레리나 매디를 만나게 되고, 또래지만 혼수상태인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샘에게는 뛰어난 지능외에도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세상을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음향과 목소리, 감정 등을 색깔로 보는 능력으로 샘은 혼수상태인 아빠와 사랑에 빠진 메디를 느끼고, 그들의 꿈속을 유영하게 된다.
한편 오래전 헨리와 이별한 에디는 헨리의 소식으로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헤어진 연인의 사고소식도 놀라운데, 자신이 그의 생명을 키고 끌수있는 결정권자임을 알게되자 더욱 놀라는 에디. 줄곧 버림받았다 생각해온 에디는 헨리가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그의 아들인 샘을 만나게 되는데...
- '슬프고도 찬란하게' 상상못할 영역을 그려내게 만드는 문장력과 감화력! 세명의 시점으로 이어지는 꿈과 현실의 아름다운 하모니! 이 소설을 읽은 내내 느낀 가장 큰 점은 ‘묘사력’이었다. 문학을 읽는 묘미라 할까? ‘문학’이라고 표현될만한 작품성을 가진 소설을 몇권밖에 읽어보진 않았지만, 초보자가 봐도 감탄할만한 묘사력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 소설은 세 사람의 시점을 오고간다. 불운의 교통사고로 코마상태에 빠진 아빠 헨리, 그런 아빠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아들 샘, 헨리의 옛연인이자 헨리의 의료 지시서의 결정권자인 에디. 각자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교차되는데, 일인칭이기에 각자의 감정에 더 집중해 세밀하게 묘사하는 점도 훌륭하지만, 그들의 경험하고 넘나드는 현실과 꿈의 영역이 독자는 생전 아무 경험없이 백지상태로 읽어야 함에도, 자유롭고 매끄럽게 유영하듯 펼쳐지는 게,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물론, 스토리도 소설답게 재미와 감동을 가진다. 헨리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두 사람, 아들인 샘과 옛 연인인 에디의 만남으로 몇 가지 의문이 솟아나고, (예를 들면, 헤어진 연인인 에디를 왜 자신의 생명결정권자로 지시해 두었는지, 왜 그녀와 헤어져야만 했는지 등) 그들이 혼수상태인 헨리와 매디의 꿈속에서 대화하고 함께하며 과거를 돌이켜본다. 있을법한 가정이나 후회했던 삶의 순간들을 번복 혹은 반복하며 ‘꿈의 유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은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이자, 재미있어하는 부분인 ‘상상’ 과 ‘동요’를 가져온다. 절대 상상못할 코마상태의 꿈을 상상하고, 인물들의 관계와 사정이 밝혀지면서 가져오는 감정적 동요. 만약, 진짜 소설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읽어보자. 감히 상상 못할 꿈의 영역을 '글'로 풀어내는 것도 모자라, 종래에는 묵직한 감동과 깊이있는 여운까지 '슬프고도 찬란하게' 문자로 그리는, 흔치않은 '문학'이니.
+@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화해,용서,사랑,이별의 이야기이다. 최근읽은 작품중에 가장 눈이 부신 문장, 묘사력으로 인상깊다. 독자가 상상못할 영역인 코마상태와 꿈의 영역을 텍스트화 하는데,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 놀랍다. 단점이라면, 상상 못할 정도로 아름답게 슬프다 상당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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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 상태에 있는 사람을 보살피는 것은 부인을 사랑한다고 절대 말하지 않을 사람과 결혼하는 것과 같아요." 닥터 사울이 좀 더 조용히 말한다. "그런데도 부인은 부인의 모든 애정과 에너지를 그에게 쏟아 부어야 합니다. 부인의 모든 사랑을. 부인이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면 말이죠. 행복한 결말 없이. 현재하지 않는 사람과 부인 인생의 많은 부분을 보내게 될 겁니다." 그게 무슨 대수라고? 그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헨리와 함께 지낼 때는 늘 그랬다. p.106~107
템스강을 오가는 유람선에서 배의 난간 옆에 서 있던 어린 소녀가 강물로 떨어진다. 해머스미스 다리 위에 있던 사람들은 아이가 떨어지는 걸 보지만 모두 너무 놀라 꿈쩍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수영을 한 게 25년 전임에도 망설임 없이 물 속으로 뛰어 내리는 한 남자가 있다. 종군 기자로 전쟁터를 누비던 헨리는 그 시절 만났던 여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헨리는 무사히 아이를 구하고 나오지만, 역광 때문에 그를 보지 못한 운전자가 모는 자동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 사고로 그는 의식불명 상태, 즉 코마에 빠진다. ‘코마’라는 단어가 그리스어로 ‘깊은 잠’을 뜻한다고 하는데, 충격적인 사고로 헨리는 깊은 잠 속에 빠져 들고 만다.
그리고 15일 뒤, 열세 살 샘은 아빠를 만나러 병원에 온다. 벌써 열네 번째 방명록에 이름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고, 그러느라 학교에서 이 수업 저 수업을 한 시간씩 빼먹고 있다. 샘은 멘사 클럽에 가입한 수재이고, 공감각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래보다 매우 성숙한 소년이다. 샘은 가족은 엄마와 새아빠 스티브와 동생 맬컴이지만, 언제나 아빠인 헨리를 그리워해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이 병원에 인위적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로였지만 말이다. 샘은 아빠를 만나러 오면서 다른 병동에 역시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해 있는 또래의 여자아이 메디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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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두 세계를 가르는 이른 아침의 안개에 뒤덮여 있다. 불안한 걸음걸이로 밤의 어둠을 헤매는 방랑자들의 세계. 나도 한 때 이 세계에 속했다. 한편 일터로 출근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하는 사람들의 세계. 두 개의 평행 세계. 두 세계가 마주치는 곳에서, 튜브에서, 버스에서, 이른 아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집에서, 그들은 서로 상대방을 무시한다. 밤의 방랑자들은 자신들 인생의 또 하루가 지나간다는 걸 참지 못하고, 끈을 놓치지 않으려 그 하루를 어둠 속으로 끌고 간다. 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자신들 앞에 있는 하루를 허비하지 않으려 한다. p.246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것이 문학의 마법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읽고 뭔가 달라진다. 허구의 이야기가 우리의 현실에 금이 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페이지의 한 문장, 하나의 단락, 그리고 숨겨진 여백을 통해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아주 잠깐이라도 주마등처럼 스치는 우리의 일생을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순간은 책을 덮어도 잊을 수 없다. 앞으로 펼쳐질 기나긴 우리의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사실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책 속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그런 작품을 만나게 되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참 설레인다. 바로 이 작품처럼 말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살 수도 있을 다른 삶들이 존재한다는 걸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보통 불의의 사고가 등장하고, 코마 상태에 빠진 인물이 나오는 작품이라면 앞으로 이어질 서사가 어느 정도 예상이 될 것이다. 치료 과정에서 오는 슬픔과 고통, 주변 사람들의 삶과 그 이후에 벌어지게 되는 비극으로 인해 신파성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서사를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헨리가 겪는 꿈의 세계와 코마 상태에 빠진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진짜 현실을 교차 진행시키고 있다. 그가 현실에서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그의 아들과 사랑을 마음속에 품은 채 말하지 않아 오래도록 함께 하지 못했던 전 연인이 병원에서 만나게 되고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단순한 슬픔이나 눈물이 아니라 감정을 공유하는 이해의 순간이다. 그리하여 과거와 현재가 헤어졌다 만나기를 반복하고, 삶과 죽음이 만나는 경계에서 현실과 환상이 어두운 꿈속을 유영한다. 이 작품은 오래 전 <종이 약국>이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니나 게오르게의 신작이다. 전작에서는 손님의 상처와 슬픔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책으로 처방하는 독특한 약국이 등장해 책의 힘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뭉클하게 펼쳐졌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사변 소설을 출간하는 출판사를 운영하는 에디를 통해 문학의 힘과 역할을 보여준다. 누구라도 상처의 이면을, 상실의 바깥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내는 것이 바로 문학이고, 이야기의 힘이다. 오랜 만에 눈물 범벅이 되어 읽은 작품이다. 꿈 같은 소설이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가 자신의 최근 작품들에 직접 이름 붙인 ‘삶과 죽음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작품이라고 하니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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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트라움븍흐' 독일 작가가 쓴 책이니까 제목도 당연히 독일어겠죠^^ 고등학교 때 조금 배운 독일어 감이 남아 있어서, 제목은 한글로 해석한 그대로 '꿈의 책'입니다. 책에 대한 소개가 워낙 강력하다.
책표지를 보고 처음에 착각했다. 블러브(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책날개)에 나온 저자 니나 게오르게의 사진을 보고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인 줄 알고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는 '우아, 니콜키드먼이 저렇게 소감을 말할 정도면 정말 대단하다'라고 근데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한번 봤더니 사진은 저자인 니나게오르게이다. 은근히 니콜과 닮은 구석이 많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는 글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전혀 진척이 없어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졸렸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죠^^ 글은 전체적으로 한 남자(헨리 말로 스키너), 한 여자(에디), 소년(샘, 새뮤얼 노엄 발렌티너)의 이야기다. 헨리가 아들 샘을 만나러 가다가 우연찮게 템즈강을 운행하는 배에서 떨어지는 소녀를 보았고, 소녀를 구하기 위해 강위로 뛰어들어 구하고 나서 다리 위로 올라온 이후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코마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아빠 헨리를 처음 만난 샘과 헨리와의 사랑을 다시 추억하고 영원히 사랑하고 싶어하는 연인 에디, 3명의 인연이 만들어진 스토리를 서로가 자신이 경험한 헨리와의 추억을 얘기한다. 소설은 그렇게 시작한다. 헨리는 프랑스 브레타뉴 지방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적 아버지를 잃었다. 어부인 아버지랑 헨리가 바닷가에 나가서 고기를 잡다가 파도에 휩쓸리면서 헨리만 육지로 돌아오게 되고 할아버지와 함께 성장한다. 그 이후에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비면서 만난 마리프랑스와의 짧은 만남으로 아들 샘이 태어난 것을 알게 되지만 마리프랑스는 헨리와 샘의 만남을 원하지 않는다. 헨리는 에디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사랑하게 되었고, 어느 날 아들 샘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샘을 만나러 가다가 사고를 당한다.
짧게 쓴 내용이지만, 이런 내용의 전개가 책의 주요 내용은 물론 아니다. 아들 샘은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다. 모든 것들을 색채로 인식하고, 감정들을 감지하고, 공간속에 있는 사람들이 언제 죽을지 보인다. 그리고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코마상태에 빠진 아빠를 보면서 아빠를 느끼고 아빠를 알게 된다. 또 다른 코마환자 소녀인 매디를 보면서 매디를 영원히 지켜주겠다고 다짐한다.
글쎄, 이 책의 묘미가 무엇이라고 딱 잘라서 말하기가 쉽지 않다. 쉬운 주제의 내용도 아니다. 죽음과 삶의 경계. 육체를 초월해서 텔레파시로 전해지는 가족들의 사랑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죽음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환자의 가족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한편으로 숙명처럼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의식불명이나 코마상태에 빠진 환자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나라면? 내 가족이라면? 내 가족이 그런 사고결과로 인해 코마상태에 빠진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샘과 에디처럼 오로지 사랑으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을까? 의료진보다도 더 확신을 가지고 믿음으로 영원히 돌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책에서 코마상태에 빠진 헨리가 독백하는 부분들이 책의 후반부에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상태를 보면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에디와 아들 샘을 보게 된다. 하지만 어떤 움직임도 불가능하다, 말을 할수도, 손가락의 까딱거림도 전혀 그토록 하고 싶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할 수가 없다. 책을 읽는 우리는 헨리의 마음도 에디와 샘의 마음도 다 알고 있지만 그들 서로는 전혀 알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고, 슬프다. 가슴사무치는 애절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지 모른다.
책은 삶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던진다. 다음 질문에 대해 독자 여러분들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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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아들을 마주하러 가던 날, 한 여자아이가 물에 빠진 것을 목격했다. 간신히 아이를 구해냈지만 우연한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 스키너. 그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아들 샘과 옛 연인 에디는 여전히 그가 깨어있음을, 온전히 그들을 느끼고 있다는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걸고, 책을 읽어주고, 대화를 시도하며 그가 어서 이쪽 세계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들. 사랑이었다. 헨리로 인해 상처받았고, 그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헨리가 자각하지 못했을 뿐, 그들을 묶은 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그들의 사이를, 감정의 교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종군 기자로 명성을 날리던 헨리.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실수로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 날 이후 삶은 그가 도망쳐야 하는 어떤 것이었고, 사랑같은 따스한 감정은 차마 가져볼 수 없는 무엇이었다. 그랬기에 목숨을 위협하는 현장에서도 도망치지 않았고 그것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마리프랑스와의 하룻밤은, 사랑이 아니라, 삶을 놓을 수 없었던 마리프랑스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그로 인해 샘을 얻었다. 공감각의 능력을 가진 샘을. 마리프랑스는 아이는 원했지만 헨리를 원하지 않았고 그것이 그들 사이를 가로막아 아들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다. 에디를 사랑했지만 그것이 사랑인지조차 몰라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다. 헨리는 샘을 사랑했고, 에디를 사랑했다. 그 모든 것을 꿈 속에서 깨닫는다.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의 그 어디쯤, 중간세계에서 헨리의 삶은 반복된다. 마리프랑스와 하룻밤을 보낸 후 현실에서는 하지 않았던 말을 그녀에게 건넸더라면, 에디의 고백 앞에서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그의 시간은 과연 어떻게 돌아갔을까. 반복되는 그의 삶이 꿈결처럼 아득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삶은 단 하나뿐이었다는 것. 비록 사고로 코마 상태에 놓여있지만 그런 그의 상황이 아들 샘과 에디에게 어떤 위로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제서야 알게 된 진실, 그 때이기 때문에 깨달을 수 있었던 사랑같은 것들.
삶과 죽음의 문턱에 놓여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묘사된다. 꿈결같은 문장에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낀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믿고, 그 믿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 나는 아직도 그 문장들의 한 가운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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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책갈피 용도로 막 쓰는 책의 띠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사실 띠지의 홍보효과는 엄청나다고 한다. 사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평소 띠지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만 무수한 수상 경력과 믿을만한 언론이나 명사들의 훌륭한 추천사가 있는 띠지의 강렬한 홍보문구에 사로잡혀 집어 든 책이 꽤 많았음을 고백한다. 니나 게오르게의 『꿈의 책』 역시 그랬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강력 추천!'과 "이 꿈같은 소설을 다 읽고 '깨어난' 독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신문사 게네랄 안차이거지의 매력적인 찬사를 보고 이 책을 그냥 지나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세상에 대한 글을 쓰다. 사람들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에 대한 글을 쓰다.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내 생각에 대한 글을 쓰다. 나는 이미 작년에 메모장을 샀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메모장이 펼쳐진 적은 없다. 메모장이 마치 내게 묻는 듯하다. 네가 무슨 할 이야기가 있겠어? p.156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 불의의 사고를 당해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자신을 만나러 오다 죽음의 문턱에 선 아버지를 보며 상실에 빠진 샘, 헨리에게 버림받았다고 믿는 에디의 간절한 기다림의 여정을 니나 게오르게는 잔잔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48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두께만큼이나 감정의 소모를 크게 요구하지만 그 과정들이 게네랄 안차이거지의 찬사처럼 소설을 읽기 이전과 다른 깨우침을 주는 이야기라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우리 둘은 말없이 강을 내려다본다. 나는 아빠에게서 받은 것이 하나도 없다. 커피 잔, 손목시계, 추억. 무엇을 붙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열세 살이라는 건 부당하다. 아무 쓸모없다. 지금은 삶이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방위를 가리키는 순간이다. 잘못과 절망.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p.261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 헨리와 매디의 꿈과 샘과 에디의 현실이 교차되며 상처투성이인 등장인물들이 책을 읽어가는 내내 쉼 없이 감정을 두드리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니나 게오르게는 『꿈의 책』으로 처음 만난 작가였지만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슬픈 동화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의 영화처럼, 때로는 판타지처럼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며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어주었다.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온전히 이입이 되면서 작가가 전해주는 큰 울림을 고스란히 받으며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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